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 스탠포드 연설문. 2009년5월6일(미국시간)
급변하는 세계 속의 한국과 미국
Korea and the U.S. in a Rapidly Changing World
존경하는 쇼랜스타인 회장님, 아머코스트 전 차관님,
신기욱 소장님 , 그리고 신사숙녀 여러분,
미국을 대표하고, 세계 최고 지성의 산실인 스탠포드 대학에서 여러분을 만나 뵙는 이런 소중한 기회를 갖게 되어서 영광입니다.
이곳 스탠포드 대학교는 저의 조국인 대한민국과 저 개인적으로도 아주 특별한 인연을 갖고 있기 때문에, 오늘 특별히 마음이 흥분되고, 설레입니다.
저는 오늘 스탠포드 대학교 캠퍼스에 오자마자, 제일 먼저 공과대학 건물인 터먼 공학센터에 가보았습니다.
그 이유는 프레드 터먼(Fred Terman) 교수님이 생각났기 때문입니다.
터먼 교수님은 미국에서는 실리콘밸리의 아버지라고 할 수 있는 분이지만, 한국에게는 오늘날 한국의 과학기술과 산업을 이끄는데 큰 역할을 한,
한국과학기술원(KAIST)을 탄생시키는데 큰 도움을 주신 은인입니다.
당시 한국의 대통령이었던 저의 아버지께서는 나라의 미래에 대해 큰 고민을 하고 있었습니다.
한국은 36년간의 가혹한 식민지 시대를 거쳐, 나라가 남과 북으로 분단되었고, 거기에 한국전쟁으로 완전히 폐허가 되어 있는 상태였습니다.
자원도, 돈도, 기술도 없고, 대다수 국민들이 가난에 허덕이는 상황에서
나라를 어떻게 일으켜 세울 것인가는 한국 지도자의 큰 고민이었습니다.
결국 유일한 길은 수출과 공업화를 국가적 목표로 세우고, 이를 위해 과학기술을 육성하는 것 밖에 없다는 결론을 내리고, 그 길로 매진했습니다.
딸인 저도 그 길에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고자, 대학에서 전자공학을 전공하게 되었습니다.
당시 국민 1인당 GNP가 300달러이던 시절에, 과감히 고급 과학기술 인재를 양성할 수 있는 이공계 전문대학원을 세우겠다는 결심은 했지만, 문제는 어떻게 하면 최고 수준의 대학원을 만들 수 있는지를 몰랐습니다.
그래서 자문을 구한 분이 바로 스탠포드대학의 터먼 교수님입니다.
터먼 교수님은 1970년부터 5년 동안 다섯 차례나 한국을 방문해서 아낌없는 조언과 도움을 주셨습니다.
당시 저는 대학에서 전자공학을 전공했었기 때문에, 터먼 교수님의 명성을 익히 들어 알고 있었고, 이 문제에 대해 관심이 많았었습니다.
그렇게 해서 만든 학교가 바로 “한국과학기술원” (Korea Advanced Institute of Science and Technology: KAIST)인데, 이 학교가 그 후 한국의 과학기술 인재를 양성하는 요람이 되었습니다.
한국정부는 1975년에 터먼 교수님에게 한국의 과학기술 발전에 기여해주신 것에 감사드리며 훈장을 드렸는데, 이 자리를 빌어서 지금은 고인이 되신 터먼 교수님께 다시 한 번 깊은 감사를 드립니다.
그리고 터먼 교수님과 같은 훌륭한 분이 한국을 도와주실 수 있도록 성원을 아끼지 않은 스탠포드 대학에도 깊은 감사를 드립니다.
그렇게 뿌린 씨앗이 자라, 오늘날 한국의 휴대폰이나 LCD, 반도체 등은 세계 시장에서 큰 호평을 받고 있습니다. 한국의 조선업은 세계시장의 약 50%를 점유하고 있고, 자동차는 세계 5위의 자동차 생산국이 되었습니다.
불과 몇 십 년 사이에 이루어진 이런 성과는 어찌 보면 기적과도 같은 일입니다. 하지만 저는 이 모든 것이 한국인만의 노력으로 이루어 진 것이 아니란 것을 잘 알고 있습니다. 미국의 도움이 있었기에 가능했고, 스탠포드 대학의 도움이 있었기에 가능했습니다.
저는 앞으로 스탠포드 대학교와 한국의 대학, 연구소 간에 더욱 폭넓고 깊이 있는 학문적 협력이 이뤄지기를 진심으로 희망합니다.
그래서 우리 함께, 한국과 미국의 발전을 넘어서, 인류의 발전과 행복을 만들어 갈 수 있다면 좋겠습니다.
▶ 더 가까워진 세계, 함께 풀어야 할 문제들
여러분께서 잘 아시듯이, 과학기술의 발전으로 인해, 세계는 점차 하나가 되어가고 있습니다.
실리콘밸리의 IT혁명 덕분에 이미 핸드폰 하나로 전 세계와 접속할 수 있고,
전 세계의 주가는 매일 매일 서로 연동되면서 움직이고 있습니다.
각 분야에서 세계는 더욱 유기적으로 연결되고, 상호의존성이 커지고 있습니다.
이러한 세계에서, 이제 세계 각지에서 일어나는 문제들은 그 나라만의 문제, 그 지역만의 문제가 아닙니다.
미국에서 일어나는 일들이 미국만의 문제가 아니고,
중동에서 일어나는 일들이 이란이나 이스라엘만의 문제가 아니고,
한반도에서 일어나는 일들이 한국과 북한만의 일이 아닙니다.
우리 모두의 문제이고, 우리가 함께 해결해야 할 문제인 것입니다.
지금 일어나고 있는 세계적인 경제위기나 북한 핵문제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먼저 북한 핵문제를 보겠습니다.
▶ 북핵문제와 동북아 평화
북한이 2006년에 핵실험을 한 지, 벌써 30개월이 지났습니다.
지난 4월에는 국제사회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장거리 로켓을 발사했고,
유엔 안보리 의장성명이 발표되자 북핵 폐기를 위한 6자회담 탈퇴를 선언했습니다. 그리고 얼마 전에는 핵시설 불능화 작업을 감시해 온 IAEA의 검증팀을 추방했고, 폐연료봉의 재처리를 시작했습니다.
북한의 이러한 행동은 한반도만의 문제가 아닙니다.
동북아의 안정과 세계평화에 대한 명백한 위협입니다.
저는 한반도에 핵무기는 절대로 없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북한의 핵은 완전히 폐기되어야 하고,
북한을 핵보유국으로 인정하는 일도 결코 있어서는 안됩니다.
완전한 북핵 폐기야말로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의 전제조건이고,
세계평화의 시금석이 될 것입니다.
지금까지 북핵문제 해결을 위해 수많은 정책과 노력이 있어왔습니다.
그러나 결과는 성공적이지 못했습니다.
지난 15년 넘게 북한의 위기조성→ 협상과 보상→ 또 다시 위기재발→ 협상과 보상이란 똑같은 패턴이 반복되어 왔습니다.
심지어 협상이 깨질 때는 미국은 북한이 약속을 안 지켰다고 하고, 북한은 미국이 약속을 안 지켰다고 비난하는 것까지도 똑같았습니다.
이제, 이런 악순환의 고리를 끊어야 합니다.
그러기 위해선, 지금까지 무엇이 문제였고, 앞으로 어떻게 해야 할지에 대해 총체적으로 점검해봐야 할 때라고 생각합니다.
저는 미국의 새 정부가 대북정책을 수립하기에 앞서, 이런 중간평가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과거 해법에 대한 공과를 정확하게 알아야만 보다 현실적인 새로운 해법을 만들어낼 수 있기 때문입니다.
지난 1994년 영변 핵개발로 인한 1차 북핵위기를 해결하기 위해 제네바합의가 있었습니다.
2003년에는 북한의 고농축우라늄(HEU) 프로그램으로 인한 2차 북핵위기를 해결하기 위해 6자회담이 시작되었습니다.
이런 합의들은 북핵문제 해결을 위한 새로운 틀로서 몇 가지 긍정적인 효과를 거두었습니다. 그러나 그런 성과에도 불구하고, 그 이전과 비교해서, 상황은 더 악화되어 북한의 핵 실험까지 있었습니다.
북한의 대남협박도 ‘서울을 불바다로 만들겠다’는 에서 ‘남한을 잿더미로 만들겠다’는 수준으로 높아졌습니다.
6자회담이 시작된 이후에만도 지금까지 9・19 공동성명, 2・13합의 그리고 10・4합의 등 세 차례의 합의가 있었습니다. 그때마다 북핵문제가 곧 끝날 것이라는 희망과 기대를 자아냈지만, 그런 장밋빛 희망이 오래가진 못했습니다.
북한이 벼랑 끝 전술을 쓰면서 상황은 다시 악화되었고, 그 와중에 북한은 시간을 벌면서 핵보유라는 목표를 향해 한 걸음 한 걸음 다가갔습니다.
이제 어떻게 해야 할 것인가? 솔직히 지금 상황은 막막합니다.
이 악순환의 고리를 평화적으로 끊으려면, 과연 어떻게 해야 할 것인가?
우리 한국의 숙제이고, 미국의 숙제이고, 전 세계의 숙제입니다.
여러분의 숙제이고, 저의 숙제이기도 합니다.
다만 한 가지 확실한 것은, 또 다시 과거의 패턴이 반복되어선 안된다는 것,
그리고 한반도에 핵이 있어선 안된다는 것입니다.
지금 이에 대해 여러 방안들이 논의되고 있습니다.
북한이 6자회담에 나오기만을 기다리지 말고, 나머지 5자가 회담을 열어서,
5개국 간의 이견을 해소하고, 북핵 폐기를 유도할 수 있는 조치들을 강구하자는 의견도 있고,
북한이 북・미간 직접 대화를 원한다면, 북핵 폐기를 전제로 북미간의 직접대화로 돌파구를 열어야 한다는 의견도 있습니다.
아예 철저히 무시하자는 의견도 있습니다.
이런 저런 방법들이 각각 일리는 있지만,
현재로서 해결방법은 북한의 선택에 달려 있습니다.
저는 궁극적으로는 기존의 틀을 뛰어 넘는, 보다 포괄적인 구상이 필요하지 않은가 생각합니다.
과거 미국에서 여야 간에 합의를 이룬 페리 프로세스를 마련했듯이,
이제 미국의 여야 간의 합의 차원을 넘어, 더 큰 차원의 합의가 필요합니다.
미국도 참여하고, 중국도 참여하고, 남북한과 러시아, 일본 등 관련 국가들이 다 참여해서, 참여국 모두가 합의하는 동북아 평화정책을 만드는 것입니다.
단순히 북핵문제의 해결에만 국한할 것이 아니라,
‘북한문제’의 해결, 나아가 동북아 평화 차원에서 접근해야 합니다.
동북아 평화체제구축을 위한 다자안보 프로세스를 추진하면서,
그 속에서 ‘북한문제’의 해결을 도모하는 것입니다.
북미 불가침 합의와 같은 협정문보다도
이렇게 실질적인 평화의 환경을 만드는 것이 더 중요할 것입니다.
저는 오래 전부터 일시적인 회담의 틀을 뛰어 넘는 보다 효과적인 틀로서, 상설적인 동북아 평화협력체를 만들어야 한다고 생각해왔습니다.
그 틀 안에서 서로 교류협력을 강화하고, 경제공동체를 만들고, 안보 공동체를 만들어 간다면, 북핵문제와 같은 현안의 해결에 한정된 ‘소극적 평화’를 넘어, 동북아의 평화와 번영이라는 ‘적극적 평화’를 만들 수 있다고 믿습니다.
이런 ‘동북아 평화 프로세스’는 어느 한 나라에게 유리하거나 불리한 것이 아니라, 모두에게 이득이 되는 ‘새로운 가치창출’ 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저는 이곳 스탠포드 대학에 계시는 조지 슐츠 전 국무장관과 윌리엄 페리전국방장관이 “핵무기 없는 세계”를 실현하기 위한 국제적인 운동을 주도하고 계신 것을 알고 있습니다.
그리고 오바마 대통령도 ‘핵무기 없는 세계’ 를 미국의 비전으로 설정했다고 들었습니다.
한국은 아마 그 비전을 세계에서 가장 강력하게 공유하는 나라일 것입니다.
우리는 1991년부터 원자력의 평화적 이용을 추진하되, 핵무기의 개발과 보유에 반대하는 ‘비핵정책’을 확고하게 견지해왔습니다.
저는 ‘핵무기 없는 세계’의 비전은 ‘한반도 비핵화의 완성’에서부터 시작되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오바마 대통령의 비전이 북한에서부터 이루어지기를 기대합니다.
저는 우리가 함께 힘을 모은다면, 반드시 해낼 수 있다고 믿습니다.
▶ 한미동맹의 비전
여러분,
지난 반세기 동안 한국과 미국은 공통의 꿈을 위해 함께 노력해왔습니다.
보다 자유롭고, 보다 안전하고, 보다 풍요로운 세계, 열심히 노력하면 누구나 꿈을 이룰 수 있는 세계를 만드는 것이 우리의 공통의 꿈이었습니다.
그 꿈을 이루기 위해 우리는 한국전쟁에서, 베트남에서 같이 피를 흘렸고,
이라크에서도 한국군은 미군과 나란히 참전했었습니다.
그러나 지난 몇 년 동안, 한미관계에 대해 많은 문제들이 있었던 것이 사실입니다. 걱정도 많았고, 탈도 많았습니다.
그러나 저는 한미 관계, 이렇게 생각합니다.
“더 이상 할 말이 없다. 자유를 위해 함께 피 흘린 혈맹 아니냐?”
중요한 것은 이 소중한 혈맹관계를 어떻게 더욱 발전시켜, 인류를 위한 동맹으로 진화시킬 것이냐 입니다.
저는 이제 한미동맹이 ‘고정된 가치를 지키는 동맹’ 에서 ‘새로운 가치를 창출하는 동맹’ 이 되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새로운 가치’ 란 한국과 미국 뿐만 아니라 세계가 직면한 변화와 도전에 ‘해결방안(SOLUTION)을 공동으로 모색하는 동맹’을 의미합니다.
지금 우리는 새로운 도전에 직면하고 있습니다. 이제 안보의 개념도 군사적인 안보만이 아니라, 경제위기, 환경오염, 정치·사회적 혼란 등 다양한 위협을 포괄하고 있습니다. 이런 글로벌 시대의 안보는 한 국가의 차원이 아닌 세계적 차원의 협력을 통해 지켜질 수 있습니다.
따라서 한미양국은 글로벌 금융위기를 극복하고, 북핵문제와 한반도에 평화체제를 구축하는 문제, 국제 테러리즘과 기후 변화 문제, 빈부 격차의 문제와 같은 전 지구적 이슈에 대한 해결책을 찾는 과정에서 새로운 동맹 가치를 만들 수 있습니다.
저는 한미 동맹이 이렇게 '인류를 위한 동맹'이라는 비전을 갖고,
한반도의 정치․군사적 안정을 넘어서 동북아 및 세계평화와 번영이라는 새로운 가치를 만들 때, 이웃 국가들 뿐 아니라 전 세계가 지지를 보내는
‘매력적 동맹’이 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런 ‘매력적인 동맹’을, 우리 함께 만들었으면 합니다.
▶ 원칙이 바로 선 자본주의를 향하여
(Pathway to the Disciplined capitalism)
경제문제 역시 우리가 함께 풀어야 할 과제입니다.
지금 세계경제는 2차 대전 이후 최악의 위기를 겪고 있습니다.
위기가 어느 한 나라에만 머무르는 것도 아니고,
어느 한 나라만 위기에서 벗어날 수도 없기 때문에 아마도 요즘처럼
전 세계가 ‘우리는 공동운명체’ 라는 것을 느끼는 적도 드물 것 같습니다.
저는 지금 이런 때야말로, 한국과 미국을 비롯한 세계 각국이 위기 극복을 위해 무엇을 준비하고 협력해야 하는지, 새로운 번영을 이루기 위해 자본주의의 미래 모습을 어떻게 만들어 가야 할 지, 함께 지혜와 역량을 모아야 할 때라고 생각합니다.
저는 지금 세계경제는 크게 세 가지 도전에 직면하고 있다고 봅니다.
민간부문은, 탐욕이라는 도전에 직면해 있습니다.
이익의 극대화에만 치우쳐 그에 따른 책임과 사회의 공동선을 경시했습니다.
정부는, 그 역할과 기능을 제대로 못했다는 도전을 받고 있습니다.
시장의 변화를 따라가지 못했고, 소외계층에 대한 배려도 미흡했습니다.
세계적으로는, 보호무역주의가 대두하고 있습니다.
각국이 모두 빗장을 경쟁적으로 걸어 잠근다면, 공멸의 길로 가게 될텐데,
위기의 책임을 다른 나라에 전가하거나, 위기를 빌미로 보호무역주의를 가동하려는 기미가 보입니다.
저는 이러한 세 가지 도전의 심화를
"원칙이 무너진 자본주의 (the Undisciplined Capitalism)”라고 생각합니다.
세계가 지금의 위기를 극복하고 발전을 지속하기 위해서는, 바로 이런 근본적인 문제에 대해, 원칙(규율)을 새롭게 확립해 가야 합니다.
자본주의의 핵심가치인 ‘자기책임의 원칙’이 지켜질 때, 자본주의도 지켜질 수 있습니다. 그 가치가 위협받을 때 자본주의 자체가 위협받게 됩니다.
그것을 우리가 잠시 잊고 있었던 것입니다.
이렇게 원칙이 바로 선 자본주의를 만들기 위해선,
민간부문과 정부의 역할과 책임이 새롭게 확립되고, 국가 간 협력이 더 강화되어야 합니다.
먼저 민간부문은, 개별 경제주체들의 생각과 지향점이 바뀌어야 합니다.
개인의 이익과 사회 공동선이 합치될 때, 그것이 진정한 성장이고, 지속가능한 이윤을 낼 수 있다는 것에 대한 경제주체들의 합의가 중요합니다.
오직 수익률만을 높이려는 과다한 레버리지 관행이나,
무분별한 파생상품 거래 같은 도덕적 해이가 계속되는 한, 이번 위기 같은 시장실패는 반복될 것입니다.
앞으로는 주주이익과 공동체 이익(stake-holders' interests)을 조화시킴으로써
기업윤리를 더 높이 창달해야 할 것입니다.
둘째, 정부의 역할과 기능이 새롭게 구축되어야 합니다.
이번 위기가 시장과 감독의 불일치(mismatch)에서 비롯됐듯이
감독의 사각지대가 있어서는 안 될 것입니다.
관치주의는 안되지만, 시장경제가 작동하는 과정에서 문제가 될 소지를
미연에 방지하는 역할은 정부가 더욱 강화해야 합니다.
금융부문에 대한 감시 및 감독의 관점과 시각도 보다 다양해져야 합니다.
그리고, 정부는 공동체에서 소외된 경제적 약자를 확실히 보듬어야 합니다.
단순히 약자를 도와주자는 것이 아닙니다. 각자가 저마다의 소질을 바탕으로 GDP 창출에 참여할 수 있도록 지원해야 합니다.
경제발전의 최종목표는 소외계층을 포함한 모든 국민이 함께 참여하는 공동체의 행복공유에 맞춰져야 하기 때문입니다.
셋째, 국가 간 새로운 협조체제를 구축해야 합니다.
글로벌 시대에 어느 한 나라도 고립되어 존립할 수 없습니다.
공동생존과 공동번영이 키워드가 되었습니다.
인류의 빈곤퇴치와 양극화 해소를 위해 세계가 함께 나서야 합니다.
이를 위해, 무역과 금융의 국가간 흐름이 더욱 자유롭게 되어야 하고,
나아가 인적자원 및 기술과 정보의 교류가 확대되어야 합니다.
이런 차원에서 한미 간의 경제협조체제도 더욱 심화되고 강화되어야 합니다.
FTA와 같은 정부 간의 협조는 물론이고
지방정부 차원, 자치단체 간 등 여러 분야에서 세분화되고
실질적인 협조체제를 구축하는 것이 양국은 물론이고 세계적으로도 도움이 될 것입니다.
비록 지금은 세계가 경제위기로 고통을 받고 있지만, 인류의 역사는 고통을 겪으면서 한 단계씩 발전해왔습니다.
저는 금번 위기가 경고하는 문제점들을 잘 보완해서
세계 각국에 ‘원칙이 바로 선 자본주의(the disciplined capitalism)’가 뿌리내린다면, 세계경제는 한 단계 더 발전하고, 인류의 행복도 더 커질 수 있을 것이라고 믿습니다.
▶ 마무리
신사, 숙녀 여러분,
18세기 유럽문명을 기준으로 했을 때, 미국은 ‘최초의 신생국’ 이란 말이 있습니다.
20세기 서구문명을 기준으로 했을 때, 한국도 전후 신생국 중 하나입니다.
미국이 신생국으로서 가장 성공한 케이스라면,
한국도 전후 신생국 가운데 성공한 대표적 케이스입니다.
저는 미국의 위대함은 경제력과 군사력 때문이 아니라,
자유라는 가치, 누구든지 노력하면 성공할 수 있다는
아메리칸 드림으로 세계인들에게 꿈을 준 것에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동안 많은 굴곡이 있었지만, 이번에 오바마 대통령의 당선을 보면서
세계인들은 아메리칸 드림이 지금도 이뤄지고 있다는 것을 확인했습니다.
저는 우리 한국이 가야할 길 역시, 꿈의 공유라고 생각합니다.
50년 전 한국의 모습은, 오늘날 세계의 제 3세계 국가들이 공통으로 겪고 있는 모든 어려움의 집합체였습니다.
그런 악조건 속에서, 한국은 자유와 민주주의라는 미국의 가치 위에
좌절하지 않는 용기와 할 수 있다는 자신감, 공동체를 위한 헌신으로
산업화와 민주화, 정보화를 동시에 이뤄서,
제 3세계 국가들에게 우리도 할 수 있다는 꿈을 주었습니다.
저는 이런 한국발전모델(Korean Developmental Model)이야말로,
제 3세계 근대화의 모범사례로서, 한국과 미국이 세계에 제시할 수 있는
비전 중 하나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한국과 미국이, 그렇게 세계인들에게 꿈과 희망을 주었으면 합니다.
저에겐 꿈이 있습니다.
국민이 행복한 대한민국,
인류가 행복한 지구촌을 만드는데 기여하는 대한민국이라는 꿈이 있습니다.
앞으로 한국과 미국이 인류를 보다 행복하게 하는데 기여할 수 있기를 바랍니다.
지난 세기, 한반도는 대륙세력과 해양세력의 각축장이었습니다.
일본, 중국, 러시아 등은 한반도에서 서로 세력을 넓히기 위해 경쟁했습니다.
그 과정에서 큰 전쟁도 몇 차례 있었고, 관련국들은 한반도를 각각 상대방에 대한 공격의 발판으로 사용했습니다.
이제 21세기 아시아·태평양 시대에, 한반도는 공격의 발판이 아니라,
아·태지역의 여러 나라가 협력하고 상생하는 ‘평화의 허브’가 되어야 합니다.
그리고 그 허브의 핵심에 한미동맹이 자리잡아야 합니다.
이와 같은 일을 하기 위해, 우리가 함께 해야 할 일이 참 많습니다.
그리고 해낼 수 있습니다.
앞으로 한국과 미국이 평화와 번영의 새로운 지평선을 열어간 멋진 동반자로 세계역사에 기록되길 진심으로 바라면서
다시 한번, 이런 좋은 기회를 주신 스탠포드 대학에 감사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