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동사태로 빛 바랜 캐나다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가 17일 끝났다. 전통적인 폐막 공동 코뮈니케는 채택하지 못했다. 첫 국제무대에 진출한 이재명 대통령도 다양한 양자, 다자 접촉을 마무리하고 귀로에 올랐다.

위성락 안보실장은 이날 현지 브리핑에서 이 대통령의 활동 및 우리 관점에서 회의 결과를 총평했다. 대통령은 이날 회의장인 앨버타주 카나나스키스로 이동, 브라질, 멕시코, 인도 정상 및 유엔 사무총장과 잇달아 회동했다. G7과 초청된 7개국 및 국제기구 수장들이 참석한 오찬 회의에서 두 차례 짧게 연설했다. 오찬 뒤에는 영국, 일본과 의장국인 캐나다 정상과 만났다. 양자 회동 시간은 20~30분 정도. 인사를 나누고 주요 현안에 관한 기본적인 입장 및 향후 협력 방향을 제시하는 자리였다.
위 실장은 이번 정상회의 성과로 우선 △국제사회에 '민주 한국이 돌아왔다'는 메시지를 분명히 각인시켰고 △(12.3 내란 이후) 6개월간 멈춰있던 정상외교 완전한 복원 △여러 양자 회담에서 무역, 투자, 통상, 공급망, 에너지 등 우리 경제와 기업에 도움이 되는 실용외교 첫걸음 △세계 경제와 안보의 대전환 속 글로벌 현안 논의에 능동적으로 참여, 'G7 플러스(+) 국가'로서 성과 등을 꼽았다. 위 실장은 정상외교 복원 관련 "이 대통령이 특유의 친화력과 유머를 활용해 격의 없는 대화를 끌어내는 모습을 여러 차례 보여주었다"고 강조했다. 'G7+ 국가'를 강조한 대목에선 "안정적인 에너지, 핵심 공급망 협력, 글로벌 인공지능(AI) 협력 비전을 제시하면서 에너지 안보 분야에서 대한민국의 강점과 리더십을 각인시켰다"고 짚었다.

키어 스타머 영국 총리와의 정상회담에서는 "글로벌 교역, 투자, 디지털을 '더욱 다층적'으로 발전시키는데 '긴밀히' 소통하기로" 약속하고, 특히 한영 자유무역협정(FTA) 논의를 진전시키기로 했다." 이시바 시게루 일본 총리와는 서로 한일 수교 60주년인 만큼 산업, 공급망, 문화, 인적 교류 등 제반 분야에서 협력 의지를 다졌다고 전했다. 한일 정상 회동에서는 '과거'라는 말이 거론됐지만 "과거 문제는 잘 관리해 나가고 협력 문제를 더 키우자"고 얘기한 것으로 전해졌다. 미국과 일본이 촉각을 기울여 온 한미일 협력과 북한 핵, 미사일 공동대응도 약속했다. 양국 정상 간 '셔틀 외교'도 복원키로 했다. 일본 총리실은 한미일 협력 대상에 북핵, 미사일과 함께 '납치자 문제'가 있었다고 밝혔다. 이 대통령은 이어 정상회의 의장인 마크 카니 캐나다 총리와도 양자 회동을 했다.
위 실장은 "이 대통령이 캐나다의 잠수함 획득 사업(AUKUS)에 대해 언급했고 방산협력과 국방역량 강화에 협력하자고 했다"고 소개했다. 호주-영국-미국 3자 간 핵잠수함 개발사업은 최근 미국이 재검토 방침을 밝힘에 따라 난항에 부딪혔다. 캐나다 총리실은 보도자료에서 "캐나다가 무역 및 국방 관계를 다변화하고 군대를 재무장하는 즈음에 양국 관계는 더 번영할 수 있는 막대한 잠재력이 있다"라고 강조했다. 위 실장은 브라질, 멕시코, 인도, 유엔 등과의 양자 회동에 대해서는 추가 설명하지 않았다.
이 대통령의 G7 정상회의 참석은 국내에서 주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의 한미 정상의 상견례에 우려와 기대가 집중됐었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이 중동사태를 이유로 16일 밤 중도 귀국함에 따라 회동이 무산됐다. 이번 회의에서 이 대통령이 다룬 개개의 현안도 중요했지만 12.3 불법 계엄을 극복한 대한민국 민주주의 회복력에 대한 국제사회의 관심 속에 이뤄진 회의였다는 점에서 각별한 의미가 있다. 회의 결과를 G7 차원과 한국 차원에서 갈라서 평가할 필요가 있다.

G7 '트럼프 부재' 덕에 극한 대치 피해
우크라전쟁, 러시아 지위엔 이견 확인
먼저 G7 차원. '트럼프의 부재'는 양가적인 결과를 낳았다. 정상회의 의제가 덜 주목받은 것은 아쉬운 대목. 그러나 우크라이나 전쟁과 관세협상, 방위비 증액 문제 등의 가시 돋친 논란 계기를 피함으로써 G7 전체 차원에서 리스크가 제거된 효과가 있었다. 그러나 완전히 소멸된 건 아니었다. 폐막 코뮈니케 채택 과정에서 견해차를 보였다.
트럼프는 러시아의 지위와 우크라 전쟁에 관한 초안 내용에 반대해 끝내 코뮈니케 서명을 거부했다. 캐나다 CBC 방송은 마크 카니 총리실 관료들의 말을 인용해 트럼프 대통령이 코뮈니케 초안의 러시아에 대한 언급이 우크라이나 전쟁 종식 협상에 장애를 조성할 것을 우려해 반대했다고 전했다. 1기 행정부에서 러시아를 포함한 G8 결성을 추진했던 트럼프는 이번 회의에서도 러시아의 복귀를 주장했다.
카니 총리는 대안으로 의장 성명을 발표했다. 성명은 "우크라의 정의롭고 지속적인 평화를 달성하는 데 기울이는 트럼프 대통령의 노력을 지지한다"라는 내용을 담았다. 또 "우크라는 조건 없는 휴전을 약속했고, 러시아도 따를 것에 동의했다"는 내용도 포함했다. 카니는 의장성명이 G7 정상 모두가 동의한 것임을 애써 강조했다.

대한민국 차원에선 정상회의의 형식과 진행상의 문제점이 거듭 노출됐다고 본다. G7은 더 이상 과거의 '선진국 클럽'이 아니다. 2018년을 기점으로 구매력을 감안한 국내총생산(GDP)에서 브릭스(BRICs)에 추월당했고 몇 년 안에 명목 GDP에서도 브릭스에 뒤진다. 여전히 국제사회에서 목소리를 내는 주요국 회의체이지만, 이미 경제적, 문화적으로 도약한 대한민국이 G7의 인정에 목말라할 처지는 아니다. 그럼에도 G7 언저리에 포함됐다는 데 여전히 큰 의미 부여를 하려는 사고가 노출됐다. 대통령실의 이번 회의 총평에도 노출됐다. 위 실장은 브리핑에서 'G7 플러스(+) 국가'로서 국제적 위상을 공고화했다고 강조했다. 외교의 연속성 또는 관성이 엿보인다.
'G7 플러스 국가'는 글로벌중추국가(GPS)를 지향한다고 우겼던 내란수괴 정부의 목표이기도 했다. 조태열 외교부 장관은 지난해 1월 12일 취임사에서 "재임 중 G7 플러스 후보국 위상을 확고히 하겠다"라면서 "외교정책 하나하나를 'G7 수준'에 맞추겠다"고도 했다. 당시 대통령이 G7 정상회의에 두 번 연속 초청된 것에도 큰 의미를 부여했다. 그러나 3달 뒤 지난해 정상회의 의장국 이탈리아는 한국을 초청 대상에서 제외했다. 최소한 'G7 플러스 국가'라는 표현이라도 달리했으면 하는 아쉬움을 남겼다. '실용외교' 답게 외부의 시선에 덜 연연하며 실제적인 성과에 집중할 필요가 있다.
G7 정상회의 초청 사실에 대한 평가에 앞서 옵서버 국가의 실상에 대해 설명할 때도 됐다. 국민적 자긍심이 걸려 있기 때문이다. 이번에도 옵서버 국가 정상은 G7의 주 의제 논의에 참관조차 허용되지 않았다. 정확히 따지면 '옵서버(입회인)' 기회를 주지 않은 것. 16일에는 장소도 분리했다. 회원국은 앨버타주 카나나스키스 회의장에, 옵서버 국은 캘거리에 머물렀다. 역대 정부와 마찬가지로 이번에도 회의 참가에 큰 의미를 부여했다. 그러나 초청국 정상의 회의 참여 내용은 지극히 '소박'했다.

G7, 초청국 정상 홀대 관행 거듭 확인
윤석열 정부 이어 'G7 플러스 국가' 강조
이 대통령이 두 차례 발언 기회를 얻은 것은 업무 오찬으로 진행된 17일 7번째 세션뿐이었다. 각각 3분 정도 한 발언이었다. 대통령은 1차 발언에서 AI 기술 발전에 따른 전력 수요가 급증하는 가운데 에너지 안보와 핵심광물 공급망 안정화의 중요성에 대해 역설했다. 2차 발언에서는 안정적인 글로벌 AI 생태계 구축과 AI 혁신에 민간 참여 확대, AI 혜택의 국제사회 확산을 강조했다. 모두 의미 있는 발제였고, 건설적인 제안이었다. 오는 10월 경주 아태경제협력체(APEC) 의장국으로서의 포부를 밝혔다. 산불에 대한 국제협력을 결의한 '카나나스키스 산불 헌장'과 'G7 핵심광물 행동계획'에도 서명했다.
대통령실은 양자 회동과 관련 이른바 선진국 중심으로 소개했다. 하지만 시릴 라마포사 남아공 대통령과의 첫 대면에서 시작해 호주, 브라질, 멕시코, 인도, 캐나다 등 중견국과의 양자 회동이 더 큰 의미가 있었다고 본다. 호주와 캐나다는 트럼프의 막무가내 관세와 안보정책에 대응해 무역과 안보 파트너의 다변화에 주력하는 나라들이라는 점에서 주목됐다. 카니 총리는 이번 회의의 주제로 '믿을만한 파트너들(reliable partners)'과의 연합을 꼽았다. 브릭스 주요국인 남아공, 브라질, 인도 정상을 한목에 만난 것도 드문 기회였다. 루이스 이나시우 룰라 다시우바 대통령과 만난 한-브라질 정상회담은 10년 만에 성사된 것. 이들 국가는 하나같이 한국의 잠재적인 시장인 동시에 막대한 자원 부국들이다. 브릭스 주요국 가운데 이 대통령이 실용적 관계를 맺겠다고 약속한 중국과 러시아만 빠진 건 'G7 틀'의 한계였다.

이 대통령 나토 정상회의 참석 여전히 미정
'국민주권 정부' 국제사회에 당당한 행보를
다자 정상회의에 옵서버로 참가하는 근본적인 한계는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 정상회의도 크게 다르지 않다. 내란수괴 피의자처럼 부른다고 무작정 달려가는 것보다 우리의 상황과 입장을 고려해 취사선택할 때가 됐다. 새 정부 출범 뒤 인수위를 대신할 국정기획위원회가 16일에나 출범했다. 그럼에도 오는 24~25일 네덜란드 헤이그 나토 정상회의에 "참석하는 게 좋지 않겠나(대통령실 관계자)"라는 말을 흘리고 있다.
G7에서 한미 정상 회동이 불발되자 나토 회의에서 볼 수 있다는 희망도 드러냈다. 그러나 트럼프와 빨리 만나는 게 중요하기보다 어떻게 만나느냐가 중요하다. 국정기획위의 종합적인 상황 보고부터 듣고 현안마다 대응책을 마련한 뒤에 만나도 늦지 않다고 본다. 많은 형용사와 함께 거창하게 치장된 다자회의 참석 결과는 기실, 국가의 발전과 국민 삶에 실질적인 도움이 돼야 비로소 의미를 갖는다. '국민주권 정부'는 구호만으로 완성되는 게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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