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굿바이, 피델 카스트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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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gino's 2012. 2. 23. 18: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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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재정보
2008/02/25 (월)     45판 / 2면
분류
미주
제목
"굿바이 카스트로" 담담한 쿠바 - '지도자 교체' 현지르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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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혁명의 나라' 쿠바가 변화의 문턱에 섰다. 49년간 이어져온 피델 카스트로의 시대에 마침표를 찍고, 새로운 지도자를 맞아 또다른 역사의 장을 열게 됐기 때문이다. 경향신문은 김진호 워싱턴 특파원을 쿠바 수도 아바에 급파해 현지 표정을 전한다. | 관련기사 10면


피델 카스트로 국가평의회 의장의 후임 선출을 하루 앞둔 23일(현지시간) 아바. 49년 만의 지도자 교체를 앞둔 흥분은 감지되지 않았다. 많은 쿠바인들은 떠나는 피델에게 애정과 존경을 표했고, 새 지도자에 대한 기대감을 감추지 않았다.

다만 차이는 속도에 있는 것 같았다. 피델이 열어젖힌 '혁명의 시대'가 고속으로 다가왔다면, '피델 이후'의 연대기는 시나브로 다가오는 인상이었다.

"피델의 존재 여부가 중요한 건 아니다. 누가 권력을 잡는 것은 중요하지 않다." 관광객들로 북적이는 아바의 플라사 데 아르마스(도심 광장)에서 중고 서적을 팔던 카를로스(48)는 "쿠바의 미래는 매우 불확실하다"면서 무덤덤하게 내뱉었다. 그러나 후계자로 유력시되는 피델의 동생 라울에 대한 인상을 묻자 반가움을 내비쳤다.

"이번에도 그가 좋은 소식을 가져오기를 바란다"며 1990년대 중반 라울 국가평의회 수석부의장 겸 국방장관이 중국과 베트남을 순방한 뒤 농민시장과 노점상 등 자영업을 일부 허용한 사실을 지적했다.

광장 한쪽을 가득 메운 50여개의 노점상들은 "경기가 아주 조금씩 나아지고 있다"고 입을 모았다. 아바 시민들의 말은 미지근하다는 인상마저 준다.

미국 행정부와 서방 언론만 보면 피델은 '포악한 독재자'이지만 정작 쿠바인들의 반응은 달랐다. "불만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피델을 좋아한다"는 답변이 많았다.

쿠바 사회의 정체된 분위기를 가장 답답해할 젊은이들 역시 크게 다르지 않았다.

아바대학 중앙도서관에서 만난 크리스티나(사학 전공·여)는 "피델은 어려운 사람들을 도우려고 했던 사람이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졸업 뒤 미술관에서 일자리를 갖기를 희망하는 그녀는 미래에 대해 "더 잘 될 것"이라고 낙관했다.

반미 정서가 팽배한 것도 아니다. 주유소 편의점의 담배 판매대에는 '인민'을 뜻하는 '포퓰라르'와 '할리우드' 등 각기 다른 이름의 쿠바산 담배가 나란히 진열돼 있었다. 노점상 빅토르(45)는 "경제가 어려운 게 피델만의 잘못은 아니다. '북쪽의 적(미국)'의 잘못이기도 하다"면서 반세기 동안 쿠바 경제를 옥죄어온 미국의 경제제재를 탓했다. 하지만 피델이건, 미국이건 어느 한쪽이 '죽일 놈'이라기보다는 "모두 부분적인 책임이 있다"는 말이 주류였다. 하지만 속도가 느리다고 변화가 오지 않는 것은 아니다.

지난 세기 세계의 주목을 받은 '혁명'은 아바 시내의 낡은 건물들만큼이나 퇴색했다. 아마도 한 번 연단에 서면 3~4시간을 거뜬하게 장광설을 퍼부어대던 피델의 연설문에서만 살아 있는지도 모른다. 아바 시민들의 관심은 온통 살림살이 걱정에 쏠려 있었다. 그런 만큼 새 지도자가 경제문제에 돌파구를 뚫어주기를 바라고 있다. 그러나 하루 아침에 다른 세상이 올 것을 기대하는 쿠바인은 없었다. "조금씩, 천천히 변화가 올 것"이라는 말이다. 변화는 알게, 모르게 이미 시작됐다.

쿠바 공산당 기관지 그란마의 주말판인 '그란마 엥테르나시오날'은 "이것이 내가 작별인사를 고하는 건 아니다"라는 피델의 사임 연설문 한 대목을 표제로 뽑았다.

하지만 이날 국영TV 쿠바비시온의 저녁 8시 뉴스에서는 이상한 소식을 전했다. 지난 수십년 동안 아나운서가 거의 매일 그란마에 실린 피델의 기고문 일부를 소개해주었지만 "아직 (국가평의회 선거) 결과가 나오지 않았기에 오늘 나는 아무 글도 쓰지 않았다"는 침묵의 메시지만 전달됐다.

아바 | 김진호 특파원
"굿바이 카스트로" 담담한 쿠바 - '지도자 교체' 현지르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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