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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은-푸틴 금명간 러시아 극동지방서 정상회담

시민언론 민들레(Dentdelion)

by gino's 2023. 9. 12. 13: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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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과 러시아가 북·러 정상회담이 수일 내 열릴 것이라고 11일 공식 발표했다. 지난 4일 뉴욕타임스 보도로 처음 유포한 뒤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가 선제적으로 흘린 정보 중 적어도 '절반'은 적중하게 됐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2019년 4월 24일 전용 열차로 러시아와 북한의 접경 지역인 하산역에 도착해 열차에서 내려오고 있다. 2019.4.24. 러시아 연해주정부 제공 연합뉴스

조선중앙통신은 이날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초청으로 '곧' 러시아를 방문하게 된다고 보도했다. 이어 방문 기간 김 위원장이 푸틴 대통령과 회담을 한다고 전했다. 크렘린궁도 이날 브리핑에서 "김정은 위원장이 푸틴 대통령의 초청을 받아 수일 내 러시아를 방문할 것"이라고 밝혔다고 타스 통신이 전했다.

드미트리 페스코프 크렘린궁 대변인은 또 "(정상을 포함한) 양국 대표단의 회담이 있을 것이며, 필요하다면 김 위원장과 푸틴 대통령의 단독회담도 할 수 있다"고 말했다고 리아 노보스티 통신이 전했다. 페스코프 대변인은 그러나 오는 13일까지 블라디보스토크에서 열리는 동방경제포럼에서 두 정상이 만날 계획은 없다고 밝혀 회담 장소가 꼭 블라디보스토크가 아닐 수 있음을 시사했다. 푸틴은 12일 동방경제포럼 본회의에 참석할 예정이다.

이로써 백악관과 국무부, 국방부가 지난 5일 일제히 '이달 중 북·러 정상회담'을 예상한다고 발표한 부분은 들어맞게 됐다. 하지만 미 행정부 및 동맹국 관계자들이 익명으로 전한 높은 수준의 군사협력이 이뤄질지는 미지수다. 미국 언론과 이를 받아 전한 한국 언론은 북한이 러시아에 포탄과 대전차 미사일 등을 제공하고, 러시아가 북한에 핵 추진 잠수함 및 군사위성 기술 등을 제공할 것이라는 등 구체적인 의제를 전했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마지막 정상회담. 2019년 4월 25일 블라디보스토크에서 회담을 갖기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AP 연합뉴스

북한이 러시아와 연합훈련을 하게 될지도 관심이다. 국가정보원은 앞서 지난 4일 국회 정보위 보고에서 러시아가 북한에 북·중·러 연합군사훈련에 참가할 것을 권했다고 전한 바 있다. 북한의 7·27 전승절(정전협정기념일)에 푸틴의 특사 자격으로 방북했던 세르게이 쇼이구 국방장관은 지난 4일 북한의 합훈 참가와 관련해 "안 할 이유가 무엇이냐"라고 반문하며 "북한은 러시아의 이웃국이고, 같은 이웃국인 중국은 러시아와 합훈은 물론, 함께 순찰도 하고 있다"고 말했다.

북한이 러시아 및 중국과의 연합훈련에 참여하는 것은 전례가 없다. 8·18 한·미·일 정상의 캠프 데이비드 합의 이후 동북아 안보에 또 다른 위협 요소가 될 수 있다.

북한과 러시아가 정상회담을 이리 긴박하게 발표한 것은 유례가 없는 일이다. 2019년 블라디보스토크에서 이뤄진 김 위원장과 푸틴 대통령의 첫 정상회담의 경우 회담(25일) 1주일 전인 18일 장소를 특정하지 않은 채 정상회담 예정을 밝힌 바 있다.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세 번의 방러 역시 며칠 시차를 두고 미리 발표됐었다.

11일 러시아 극동 연해주 블라디보스토크역 승강장에 경찰과 군인이 배치돼 있다. 2023.9.11. 연합뉴스

이와 관련 주러시아 공사를 역임한 박병환 유라시아전략연구소장은 "실무선에서 공동발표 문안이 아직 완성되지 않았을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이번 정상회담은 아직 그 시기가 정확히 공개되지 않았다. 서방 언론은 일단 13일을 정상회담 일로 예상한다고 리아 노보스티 통신이 전했다.

김 위원장의 방러 시점과 관련해 조선중앙통신은 '곧'이라고 했고, 크렘린궁은 '수일 내로(in coming days)'라고 밝혔다. 이는 장소도 블라디보스토크가 아닌 시베리아 횡단열차가 경유하는 제3의 도시가 될 수 있음을 말해준다. 페스코프는 12일 리아 노보스티 통신에 회담 장소로 '극동지방'이라고 밝혔다. 

김정일 위원장은 2001년 시베리아 횡단열차를 타고 9일 동안 블라디보스토크~하바롭스크~이르쿠츠크~노보시비르스크를 거쳐 모스크바까지 9200여㎞를 주파했다. 다음 해에는 러시아 극동지방 하바롭스크의 산업시설을 시찰한 뒤 블라디보스토크에서 푸틴과 정상회담을 했다. 2011년 마지막 방문 때는 북·러 접경의 하산 역에서 환영행사를 했지만, 바이칼호 인근 울란우데에서 드미트리 메드베데프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한 뒤 중국 만주리를 거쳐 귀국했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정권창건 기념일인 9·9절을 하루 앞둔 지난 8일 평양 김일성광장에서 열린 '민방위 무력 열병식' 참가자들과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2023.9.8. 조선중앙TV화면 연합뉴스

앞서 푸틴은 북한의 정권 창건 75주년 기념일인 지난 9·9절 축전을 통해 양국이 "모든 방면에서 쌍무적 연계를 계획적으로 확대해나가게 될 것을 확인한다"면서 "이것이 한반도와 동북아시아의 안전과 안정을 보장하는 데 이바지할 것"이라고 밝혔다.

마리아 자하로바 러시아 외교부 대변인은 지난 8월 24일 캠프 데이비드 합의와 관련해 "아시아태평양 지역에 블록 대 블록의 대결 구조를 촉진하는 (한·미·일) 삼각관계"라고 비난한 바 있다. 그러면서 "한반도의 '긴박한 문제들'을 포함해 군사적, 정치적 긴장을 완화하고 제재와 (군사적) 완력을 동원해 대치하려는 사고를 포기해야 한다"고 촉구한 바 있다.

오랫동안 한반도 문제의 항구적인 해결을 위해 동북아 안보 체제 구축을 제안해왔던 러시아가 이번 북·러 정상회담을 계기로 한반도 정책을 바꿀 것인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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