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세계 읽기/인사이드 월드28

피노체트 사망…“어둠이 갔다” “장군 추모” 칠레의 두 마음 1976년 헨리 키신저 미국 국무장관을 만나 악수를 나누고 있는 아우구스토 피노체트. 칠레 외무부 자료. 살아 다정했던 그들은 갈 때도 함께 갔다. 아우구스토 피노체트가 10일 91세로 타계했다. 지난달 16일 그가 생전에 자유시장주의를 구현했다는 이유로 인권탄압에 눈감았던 경제학자 밀튼 프리드먼이 세상을 떴고, 피노체트의 재임 시절 산티아고의 대통령 관저에서 종종 담소를 나누면서 남미의 지정학적 틀을 자문했던 네오콘의 대모 진 커크 패트릭 전 유엔주재 미대사가 지난 7일 숨졌다. 20여일 만에 함께 이승을 떠났다. 칠레가 ‘더러운 연대기’를 닫은 이날은 공교롭게도 유엔국제인권의 날이었다. 백악관은 이날 성명을 내 “피노체트의 독재기간 칠레는 역사상 가장 어려운 시기를 겪었다”면서 “오늘 우리의 생각은 .. 2012. 7. 9.
“누가 죄없는 이 아이들을…” 신은 늘 그들 편이었다 신은 늘 ‘그들’ 편이었다. 지난 30일 새벽(현지시간) 레바논 남부 카나 마을을 덮친 이스라엘의 폭격 참상이 속속 전해지면서 세계는 경악하고 있다. 이스라엘의 레바논 공격 19일째 고단한 몸을 뉘었던 레바논 주민들은 ‘지옥불’을 맞았다. 사망자만 50여명. 이중 34명의 어린 영혼이 하늘로 불려갔다. 숨진 아이들 중 15명은 장애우들이었다. 세계의 분노도 이스라엘의 공격을 멈추게 하는 ‘기적’을 행하진 못했다. 이날 유엔 안보리가 긴급 소집됐지만 8개항의 성명은 충격과 슬픔을 표현하고, 통탄하며, 인도적 구호를 촉구하는 맥없는 내용이었을 뿐이다. 이스라엘을 비난하고 즉각적인 공격중단을 해야 한다는 코피 아난 유엔 사무총장의 목소리는 미국의 한마디에 묻혔다. 미국 역시 유감을 표했지만 이스라엘이 추구하는.. 2012. 4. 2.
2000년 세밑, 세계화라는 괴물 [경향신문]|2000-12-30|06면 |45판 |국제·외신 |기획,연재 세계화 그늘- 굶주림과 호황 '두얼굴의 괴물' 지난해를 돌아보고 새해를 내다보는 세밑에 서서 지구촌의 변화를 총칭하는 단어를 하나만 찾으라면 단연 '세계화'다. 1970년대 초 오일쇼크에서 비롯돼 탈냉전을 거치면서 견고한 시스템으로 정착한 세계화는 올 한해도 예외없이 지구촌의 화두가 됐다. 아프리카 동부의 굶주린 아이들에서부터 신경제의 총아인 미국의 닷컴 기업주에 이르기까지, 워싱턴에서 포연이 채 가시지 않은 베오그라드까지, 변화의 깊은 심연에는 늘 세계화라는 괴물이 똬리를 틀고 있었다. 지구를 통째로 떠받들던 아틀라스가 신화 속에서 걸어나와 부활했다면 바로 세계화의 왕관을 쓰고 있을 것이 분명하다. 거리에서, 전장에서, 노사분규의.. 2012. 2. 25.
9.11테러 1주년 우리는 모두 미국인이다? [경향신문]|2002-09-14|07면 |45판 |국제·외신 ■"우리는 모두 미국인서 反美주의자로 변했다" 9.11테러는 지난해 세계를 하나로 묶었다. 뉴욕 세계무역센터의 쌍둥이 빌딩 두 동이 무너진 짧은 시간만큼 세계는 순식간에 테러를 규탄하는 대열에 동참했다. 미국의 우방국가들만 슬픔과 분노를 나눈 게 아니었다. 잠재적 경쟁국가로 지목됐던 중국과 러시아는 물론 쿠바와 북한까지 테러 비난 성명을 발표했다. 이슬람근본주의 테러리스트들이 죽음으로써 던진 메시지가 아무리 처연했다고 해도 그것이 초래한 3,053명의 무고한 희생은 그 어떤 명분으로도 덧칠할 수 없는 것이었기 때문이다. 병상에 누워있던 야세르 아라파트 팔레스타인 자치정부 수반까지 링거를 꼽은 채 이슬람 형제들의 테러행위를 비난했다. 지구촌 차원.. 2012. 2. 25.
인사이드 월드 / 난무하는 '거짓 연막탄' 인사이드 월드 / 난무하는 '거짓 연막탄' [경향신문]|2003-03-24|05면 |45판 |종합 |컬럼,논단 |1084자 사진이나 미 TV방송 화면을 통해 전해지는 이라크 전장의 모습은 많은 경우 뿌연 색을 하고 있다. 중동의 모래바람이 거세게 불고 있기 때문이지만 이번 전쟁의 한 단면을 보여주는 상징성이 있는 듯하다.가공할 화력이 쏟아지는 만큼 시시각각 전황(戰況)이 쏟아지고 있지만 어디까지가 진실이고 어디까지가 선전인지 구별하기 어렵다. 참과 거짓의 경계가 뿌옇게 흐려 있는 것이다. 미국은 한편으론 최첨단 무기의 위력을 과시하면서 다른 한편으론 심리전에 기대를 걸고 있다. 이 때문에 의도적으로 의심받기에 족한 거짓선전을 대량 살포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개전 나흘째인 23일까지 미국 언론에 보도된.. 2012. 2. 25.
인사이드 월드 / 주한미군 감축론의 속셈 [경향신문]|2003-02-08|07면 |45판 |국제·외신 |컬럼,논단 |1118자 럼즈펠드 미 국방장관이 주한미군의 감축 또는 재배치 가능성을 시사한 것으로 6일 알려져 그렇지 않아도 북핵문제로 시야가 불투명해진 한반도 상황에 먹구름이 낀 듯하다.작년 10월부터 시작된 북핵파문 이후 우리 사회의 '안보불감증'을 끊임없이 질타해온 국내 보수우파의 목소리도 덩달아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 미 고위 정책담당자들의 말에 울고 웃는 우리의 현실을 새삼 절감케 하는 대목이다. 하지만 주한미군의 재배치 또는 재조정의 필요성이 부시 행정부 취임 이후 꾸준하게 제기돼온 것을 돌아보면 럼즈펠드 미 국방장관의 발언 내용을 두고 실체 이상으로 불안심리를 부채질할 필요는 없다. 주한미군의 운용은 철저하게 미국의 세계전략과 맞.. 2012. 2. 25.
인사이드 월드 / '중유없는 겨울' 北의 반격? [경향신문]|2002-12-14|07면 |45판 |국제·외신 |컬럼,논단 |1150자 "(부시 행정부는) 도대체 '악(Evil)'이라고 규정해놓고 북한측으로부터 어떤 반응을 기대했는가. 북한은 이라크와 같은 불량국가도, 알 카에다와 같은 그야말로 악의 세력도 아니다. 되레 미국이 남북관계 진전에 걸림돌 역할을 하고 있다"영변 핵시설을 재가동하겠다는 북한 외무성의 깜짝 발표가 있기 몇시간 전인 12일 오전. 인터뷰를 위해 만난 미국의 한반도 전문가 브루스 커밍스는 북.미간 갈등의 주범으로 부시 미 행정부를 꼽았다. 물론 '손뼉도 마주쳐야 소리가 난다'고 한반도의 긴장지수를 높여온 책임이 어느 한쪽에 있지는 않다. 특히 제네바합의가 파열음을 내는 것은 합의 당사자인 북.미의 공동책임이다. 하지만 커밍스의 지.. 2012. 2. 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