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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실-자택 압수수색 방해는 반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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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해하면 국가 반란이다!"

경찰청 국가수사본부 비상계엄 특별수사단(국수본)이 11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에 대한 압수수색 실패로 새삼 돌아보는 페루 검경의 단호한 사법집행 의지다.

12.3 내란 사태를 수사하는 국수본 특별수사단은 이날 오전 11시 45분쯤 대통령실 안내실에 도착, 출입 절차를 밟았다. 압수수색 인원은 18명으로 수백 명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진 대통령실 경비, 경호 인력을 상대로 엄정한 법 집행이 가능할까. 지난 3월 23일 자정 무렵 대통령 자택과 집무실을 급습한 페루 검경의 경우엔 가능했다.

"압수수색을 방해하면 곧바로 반란"이라는 경고에 대통령 경호원들이 꼼짝도 못 했기 때문이라고 외신이 전했다. 먼저 자택에 들이닥친 검경 수사팀은 40여 명. 이날 자정쯤 관저 앞에 도착했다. 안에서 문을 열어주지 않자 해머로 문을 부수고 진입했다. 대통령과 가족은 심야에 옷을 갈아입을 시간도 충분치 않았다. 검경은 양탄자 밑까지 샅샅이 뒤져 10개의 명품 시계를 발견했다. 곧이어 몇㎞ 떨어진 집무실을 덮쳤을 때는 아무런 저항도 받지 않았다.

12.3 내란 사태에 비교하면 한없이 사소한 혐의였다. 대통령 디나 볼루아르테가 봉급에 비해 과한 값비싼 롤렉스 시계를 차고 있다는 인터넷 독립언론 '라엔세로나'의 의혹 제기에 따른 것. 검경은 이른바 '롤렉스 게이트' 수사 착수 5일 만에 전광석화처럼 행동에 나섰다. 페루 역사상 처음 있는 사건이었다.

리모델링 중인 대통령 관저의 모습. 2022.7.12. 연합뉴스

국수본의 대통령실 압수수색을 전후해 벌써부터 대통령실 국가기밀 유출이 우려된다는 등의 우려가 새 나오고 있다. 주로 여권에서 제기된다. 그런데 페루 검경은 어떻게 '디올백 스캔들'과 다름없는 사건에 군통수권자의 자택과 집무실을 '유린'했을까. 우리에겐 이상하게 보이지만, 법치주의와 민주주의 관점에서 지극히 상식적인 법 집행이었다.

페루 대통령 역시 형사소추권 면제를 받고 있지만, 재임 중이라도 수사에 협력할 의무가 있다. 죄상을 낱낱이 밝히되 퇴임 후 법정에 세울 수 있다. 검찰은 곧이어 소환조사 일정을 통보했다. 볼루아르테는 "소환 시기를 연기해달라"며 비루한 모습을 보였지만 검찰은 추상같았다. 끝내 검찰청에 불러들여 5시간 동안 추궁했다.

페루 국무총리의 행태는 친위 쿠데타 이후 한덕수 총리의 그것을 방불케 한다. 구스타보 아드리안센 총리는 압수수색 뒤 자신의 X계정에 "이러한 정치적 잡음이 (외국자본의)투자 및 국가 전반에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짐짓 나라를 걱정했다. 한 총리가 최상목 경제부총리와 함께 이 와중에 야당에 예산 증액을 요청한 것과 비슷한 장면이었다. 후안 비예나 검찰총장은 관저 수색 거부는 수사 협력 의무를 방기한 '반역의 분명한 지표'라고 못 박았다.

제도 역시 한몫 톡톡히 했다. 대통령 관할 하의 페루 법무부는 인권에 관련된 사안만 담당하고 검찰은 독립돼 있다. 검찰총장(법무장관)이 대통령 휘하에 있는 미국도 단호하기는 마찬가지였다. 페루 검찰의 압수수색 무렵 미국 사법기관은 전직 대통령 도널드 트럼프와 현직 대통령 조 바이든의 사저를 압수수색했다. 검찰의 유전자가 다른 것. 바이든은 부통령 퇴임 뒤 국가기밀 서류를 반환하지 않은 '사소한' 혐의였다. 작년 10월 한국계 특검 로버트 허에게 5시간 동안 신문을 받으며 노화에 따른 기억력까지 의심받았다.

30일 새벽 검경의 압수수색이 벌어진 페루 수도 리마의 대통령 관저 밖에서 경찰이 삼엄한 경비를 하고 있다. 2024.3.30. AP 연합뉴스

대한민국이 직면한 민주주의 위기는 차원이 다르다. 대통령이 특전사령관에게 "문을 부수고 국회 본회의장에 들어가 인원을 끌어내라"는 지시를 내린 사실이 명명백백하게 드러났다. 국수본의 압수수색을 방해, 지연시키는 대통령 경호처 관계자들 역시 '반란 공모자'로 처리할 일이다. 지난 3일 대통령 윤석열이 친위 쿠데타를 진두지휘한 지 8일이 지났다. 이미 증거 인멸, 입 맞추기에 충분한 시간을 주었다. 국수본은 대통령실뿐 아니라 한남도 자택도 털어 한 치의 의혹도 남기지 말아야 한다. 그보다는 당장 '내란 수괴'의 신병부터 확보하는 게 시급하다.

검찰에 기대를 갖기는 쉽지 않다. 검찰은 비상계엄 특별수사본부(특수본)을 요란하게 발족시키더니 전 국방장관 김용현(이하 김용현)이 휴대전화를 교체하고, 변호사와 상담까지 한 뒤 '자진출두'하도록 며칠 동안 방치했다. 뒤늦게 경찰 국수본 및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와 수사권 논란을 벌이더니 김용현을 구속, 신병을 확보했다. 지금, 대한민국에서 검찰과 대통령의 특수관계를 모르는 사람이 있을까?

국수본 특수단의 압수수색은 대통령실 측이 "대통령실은 대통령기록물 관리에 관한 법과 대통령 등 경호에 관한 법률에 따라 운영된다"는 이유로 진입을 완강히 거부함에 따라 저녁 7시 35분쯤 빈손으로 돌아갔다. 경호처가 인심이라도 쓰듯이 임의 제출 형식으로 건넨 극히 일부의 자료만 확보했다. 헌정 사상 초유의 현직 대통령의 내란 음모가 드러난 상황의 중대성을 간과한 발상이다. 이날도 대통령의 출근 여부는 확인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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