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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민언론 민들레(Dentdelion)/우크라이나 전쟁

전쟁 2년, '유럽의 빵바구니'서 배곯는 나라 된 우크라이나

by gino's 2024. 3. 15.

'유럽의 빵 바구니'로 불리는 우크라이나가 배고픔에 직면하는 어처구니없는 상황이 도래했다. 비옥한 흑토를 갖고 있지만, 전쟁 와중에 수확과 유통이 쉽지 않음에 따라 식량 부족국이 된 것이다. 이스라엘군의 지상군 투입으로 전대미문의 민간인 학살이 벌어지고 있는 가자지구 주민들은 4명에 1명 꼴로 치명적인 굶주림에 놓인 것으로 확인됐다.

유엔 식량농업기구(FAO)의 올해 첫 '작황 전망 및 식량 상황' 보고서 표지. 2024.3.8.

가자 지구 주민 50만 명 기근 상태

북한은 지난해 풍작이었다는 당국의 발표에도 불구하고 올해 상반기까지 식량부족이 예상된다. 유엔 식량농업기구(FAO)가 지난 8일 발표한 올해 첫 '작황 전망 및 식량 상황' 보고서에 드러난 현황이다. FAO는 올해 세계 곡물 시장의 수급이 안정세를 보일 것으로 전망했다.

주요 곡물 수출국인 우크라는 유럽에선 유일하게 세계 45개 식량 부족국의 하나로 분류됐다. 전쟁 탓에 지난해 곡물 생산이 평균 이하를 맴돌았다. 다행히 기상 조건이 양호해 밀 생산량이 전년에 비해 10% 늘었지만, 수확의 어려움과 판매 및 유통망의 붕괴가 원인으로 지목됐다.

우크라의 곡물 수출은 작년 하반기부터 식량 수출을 위한 해상 인도적 회랑이 복원되면서 활기를 띠었다. 작년 7월 '흑해 곡물 구상(BGI)'이 중단됐지만 상당 지역에서 복구된 덕이다. 우크라는 1월 현재 해바라기씨를 포함해 640만t의 농산물을 수출했는데 이 중 550만t이 항구를 통했다. 2023년 1월 현재에는 540만t 중 400만t이 해상 수출됐다. 현 수출 속도를 감안하면 우크라의 올해 수출량은 4300만t으로 전년 대비 14%가 줄어든 규모다. FAO는 크림반도와 돈바스 지방 등 러시아에 통합된 지역의 곡물생산량은 조사하지 않았다.

러시아군이 점령한 우크라이나 남부 마이우폴 항구에서 러시아 로스토프온돈 지방에 전달될 밀이 화물선에 선적되고 있다. 2023.10.25. [로이터 자료사진] 연합뉴스

우크라 '빵의 양극화' 

최근 5년 동안 연평균 우크라의 곡물 총생산량은 7000만t이고, 2022년 5550만t, 2023년 6000만t이었다. 그나마 2023/2024 양곡 연도에는 전년에 비해 8.1%포인트가 늘었다.

우크라 곡물산업협회(UGA)의 자체 집계로도 올해 곡물생산량은 줄어들 것으로 예상됐다. 곡물 생산·가공·수출업체 모임인 UGA는 올해 생산량을 7610만t(밀 2000만·옥수수 2630만·해바라기씨 1370만t)으로 예상한다고 발표했다. UGA 자체 집계에 따른 지난해 8260만t에 비해 7.9%포인트 낮은 수치다.

우크라는 여전히 식량 주요 수출국이다. 그럼에도 식량부족국으로 지정된 것은 사회, 경제적 여건 탓으로 돌릴 수밖에 없다. 그렇지 않아도 뿌리 깊은 부패 문제를 극복하지 못하고 있는 상황에서 부정부패의 또 다른 온상이 되는 것으로 추정된다. '빵의 양극화'로 귀결되는 것이다. 보고서는 우크라 국민 1760만 명이 여러 가지 인도적 지원이 필요한 상태로 분석했다. 국제이주기구(IOM)에 따르면 작년 12월 현재 370만 명이 국내 피난 중인 것으로 조사됐다.

러시아의 2023/2024년 곡물 수출량은 6300만t으로 2022/2023년에 비해 20% 늘 것으로 예상된다. 최근 5년 평균에 비하면 35%가 증가한 수치다. 

러시아 옴스크 지방에서 콤바인이 밀을 수확하고 있다. 2023.9.8. [로이터 자료사진] 연합뉴스

러시아 곡물수출량은 20% 증가 예상

FAO 보고서에서 팔레스타인 가자지구는 작년 10월 하마스 공격으로 촉발된 이스라엘군의 공격 탓에 절체절명의 식량 위기에 처해 있다. 2월 7일 현재 전체 220만 명의 인구가 전부 식량안보 등급(IPC) 3단계로, 50%(117만 명)는 IPC 4단계 상황으로 분류됐다. 최소 4명 중 1명(50만 명)이 IPC 5단계로 극심한 굶주림을 겪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작물 수확 능력도 무력화됐다. 전체 5단계의 IPC는 1단계 가벼운 수준에서 2단계 식량 스트레스, 3단계 위기, 4단계 응급상황, 5단계 기아로 나뉜다. 사우디아라비아와 이란 등 외세 개입으로 내전이 계속되고 있는 예멘도 2022년 마지막 조사 이후 인구의 절반가량인 1700만 명이 IPC 3단계의 식량 위기에 처해 있다.

북한은 낮은 식량 섭취 수준과 식사의 다양성, 경제발전 부진 등의 이유로 올해 상반기까지 식량부족을 겪을 것으로 전망된다. FAO가 해당 조사를 시작한 2007년 이후 18년째 '외부 식량자원이 필요한 국가'로 분류됐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작년 9월 최고인민회의 연설에서 "극심한 자연재해를 이겨내고 풍작을 거두고 있는 농업 발전의 놀라운 현실"을 언급했다. 조선중앙통신은 두 달 뒤 황해남북도와 평안남북도, 남포시 등 서해 공장지대에서 "최근 연간에 볼 수 없었던 높은 수확고를 기록했다"고 보도했다. FAO가 외부 식량자원이 필요한 국가로 지정한 45개국은 아프리카 33개국, 아시아 9개국, 라틴아메리카와 카리브해 2개국 유럽 1개국 등이다.

세계 쌀 생산량도 다소 늘어

한편 FAO는 올해 세계 곡물 수급 전망이 다소 양호할 것으로 전망했다. 지난해 곡물생산량이 28억 4000만t으로 전년 대비 1.1%(3040만t) 늘어난 덕분이다. 브라질·중국·미국 등의 옥수수 생산량이 전년보다 5.3% 늘어 2.3% 줄어든 밀 생산량의 부족분을 상쇄하고도 남는 것으로 평가했다. 2023/2024년 세계 쌀 생산량(도정 기준)은 5억 2620만t으로 2022/2023년에 비해 0.4% 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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