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으로 한반도읽기]북 핵개발 전략의 큰 줄기 직시

 

▲ No Exit, 출구가 없다  조나단 폴락 | 아산정책연구원

“도대체, 왜, 어떻게 이 지경에 이르게 됐나. 또 그 결과는 무엇인가. 북한의 핵무기 개발을 저지하는 측의 정치적 의지와 외교적 상상력의 부재 탓인가?” 미국의 한반도 전문가 조나단 폴락 브루킹스 연구소 선임연구원이 2011년 펴낸 <No Exit 출구가 없다-북한과 핵무기, 국제 안보>에서 던지는 질문이다. 맞기도 하고, 틀리기도 한 자문자답이다. 

 


 1990년대 초 북한의 핵확산금지조약(NPT) 탈퇴를 계기로 수면 위로 올라온 북한 핵문제는 정전협정 60주년이 지나도록 한반도 문제의 핵심으로 자리하고 있다. 지난 2월 북한의 3차 핵실험 이후 악화일로를 걷던 한반도의 안보위기는 수그러들고 있다. 우다웨이 중국 외교부 한반도 사무특별대표가 지난달 말 워싱턴을 방문한 데 이어 이달 초 평양을 찾는 등 북핵 해결을 위한 다자간 회담 재개 논의가 활발하다. 하지만 머지않아 회담이 시작된다고 해도 북핵 문제의 해결 전망은 아스라하기만 하다.

1990년대부터 2002년까지는 북·미 직접대화를 통해, 2003년 이후 10년 동안은 6자회담을 통해 외교적 해결 노력을 했다. 불완전하나마 외교적 성취가 있었지만 결과적으로 북한의 핵능력은 꾸준하게 진전돼 왔다. 전체적으로 악화일로를 걸어왔다. 북한의 장거리 로켓 시험발사 및 핵실험과 유엔 안보리의 대북제재, 이에 대한 북한의 격렬한 반발 및 전쟁위협, 일정 시점 뒤의 대화모색이 제자리에서 빙글빙글 돌면서 서로의 뒤를 쫓아다니는 회전목마와 크게 다르지 않은 궤적을 그려온 것이다. 이 시점에 폴락의 책이 주목을 받기에 충분한 까닭은 김일성-김정일-김정은 정권에 이르도록 북한이 일관되게 유지하고 있는 핵전략에 대한 통시적 분석틀이 유효하기 때문이다.

북한의 핵개발은 흐루시초프 옛 소련 공산당 서기장이 1950년대 아이젠하워 미 대통령의 평화원전계획(Atoms for Peace)과 유사한 계획을 사회주의권 국가들을 상대로 시작하면서 태동했다. 소련은 민수용 원자력 기술의 이전만을 염두에 두었지만 북한의 핵무기 개발의도는 1970년대 들어 본격화됐다. 박정희 정권이 핵개발을 시도하고, 미국이 1958년부터 핵대포와 단거리 핵 미사일 같은 전술핵무기를 남한에 배치하던 시기와 일치한다. 1972년 763개에 달했던 남한 내 미국의 핵무기는 1991년 조지 H 부시 대통령의 결정으로 철수됐다. 하지만 미국의 지상·해상·공중 핵전력은 여전히 북한을 사정권에 두고 있다. 미국의 상시적인 핵 위협과 옛 소련 및 동구사회주의 블록의 붕괴, 남한과의 극심한 경제력 격차, 장기간 이어진 북한의 고립은 핵무기를 통해 체제안전을 확보하려는 국가전략으로 이어졌다. 북한 체제의 특성인 ‘저항적 민족주의’와 ‘전략적 자주성’은 정권 차원의 의지를 뒷받침해왔다. 그만큼 북한의 선 핵포기가 요원하다는 얘기다.

책 제목이 풍기고 있듯이 적어도 가시권 내에 북한 핵문제의 출구는 없다. 폴락은 다만 “현재의 지배적인 상황에서 출구가 없다면, 외부 세력들은 가능한 예상 결과들을 점검하고 위험을 최소화하는 방법을 모색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남한 내에서 지난 20년간 추진돼왔던 대북 정책은 크게 두가지로 볼 수 있다. 북한을 적국으로 간주해 압박을 가하는 것이 이명박 정부를 대표로 하는 보수정권의 선택이었다. 북한과의 평화적 공존을 추구했던 김대중, 노무현 정부는 두번째 길을 걸었다. 세번째 길은 두번째 길과 큰 틀에서 다르지 않다. 북한에 정치·경제적 생명줄과 체제안전을 제공함으로써 위험을 최소화하면서 잠정적으로 공존하는 방안이다. 하지만 북한이 핵개발을 하는 이유가 미국과의 대화용이라는 안이한 대북인식에서 벗어나 북한의 핵개발 전략의 큰 줄기를 직시한다는 점에서 다르다.

이 책의 논지는 솔직한 비관론이다. 하지만 현실을 직시하는 것이 문제해결의 첫 단추라면 왜 해결이 어려운지를 정확하게 인식하는 데 유익한 도움을 주는 책이 분명하다.

<김진호 선임기자 jh@kyunghyang.com>

입력 : 2013-11-08 21:37: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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