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란 수괴가 '광란의 칼춤'을 다시 추었다. 대통령 윤석열(이하 윤석열)에게 그의 언어를 되돌려 준다. 12.12 군사반란 44주년에 나온, 이른바 담화문부터 보자. 혐오스럽지만 어찌하랴, 이 또한 역사의 기록인 것을. 한마디, 한마디가 정확히 본인에게 되돌아갈 불화살이다.
윤석열은 지난 3일 '피를 토하는 심정'으로 밝힌 비상계엄 선포의 변을 다시 읖었다. 이번엔 폐쇄회로에서 썩힐 대로 썩힌 토사물을 한바탕 토해냈다. 댓바람에 '지금 대한민국에서 국정 마비와 국헌 문란 세력이 누구냐'고 되물었다. 본인만 모른다. 그의 얇은 기억은 4.13 총선에서 멈췄다. 야당이 '대선 결과에 승복하지 않는다'고 한탄하며 총선 결과를 송두리째 뽑았다. 국회를 '헌정질서를 파괴하는 괴물'로 지목했다. 누가 괴물인지 본인만 모른다. 연쇄살인범만 소시오패스가 아니다.
느닷없이 '야당이 국가안보와 사회 안전까지 위협한다'고 우겼다. 그러더니 아스팔트 극우가 증오하는 열쇄 말을 곳곳에 배치했다. '중국인' '간첩' '국가보안법' 등이다. 공격 신호였다. '야당이 정부를 흠집내기만 고군분투했다'고 하더니, 비상 상황인 경제 위기 속에서 '대한민국의 성장동력까지 꺼트리려고 한다'고 내뱉았다. 기 막힌 대목을 추려보자면 159명의 젊은 넋이 스러진 이태원 참사에도 아무 책임도 물리지 않은 그가 재해예산 감축을 탓하는 대목이 백미였다. R&D 예산 삭감으로 수많은 청년 과학도를 좌절케 한 그가 R&D 예산 감축을 탓했다. 본인이 내란을 통해서라도 독재하고 싶었던 본심을 숨기고 '의회 독재'를 운운했다. 누가 대한민국 국가안보와 사회 안전, 경제를 위협하는지 본인만 모른다. 소시오패스는 두뇌가 비상하다. 한시라도 빨리 격리해야 할 위험한 집중력이다.
며칠 전 국민을 불안케 해 송구하다고 말한 입으로 비상계엄을 재차 '엄중한 결단'이라고 자화자찬한 대목은 어떤가. 현장의 계엄군 지휘관들에게 직접 지시한 사실은 숨겼다. 병역 면제를 받을 만했다. 한쪽 눈만 시력이 좋은 짝눈(부동시)임을 환갑이 넘어 입증했다. 병적으로 상식을 벗어난다. 전 국방장관 김용현과 전 방첩사령관 여인형을 앞세워 또 정보사령관을 현장 지휘관으로 보낸 중앙선관위 습격에 대한 변명은 그나마 창의적이었다.
1년여 전에 발생한 '북한의 해킹 공격'을 빌미로 삼았다. 선관위의 채용 부정 사건도 갖다 붙였다. 그래서 군홧발을 진입시켜 선관위 서버를 절취했다는 억지다. 끝까지 망상에서 벗어나지 못했다는 증좌다. 그의 뇌를 숙주로 조회수를 늘려 온 극우 유튜버에 지배당하고 있음을 드러냈다. 총선이 부정선거였다? 소시오패스 범죄자의 소름 끼치는 특성은 절대로 후회하지 않는다는 점. 그런데 그는 당당하지 못했다. 부정선거 증거를 조작하기 위해 서버를 훔쳤다고 털어놓는 솔직함 또는 당당함도 없었다. 이 대목에서 사과한다. 비유 대상으로 소시오패스(반사회성 성격장애자)를 꼽은 건 그들에 대한 모독이었음을.
헌법과 법률 따위는 털끝만큼도 없었다. '과거의 계엄과 달리 계엄의 형식을 빌려 작금의 위기 상황을 국민들께 알리고 호소하는 비상조치' '헌정 질서와 국헌을 회복하기 위한 것'이었다고 생짜를 놓았다. 악취 풍기는 궤변의 대잔치였다. 국회와 선관위에 투입한 수백 명의 군홧발에 더해 지방에 있는 3공수, 7공수까지 투입하려 했음이 백일하에 드러났다. 그런데 '소수의 병력'만 투입했다고 강변했다.
"아직 의결 정족수가 안 채워진 것 같다. (국회 본회의장) 빨리 문 부수고 들어가 안에 있는 인원들을 끄집어내라"고 특전사령관 곽종근에게 직접 지시한 입으로 '국회의 계엄 해제 의결이 있으면 바로 병력을 철수시킬 것이라고 했다'던가. '1시 조금 넘어 계엄 해제 결의가 있자 즉각 군 철수를 지시했다'고 주장했다. 계엄군이 국회 철수를 마친 시간은 4일 새벽 4시 22분. 3시간이 넘는 시간이 그에겐 '즉시'였다.
내란 가담자들이 너도나도 발표한 '입장문'에서 짐짓 부하를 챙기려는 말을 집어넣은 것을 본떴을까? 사령관이 여단장을 두둔하고, 여단장이 부하 장병들을 두둔했듯 '군 관계자들은 모두 병력 이동 지시를 따른 것이니만큼 전혀 잘못이 없다'고 감싸는 거룩함을 잠시 내비쳤다. 본색은 몇 초도 지나지 않아 돌아왔다. '(국회가) 어떻게든 내란죄를 만들어 대통령을 끌어내리기 위해 수많은 허위 선동을 만들어 내고 있다'고 사자후를 토했다. '질서 유지를 위해 소수의 병력을 잠시 투입한 것이 폭동이란 말인가'라는 대목에선 그만 할 말을 잃게 한다.
수족과 같은 검찰을 동원해 2년여 동안 300여 차례의 압수수색을 하고도 아직 규명하지 못한 야당 대표의 혐의를 최고 사형에 처하는 반란죄와 과감하게 같은 반열에 놓았다. 본인이 국가 시스템을 무너뜨려 놓고 야당 대표가 '자신의 범죄를 덮고 국정을 장악하려는 것'이라는 말로 하늘을 가렸다. 계엄군 동원을 두고 '대통령의 헌법적 결단이자 통치행위가 어떻게 내란이 될 수 있나?'라고 되물었다. 25분여 동안 읽은 담화문의 요체다. 결국 이 한마디를 하려고 요설과 교언, 거짓말을 둘러댔던 것. 국민에 대한 '2차 가해'의 각오를 다진 대목이 가장 섬뜩했다.
'저를 탄핵하든, 수사하든 당당히 맞설 것이다. 법적, 정치적 책임을 회피하지 않겠다'고 잠시 비장함을 보인 뒤 곧바로 온 국민을 상대로 디스토피아의 미래상을 제시했다. 이번에도 주적은 국회다. '위헌적 법률, 셀프 면죄부 법률, 경제 폭망 법률을 무차별 통과해 나라를 완전히 부술 것'이라고 단언했다. '미래 성장 동력은 고사되고, 중국산 태양광 시설이 전국의 삼림을 파괴할 것'이며 '한미동맹 한미일 공조는 또다시 무너질 것'이란다. 북한도 빼놓지 않았다. '북한은 핵과 미사일을 고도화하여 우리의 삶을 더 심각하게 위협할 것'이라고 중얼거렸다.
'간첩이 활개 치고, 조폭이 설치는 그런 나라가 되지 않겠나'고 협박했다. 요약하면, 내가 계속 고도의 통치행위를 계속하지 않으면, 국민이 나락에 떨어질 거라는 저주다. '짧은 시간이었지만 이번 계엄으로 놀라고 불안하셨을 국민 여러분'에게 던진 사과는 그다음이었다. 국민은 '마지막 순간까지 국민 여러분과 함께 싸우겠다'는 그가 두렵다. "속히 그를 격리하라"는 함성이 커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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