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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은 곧 방러, 푸틴과 정상회담? NYT '이상한 보도'

시민언론 민들레(Dentdelion)

by gino's 2023. 9. 10. 11: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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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이달 중 러시아를 방문, 블라디미르 푸틴과 정상회담을 가질 것으로 예상된다고 뉴욕타임스가 4일 보도했다. 타임스는 익명의 미 행정부 및 동맹국 관계자들의 말을 인용해 김 위원장이 평양에서 아마도(probably) 방탄 열차를 타고 블라디보스토크로 이동해 푸틴 대통령을 만날 것이라고 전했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마지막 정상회담. 2019년 4월 25일 블라디보스토크에서 회담을 갖기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AP 연합뉴스

정보와 첩보가 뒤섞인 보도

핵심의제는 북한의 대러시아 포탄 및 대 탱크 미사일 판매와 러시아의 대북 핵추진잠수함 및 인공위성 기술 제공으로 보도됐다. 또 북한은 러시아의 식량 지원을 기대하고 있다고 전했다. 타임스는 북·러 정상이 오는 10일부터 13일까지 블라디보스토크 극동대학에서 열리는 동방경제포럼에 참석할 것이라고 전했다.

보도대로라면 김 위원장이 북한의 정권 창건 기념일인 9·9절 75주년 행사가 끝난 뒤 러시아행 전용열차에 올라야 한다.

타임스는 또 김 위원장이 블라디보스토크 인근의 러시아 태평양함대 모항(Pier 33)을 방문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김 위원장이 블라디보스토크 북쪽 1530㎞ 지점의 보스토치니 우주기지와 모스크바를 방문할 가능성도 제기됐다. 타임스는 8월 말 약 20명의 북한 대표단이 블라디보스토크를 거쳐 모스크바를 10일 동안 방문했다면서 첩보 당국자의 말을 인용해 김 위원장의 방러 준비로 보인다고도 전했다. 여기까지는 전부 익명의 소식통들의 말을 인용한 내용이다.

이와 관련, 에드리안 왓슨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대변인은 이날 성명을 내고 "북·러 '지도자급 직접 외교'가 예상된다"면서 "우리는 북한이 러시아와의 무기 협상을 중단하고 '대러 무기 공급을 하지 않는다'는 그동안의 공언을 지키기를 촉구한다"고 밝혔다. 

김정은 위원장의 방중은 뉴욕타임스가 기사에서 적시했듯이 아직 확인된 사실이 아니다. 첩보 수준에 머문다. 러시아 외교부와 북한 외무성은 어떠한 확인도 하지 않고 있다. 왓슨 대변인 역시 김 위원장의 방중을 '예상'되는 일로 전했다. 익명의 관계자들의 말과 달리 왓슨은 김 위원장의 방문 시점 및 방문 장소를 특정하지 않았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26일 평양을 방문한 세르게이 쇼이구 러시아 국방장관과 함께 '무장장비전시회-2023'를 참관하던 중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뒤에 보이는 무기는 북한이 핵어뢰라고 주장하는 '해일'로 추정된다. 2023.7.26. 조선중앙TV화면 연합뉴스

마지막 북·러 정상회담은 2019년 4월

코로나19 대유행으로 4년 넘게 정상외교를 중단했던 김 위원장의 방중, 방러 개연성은 다분하다. 7·27 전승절(정전기념일)에 나란히 평양을 방문한 러시아 군사대표단과 중국 당·정 대표단은 각각 푸틴 대통령과 시진핑 주석의 특사 자격으로 김 위원장을 만나 각각 친서를 전달했다. 김 위원장은 세르게이 쇼이구 러시아 국방장관에 군사협력 확대와 함께 푸틴 대통령의 방북을 제안했고, 쇼이구 장관은 역으로 김 위원장의 방러를 제안했다고 타임스는 전했다. 시 주석은 항저우 아시안게임에 북한 선수단이 참가하는 것을 계기로 방중 초청 의사를 전달했을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김 위원장은 2019년 2월 하노이 북·미 정상회담 결렬 뒤 '새로운 길'을 모색한다면서 북·러, 북·중 정상회담을 잇달아 가졌다. 푸틴과는 같은 해 4월 블라디보스토크에서, 시 주석과는 6월 평양에서 각각 만났다.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미국의 대러, 대중 압박으로 동아시아 국제정세가 급속한 변화를 겪고 있는 시점에 북·러, 북·중 정상회담의 수요는 충분하다. 한·미·일 삼각 군사협력이 중국과 북한, 러시아를 겨냥하는 만큼 북한이 러·중과 협력을 강화할 계기가 마련됐기 때문이다. 다만, 시 주석은 7·27 방북 특사단을 예년 수준으로 구성하는 등 미국과의 관계 개선 의지를 간접적으로 내보인 만큼 북·중·러 정상회의는 성사되기 어려울 것으로 관측된다.

뉴욕타임스의 보도는 북·러 정상회담 자체보다 미국이 지난해부터 거듭 제기해온 북한의 대러시아 무기 공급 가능성에 무게가 실려 있다. 쇼이구 장관의 7·27 방북과 한·미·일의 8·18 캠프 데이비드 정상회의 이후에는 북한의 무기 공급에 더해 북·러 간 군사협력의 우려도 커지고 있다.

"북·러 군사협상 급진전" 이번에도 선제적 정보 흘리기?

방러설은 미국이 밝혀온 이러한 우려의 연장선상에서 있다. 왓슨 대변인이 언급한 북·러 간 '지도자급(leader-level) 직접 외교'는 존 커비 NSC 전략소통조정관이 지난 30일 말한 '고위급 군사협력 회담'에서 한 단계 진전된 것이다.

지난해 11월 14일 인도네시아 발리에서 열린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를 계기로 첫 정상회담을 갖고 있는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오른쪽),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2022.11.14. [AFP 연합뉴스 자료사진]

커비 조정관은 "북한과 러시아 간 고위급 군사협력 회담이 급속하게 진전되고 있다"면서 "지난해 바그너그룹에 보병용 로켓과 미사일을 전달한 북한은 계속 러시아군의 우크라이나 작전을 지원하기 위한 군사적 지원을 고려하고 있다"고 밝혔었다. 커비는 앞서 지난 8월 4일에도 "우리 정보에 따르면 쇼이구 러시아 국방장관은 포탄 판매를 설득하기 위해 평양을 방문했다"고 밝힌 바 있다. 이러한 무기 거래는 유엔 안보리 결의 위반임을 지적하면서 "서방의 제재와 수출통제 탓에 러시아 전쟁 기계가 갈수록 타격을 받고 있다는 증거"라고 말했다.

이 대목에서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미국의 여론몰이 관행을 톺아볼 필요가 있다. 미국은 북한과 중국, 이란 등 세 나라의 대러 무기 제공 가능성을 여러 차례 제기해왔다. 언론에 첩보를 먼저 흘림으로써 해당국에 경고하기 위한 목적에서다. 선제 타격(preemptive strike)에 비유하면, '선제적 정보 흘리기(preemptive leak)'라고 할 수 있다.

타임스는 같은 기사에서 김 위원장의 방북에 관한 새로운 소식은 이전의 경고보다 차원이 높은 것이라면서도 미국 정보당국이 기밀을 해제하거나, 중요도를 낮춘 것이 아님을 지적하고 있다. 정보 전달자들이 언론과 토론하거나, 세부 내용을 전달하는 것도 허용되지 않았다고 썼다. 그럼에도 왓슨 대변인은 방러 가능성을 인정했다. 실명과 익명, 정보와 첩보를 오가면서 펼치는 전형적인 여론몰이이다. 실제로 효과도 있었다.

북·중·이란의 대러 무기공급 '선제 경고'해온 미국

중국의 경우 토니 블링컨 국무장관이 지난 2월 대러 살상무기 제공을 경고했다. 중국은 이후 군사적으로 전용될 수 있는 이중용도 기술과 부품을 러시아에 제공했지만, 아직 드론이나 중화기를 전달하지 않고 있다. 이란은 드론을 제공했지만, 미국 관료들의 잇단 경고 뒤 미사일 수출은 하지 않고 있다.  북한에 대해서도 마찬가지다. 북한과 러시아는 기회 있을 때마다 무기 거래 사실을 부인했음에도 미국은 계속 무기 공급 의혹을 제기했다. 타임스는 '선제적 정보 흘리기'가 북한의 무기 공급을 막았거나, 우크라이나 전선에서 거의 발견되지 않았다는 미국 관리들의 말을 전했다.

미국 조야가 울력으로 펼치는 여론몰이는 사실상의 대리전으로 우크라이나 전쟁을 수행하고 있는 바이든 행정부 전략의 '중요한 부분(뉴욕타임스)'이다. 그러나 언제까지 유효할지 의문이다. 북·러 정상회담설은 그 시금석이 될 수 있다. 그러나 미국의 여론몰이 전략과 무관하게 북·러 정상회담의 개연성은 여전히 남아 있다. 드미트리 페스코프 크렘린궁 대변인은 5일 스푸트니크 통신에 "우리는 이에 대해 할 말이 아무 것도 없다"고 말해 시인도, 부인도 하지 않았다. 성사된다면 캠프 데이비드 합의의 '후폭풍'이 본격화되면서 동아시아 안보 환경이 또 하나의 변곡점에 놓이게 된다.

윤석열 대통령과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가 18일 미국 매릴랜드주 캠프 데이비드에서 한미일 정상 공동기자회견 도중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지켜보는 가운데 서로 악수를 하고 있다. 2023.8.18. AP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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