워싱턴리포트 김진호특파원

돌고 돌아 결국 고향으로 돌아갈 수밖에 없었다. 멜리사 마이어(23·여)에게 고향은 늘 너무 좁은 곳이었다. 몬태나주 미술라에서 태어난 그는 지난 봄까지 성공의 직선 코스를 밟아왔다. 2005년 고등학교를 졸업할 때는 최우수졸업자로 졸업사를 읽었고, 동기 가운데 유일하게 동부의 대학에 진학했다. 조 바이든 상원의원(현 부통령) 사무실에서 인턴을 경험했다. 방학을 맞아 집에 돌아오면 고향 친구들은 “아직도 대통령이 안된거야?”라면서 인사를 건넸다. 그런 그에게 지난 6개월 동안 무슨 일이 일어난 것일까.

멜리사는 워싱턴포스트가 경제위기 1년 동안 부정기적으로 소개하고 있는 미국인들의 무너지는 인생 이야기의 하나다. 온갖 스펙을 갖춰 졸업장을 거머쥐고도 사무실에서 자신의 ‘의자’를 차지하지 못한 젊은이들의 고민은 국경을 넘는 글로벌 현상이다.

멜리사는 지난 5월 조지 워싱턴대 비즈니스 스쿨을 졸업하기 전까지 30곳에 이력서를 제출했지만, “당분간 채용계획 없음”이라는 답만 돌아왔다. 자신의 스펙에 적당히 맞는 유명 기업들이었다. 6월 자취방의 계약이 끝나기 전까지 눈높이를 낮춰 10곳에 다시 지원을 했지만 결과는 마찬가지였다. 20만달러를 들여 얻은 졸업장은 쓸모가 없었다. 졸업반 친구 40명 가운데 3명만이 취직을 했다.

고향집으로 돌아온 멜리사는 일종의 위장취업을 시도한다. 보조교사, 레스토랑 지배인, 판매원 자리에 지망했다. 봉급 외 아무런 혜택이 없는 보조교사 모집에 떨어지고는 출신 고교로부터 추천장이라도 받았더라면 하고 후회했지만 차마 그럴 수 없었다. 최우수졸업생이 아니던가. 아침에 깨어날 때마다 멜리사는 스스로에게 다짐했다. “여긴 잠시 머무르는 게스트하우스일 뿐, 조만간 떠날 곳”이라고.

60여차례 시도 끝에 얻은 직장은 작은 레스토랑의 파트타임 종업원이었다. 멜리사에게 작은 변화가 시작된 건 그 즈음이다. 더이상 이력서를 보내는 일에 시간을 허비하지 않는다. 대신 틈만 나면 남자친구와 차를 몰고 캠핑과 모험을 즐기기 시작했다. 마침 대자연의 몬태나다. 교실이나 자취방, 줄곧 좁은 방에 머물다가 직장이라는 또 다른 좁은 방을 꿈꿨던 인생도 달리 보였다. 돈을 모아 내년 초 네팔과 뉴질랜드 등지로 해외여행을 떠나는 게 멜리사의 새로운 꿈이다.

퓨 리서치 센터의 최근 조사 결과 18~34세 미국 젊은이 2000만명이 부모의 집에 기거한다. 해당 연령 3명 중 1명꼴이다. 2005년에 비해 200만명이 늘어났다. 이른바 ‘부메랑 키드’다. 1982년과 2001년 불경기에도 있었던 현상이다. 대졸취업난이 말해주듯 젊은이들은 경제위기의 첫번째 희생양이며, 가장 늦게 경제회복의 혜택을 받게 된다. 하지만 경제위기의 사이클이 끝날 때마다 세상에 작은 변화가 생긴다면 그 변화는 직선 코스에서 벗어났다가 복귀한 젊은이들이 여는 게 아닐까 싶다. 고단해도 멜리사의 꿈은 계속된다.

Posted by 비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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