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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크라 '007작전'식 방문 홍보한 대통령실, 과연 위험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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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대통령의 14일 우크라이나 방문을 둘러싸고 대통령실은 '007작전'을 방불케 하는 전격적인 측면을 집중 부각했다. 철 지난 레퍼토리인 데다 우크라이나와 아프가니스탄을 혼동한 장소 착각적 홍보 마인드였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에 대한민국의 역할을 최대한 '주요국 수준'으로 끌어올리려는 의도에서 비롯된 한 편의 '대 국민 쇼'이기도 했다.

윤석열 대통령 부부가 15일 우크라이나 수도 키이우 인근 이르핀을 방문하고 있다. 2023.7.15. 대통령실

"대한민국 기자 아닌 분 계십니까?"

수행기자단에 처음 우크라이나 방문이 처음 통보된 것은 대통령의 폴란드 방문 마지막 날인 지난 14일 오후 2시 30분이다. 바르샤바 한 호텔에 마련된 순방기자단 프레스센터에 김태효 국가안보실 제1차장, 김은혜 홍보수석, 조태용 국가안보실장, 이도운 대변인 등이 등장했다. 누군가 "여기 대한민국 기자 아닌 분 계십니까"라고 물었다, 고 한다. (머니투데이) 대한민국 기자들을 상대로 던진 질문이라는 점에서 우선 생뚱맞다. 더 희한한 점은 '국가급 기밀'을 공표한다면서, 사전에 참석자 보안점검이 없었다는 점이다.

순방 기간 내내 "우크라이나 방문 계획이 없다"고 거짓말한 것을 사과하고, 특급 보안사안이었다며 양해를 구했다. 노트북을 닫고 휴대전화 녹음도 안 되며, 소속사와 가족에까지 보안을 지켜달라고도 했다. 공식적으로는 리투아니아 빌뉴스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 정상회의 참석 및 폴란드 방문 일정이 '특별한 이유 없이' 2박 3일 연장됐다고 가족에 말해달라는 게 대통령실의 주문이었다. 키이우로 향한 출발은 15일 새벽에 진행됐다.

윤석열 대통령이 15일 키이우 '우크라이나 전사자의 벽' 앞에서 헌화를 하고 있다. 벽에는 전사자 사진과 이름이 게시돼 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을 비롯해 각국 정상이 사진을 찍은 장소다. 2023.7.15. 대통령실

극비리에 진행된 우크라이나 방문 뒤 대통령실 누리집에는 국민에게 보여주고 싶었을 사진과 메시지가 게시됐다. 대통령 부부가 침통한 표정으로 민간인 학살 현장으로 알려진, 키이우 인근 부차와 이르핀을 방문 사진 등이다.

각국 정상은 러시아가 2022년 2월 24일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뒤 키이우를 '깜짝 방문(surprise visit)'해왔다. 키이우 인근 부차와 이르핀을 돌아보고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대통령과 만나 지지와 연대를 표하고 지원계획을 발표하는 수순이다. 가장 최근에는 페드로 산체스 스페인 총리가 지난 7월 1일 방문했다. 지난 2월 23일에 이은 올해 두 번째 방문으로 이번엔 유럽연합(EU) 6개월 순회의장국 수반으로서였다.

예외적 나라 정상의 이례적 방문

쥐스탱 트뤼도 캐나다 총리(6월 10일),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EU 집행위원장(5월 9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2월 20일) 등 나토 또는 유럽 국가 지도자들의 방문이 이어졌다.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의 방문(3월 21일)은 주요 7개국(G7) 정상의 방문으로 받아들여졌다. G7은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서방을 대표하는 본부 격이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오른쪽)이 20일(현지시각) 우크라이나 수도 키이우를 방문해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대통령의 환영을 받고 있다. '우크라이나 전사자의 벽'이 배경이다. 바이든 대통령은 24일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1년을 앞두고 이날 키이우를 방문했다. 개전 뒤 첫 방문이다. 2023.02.20 AFP 연합뉴스

비나토, 비유럽국가 정상 가운데 각국의 주목받은 것은 6월 16일 시릴 라마포사 남아공 대통령을 포함한 아프리카 연맹(AU) 7개국 정상의 키이우 합동 방문이었다. AU 정상들의 방문은 전쟁포로 석방을 비롯해 평화 협상을 추진하는 차원에서 이뤄졌다. 바로 다음 날 모스크바를 합동 방문한 까닭이다. 반대로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는 지난해 4월 9일 젤렌스키 대통령에게 러시아와 평화협정을 맺지 말 것을 종용하기 위해 키이우를 찾았다.

러시아는 각국 정상의 우크라이나 방문 자체를 비난한 적이 없다. 또 위협을 가한 적도 없다. 유독 대한민국 대통령이 '위험'을 무릅쓰고, 007작전을 하듯 '도둑방문'할 필요가 없었다는 말이다. 대한민국 대통령은 어떤 기준에서 보아도 생뚱맞다. 주요 관여국이 아닌 것은 물론, 평화 중재자도 아닌데다가 지원을 다짐한 것 외에 특별한 방문 목적이 없기 때문이다. 물론 국가 원수 차원에서 지극히 이례적으로 우크라이나 재건 사업 참여를 강조한 점은 유별났다. 한국이 '세계 9위 무기 생산국(AP통신)' 이라는 점에서 살상 무기 지원 가능성도 주목을 받았다. 전국적으로 '극한 호우'에 따른 피해가 확산되던 시점, 이 정도 목적의 방문을 위해 순방 기간을 2박 3일 연장한 게 지극히 의구스러운 대목이다. 

우크라이나를 방문한 윤석열 대통령이 16일 키이우 성 소피아 성당 앞에서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과 서로 팔을 마주잡고 있다. 2023.7.16. 대통령실 연합뉴스

키이우는 카불이나, 바그다드가 아니다

올해 키이우를 방문한 지도자 가운데 '깜짝 방문'의 극적 효과를 가장 의식한 것은 바이든 대통령의 방문이었던 것 같다. 백악관은 007작전을 방불케 한 바이든 방문의 효과를 대대적으로 홍보했다. 방문의 극적 긴장감을 높이는 이유는 대통령의 안전이 위험할 수 있다는 가정 때문이다. 그러나 제이크 설리번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은 "'몇 시간 전' 러시아 측에 방문 사실을 통보했다"고 말해 방문의 극적인 성격이 없었음을 자인했다. '깜짝 방문'이라는 각국 언론의 상투적 표현이 등장하기 시작한 것은 2000년대 초 미국의 아프가니스탄 및 이라크 침공 당시로 거슬러 올라간다.

'보이지 않는 적과의 전장 없는 전쟁'이었다. 교전 상대가 불특정 다수였기에 대통령의 방문을 통보할 대상이 명확지 않았다. 대통령의 안전 보장이 불투명한 상태에서 이뤄졌기 때문에 그야말로 007작전을 연상시키는 비밀성 유지가 필수적이었다. 

2008년 12월 14일 이라크를 '깜짝 방문'한 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이 바그다드 기자회견 도중 어수선한 좌중을 진정시키고 있다. 한 이라크 기자가 자신을 향해 던진 신발을 가까스로 피한 직후의 상황이다. 2008.12.14. EPA 연합뉴스

바이든의 깜짝 방문 홍보가 남우세를 산 이유는 또 있다. 미국은 우크라이나 전쟁 시작 뒤에도 독일 비스바덴의 유럽주둔미군사령부와 크렘린궁 간 군사적 핫라인을 개설해놓고 있다. 상시 소통을 하기에 '깜짝 방문'이 있을 수 없을뿐더러, 대통령의 안전을 고려하면  있어서도 안될 일이기 때문이다. 이점에서도 대한민국 대통령의 '깜짝 방문'은 의문을 낳는다. 대통령의 안전이 걱정됐다면 미국처럼 러시아 측에 통보했어야 했다.  했어도 넌센스이겠지만, 안 했다면  애시당초 위협 인식이 없었다는 말이 된다.

러시아는 아프가니스탄, 이라크 전쟁 당시의 지휘체계가 없는 불특정 무장세력이 아니다. 교전 상대국 또는 살상무기 지원국 정상이 키이우를 방문했더라도 공격할 이유가 없다는 말이다. 키이우는 전투 현장도 아니다. 위험이 없음에도 습관적으로 '깜작 방문'이라는 상투적 표현을 쓰는 언론의 낡은 레퍼토리일 뿐 아니라, 이를 유도하는 국내 정치적 동기가 배경에 있다. 무엇으로 보건 '철 지난 대국민쇼'에 불과하다.

16일 대통령실 뉴스룸에는 대통령이 집중호우 피해 대책을 지시했다는 게시물이 눈에 띈다. 리투아니아-폴란드-우크라이나 순방 중에도 국민을 걱정하고 있음을 환기한다. 이상한 점은 관련 내용이 15일부터 갑자기 등장한다는 점이다.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중대본)가 전국에 걸쳐 인명 및 재난피해가 발생한 데 따라 대책 마련에 나선 건 지난 12일이다. 한덕수 총리에게 만전의 대책을 당부하고, 지시했다는 15일 두 건의 게시물은 같은 내용을 분재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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