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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미국 검찰 기소에도 공화당 대선후보는 '따논 당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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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에도 도널드 트럼프에게 "과거는 빌어먹을 서막에 불과할(Past is fucking Prologue)" 것인가. 내년 11월 미국 대선을 앞두고 '트럼프의 마술'이 작동하고 있다. 공화당 대선 후보 확정이 거의 확실시된다. 조 바이든 대통령이 대선에서 트럼프를 근소하게 앞설 것으로 전망되지만, 결과는 누구도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다. 바이든 대통령이 고령과 40%대 초반의 낮은 지지율이라는 이중의 걸림돌을 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지난 6월 29일 펜실베이니아주 이리에서 열린 선거유세에서 연설하고 있다. 2023.6.29. AP 연합뉴스

MAGA라는 콘크리트 지지층

31일 발표된 뉴욕타임스·시에나 대학 여론조사에서 트럼프는 공화당 대선후보 중 54%의 압도적 우위를 유지했다. 17%에 그친 2위 론 드샌티스 플로리다주 지사와 37%포인트의 격차를 보였다. 마이크 펜스 부통령(3%)과 니키 헤일리 전 유엔 대사(3%) 등 나머지 후보 8명의 지지율을 다 합해도 17%에 불과했고, 무응답이 13%였다. 뉴욕타임스에 따르면 최근 50년 동안의 대선후보 당내 경선에서 2위와 20%포인트 이상 높은 지지를 받은 후보가 승리하지 못한 적은 없다. 트럼프는 각종 여론조사 결과를 종합하는 리얼클리어폴리틱스(RCP)의 1일 집계에서도 54%였다. 드샌티스 주지사는 18.3%에 그쳤다.

결함투성이 트럼프의 지지가 여전히 높은 것은 역으로 바이든의 지지가 약하기 때문이다. 정치인 선호도에서 바이든은 40.5%로 트럼프(39.4%)를 1.1% 포인트 차로 간신히 따돌렸다. 문제는 바이든 지지율이 살아나지 않는다는 점이다. RCP의 바이든 대통령 직무 승인율은 평균 42.4%(거부율 54.2%)로 승인/거부율이 12%포인트 차이를 보였다. 국가의 방향성을 둘러싼 조사 결과는 더욱 참담하다. 응답자의 25%만이 옳은 방향으로 가고 있다고 답했다. 미국이 잘못된 방향으로 가고 있다는 응답이 65.2%였다. 인플레이션감축법(IRA), 반도체 과학법 등을 통해 중산층 일자리를 미국으로 끌어들이는 바이든 행정부의 정책이 유권자들에게 먹히지 않고 있음을 말해준다.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의 지지자가 30일(현지시간) 그의 자택인 플로리다주 팜비치 마러라고 리조트 인근에서 '트럼프 2024'라고 쓴 깃발을 들고 있다. 뉴욕 맨해튼 대배심은 이날 성인 배우에게 성추문 입막음을 위한 돈을 지급했다는 의혹과 관련해 트럼프 전 대통령의 기소를 결정했다고 뉴욕타임스가 보도했다. 그는 역대 전·현직 미국 대통령 가운데 최초로 형사 기소되는 불명예를 안았다. 2023.03.31. 연합뉴스

바이든의 고령에 대한 반발이 녹록지 않다. 현재 80세인 바이든이 재선되면 86세에 은퇴한다. 지난 4월 NBC 방송 조사에서 응답자의 70%가 바이든의 재선 출마에 반대했다. 이 중 51%는 민주당 지지 성향 유권자들이었다. 바이든의 지지세가 약하기 때문에 중도 또는 초당파 주의를 내세우는 '노 라벨(No Labels)'이나 민주당 내 중도 및 진보좌파를 대표하는 '제3의 길(Third Way)' 등에서 제3의 후보를 내세우면 민주당의 패배로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바이든과 '종이 한장' 차이

뉴욕타임스·시에나 대학 조사에서 트럼프의 콘크리트 지지층은 공화당 성향 유권자의 3분의 1이 넘는다. 37%로 추정됐다. 트럼프의 구호였던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MAGA·마가)' 지지층으로 분류된 이들은 상식적으로 설명이 안 된다. 숱한 흠결에도 불구하고 트럼프를 지지하는 게 아니라, 트럼프는 아예 흠결이 없다는 신념 혹은 망상을 갖고 있다. '마가'로 분류된 응답자 319명 가운데 단 한 명도 트럼프가 '심각한 연방 범죄를 저질렀다'는 문항에 동의하지 않았다. 단 2%가 '백악관 기밀서류 유출'이 문제라고 답했지만, 90% 이상은 '트럼프가 공화당을 이끌어야 한다'고 응답했다.

타임스는 나머지 공화당 지지 성향 유권자 63%를 두 부류로 분류했다. 첫 번째 부류는 트럼프를 좋아하지는 않지만, 지지하는 유권자들이다. 사실상 공화당 성향 유권자들을 대표하는 부류로 당 대선후보로 트럼프와 드샌티스 사이에서 고민한다. 두 번째 부류는 트럼프를 지지하지 않는, 비교적 고학력에 부유하고 온건한 공화당 지지자들이다. 예비선거 유권자의 4분의 1 정도를 차지하는 이들 대부분은 트럼프가 범죄를 저질렀다고 판단하며 대선에서 그를 지지하는 대신 기권할 것으로 예상됐다.

트럼프 성추문' 주인공 스토미 대니얼스. [EPA 연합뉴스 자료사진]

상식적으로 납득이 안 되는 '트럼프 열풍'의 근본적인 원인은 기성 제도권의 엘리트들에 대한 배반감에 뿌리를 두고 있다. 미국 사회의 DNA라고 할 수 있는 인종차별주의와 여성혐오주의도 중요한 지지의 원천이다. 바이든 집권 3년 차에도 미국 민주주의에 중병이 들었음을 입증한다. "트럼프보다 더 트럼프답다"는 평가를 받고 있는 드샌티스 역시 극우 포퓰리즘에 기대고 있다. 그가 공화당 대선후보 경선에서 트럼프를 뒤집을 유일한 기회는 트럼프에 걸려 있는 수많은 소송과 재판 결과에 달려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송사로 얼룩진 트럼프의 인생

트럼프는 자타가 공인하는 '법망 빠져나가기' 전문가다. 기네스북 등재감으로 부족함이 없다. 1970년대부터 2016년 대통령 당선까지 4000여 건의 송사에 휘말렸다. 부실 공동주택을 분양해 수백만 달러를 사취한 것을 비롯해 카지노 업체와의 분규, 100여 건의 탈세 혐의 등 사업상 송사뿐이 아니다. 명예훼손에서 성폭력, 성추행 송사 경력도 화려하다. 성폭행을 저지른 뒤 되레 피해자를 모독한 혐의까지 유죄로 인정된 경우도 있다. 1990년대 중반 맨해튼의 백화점 드레스룸에서 성폭행당했다고 말한 작가 진 캐럴을 사기꾼이자 거짓말쟁이라고 비난했다가 지난 5월 500만 달러의 손해배상 판결을 받았다. 지난 1월엔 '정적 복수를 위해 반복적으로 법원을 이용하는 소송꾼'이라는 이유로 연방판사로부터 100만 달러의 벌금을 선고받았다. 거액의 재산가이지만 트럼프는 잡다한 송사에 자기 돈을 쓰지 않는다. 트럼프 대선을 지원하는 정치활동위원회(PAC) '세이브 아메리카'는 올해 상반기에만 법률비용으로 4020만 달러(약 513억원)을 썼다고 뉴욕타임스가 29일 보도했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2019년 6월 판문점 회동 장면(연합뉴스) 2021.5.12 [외국문출판사 화보 캡처.

법정 출두 일정도 빽빽하다. 2016년 대선 직전 포르노 배우 스토미 대니얼스에게 성관계 입막음을 위해 거액의 회삿돈을 지급한 혐의에 대한 재판이 진행 중이다. 내년 3월 25일에는 성인영화 여배우에게 제공한 은닉자금을 속인 회계부정 혐의로, 5월 14일에는 대통령 재직 시 기밀문서 유출 및 증거인멸 혐의로 재판 전 심리가 각각 예정돼 있다. 조지아주 풀턴 카운티 지방검사는 트럼프가 2020년 대선 결과를 조작하려는 혐의에 대해 8월 중 기소할 것으로 전해졌다. 송사의 상당한 부분은 트럼프가 제기한 것이다. 2021년 1월 6일 연방의사당 폭동과 관련해 하원 특위를 상대로 2건의 소송을 진행 중이다.

미국민만 투표권을 갖고 있지만, 세계에 영향을 미치는 게 미국 대선이다. 2016년 트럼프의 대선 승리 역시 '설마'에 '설마'가 겹쳐 이뤄진 결과였다. 그러나 전대미문의 의사당 폭동 뒤에도 트럼프의 인기가 건재한 것을 보면 트럼프의 당선 가능성은 더 이상 '설마'의 영역이 아니다. 미국이 '탈진실'의 포퓰리즘에 깊숙이 잠겨 있음을 보여주는 지표이다. 어쩌면 지금이 '트럼프 2기'에 대비한 플랜B를 구상해야 할 시간일지도 모른다.

"과거는 빌어먹을 서막에 불과하다(Past is fucking Prologue)"는 말은 트럼프의 40년 지기이자, 최고의 선거운동 책사인 로저 스톤의 신조다. 이 말이 다시 실현된다면 '트럼프의 4년'이 아닌, ‘바이든의 4년’이 한 때의 에피소드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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