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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따라잡기]백악관의 목욕가운 논쟁

세계 읽기

by gino's 2017. 2. 28. 15: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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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가 젊은 시절 목욕가운을 입고 집안에 있는 사진들을 모아서 올려놓은 존 아라보시스의 트위터. 몇몇 언론은 ‘트럼프’가 가슴에 적힌 트럼프 호텔의 목욕가운 사진들을 올려놓았다. 일부 언론은 가슴에 ‘트럼프’라고 박힌 트럼프호텔의 목욕가운 사진들도 올렸다.

트럼프는 과연, 샤워뒤 가운 차림으로 TV를 보는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취임 이후 세계가 들썩이는 가운에 백악관과 뉴욕타임스가 뜬금없이 트럼프의 목욕가운을 둘러싼 진실공방을 벌이고 있다.

발단은 뉴욕타임스가 지난 5일 밤(현지시간) 트럼프가 새 집(백악관) 생활에 어떻게 적응하고 있는지 소개한 기사에서 비롯됐다. 타임스는 “트럼프는 통상 저녁 6시30분쯤 업무에서 손을 떼고 백악관 2층으로 올라가 휴식을 취한다. 부인 멜라니아와 아들 배런이 뉴욕에 머물고 있기 때문에 저녁엔 거의 혼자서 지낸다. 바로 트럼프가 끊임없이 트위터를 들여다보고 짧은 글을 올리는 시간이다. 목욕가운을 입은 채 TV를 보거나, 측근들에게 전화를 걸지 않을 때는, 새 집을 여기저기 돌아볼 것이다”라고 썼다.

백악관 출입기자들은 주요 언론의 보도에 대해 백악관 대변인들에게 확인하는 것이 일상이다. 션 스파이서 대변인은 다음날 출입기자들의 확인요청에 바로 목욕가운을 콕 짚어서 뉴욕타임스를 비난하고 나섰다. 스파이서는 “이 기사야말로 거짓뉴스(fake news)의 요약판”이라면서 “대통령은 목욕가운을 갖고 있다. (샤워 뒤) 가운을 걸치지 않는다고 결단코 말할 수 있다”고 했다. 대변인이 ‘결단코(definitely)’라는 결정적인 단어를 쓰는 것은 이례적이다. 이를 전한 공동취재단 기사의 제목이 ‘트럼프의 목욕가운’이었다.

대변인의 말을 듣고 고개를 끄덕이며 물러선다면 백악관 출입기자라고 할 수없을 것이다. 기자들은 스파이서의 발언이 끝나자마자 트위터에 트럼프가 젊은 시절 목욕가운을 입고 집에 있는 사진들을 올렸다.

뉴욕타임스도 7일 저녁 인터넷판 정치뉴스를 통해 “백악관 직원들은 목욕가운들을 비치해놓고 있다”고 반박했다. 이 신문이 보도했던 장문의 기사에서 트럼프의 새 집 살이 2주일의 세밀화는 일종의 양념이었다. 핵심은 고위급 참모진의 혼선과 트럼프의 충동적인 스타일 등 ‘트럼프 백악관’의 낯선 풍경을 전한 것이었다. 스파이서가 기사 중 유일하게 잘못된 팩트로 지목한 것은 목욕가운이었다. 그러면서 “뉴욕타임스 기사는 부정확한 팩트와 거짓말들로 얼룩됐다”면서 “대통령에게 사과해야 할 것”이라고 목청을 높였다. 트럼프 시대 백악관의 생경한 단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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