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번 해병은 영원한 해병(Once a Marine, Always a Marine).' 한국 해병대가 모토로 삼고 있는 이 말은 본디 미국 해병대에서 왔다. 미국 해병의 구호 역시 외래어이다. '한번 뱃사람(수병)은 영원한 뱃사람(Once a Seaman, Always a Seaman)'이라는 영국 해병대의 모토가 원조이기 때문이다. 그중에서도 영국 해병 특수부대 코만도(Commandos)는 정예 중의 정예다. 코만도 1개 중대(40여 명)가 20일부터 다음 달 3일까지 열리는 한·미 해병대 쌍룡 연합상륙훈련에 처음 참가한다.
5년 만에 경북 포항에서 열리는 쌍룡훈련은 종전의 여단급 규모를 사단급으로 확대했다. 지난 13~23일 한·미 연합연습 '자유의 방패(FS)'의 주요 야외기동훈련(FTX)이다. 코만도는 영국이 '유엔사 전력제공국'의 자격으로 파견한 것. 해병이 참가하면 훈련과 전쟁의 성격이 바뀐다. 방어에서 공격으로의 전환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지난해 쌍룡훈련에는 전력제공국으로 호주가 참가했다. 하지만 올해 각종 한·미 합동훈련이 사상 최대 규모로 벌어지는 가운데 코만도의 참가는 더 큰 상징이다. '전력제공국'을 통로로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 회원국들의 참가 길을 여는 것이기 때문이다. 이번 훈련은 북한의 위협 제거 및 북한 상륙이 중심이지만, 유럽국과의 합훈이 중국과 러시아의 잠재 위협에 대비하는 성격을 갖게 될 가능성도 있다.
특히 영국은 유럽연합(EU)에서 탈퇴한 뒤 수립한 '글로벌 브리튼(Global Britain)' 전략에 따라 인도·태평양 지역에 자국군의 출몰을 늘리고 있다. 한국과 일본이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의 인도·태평양 전략을 복창하며 동아시아에서 군비를 강화하는 추세와 무관치 않다.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는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7월 리투아니아에서 열리는 정상회의에 윤석열 대통령을 초청했다. 지난해 마드리드 정상회의에 채택한 '2022 전략적 개념'에서 중국을 중대한 위협으로 규정하고 아시아 국가들과의 협력을 강화하고 있다. 영국은 미국과 함께 나토의 핵심 국가이자 핵보유국이다.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는 지난 1월 영국 방문길에 상호 파병의 절차를 대폭 간소화한 '상호접근 및 협력 원활화에 관한 협정(RAA)'을 체결했다. 2022년 호주와 RAA를 체결한 뒤 첫 유럽국으로 영국을 선택했다. 한국과 일본을 포함한 동아시아에서 합훈에 참가하는 영국군은 더욱 자주 보게 될 것 같다. 영국 해군의 초계함 스페이(Spey) 호는 지난 1월 한국 해역에서 한·미 해군 특수전 부대와 함께 합훈을 했다
영국 공군은 지난해 말 호주, 일본, 한국 및 다른 지역 국가들과 일련의 연합공중연습에 참가했다. 영국 국방부에 따르면 해군은 호주 북부 다윈에서 17개국 2500명이 참가해 열린 '피치 블랙(Pitch Black)' 훈련과 한국 근처에서 미국·뉴질랜드 해군과 함께 대규모 기뢰 전쟁 연습을 시행했다.
미국의 동맹은 유럽과 아시아에서 각각 다른 구조를 갖추고 있다. 유럽에서는 집단안보 체제로 나토가 있다면, 아시아에는 한국·일본·태국·필리핀 등과 각각 양자동맹을 맺어왔다. 미국을 중심(Hub)으로 바큇살처럼 퍼진 '축·바큇살 시스템(Hub and Spoke)'이다. 미국은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대만해협을 둘러싼 중국과의 전쟁 가능성을 강조하면서 그 대비를 서두르고 있다. 기존의 양자동맹에 더해 호주·영국·미국(AUKUS·오커스) 핵잠수함 동맹과 느슨한 협력체인 미·일·인도·호주의 쿼드(Quad) 등의 새로운 진용으로 중국의 위협에 맞서고 있다.
물론 해병 코만도 1개 중대의 한·미 합훈 파견이 영국이 호주나 일본과 맺고 있는 협력관계와 같은 수준은 아니다. 하지만 한반도에 출현한 영국 해병을 통해 갈수록 밀착하는 유럽과 동아시아 간 군사협력의 상징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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