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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퓰리즘 산책33

[김진호의 세계읽기]마크롱의 '스타트업(Start-up) 정부'에 진실의 순간은 9월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이 총선 결선투표가 치러진 지난 6월18일 샤를르 드골의 항독 레시스탕스 선언 77주년을 맞아 파리 교외 쉬르렌느의 몽 발레리앵에서 열린 기념행사에 참석하고 있다. 쉬르렌느/EPA연합뉴스 ■마크롱을 다시 위대하게!(Make Macron great again!)파리 시간으로 지난 6월2일 자정을 넘긴 시간. 엘리제궁 홍보팀이 숨가쁘게 가동됐다. ‘www.makeourplanetgreatagain’라는 웹사이트를 띄우기 위해서였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파리협정 탈퇴 발표에 대응해 지구온난화 대책의 시급성을 강조한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39)의 연설 동영상을 유포하기 위한 것이었다. 2일 0시18분. 인터넷에는 트럼프 대통령의 지난해 대선구호 ‘미국을 다시 위대하.. 2017. 6. 20.
[프랑스대선]마크롱과 오바마의 대선 승리연설 비교해 보니... 프랑스 대톨령 당선자 에마뉘엘 마크롱이 7일 루브르 박물관 마당에서 대선승리 연설을 하고 있다. TV5화면캡처 열광도 감동도 덜했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 당선자는 선거 유세 기간 동안 버락 오바마 전 미국 대통령을 벤치마킹했다. “레드스테이트(공화당지지주)의 미국도, 블루스테이트(민주당지지주)의 미국이 아닌, 우리가 늘 그래왔고 앞으로도 단합된 미국(United States of America)을 만들겠다”는 문구를 표절해 “모두의 프랑스”를 강조한 것이 대표적이다. 마크롱은 오바마의 ‘담대한 희망’을 본따 이번 승리를 ‘담대함의 승리’라고 선언했다. 오바마는 “바로 오늘 밤, 변화가 시작됐다”고 선언했지만, 당장 다음달 총선이 급한 마크롱이 언급한 ‘변화’는 달랐다. 변화를 만들어낼테니 다음.. 2017. 5. 8.
대선, 한국은 세종대왕 간의 대결, 프랑스는 빅토르 위고와 리셜리외의 승부 리셜리외 추기경 5월9일 치러지는 한국 대선이 세종대왕과 세종대왕의 대결이라면 5월7일 결선투표를 벌이는 올해 프랑스 대선은 루이13세 때 재상이었던 리셜리외와 빅트로 위고의 대결로 압축됐다. 지지율 1, 2위 대선 후보들이 본받고 싶은 인물로 보았을 때 그렇다는 말이다. 정치인들이 본받고 싶은 인물은 문제의식의 출발점이자, 지향하는 목표이기도 하다. 프랑스 역사전문지 ‘이스토리아(Historia)’ 4월호가 대선 후보들에게 물은 역사적 인물 중에서 누구를 존경하느냐는 질문을 던졌다. 평소 잔다르크를 동경한다고 밝혀왔던 극우 민족전선(FN)의 마린 르펜 후보는 의외로 루이 13세의 재상이었던 리셜리외를 택했다. 프랑스 전성기의 철로를 깐 사람이기 때문이란다. 르펜은 “리셜리외의 초상화를 사무실에 두고 있.. 2017. 5. 2.
프랑스판 강남좌파...대선 유력주자 마크롱 인물탐구 프랑스 대선의 유력한 후보로 떠오른 중도 ‘전진!’의 에마뉘엘 마크롱 후보가 지난 4월 26일 프랑스 북부의 쇠락한 산업지역 아라스를 찾아 연설을 하고 있다. 마크롱은 “(극우 민족전선의 마린)르펜은 증오와 공포를 조장하며 거짓말을 일삼으면서도 해답을 제시하지 않고 있다”고 비난했다. 5월7일 결선투표일이 다가오면서 프랑스 대선은 갈수록 상대방 헐뜯기 국면으로 바뀌고 있다. 아라스/EPA연합뉴스 한국 대선 투표일 이틀전인 5월7일 결선투표를 벌이는 프랑스 대선은 중도 ‘전진!(EM!)’의 에마뉘엘 마크롱 후보(39)와 극우 민족전선(FN)의 마린 르펜 후보(48) 간의 대결로 좁혀졌다. 이중 마크롱은 엘리제궁의 대통령 비서실 부실장 2년과 경제장관 2년의 일천한 경력 끝에 유력 후보로 떠올랐다. 그는 누.. 2017. 5. 1.
선명한 포퓰리즘과 흐릿한 중도 사이에 놓인 프랑스 포퓰리즘은 유권자의 눈높이에 더 빨리, 더 가까이 다가간다. 극우 민족전선(FN)의 마린 르펜 후보가 결선투표 진출이 확정된 다음날인 4월24일 곧바로 재래시장으로 달려가 상인들과 함께 하는 시간을 가졌다. 반면에 중도 ‘전진!’의 젊은 엘리트, 에마뉘엘 마크롱은 1차투표 승리 축하 저녁을 먹는 장면이 언론에 노출된 뒤 다른 활동현장을 트위터에 올려놓지 않고 있다. 르펜은 이날 국영 프랑스2 TV인터뷰에서 “모든 국민의 대통령이 되겠다”면서 FN의 당대표직을 내려놓겠다고 선언, 배수의 진을 쳤다. |마린 르펜 트위터 ■안심할 수 없는 마크롱의 우세 프랑스 여론조사기관들이 1차 투표 때처럼 정확하게 결과를 예측한다면, 결선투표의 결과는 예상이 어렵지 않다. 마크롱은 60~64%의 득표율로 36~40%에 그.. 2017. 4. 26.
마크롱의 승리? 프랑스 대선 결과 뒤집어보기 보기에 따라 다르다. 프랑스 대선 1차투표 결과를 놓고 세계는 서둘러 중도파 에마뉘엘 마크롱의 승리로 결론지었다. 중도우파 공화주의자들의 프랑수아 피용을 필두로, 중도좌파 사회당의 브누아 아몽 등 주요 후보들이 중도 ‘전진!(En Marche!)’의 에마뉘엘 마크롱 지지를 선언하면서 결선투표는 벌써 끝난 듯한 분위기다. 유럽연합(EU)과 국제자본시장을 비롯해 세계화체제를 지탱하는 제도(establishment)들이 경쟁하듯이 마크롱 지지를 표방하고 있기도 하다. 하지만 1차투표 결과를 뒤집어 보면 상황이 달라진다. 득표율 1위와 4위 차이가 고작 4.2%, 누구도 압도하지 못했다 극우 민족전선(FN)의 마린 르펜 후보는 유권자 21.43%를 득표했다. 1972년 창당 이래 최대 기록인 770만명의 표를 .. 2017. 4. 25.
어떤 국가를 꿈꾸는가-프랑스 대선후보들이 꿈꾸는 국가 정체성 ■마크롱과 르펜의 대결은 익숙함과 낯섬의 대결 23일(현지시간) 1차 투표가 치러진 올해 프랑스 대선은 무엇보다 국가의 정체성을 결정짓는 선거다. 테러위협과 이민자 문제, 양극화와 경제정책, 유럽연합통합 및 세계화에 대한 해석을 놓고 후보들마다 지난 몇 달 동안 날선 토론을 벌여왔지만 그 핵심을 꿰뚫는 열쇳말은 단연 ‘국가의 정체성’이다. 주요 대선후보 4명의 발언과 공약에 드러난 4인4색의 정체성은 1차 투표의 결과와 상관없이 향후 프랑스가 나아갈 길에 대한 방향성을 가늠해 볼 수 있는 잣대이기도 하다. 프랑스의 정체성을 가장 앞세운 극우 민족전선(FN)의 마린 르펜 후보(48)는 “프랑스 문명이 위기에 처해 있다”고 경고음을 울려왔다. 그는 무슬림 이민자들 탓에 프랑스의 가톨릭 전통이 허물어지고 있다.. 2017. 4. 24.
프랑스 대선, 11개의 당이름에 담긴 프랑스의 고민 올해 프랑스 대선에 출마한 후보 11명의 얼굴. 윗 열 왼쪽부터 ‘노동자의 투쟁’의 나탈리 아르토, ‘인민공화연맹’의 프랑수아 아셀리노, ‘연대와 진보’의 자크 슈미나드, ‘일어서라 프랑스’의 니콜라 듀퐁에냥, ‘공화의자들’의 프랑수아 피용, 사회당의 브누아 아몽후보. 아랫열 왼쪽부터 ‘저항하자!’의 장 라살르, 민족전선의 마린 르펜, ‘전진!’의 에마뉘엘 마크롱, ‘굴복하지 않는 프랑스’의 장 뤽 멜랑숑, ‘반자본주의 신당(NPA)’의 필립 푸투 후보다. 지난 4월13일 촬영한 사진들이다. EPA/연합뉴스 ■ ‘당 이름’의 정치학 프랑스 대선에 출사표를 던진 후보는 모두 11명이다. 이중 여성은 극우 민족전선(FN)의 마린 르펜과 극좌 ‘노동자의 투쟁(LO)’의 나탈리 아르토 등 2명이다. 흥미로운 것.. 2017. 4. 23.
자본시장은 왜 포퓰리즘을 두려워하나 이번 프랑스 대선에 출마한 후보 11명. 윗열 오른쪽에서 두번째의 프랑수아 피용과 아랫열 왼쪽 두번째부터의 마린 르펜, 에마뉘엘 마크롱, 장 뤽 멜랑숑 등 4명이 주요후보이다. EPA연합뉴스 ■“늑대가 온다” 유권자를 겁박하는 ‘선거판의 양치기들’ 어차피 선거판에는 양치기들이 판을 친다. 서로 다른 후보가 당선되면 “국가가 위협에 빠진다”고 위협한다. 그러면서 민주주의를 내세운다. 프랑스 대선도 예외는 아니다. 후보들마다 자신 만이 풍전등화에 처한 국가를 살릴 수 있다면서 다른 후보들을 위협의 원천으로 지목한다. 극우 민족전선(FN)의 마린 르펜(48)은 무슬림 이민자들을 이대로 방치한다면 “프랑스적인 삶은 물론 프랑스 문명이 위기에 처할 것”이라며 위협하고 있다. 중도 ‘전진(앙마르슈!)’의 에마뉘엘 .. 2017. 4. 21.
[멜랑숑의 좌파 포퓰리즘2]프랑스 좌파 포퓰리즘의 전위에는 분노한 노인들이 있다 좌파 연대 ‘굴복하지 않는 프랑스’의 대선후보 장 뤽 멜랑숑이 지난 4월16일 프랑스 남서부 툴루즈에서 연설을 하고 있다. 툴루즈/EPA연합뉴스■분노한 노인들이 거리로 나왔다. 청년들을 만났다. 좌파 포퓰리즘은 극우 포퓰리즘의 대안으로 부상한 것이 아니다. 전혀 다른 세계관에서 등장해 세를 늘려왔다. 흥미로운 사실은 각국의 좌파 포퓰리즘의 핵심에 분노한 노인들이 있다는 점이다. 프랑스의 좌파 포퓰리즘을 말할 때 빼놓을 수없는 것이 2013년 95세를 일기로 타계한 ‘영원한 레지스탕스’ 스테판 에셀이다. 에셀은 92세 때인 2010년 라는 소책자를 발간, 유럽 판 ‘월스트리트 점령 시위’의 지침을 내렸다. 지난 해 미국 대선 판에서 돌풍을 일으켰던 버니 샌더스 상원의원은 올해 76세다. 프랑스 대선에서 무.. 2017. 4. 19.
[멜랑숑의 좌파 포퓰리즘1]프랑스 대선판을 뒤흔드는 또 하나의 돌풍 프랑스 대선에서 또다른 돌풍으로 등장한 극좌 ‘굴복하지 않는 프랑스(La France insoumise)’의 장 뤽 멜랑숑 후보의 선거공약집 표지. 상단에 ‘인민의 힘’이라고 써 있다. ■‘잊힌 그들’이 열광하는 또다른 포퓰리즘 종반으로 치달은 프랑스 대선에 마린 르펜(48)의 돌풍에 이어 또 하나의 돌풍이 등장했다. ‘굴복하지 않는 프랑스(프랑스 앵수미즈·La France insoumise)장 뤽 멜랑숑 후보(65)가 주역이다. 멜랑숑은 4월8일 발표된 BVA 여론조사 결과 멜랑숑과 중도우파 공화당의 프랑수아 피용(63)은 각각 19%로 공동 3위를 한 뒤 조사에 따라 피용을 1% 정도 앞선 단독 3위도 기록하고 있다. 민족전선(FN)의 르펜과 중도 ’전진(앙 마르슈·En Marche!)의 마크롱(38.. 2017. 4. 14.
[마린의 포퓰리즘은 어떻게 성공했나 3]현실이 된 포퓰리즘, 언제까지 타자화할 것인가 분노와 불만의 시대는 느닷없이 오지 않았다. 오래된 현재다. 마찬가지로 마린 르펜의 부상은 개인기에 의한 것 만이 아니다. 세계적 흐름과 겹친다. 21세기에 접어들면서 어느 나라건 세계화의 패배자들이 많아지면서 쌓여온 문제다. 극우 본색 완화한 선거공약 프랑스의 경우 2012년 대선에서 이미 그 전조가 농후했었다. 2002년 대선에서 장마리 르펜이 결선투표에 진출했던 것도, 민족전선(FN)이 소멸직전에 몰렸다가 월스트리트 발 금융위기가 확산됐던 2008년 이후 되살아난 것도 글로벌 흐름과 맞물린다. 하지만 아무리 당의 체질을 개선하고, 내용을 더했다고 해도 FN의 극우 본색은 여전하다. FN이 레조하스(Les Horaces)의 도움을 받아 내놓은 대선공약을 뒤져봐야 할 필요가 여기에 있다. 대선공약집 ‘.. 2017. 4. 13.
[마린의 포퓰리즘은 어떻게 성공했나 2] ‘잊힌 그들’의 마음을 얻다 잊힌 그들, ‘클리넥스 노동자’들의 분노 프랑스가 독일로부터 빼앗은 알사스-로렌 지방의 아양주. 철광석을 제련해 산업화를 이끌었던 프랑스 중공업의 발상지이지만 지금은 녹슨 기계들만 가득찬 빈 공장들이 많아졌다. 최근 15년 동안 프랑스 산업계에서는 15만개의 일자리가 없어졌다. 이보다 훨씬 더 많은 노동자들이 당장 실업상태는 아니더라도 일자리의 안전이 위협받고 있다. 프랑스의 유로존 가입은 막연한 유럽회의론이 아니라 실질적으로 저속득층의 생계를 위협하는 원인의 하나다. 아양주에서는 광부들의 일자리도 줄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대선승리에 오하이오주를 비롯한 러스트벨트 지역 노동자들의 지지가 있었다면 마린 르펜의 부상에는 프랑스 북부와 동부의 낙후된 산업지대의 노동자들의 지지가 동력이 됐다. 전통.. 2017. 4. 5.
[마린의 포퓰리즘은 어떻게 성공했나 1]"4월 마지막 일요일엔 파란장미를..." “나는 사회적으로 좌파이고, 경제적으로 우파이다. 하지만 무엇보다 ‘대한민국’ 국가주의자다.” 이데올로기가 사라진 시대라고 하지만 누군가 이런 구호를 내민다면 꽤나 주목을 받지 않을까. 국민경제의 성공이 민생의 토대라는 주장으로 ‘경제적 우파’를, 경제전쟁의 패배자들을 보듬겠다는 의미에서 ‘사회적 좌파’를 자임함으로써 좌·우를 아우르고 있음을 말해준다. 그러나 인용문구의 ‘대한민국’ 대신에 ‘프랑스’를 넣어야 한다. ‘공화국의 악마’로 지목됐던 ‘장마리의 FN’에서 믿음직한 ‘마린의 FN’으로 이 구호는 전후 프랑스 정계에서 ‘꼴통 중의 꼴통’으로 꼽히는 민족전선(FN)의 초대 대표인 장마리 르펜이 2002년 대선 무렵에 내놓은 화두다. “무엇보다 프랑스 국가주의자”를 자칭한 것이다. 당시 장마리는 1차.. 2017. 4. 4.
프롤로그-우리가 알던 프랑스는 없다 입력 : 2017.03.29 17:38:00 프랑스 남부의 고도, 아비뇽 시내 전경. 겉으로는 한가로워 보이지만 이미 수년전부터 치안상황이 불안해 밤길 산책이 어려워졌다고 한다. 사진 아비뇽시 홈페이지 ■불안해진 아비뇽의 밤길 산책‘ 여름휴가철 미국 플로리다주 에버글레이즈 국립공원에서 여행온 프랑스인 가족을 만나 두어시간 대화를 나눌 기회가 있었다. “프랑스인들은 영어를 못하는 것이 아니라, 안하는 것”이라는 말은 틀렸다. 그들에게도 영어는 쉽지 않은 외국어다. ‘불어의 자존심‘ 따위는 없다. 1990대 부터 파리 시내 매종데그자멩(시험장) 마다 토플시험을 보려는 학생들이 장사진을 이루기 시작했다. 이제는 영어 잘하는 사람을 부러워한다. 여유만 되면 자녀들을 어학연수를 보내서라도 영어를 익히게 한다. 영.. 2017. 3. 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