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메모]혼돈의 통일부 힘겨운 희망찾기
한·미 정상회담에서 북한핵과 남북 교류·협력사업을 연계시킨다는 노무현(盧武鉉) 대통령의 발언이 전해진 뒤 통일부는 혼돈에 빠졌다.
당국자들은 16일 남북관계 전망을 묻는 기자들의 질문공세에 지쳤는지 목소리에 기운이 빠져 있었다. “힘없는 나라에서 어쩌겠나. 숙명으로 알아야지”라는 푸념도 새나왔다.
회담 공동선언문에는 남북관계의 앞날에 어두운 그림자를 던지는 대목이 곳곳에 엿보였다. 북한에 대해서는 “따질 것은 따지겠다”면서도 미국에 대해서는 따지지 못하는 우리의 현실적 한계도 노출됐다.
하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통일부 당국자들의 말은 미세한 변화를 보이기 시작했다. 한 관계자는 “핵문제가 실제로 심각한 상황이 되면 남북 교류사업은 어차피 중단되는 것 아니냐”고 반문하면서 “북한핵과 교류협력의 연계는 목전의 현실이 아니라 향후 가정해볼 수 있는 시나리오”라고 주장했다. ‘한반도의 평화와 안정에 대한 위협이 증대되면 추가적 조치를 검토한다’는 양국 정상의 합의와 관련해선 “우리와 미국, 일본, 중국 등 북한 핵 관련국들 가운데 가장 평화적 해결을 바라는 나라는 북한일 것”이라며 의미를 축소하는 모습도 보였다. 화해와 협력구도 속에서 장기적인 통일의 전망을 모색해야 하는 통일부 당국자들로서는 당연한 반응들이다.
문제는 침묵하고 있는 북한이다. 한 관계자는 “남북관계는 변화없다”고 단언하면서도 “북한의 반응이 나와봐야지…”라며 말꼬리를 흐렸다. 통일부 당국자들은 북한 핵을 제거키로 한 한·미 양국 정상의 합의가 행여 한반도 평화에 대한 희망까지 거세한 것이 아니기를 바랄 뿐이다. 남북관계를 전망하는 최일선에는 긴장 어린 서늘함까지 느껴진다.
〈김진호기자 jh@kyunghya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