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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퓰리즘 산책33

네타냐후의 빛과 그림자, 얻은 것은 부강, 잃은 것은 통합, 남긴 것은 혼란 네타냐후의 마지막 순간 명색이 국제전문기자이지만, 아직 가보지 못한 현장이 너무 많다. 현장의 공기를 마시지 못하고 쓰는 글은 생명력이 없다. 지극히 사적인 여행일지언정 한번이라도 밟았던 땅의 이야기에는 숨결이 들어간다. 대안은 ‘서울로 찾아온 현장’을 만나는 것. 남산 자락의 어느 호텔이었던가. 내외신 기자회견을 자청한 40대 이스라엘 총리를 만난 건 1997년 8월 말이었다. 그때까지만 해도 그가 70세를 넘어 권좌에 더 있기 위해 온갖 무리수를 두는 노회한 정치인이 될지는 몰랐다. 방한 한 달 전 예루살렘에서 폭탄테러가 발생, 그 수습에 경황이 없었을 그는 외교 일정을 늦추지 않았다. 팔레스타인 청년들의 분노의 돌멩이와 이스라엘 병사들의 총탄이 오가는, 지극히 비대칭적인 대치 속에서 막 빠져나온 그.. 2021. 6. 14.
"No, No" 세계는 이번에도 트럼프를 오독했다 과연 트럼프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행보는 단 한 번도 어긋난 적이 없다. 럭비공처럼 어디로 튈지 모르는 것도 럭비공의 형태와 운동 방향을 모를 때나 놀랄 일이다. 트럼프는 더 이상 예측 불가능하지 않다. 세계는 또다시 트럼프를 오독했다. “아무리 트럼프라도 이번에는 다를 것”이라는 기대가 또다시 무너졌기 때문이다. 조 바이든 민주당 대선후보가 승리만 하면 미국 민주주의가 기사회생할 것이라는 믿음이 기성 정치, 제도언론이 갖고 있던 희망 섞인 확증편향이었음을 입증한다. 대선 불복은 기실 ‘트럼프의, 트럼프에 의한, 트럼프를 위한’ 결정이다. 20년 전 플로리다주 민주당 지지성향 카운티의 재검표 중단에도 앨 고어 민주당 후보가 깨끗하게 패배를 인정하면서 “이게 미국이다(This is America.. 2020. 11. 13.
'트럼프의 4년'이 서막에 불과하다고? 미국 대선, 게임의 법칙 “지나간 것은 빌어먹을 서막에 불과하다(Past is fucking Prologue).”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40년 지기이자 최고의 선거운동 책사인 로저 스톤(68)의 신조다. 3년 전부터 넷플릭스에서 방영되고 있는 다큐물 에 나오는 ‘스톤의 법칙들’ 중 하나다. 다음달 3일 미국 대선 결과를 예측하는 것은 신의 영역이다. 주류·비주류 미디어가 대량 생산하는 보도물보다 트럼프 대통령의 정치적 DNA를 극명하게 보여주는 넷플릭스 다큐물이 더 다가온다. 트럼프는 지난 7월 위증을 비롯한 7가지 혐의로 교도소에서 40개월형을 살아야 했던 그를 전격 석방했다. 공화당 내에서조차 비난이 쏟아졌지만, 스톤을 감형해 석방한 것은 그만큼 트럼프에게 그의 존재가 절실했음을 보여주는 방증이다. 아무리 욕을 먹어도.. 2020. 10. 19.
이탈리아는 어떻게 유로 포퓰리즘의 전위에 섰나 오는 5월 말 유럽의회 선거를 앞두고 각국의 포퓰리스트 정당들과 선거 연합을 주도하고 있는 마테오 살비니 이탈리아 부총리(오른쪽에서 두번째)가 지난 8일 밀라노에서 유럽의회 포퓰리스트 교섭단체인 ‘자유와 직접민주주의의 유럽(EFDD)’의 멤버인 독일, 핀란드, 덴마크 극우 포퓰리즘 정당 대표들과 손을 맞잡고 있다. 밀라노 | 로이터연합뉴스 연민보다는 증오, 연대보다는 차별, 포용보다는 배제가 현실정치에서 힘이 세다. 포퓰리즘 시대에 더욱 선명해진 현실정치의 속성이다. 또 한 가지 원칙이 있다. 분노는 아무리 정당해도, 증오를 이기지 못한다. 지난해 사상 처음으로 포퓰리즘 연정을 이룬 이탈리아에서 벌어지고 있는 현상이다. 오성운동과 북부동맹이라는 두 개의 이탈리아 포퓰리즘 정당이 던지는 함의는 알프스 산맥.. 2019. 4. 16.
가자, 예루살렘으로! 이스라엘은 어떻게 포퓰리즘의 성지가 됐나 “가자, 예루살렘으로!” 예루살렘이 새로운 성지로 떠오르고 있다. 기독교 순례자들이 찾는다는 말이 아니다. 전 세계 내로라하는 극우 포퓰리즘 지도자들의 성지가 되고 있다. 지난 2월19일 헝가리·체코·슬로바키아 등 중부유럽 3개국 정상들이 함께 예루살렘을 찾았다. 빅토르 오르반 헝가리 총리와 안드레이 바비스 체코 총리, 피터 펠레그리니 슬로바키아 총리. 하나같이 반이민, 민족주의를 내세워 대권을 거머쥔 포퓰리스트들이다. 이들은 각각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와 정상회담을 갖고 예루살렘에 ‘외교 사무실’을 설치하겠다고 밝혔다. 마테우시 모라비에츠키 폴란드 총리가 막판에 방문을 취소해 당초 중부유럽 4개국의 연합기구인 비제그라드 그룹(V4) 정상회담을 가지려는 계획은 축소됐다. 성사됐으면 1991년 창설.. 2019. 3. 29.
두테르테의 포퓰리즘은 필리핀을 어디로 끌고 가나 로드리고 두테르테 필리핀 대통령이 무지막지하게 밀어붙이고 있는 마약과의 전쟁이 남긴 장면. 지난 10월 30일 마닐라에서 열린 희생자 추도식에서 가족들이 고인의 영정 앞에 하얀 장미꽃을 놓고 있다. 경찰은 물론 자경단을 동원해 마약사범 또는용의자들을 살해하는 두테르테 대통령의 잔인한 정책에 피살당한 사람들은 대부분 빈민가 주민들이다. 마닐라/AP연합뉴스 필리핀 마닐라 한복판에서 흡연에 어려움을 겪게 될 지는 미처 생각하지 못했다. 1990년대 중반 웬만한 항공기에서 금연을 실시할 때도 필리핀 국적기에서는 흡연이 허용됐을 만큼 흡연에 관대한 나라였다. 로드리고 두테르테 대통령(73)의 급진적인 금연정책을 사전에 파악하지 못했다. 그 결과 지난 8일 저녁 근사한 레스토랑과 카페들이 즐비하게 늘어선 ‘마닐라의.. 2018. 11. 30.
훈센총리 6선, 머나먼 '앙코르와트 민주주의' 앙코르 와트를 파괴하는 나무. 왕성하게 성장하는 나무가 사암으로 건축된 사원 건물을 위협하고 있다. 김진호 국제전문기자 한여름 작열하는 태양 아래 앙코르와트를 처음 찾은 것은 1996년이었다. 무척이나 후덥지근했다. 곡창지역인 바탐방을 중심으로 크메르 루주의 잔당이 준동했고, 남자들이 집 앞 평상에 앉아 태연하게 M16 소총을 분해하고 소지하던 시절이었다. 그때 구입한 론니 플래닛 국가안내서 캄보디아편은 123쪽에 불과했다. 당시만 해도 캄보디아 현장답사가 어려웠기에 많은 내용을 담지 못했음을 말해준다. 재작년 꼬박 20년 만에 앙코르와트를 다시 찾았다. 최신 론니 플래닛은 족히 400쪽이 돼 보였다. 하지만 20년 전 현지에서 구입한 옛날 책을 버리지 않았다. 낡은 책의 갈피에 앙코르와트 1일 입장권이.. 2018. 8. 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