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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커스(당원대회)라는 방문판매

칼럼/워싱턴리포트

by 알 수 없는 사용자 2008. 1. 6. 10: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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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싱턴리포트 김진호 특파원

26세 청년 토크빌이 타운홀 미팅(마을회의)에서 목도한 미국 민주주의의 원형은 살아 있었다. 인터넷을 넘어 유튜브 동영상까지 정치도구로 등장한 세상이다. 간편해진 선거유세의 상식은 4년마다 돌아오는 대선 때마다 보기 좋게 깨진다. 지난 3일 아이오와주 코커스를 출발점으로 장거리 마라톤이 시작된 미국 대선을 지켜보면서 든 단상이다.

미국 대선의 향방을 보여주는 아이오와 코커스(당원대회)는 일종의 ‘방문판매’였다. 민주, 공화 양당의 후보들은 유권자를 일일이 찾아다니며 스스로를 판다. 공약과 철학, 이력, 도덕적인 품성 등은 모두 자신을 팔기 위한 ‘제품설명’에 다름 아니다. 양당 주요 후보들이 아이오와주를 찾은 횟수가 19~79회에 달한다. 하루 유세에 통상 5개 안팎의 이벤트에 참석하는 것을 감안하면 주민들과 대면할 기회가 수백번에 달한다. 한국 대선이 광고형, 전시용이라면 미국의 대선은 ‘대화형’이었다. 가장 인상적인 부분은 후보를 대하는 유권자들의 태도였다.

‘후보에게 바란다’ ‘당선자에게 바란다’는 식의 상향식 읍소와 주문이 쏟아지는 한국과 달리 미국 유권자들은 “당선되면 어떻게 할 거냐”는 질문을 던진다. 낮은 단계에서 검증 또 검증, 확인 또 확인의 끝없는 연속이다. 영락없이 면접관의 자세, 주인의 자세다. 힐러리 클린턴이 대선유세를 ‘취업(job) 인터뷰’라고 표현한 것도 무리는 아니다. 후보들은 ‘주식회사 미국’의 주주들 앞에 고단하게 자신을 팔아야 하는 것이다.

많은 아이오와 주민들은 “후보들과 눈을 보고 이야기를 나눠본 적이 있다”고 말한다. 어깨를 툭 치거나 악수하면서 살 ‘물건’을 만져본 사람들도 수두룩하다. 8일 예비선거를 하는 뉴햄프셔도 마찬가지다. 툭 하면 시장 상인들과 환경미화원, 양로원 등을 찾아가 살림걱정 시늉을 하는 한국과 달리 미국 대선후보들은 유권자들을 만날 때 늘 답을 준비해야 한다.

아이오와와 뉴햄프셔의 인구를 합해야 미국 인구의 1%를 약간 넘는다. 두 주 모두 백인의 비율이 압도적으로 높다. 이를 두고 대표성에 대한 비판도 제기된다. 하지만 두 주의 예비선거 결과가 미 대선의 풍향계가 되는 이유는 주민들이 많은 경우 눈으로 확인하고 때론 만져보기도 한 선택의 결과이기 때문이다.

프랑스 정치학자 알렉시스 토크빌의 관찰은 절반만 옳았다. 귀족·평민의 계급이 없어진 것에만 감탄하고 빈부의 차이를 덜 읽었다. 미국 민주주의는 늘 시장(市場) 다음에 온다. 전국 단위로 유세가 확대되면서 결국은 돈을 많이 뿌린 후보에게 유리하게 돼 있다. 이익집단의 로비가 평범한 백성의 소리보다 높다. 여전히 개신교와 비 개신교, 동성애와 낙태, 총기소유, 피부 색깔 등의 낡은 편견이 판단의 주요 근거이기도 하다.

하지만 미국 대선이 우리의 ‘약식 민주주의’에 던지는 시사점은 적지 않다. 출마선언을 인기 여자 탤런트의 결혼발표만큼이나 전격적으로 하고, 기껏해야 몇 달 ‘현장 발품’을 팔고 5년 대권을 거머쥐려는 한국에 비해 짧아야 1년, 길게는 몇년 동안 그 많은 ‘주인’을 일일이 찾아뵙는 성실성이 있어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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