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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반도, 오늘91

'아베의 일격', 약이 될 수도 있다 나라가 혼란스러울 때 등 뒤에 화살을 쏘아선 안된다. 구한말 조선의 지식인들이 느꼈을 국가적 위협은 한두 가지가 아니었을 게다. 그중 무엇을 가장 큰 위협으로 보았느냐에 따라 생각과 행동이 달라졌다. 나라를 상속재산쯤으로 여겼던 봉건 왕가의 피붙이들과, 왕실과의 혼인으로 권력과 재력의 로또를 맞은 민씨 일족에겐 재산권 침해가 가장 큰 위협이었을 게다. 나라의 운명 따위는 안중에 없었다. 녹두장군 전봉준에게 위협은 ‘사람을 하늘로 여기지 않는’ 부패한 관리들이었고, 국권 침탈을 노리는 외세였다. ‘극단의 시대, 합리성에 포획된 근대적 인간’(역사학자 김윤희) 이완용이 을사늑약과 한일합방을 주도하면서 내세운 논리는 두 가지였다. 을사늑약 반대론자들에 대해 “가령 저들처럼 충성스럽고 의로운 자들이 나라 안에 .. 2019. 7. 22.
'트럼프의 판문점'은 역대 미국 대통령들과 무엇이 다를까 “많은 나라들이 회담 장소로 검토되고 있다. 하지만 남북의 경계에 있는 판문점 ‘평화의집’이 제3국보다는 더 표상적(representative)이고, 중요하며, 영속적인 곳이 아닐까? 그냥 한번 물어본 것!”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해 4월 말,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의 사상 첫 정상회담 장소로 판문점을 염두에 두고 있음을 밝힌 트위터 메시지다. 트럼프 대통령이 판문점에 관심을 두었던 까닭은 ‘축제’를 염두에 두었기 때문이다. 그는 “어떤 사람은 (판문점을) 싫어하고, 어떤 사람은 아주 좋아하지만 내가 좋아하는 까닭은 거기에서 무언가 일이 잘되면 엄청난 자축을 해야 할 장소는 제3국이 아니라 바로 그곳이기 때문이다”라고 말했다. “미국은 한반도와 관련해 잠재적으로 무언가 일어나게 할 수 있는 .. 2019. 6. 28.
북·러 접경 하산을 가다 2, 러시아는 왜 집요하게 한반도를 열망하나. 지난 7일 오후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 국제공항. 한 무리의 북한 청년들이 청사 앞 광장에서 담배를 피우고 있었다. 다가가 말을 건네니 “오늘 아침에 평양에서 비행기를 타고 막 도착했다”고 한다. 평양~블라디보스토크 간에는 고려항공이 주 2회 취항하고 있다. 소요 시간은 1시간20분. ‘열차 편으로는 시간이 얼마나 걸리냐’고 묻자, 피식 웃으면서 “몇 시간이 아니라 며칠 걸립니다”라고 말했다. 23세라고 나이를 밝힌 한 청년에게 ‘학생이냐’고 묻자 “그렇다”고 짧게 답했다. “(블라디보스토크 루스키섬의) 극동연방대학에 다닌다”면서 “전공은 설계”라고 말했다. 잠시 머뭇거리는 사이에 그는 불쑥 담배를 갑째 바꾸자고 제안했다. 그가 건넨 담뱃갑의 상표에 눈길이 꽂혔다. ‘평화’였다. 북한 사람들에게 러시아는 .. 2019. 6. 14.
북-러 접경 하산을 가다1. 한국 기다리는 러시아, 북한 기다리는 한국 “그냥 왔었다.” 지난 6일 오후 러시아 프리모르스키주(연해주)의 하산역. 역장을 대신해 나온 중년의 역무원 타티아나는 지난 4월24일 하산역에 내려 러시아 땅을 처음 밟은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에 관한 몇 가지 질문에 단 한마디 답변만 내놓았다. 다른 질문엔 입을 닫았다. 전용열차에서 내린 김 위원장은 하산역 앞에서 빵과 소금을 대접받았다. 일반인의 접근이 통제되는 군사지역 특유의 통제된 분위기가 감돌고 있었다. 눈앞에 빤히 보이는 야트막한 야산에 오르면 두만강 건너 북한 땅이 보이련만, 역 관계자들은 역사에서 30여m 떨어진 선로 위 육교에 오르는 것만을 허용했다. 육교에선 두만강 위에 놓인 ‘조선-로씨야(북-러) 우정의 다리’의 난간 지붕만 시야에 들어왔을 뿐, 강을 볼 수 없었다. 다리 옆 조-로.. 2019. 6. 13.
대북 식량지원? 배고픈 아이들 놓고 정치하는 어른들 ‘배고픈 아이는 정치를 모른다(A hungry child knows no politics).’ 로널드 레이건 전 미국 대통령이 남긴 이 한마디는 인도적 지원, 특히 식량위기에 처한 나라에 지원을 해야 한다는 명제가 됐다. 또 하나의 황금률은 정치적 사안과 인도적 사안의 분리다. 레이건이 누구인가. 소련을 ‘악의 제국’이라고 했던 인물이다. 그런 그가 냉전의 정점에서 ‘악의 제국’이 후원하는 공산주의 독재자 멩기스투가 통치하던 에티오피아에 식량지원을 결정하면서 위와 같은 명언을 남겼다. 하지만 레이건의 한마디에는 생략된 뒷문장이 있을 법하다. ‘배부른 어른은 정치를 너무 잘 안다(A fat grown-up knows too much politics)’가 아닐까 싶다. 지난 5월3일 유엔 식량농업기구(FAO.. 2019. 5. 31.
베이징, 블라디보스토크는 간이역일 뿐, '평화'의 종착역은 워싱턴이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중국 베이징을 거쳐 평양에 당도한 것은 19년 전이었다. 사상 첫 남북정상회담 한 달 뒤, 세계의 이목이 한반도에 쏠린 2000년 7월19일 평양 순안공항에 도착한 푸틴 대통령은 김정일 국방위원장과의 정상회담에서 북한의 장거리미사일(ICBM) 시험발사 유예 약속을 받아냈다. 평화적 목적의 우주 발사체를 러시아가 제공하는 것을 전제로 한 약속이었다. 푸틴의 방북은 볼셰비키 혁명 이후 러시아 지도자가 처음으로 북한 땅을 밟은 ‘사건’이었다. 푸틴의 여로는 다소 의도적이었다. 러시아 대통령에 처음 취임한 지 두 달 만에 나선 화려한 외출이었다. 장쩌민 주석과 베이징에서 러·중 전략적 동반자 관계를 재확인한 뒤 평양에 들렀다가 일본 오키나와로 향했다. 주요 8개국(G8) 정상회의.. 2019. 4. 26.
볼턴이 하노이에서 건넨 노란봉투는 과연 항복문서일까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지난 1일 베트남 하노이의 대통령궁에서 열린 공식 환영행사에 참석하고 있다. 김 위원장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의 정상회담 뒤 이틀간 베트남을 친선공식방문했다. 하노이/EPA연합뉴스 길이 보이지 않는다. 하노이에서 열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2차 북·미 정상회담이 결렬된 지 보름이 지났다. 어느 정도 먼지가 가라앉을 시간이 됐건만 이 경우엔 아닌 것 같다. 시야가 뿌옇다. ‘과연 하노이에서 무슨 일이 있었을까’에 쏠렸던 관심의 초점은 ‘과연 평양에서 무슨 일이 진행되고 있을까’로 이동했다. 실체가 보이지 않으니 ‘이미지’가 크게 보이는 것일까. 지난주부터 언론은 평안남도 철산군 동창리 미사일 발사장(서해 미사일 발사장)과 평양 산음동 미사일 .. 2019. 3. 15.
베트남, 김일성의 길 김정은의 길 1958년 11월 말, 중국 베이징역에서 동아시아 분단국의 지도자가 열차에 올랐다. 김일성 주석의 첫 베트남 방문길이었다. 열차 편으로 베이징에서 우한을 지나 광저우에 도착한 뒤 저우언라이의 전용기로 하노이 땅을 처음 밟았다. 비행기로 중국 항저우, 상하이 등을 거쳐 귀국했다. ‘죽의 장막’이 두껍던 시절이다. 그다지 세계의 주목을 받지 못했을 게다. 반면에 지난달 23일 오후 늦게 평양역을 출발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전용열차는 시종일관 세계의 주목을 받았다. 김 위원장의 이번 베트남 방문길은 김 주석의 첫번째 여정과 사뭇 달랐다. 김 주석이 중국 지도부를 만나기 위해 경유했던 베이징과 광저우 등 대도시를 우회, 최단거리를 택했다. 평양~단둥~선양~톈진~스자좡~우한~창사~헝양~구이린~류저우~난닝 코스였다.. 2019. 3. 1.
북한의 미래, 베트남에서 온 편지 베트남에서 온 편지 지난 1월30일 베트남 하노이의 한 기념품점에 베트남 국기인 일성홍기 티셔츠와 함께 마르크스와 레닌의 초상화가 담긴 원형 사진이 걸려 있다. 2월들어 하노이가 북·미 정상횓마 장소로 발표된 뒤 북한 인공기와 미국 성조기가 기념품점마다 새로 들어섰다.“베트남을 북·미 정상회담 장소로 정한 것은 북한이 이미 하나의 승리를 거뒀음을 의미한다. 미국으로 하여금 북한에 우호적인 땅에서 회담을 여는데 동의를 받아냈기 때문이다. 미국이 희망했던 다낭이 아닌 하노이를 선택한 것 역시 북한에게는 또다른 승리다. 물론 북한이 핵무기를 포기한다면 베트남은 개발모델이라는 점에서 미국에도 나쁜 선택이 아니다. 지역과 국제무대에서 위상을 높이는 기회가 절실한 베트남에도 좋은 선택이다. 결코 중단되지 않을 중국.. 2019. 2. 27.
북한은 '제2의 베트남'이 될 수 있을까 “베트남 전쟁 당시 나는 어린아이였다. 우리 모두는 매일 밤 TV에서 월터 크롱카이트가 이곳에서 벌어진 뉴스를 전했던 걸 기억한다. 우리 동네에서도 많은 가정의 아들과 아버지가 베트남에서 집으로 돌아오지 못했다. 미국과 베트남 역사에서 어려운 시기였다. 그런 내가 미국 국무장관으로 하노이를 찾게 될 것이라고는 당시엔 상상하기 어려운 일이었다.” ■북한과 베트남, 그리고 미국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이 지난해 7월8일 베트남 하노이의 소피텔 메트로폴 호텔에서 한 연설의 한 단락이다. 그는 국무장관으로 베트남을 처음 방문한 소회를 전하면서 1995년 수교 이후 미국과 베트남이 경제적, 외교적, 군사적으로 긴밀한 관계가 됐음을 수치를 들어가며 강조했다. 하지만 미국과 베트남 관계는 연설의 도입부에 불과했.. 2019. 2. 15.
4차 북중정상회담이 '세계사적 사건'? 기로에 선 북한에 중국은 무엇일까 신년 벽두에 단행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전격적인 중국 방문은 올 한해 한반도 문제의 전개에 무거운 시사점을 던진다. 조짐이 그리 좋지 않다. 지난해 한반도 평화의 과제를 남북·미 정상이 톱다운(Top-Down) 방식으로 끌어왔다면, 올해는 중국이 포함된 다자구도가 전개될 수 있음을 예고한다. 한반도의 운명을 결정할 문제가 미·중 간 ‘강대국 정치’에 포획됨으로써 지난해 문재인 대통령의 적극적인 중재외교로 틀을 갖춘 북한-(한국)-미국의 3각 구도 대신, 미국-북한-중국의 3자 구도가 전면에 등장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이를 용납할지는 미지수이지만 북·중 정상회담에서 중국의 ‘적극적 요소(要素·8일 중국 외교부 루캉 대변인)’가 확인된 것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북·.. 2019. 1. 11.
트럼프와-김정은의 '이상한 로맨스', 사랑한다면서 왜 '곁'을 내주지 않나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 15일 백악관 앞에서 우산을 쓴 채 기자들의 질문을 듣고 있다. 플로리다주의 허리케인 피해현장을 둘러보기 위해 나선 길이라 점퍼 차림이다. 워싱턴 | 로이터연합뉴스 “북한 문제에 대해 이야기하자고? 흠. 지금까지 엄청난 성취를 이뤘다. (지금까지만?) 모든 것이 끝나기 전까지는 언제나 지금까지다. 거래는 거래다. OK? 부동산 거래든, 소매물품 거래든 마찬가지다. 내가 대통령에 취임하기 전까지 미국은 북한과 전쟁을 하려 했다. 취임 초기 몇달 동안에도 우리는 북한과 전쟁으로 가고 있었다. 하지만 그(김정은 국무위원장)도, 우리도 전쟁을 원치 않는다. 더 이상 미사일 발사도 없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 15일 CBS방송의 시사프로그램 에서 말한 내용이다. 대.. 2018. 10. 19.
아베 신조에게 북한은 과연 무엇일까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 달 26일(현지시간) 뉴욕의 롯데뉴욕팰러스 호텔에서 아베 신조 일본 총리와의 미·일 정상회담 기자회견을 갖는 자리에서 불쑥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으로부터 받았다는 편지를 품속에서 꺼내들어보이고 있다. 뉴욕/AP연합뉴스 아베 숙원 북·일 납치문제 협상, 폼페이오 방북으로 ‘신호 대기’우리에겐 국치일이었던 지난해 8월29일 오전 6시2분. 일본 홋카이도 주민들의 손전화에 긴급 경보가 떴다. 북한이 이날 중장거리탄도미사일(IRBM) 화성-12형을 일본 영토 위로 발사하자 재난 및 긴급상황을 통보하는 ‘J-얼럿(Alert)’ 시스템이 발동된 것이었다. 아베 신조 일본 총리의 대처 방식은 괴이하기 짝이 없었다. 국민적 불안을 다독이기는커녕 되레 불안을 증폭시켰다. 지난해 4월13.. 2018. 10. 5.
한반도 문제 '주도자'에서 '중재자'로, 서글프지만 현실 방북일정을 마친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20일 양강도 삼지연 공항에서 공군2호기에 탑승해 활주로에서 배웅하는 북측 인사들을 창밖으로 내다보고 있다. 김정은 국무위원장과 리설주 여사의 모습이 보인다. 평양사진공동취재단·서성일기자 centing@kyunghyang.com #남북의 길, 열강의 길 “미국은 위대한 힘과 인내력을 갖고 있다. 하지만 미국과 동맹국들을 방어해야만 한다면 북한을 완전히 파괴하는 것 외에 다른 선택지가 없을 것이다. 로켓맨은 자신과 자신의 정권을 놓고 자살임무를 수행하고 있다. 미국은 준비돼 있고, 용의가 있으며 능력도 있다. 하지만 (군사행동이) 필요하지 않기를 희망한다. 북한은 비핵화만이 유일하게 받아들일 수 있는 미래라는 사실을 깨달을 때가 됐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 2018. 9. 21.
시진핑은 왜 하필 그날, 서해를 응시했을까 #한 장의 사진 지난 6월12일 중국 산둥성 류궁(劉公)도. 세계의 이목이 싱가포르에서 열린 북·미 정상회담에 쏠려 있던 그날, 시진핑 주석은 산둥성 류궁도에 있었다. 상하이협력기구(SCO) 정상회의가 전날 끝났지만 하루 더 머물며 주변의 옛 청나라 북양함대의 유적지를 돌아봤다. 그날 신화통신이 배포한 사진 속에서 점퍼 차림의 시 주석은 해안가 언덕에 서서 바다를 바라보고 있었다. 사상 첫 북·미 싱가포르 대좌에 예민해진 탓이었을까. 의도적으로 연출한 사진이 분명했지만 숱한 생각을 자아내게 했다. 그가 바라보던 서해 건너에 한반도가 있기 때문이다. #두 번의 중국 탓 싱가포르 대좌를 앞둔 지난 5월22일, 백악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한·미 정상회담 기자회견 자리에서 느닷없이 중국 탓을 늘어놓았.. 2018. 9. 7.
북중 접경지 단둥을 가다 2, "남북 간이 열 걸음이면, 북중 간은 한 걸음" 수풍댐 인근 북한 마을 압록강을 사이에 두고 중국 단둥과 마주한 북한 신의주, 의주군, 삭주군, 창성군은 강폭에 따라 서로 개짖는 소리가 들릴 정도로 가깝다. 수풍댐 인근 북한 마을의 전경이다. 강가에는 뗏목을 거두는 녹슨 장비가 설치돼 있다. 김일성 주석 3대의 이름이 들어간 구호가 산록에 보인다. 이준헌 기자 ifwedont@kyunghyang.com 북의 선택, 개성보다 신의주인 이유 ‘남북경색 경험’ 한반도에서 황해로 흐르는 강의 물줄기는 독립적이지 못하다. 더 ‘큰물’에 따라 역류한다. 압록강도 마찬가지였다. 조수간만의 차에 따라 밀려가고, 밀려온다. 겨울엔 임진강처럼 유빙(流氷)이 떠다닌다. 북·중 국경의 쌍둥이 도시, 단둥(丹東)과 신의주의 운명과 같다. 지난 7일 오전 단둥시내에서 80여㎞.. 2018. 7. 17.
북중 접경지 단둥을 가다1, 압록강 넘어온 '북한 바람'... 변화는 아직 물 밑에서만 일렁였다 압록강의 중국 관광보트 지난 6일 중국 단둥에서 압록강 너머로 바라본 북한 신의주. 정박해 있는 북한 배 앞에 중국의 관광보트들이 지나가고 있다. 이준헌 기자 ifwedont@kyunghyang.com “아버지는 왜 안 나오나….” 금요일이던 지난 6일 오후 4시36분 단둥(丹東)역 출구. 평양에서 출발한 국제열차에서 내린 북한 주민들이 하나둘씩 보이기 시작했다. 30대 엄마와 함께 북한에서 오는 아빠를 기다리던 예닐곱 살 된 아이의 말에는 평안도 억양이 묻어나왔다. 북한 주민들은 세관검사 탓에 중국인 승객들보다 나오는 시간이 조금 더 걸렸다. 엄마는 “(아버지가) 짐이 많아 그래”라면서 난간에 올라서서 목을 길게 빼며 기다리는 아들을 달랬다. 아이는 “아냐, 뚱뚱해서 그래”라며 흘려버린다. 잠시 후 모.. 2018. 7. 17.
남북 공동의 미래? 이번엔 나도 트럼프의 '베이스'가 되고 싶다 “어, 저건 뭐지?” 역사적인 북·미 싱가포르 대좌가 끝난 지난 12일 싱가포르 카펠라호텔의 기자회견장.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기자회견을 기다리던 각국 취재진이 웅성거리기 시작했다. 느닷없이 연단 옆의 대형 스크린에서 막 방영된 동영상에서 한국어 육성이 나왔기 때문이다. “데스티니 픽처스(Destiny Pictures)가 내놓는 기회의 이야기. 하나의 새로운 이야기, 하나의 새로운 시작. 하나의 평화, 두 명의 지도자, 하나의 운명(Two leaders, one destiny).” 잠시 혼란이 지난 뒤 기자회견장에는 묵중한 바리톤의 영어 내레이션이 흘러나왔다. 바로 트럼프 대통령이 정상회담 도중 자신의 아이패드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에게 보여주었다는 동영상이었다. “지금 살아 있는 사람들 중에서.. 2018. 6. 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