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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울 카스트의 쿠바 출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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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gino's 2012. 2. 23. 18: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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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02/26 (화)     45판 / 1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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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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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화가 도입돼야 한다" 라울의 쿠바 출범 - 국가펴으이회 의장 선출 안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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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울의 쿠바'가 출범했다. 쿠바 의회는 24일 라울 카스트로 현 국가평의회 수석부의장을 향후 5년간 국정을 이끌 국가평의회 의장으로 선출했다. 권력 서열 2인자인 국가평의회 수석부의장에는 호세 라몬 마차도 현 부의장(77)을 뽑았다. 국가평의회 의장은 내각 협의회 의장을 겸해 자동적으로 정부 수반의 역할을 수행한다. 1959년 쿠바 혁명 이후 49년 만에 첫 정권교체에서 탄생한 새 지도부는 혁명 1세대를 중심으로 구성돼 획기적인 개혁은 없을 것으로 전망된다.

라울은 이날 의장에 선출된 뒤 수락연설에서 "변화가 도입돼야 한다"면서 비효율적인 정부기구와 농업생산성 향상을 중심으로 점진적인 개혁에 나설 것을 다짐했다. 특히 쿠바 계획주의 경제의 근간을 이뤄온 "이중화폐제도의 폐지를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라울은 그러나 "국방 및 사회·경제적인 발전, 외교정책 등에 대해 피델에게 자문을 구한다는 조건에서 의장직을 수락하겠다"고 밝혀 피델 카스트로가 구축해놓은 체제의 틀을 유지할 것을 분명히 했다.

의회는 라울의 측근인 훌리오 카사스 레게이로 국방부 제1차관을 5명의 부의장단에 포함시켜, 라울의 권력기반을 강화했다.

쿠바 역사상 처음으로 '변화'를 강조한 지도자가 등장했지만 그 성격과 방향은 미지수다. 쿠바는 옛 소련의 붕괴 이후 극심한 경제난에 시달렸던 '특수한 기간(고난의 시기)'을 겪으면서 아직 일관된 개혁의 방향을 잡지 못하고 있다. 90년대 중반 계획경제 안에 부분적으로 시장경제를 도입했지만, 성과가 나타나기 무섭게 원점으로 회귀하는 경향을 보여왔다.

2000년 초 일반인의 달러화 소지를 허용했다가 빈부격차가 나타날 조짐을 보이자 곧바로 폐지한 것도 마찬가지다. 그 결과 "되는 것도 없고, 안되는 것도 없다"는 패러독스(모순) 현상이 곳곳에서 생겨나고 있다.

"빈부격차보다는 모두가 못사는 게 낫다(카스트로)"고 평등을 강조하면서도 화폐는 대부분 국민이 만져볼 수 없는 태환페소(CUC)와 불태환페소(CUP)로 구분돼 있다. 자동차는 수입해도 부품은 수입하지 않아 차가 굴러가지 않는다. 세계 최고 수준을 자랑하는 무상의료서비스도 그렇다. 병원치료는 무상이지만, 퇴원 뒤엔 복용할 약을 구입할 수 없다.

그런 맥락에서 이번 지도부 선출도 고개를 갸웃하게 한다. 라울은 "변해야 한다"고 강조했지만 국가 2인자는 50년대 피델·라울 형제와 산악게릴라 활동을 했던 마차도를 뽑았다. 여전히 '능력'보다 '이념'에 주안점을 두고 있다는 징표다.

아바 | 김진호 특파원


"변화가 도입돼야 한다" 라울의 쿠바 출범 - 국가펴으이회 의장 선출 안팎

쿠바 의회가 새 지도부를 선출한 24일에도 아바 시내 풍경은 여느 일요일과 다름없었다. 가족들과 한가롭게 휴일 나들이를 즐기는 시민들의 표정에서는 피델 카스트로 이전과 이후를 가르는 '사건'에 대한 실감이 읽히지 않았다. 라울 정권이 어제까지의 피델 정부와 무엇이 다른지 아직 모르겠다는 반응이 주를 이뤘다.

이날 오후 쿠바 혁명의 영웅인 체 게바라의 얼굴 조형물이 장식된 아바 도심 레볼류시옹 광장에는 섭씨 30도를 웃도는 더위 탓인지 정적마저 감돌았다.

레볼류시옹 광장에서 자동차로 15분 정도 떨어진 컨벤션센터 앞. 바삐 걸음을 옮기던 파블로(39·건축설비)는 사상 첫 정권교체에 대한 소감을 묻자 "뭐 큰 일이 있겠냐. 똑같은 생활이 반복될 것"이라고 심드렁하게 말했다.

게바라가 장관으로 일했던 옛 산업부 청사 벽면에는 '영원한 승리의 길로'라는 게바라의 글이 장식돼 있지만 눈여겨보는 사람은 관광객뿐이었다. 게바라가 생을 마감한 볼리비아로 떠나기 전 피델에게 보낸 편지의 마지막 대목이다.

청사가 따로 없는 쿠바 의회가 열린 컨벤션 센터로 통하는 길은 경찰의 차단으로 봉쇄됐다. 오후 2시30분 새 지도부가 국영TV를 통해 발표됐다. 하지만 TV 앞에 몰려들어 관심을 기울이는 장면은 볼 수 없었다.

번잡한 도심의 라 람파 대로변은 시민들로 북적였다. 할리우드 영화 '러시아워3'가 방영되는 요라 극장 앞에는 20여명이 서 있었다.

쿠바에서 영화와 스포츠는 무상에 가까운 싼 값에 공급된다. 영화 티켓 가격은 불태환페소(CUP)로 2페소(약 50원)이다. 평균 월급이 15달러 정도인 시민들의 가벼운 주머니로도 부담이 없다.

정치 지도자들은 "미 제국주의를 타도하자"고 목청을 높이지만, 시민들은 미국 문화에 별다른 거부감이 없다. 비디오 대여점에는 할리우드 영화가 넘치고, 요즘 TV에선 김윤진씨가 출연하는 '로스트'가 방영되고 있다.

아바 시민들은 어제와 오늘이 중첩된 채 또 하루의 일요일을 보냈다. 도시게릴라로 혁명에 참가했다는 니디아(82·여)는 "라울은 피델보다 훨씬 과격하고, 반 제국주의 노선에 충실한 사람"이라며 쿠바의 변화 가능성을 낮게 보았다.

군복무 대신 공공기관에서 사무원으로 2년 일하고 있다고 소개한 페드로(21)는 대학 전공을 놓고 고민 중이다. 그는 "컴퓨터학과가 가장 인기가 높아 경쟁률이 30대 1에 달한다"면서 미래에 대한 기대를 내비쳤다.

아바 | 김진호 특파원
새 지도부 중계 TV 앞 썰렁 … 할리우드 영화관 북적 - 아바 시민 반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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