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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아침을 열며11

광명성 3호와 병충해 방제 다시 시작이다. 북한이 다음달 태양절을 전후해 지구관측위성 광명성 3호를 발사하겠다고 발표하면서 한동안 잠잠했던 북핵문제가 다시 불거지고 있다. 북한은 많은 경우 말에 이어 행동을 보였다. 이번에도 게임의 주도권을 잡고 있는 것은 북한이다. 북한이 관련 국제기구에 발사시점으로 통보한 다음달 12~16일까지 한국과 미국은 물론 국제사회는 지루한 외교적 노력을 벌여야 할 판이다. 청와대와 외교·통일·국방부 등에 포진하고 있는 이명박 정부의 외교안보팀이 한껏 실력을 발휘할 기회가 제공된 셈이다. 하지만 최근 행적만 복기(復棋)하더라도 지레 한숨부터 나온다. 서울과 워싱턴의 북한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북한처럼 예측가능한 나라도 드물다”는 말이 회자된다. 말에 이어 행동이 나오는 것을 여러 해 지켜보면서 체득한 .. 2013. 9. 24.
[아침을 열며]미국의 실패, 세계화의 실패 입력 : 2011-08-07 21:14:10ㅣ “미국 전역에서 노동자들도 가족을 부양하고, 한쪽 부모의 수입만으로 자녀들을 대학에 보낼 수 있었던 시절. 주 5일, 하루 8시간 일하고 주말을 통째로 쉬던 시절이 있었다는데….” 미국 국가신용등급이 사상 처음 트리플A의 지위를 상실한 지난 5일, 다큐멘터리 감독 마이클 무어는 e메일 서신에서 생뚱맞게 ‘좋았던 옛날’ 타령을 했다. 30대 이하의 젊은이들이 종종 자신에게 “도대체 미국이 언제부터 추락하기 시작한 것이냐. 언제 그러한 좋은 시절이 끝났느냐”는 질문을 던지면서 덧붙이는 말이라는 것이다. 무어는 그날, 즉 미국 중산층이 몰락하기 시작한 날을 30년 전 8월5일로 꼽았다. 로널드 레이건 행정부가 항공관제사들의 파업을 전원해고라는 극약처방으로 종결시킨.. 2012. 9. 10.
지금은 평양만 울고 있지만… 아침을 열며 아침부터 고3 교실이 뒤숭숭했다. 1979년 10월27일. 태어나서 그날까지 한 명밖에 없었던 남한 대통령이 죽었다. 예비고사가 열흘 정도 남았는데 “전쟁이 난다” “올해 대학시험이 없어진다”는 낭설이 나돌았다. 흑백TV 화면 속 박정희의 장례행렬이 거리를 지나는 동안 눈물을 훔치는 사람들이 보였다. 그 눈물의 일정부분은 또다시 전쟁이 일어나는 것이 아닌가 하는 두려움에서 나오지 않았을까 싶다. 그렇게 하나의 연대기가 끝났다. 북한의 남침 가능성이 거론됐지만 최전방의 정예사단장이 서울로 병력을 빼돌려 쿠데타 놀음에 숟가락을 얹을 정도의 여유 또는 무모는 있었다. 북한 평양시의 주민들이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사망 소식을 접하고 울음을 터뜨리고 있다. | AP연합뉴스 | 경향신문 DB 점심시간이었.. 2011. 12. 26.
이완용에게 배워야 할 점 아침을 열며 2007년 4월2일 타결된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이 이리 오랫동안 지체된 책임의 99%는 미국, 특히 미국 의회에 있다. 해머가 등장하고 최루탄이 터졌다고 해도 한국 국회가 비준안 처리를 놓고 고민한 시간은 ‘찰나’에 불과하다. 지나온 시간은 다가올 시간의 전조를 담고 있다. 지난해 봄까지 워싱턴 취재현장에서 협상 후반부와 타결과정, 이후 미국 사회의 변화를 지켜보면서 가장 안타까웠던 점은 FTA를 대하는 한·미 국회의원들의 자세였다. 처음부터 한·미 FTA를 순수한 경제논리가 아닌, 안보논리와 뒤섞었던 국산 금배지들은 시종 한·미 관계의 큰 틀에서 접근했다. 수백, 수천개의 조항에 걸린 국민 개개인의 이해관계에는 대범했다. 미국 국회의원들은 철저하게 경제논리로 무장했다. 지역구민의 이.. 2011. 11. 27.
오바마의 몰락 영하 5도의 차가운 날씨도 워싱턴 내셔널 몰을 가득 채운 열기를 식히진 못했다. 미국 전역에서 몰려든 200만명의 인파는 동틀 무렵부터 의사당 언덕을 향해 더딘 걸음을 시작했다. 펜실베이니아 대로를 비롯해 거리 곳곳에서는 ‘검은 대통령’의 탄생에 하염없이 눈물을 흘리는 사람들을 드물지 않게 볼 수 있었다. 2009년 1월20일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의 취임식 날 풍경이다. ‘변화’와 ‘희망’을 내걸고 대권에 도전했던 오바마의 대통령선거 유세는 한 편의 장엄한 다큐멘터리였다. 무더기 표의 블루오션은 곳곳에 있었다. 정치 무관심층이었던 청년들이나 역시 주류정치와 선을 그었던 무당파 및 이민자들도 오바마가 대선에서 얻은 6945만표에 한 표를 던졌다. 오바마는 선거운동도 감동을 줄 수 있다는 걸 여실히 증명.. 2011. 10. 24.
중동에 부는 에르도안 바람 아침을 열며 재주는 곰이 넘고 돈은 왕서방이 챙긴다지만 지난주 리비아를 둘러싼 각국의 외교전을 보면 꼭 그렇지도 않다. 뒤늦게 재주판에 끼어든 구경꾼이 정치적, 경제적 자산을 톡톡히 챙기고 있기 때문이다. 리비아 제2의 도시 벵가지에서 첫 반정부 시위가 발생한 지난 2월 중순 이후 공습을 주도한 프랑스와 영국이 곰이라면, 상황을 배후조종한 미국은 왕서방이라고 할 수 있다. 유엔 안보리를 움직여 비행금지구역을 선포케 하는가 하면, 리비아 공습작전을 배후에서 주도했다. 세 나라의 역할에 비하면 터키는 구경꾼에 가까웠다. 지난 15일 무아마르 카다피 군이 여전히 격렬하게 저항하고 있는 리비아를 가장 먼저 찾은 외국지도자는 니콜라 사르코지 프랑스 대통령과 데이비드 캐머런 영국 총리다. 하지만 가장 스포트라이트를.. 2011. 9. 18.
남수단의 “우리 북쪽 형제들” 아침을 열며 평화는 게릴라처럼 찾아왔다. 식민 영국이 분탕치고 떠난 긴 내전의 땅, 수단. 노예사냥에 이은 인종청소, 이슬람과 기독교 및 토속신앙 등 종교의 모자이크, 아랍인과 딩카, 누에르 등 다양한 부족의 아프리카인들, 석유가 뒤엉켜 있다. 아프리카에서 가장 넓은 땅이지만 아프리카에서 가장 오랜 내전을 겪어온 나라이기도 하다. 유엔 추계로는 1983년 이후 2005년까지 2차 내전에서 죽은 사람만 200만명이다. 400만명이 집도, 절도 없는 유랑민이 됐고, 또 다른 100만명이 디아스포라로 나라 밖을 헤매고 있다. 국민 8명 중 한 명이 죽거나, 뿌리뽑힌 삶을 이어온 지난 반세기 동안 평화는 어쩌다 살짝 얼굴을 비치는 손님이었다. 남수단 새 국기를 치켜든 남자를 에워싸고 어린이들이 양손을 흔들고 있.. 2011. 7. 10.
분노하라, 외쳐라, 연대하라 아침을 열며 누구나 평균적인 삶을 꿈꿀 권리가 있다. 월스트리트의 ‘살찐 고양이들’이 탐욕의 분탕질 끝에 초래한 글로벌 경제위기 3년차, 지구촌 곳곳에서 청년들이 거리로 나서고 있다. 지난해 말 등록금 상한을 과감하게 3배나 올린 보수·자민 연합정부에 반발한 영국 대학생들의 함성이 터져나왔다. 석사학위를 받아도 계약직, 임시직에 머무르기 십상인 한계상황이다. 등록금마저 올리자 분노의 뚜껑이 열린 것이다. 올 들어 전혀 새로운 성격의 시위는 지난달 15일 스페인 마드리드 도심의 푸에르타 델 솔 광장에서 비롯됐다. ‘분노한 사람들(인디그나노스)’이 하나둘씩 모이더니 순식간에 5만여명으로 불어났다. 페이스북과 트위터를 통해 모이고, 외치며, 연대한 청년들이다. 종래의 시위가 아니었다. 시위이자 축제이며 새로운.. 2011. 6. 19.
김정일이 또 중국에 간 까닭은 아침을 열며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의 특별열차가 두만강을 건너 도문을 지나고 있음이 확인된 시간은 지난 20일 아침 7시쯤. 1년 새 세번째 중국 방문길이다. 이번에도 한국 언론은 덜렁 지도 한 장을 놓고 풍부한 상상력을 풀어야 한다. 북한 최고 지도부의 동선에 대한 정보에는 미지의 영역이 넓어서다. 그렇다고 해도 이번엔 첫날부터 징후가 좋지 않았다. 대보름 음악회 참석한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 부자 (2011.02.18) | AP연합뉴스 | 경향신문 DB 한국 언론은 이날 오후 늦게까지 집단 오보를 했다. 방중한 북한 지도자가 김정은 당 중앙군사위 부위원장이라고 소개했다. 꼬박 한나절 동안 롤러코스터를 타다가 중국 측이 우리 정부에 이례적으로 통보해준 덕에 오후 늦게부터야 김정일의 단독방북으로 가닥을 .. 2011. 5. 23.
성급했던 ‘아버지의 이름으로’ 아침을 열며 피 한방울 안섞인 양아들일지언정, 아들 입장에선 그럴 수도 있겠다 싶었다. 흠결이 많았던 아버지였건만, 달리 보면 광영도 있지 않았겠나. 아들 스스로 팔순에 접어든 나이에 광화문이건 어디에 아버지 동상을 다시 세우고 싶은 생각도 가질 수 있었겠다 싶었다. 아버지의 공과를 보아달라는 주문 역시 과한 것은 아닌 듯 싶었다. 문제는 그 아버지가 이승만이라는 데 있다. 4·19 묘역 입구에서 이승만 전 대통령의 양자 이인수씨가 발길을 돌리고 있다. (경향신문 DB) 이승만의 양자 이인수씨가 올 4·19 학생혁명 기념일을 전후해서 여론의 초점을 받았다. 하이라이트는 ‘희생된 학생들과 유족들에게 머리 숙여 조의를 표하기 위해’ 서울 수유리 4·19 국립묘지를 방문한 이씨 일행이 떠밀려나는 순간이었다. .. 2011. 4. 24.
서해 평화, CIA의 충고 아침을 열며 아무도 평화를 이야기하지 않는다. 하더라도 잘 들리지 않는다. 천안함 사건 1주년에 즈음해 전쟁 담론이 압도적이다. 하긴 ‘평화’를 거론했다가 형장의 이슬로 사라진 정치인도 있다. 서슬퍼런 냉전시절의 이야기라고 치자. 하지만 그 서슬이 이명박 정부 들어서 자주 시퍼렇게 되살아 난다. TV토론회에 나온 ‘이른바 보수’ 논객들은 하나같이 임전의 굳은 결의를 강조한다. 국민의 정부, 참여정부 10년을 보내면서 안보의식이 허약해졌다는 지적이 단골로 나온다. 토론 중에 옥신각신하는 여야 의원들을 보면, 참 먹고사는 방식도 다양하다는 생각이 든다. 발언 내용의 사실관계나 잘잘못을 따지자는 말이 아니다. 평화 이야기를 하자는 것뿐이다. 서해교전 해상위령제에서 함상에서 유족들이 바다에 꽃을 던지며 오열하고.. 2011. 3. 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