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력 사정뿐이 아니었다. 산뜻한 신축 빌딩, 도로 위의 자동차와 무궤도전차 등 모든 것이 달라졌다. 무엇보다 차창 밖 평양 시민들의 표정이 대체로 밝아보였다. 국제사회의 제재를 이고 산다고 믿기 힘들었다. 대체 이 도시의 활기는 어디서 나오는 것일까.”(8월16일자 경향신문 4면)
김진호 경향신문 국제전문기자는 지난달 10일 열흘 일정으로 북한을 방문했다. 10여년 만의 방북이었다. 평양 방문은 6·15 제5주년 기념 행사를 취재한 2005년 이후 처음이었다. 이번엔 지난달 15일부터 18일까지 평양 김일성경기장에서 열린 제4회 국제유소년축구대회 취재 차였다.
▲ 지난달 방북했던 김진호 경향신문 국제전문기자가 지난 10일 서울 광화문 인근 카페에서 미디어오늘과 인터뷰하고 있다. 사진=김도연 기자 |
김 기자는 북한의 인상 깊은 변화로 ‘조림’(造林·숲을 조성하는 일)을 들었다. 김일성·김정일 부자가 진행했다는 북한식 식량 자급 농법인 ‘주체농법’으로 산림이 파괴됐는데 민둥산이 푸른 산하로 바뀌었다는 것이다. 김 위원장은 집권 이후 전국적 산림 복구 작업을 펼쳤다. 김 기자는 “개성~평양 간 고속도로에서 조림 풍경이 눈에 띄었다”며 “북한 사람들은 과거 포항제철소를 보여줘도 ‘산에 나무가 있는 게 부럽다’고 했다. 김정은은 김정일을 직접 비판하지 않으면서도 조림 작업에 소홀하지 않았던 것 같다”고 말했다.
김 기자는 “옛날이나 지금이나 남쪽 기자들이 올라가서 볼 수 있는 것에 한계가 있다. 이번엔 특히 사진 통제가 심했다. 보여주고 싶은 것만 보여주겠단 것”이라면서도 “도시 풍경과 옷차림도 바뀌었다. 무엇보다 평양 시민들 표정이 밝아보였다”고 말했다. 이어진 김 기자 이야기에서 그 원인을 엿볼 수 있었다. “과거 평양을 방문해 호텔에 묵었을 때 호텔 상점을 가보면 같은 종류 술이어도 병에 채워진 술 높이가 달랐다. 뚜껑을 만드는 기술이 좋지 못했던 까닭이다. 이번엔 똑같았다.(웃음) 담배 역시 종류가 다양해졌고 품질이 남달랐다.”
▲ 경향신문 8월16일자 4면. |
1988년 경향신문에 입사한 김 기자는 방북 경험만 11번째다. 베테랑 기자는 한국 언론이 북한 교류에 동분서주하고 있는 모습을 어떻게 평가할까. 김 기자는 “교류는 서로가 필요한 걸 나누고 공감하는 과정”이라며 “당·국가 체제를 유지하는 국가에서 교류한다는 건 쉬운 일이 아니다. 언론사들이 과당 경쟁보다 차분히 준비할 필요가 있다. 그래야 남북 관계에도 좋을 것이고 인력 낭비도 줄일 수 있다”고 지적했다. 언론사들이 북한과의 행사를 이벤트화하고 그것을 과도하게 상품화하는 것은 경계해야 한다는 조언이다.
김 기자는 오보가 빈번할 수밖에 없는 북한 보도와 관련, ‘텍스트’를 강조했다. ‘현송월 총살’ 같은 가십성 정보보다 보고서나 성명, 공식 발표 등 기본 텍스트를 꾸준히 겹쳐 읽으며 맥락을 파악하고 취재한다는 것이다.
▲ 지난달 방북했던 김진호 경향신문 국제전문기자가 지난 10일 서울 광화문 인근 카페에서 미디어오늘과 인터뷰하고 있다. 사진=김도연 기자 |
김 기자는 끝으로 균형성과 사실 보도 힘을 강조했다. 김 기자는 “한쪽 이야기만 듣는 건 부족하다. 동의하지 않더라도 보수 쪽 이야기도 함께 들으면서 균형을 찾는다”며 “사실 보도여도 남북 관계에 악영향을 미치는 경우가 있지만 도둑질한 팩트가 아니라면, 정당하게 취득한 정보라면 장기적으로는 보도하는 게 낫다”고 조언했다. 그가 이번 방북 기사에서 “평양을 읽는 방식은 두 가지”라며 “적지 않은 경우 가슴으로만 읽거나 머리로만 읽는 우를 범한다”고 쓴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