땡볕 속에 새만금 세계 스카우트 잼버리 야영장을 견디던 영국 스카우트 4000여 명이 대회 나흘 만인 4일, 끝내 철수를 결정했다. 이번 행사에 가장 많은 4500명의 참가자를 보낸 영국 스카우트 협회는 자국 스카우트 분견대와 성인 자원봉사단원들이 새만금 행사장에서 서울로 이동한다고 전격 발표했다. 새만금 스카우트 행사가 결국 파국으로 치닫게 된 것이다.
협회 측은 홈페이지 발표문을 통해 "우리는 오늘부터 이틀 동안 현장을 떠나 호텔로 옮긴다. 우리가 (이번 행사의) 가장 큰 분견대인 만큼 우리의 결정으로 야영장의 전반적인 압력이 완화되기를 희망한다"고 밝혔다. 이는 가장 많은 인원의 영국 분견대가 철수하면 새만금 현장의 열악한 환경이 다소나마 개선될 것을 기대한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협회는 이어 "일부 참가자들에게 실망스러울 수 있겠지만 우리는 서울에서 잼버리 경험을 계속한다"라면서 "한국 당국과 활동 프로그램을 만들고 있다. 우리 젊은이들이 한국에서 최상의 시간을 보내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영국 분견대는 당초 예정대로 13일 귀국할 예정이다.
협회는 이어 "잼버리 현장에 있는 동안 영국 자원봉사자 팀은 젊은 대원들과 성인 봉사자들을 지원할 충분한 음식과 물, 비정상적으로 더운 날씨에서 쉼터를 마련하기 위해 대회 조직위원회와 극도로 어렵게 일했다"고 강조했다. 또 "이 정도 규모의 행사에 걸맞는 화장실과 세면 시설을 확보하기 위해 노력해왔다"면서 주최측이 애초 4만 3000명의 청소년 스카우트를 맞을 준비가 안 된 것에 강한 불만을 드러냈다.
영국 BBC 방송은 이날 한국 정부가 4년 만에 처음으로 가장 높은 단계의 폭염 경고를 내렸음을 거듭 상기시켰다. 이는 한국 정부가 에어컨 버스와 냉동 탑차를 급파하고, 의료 인력을 투입하는 등의 긴급 대처에 나섰지만 어린 참가자들의 건강을 보호하기에 역부족임을 말해준다. 대회 참가자의 대부분은 155개국에서 온 14~18세의 청소년들이다.
스카우트 원조국인 영국 분견대의 철수 결정으로 새만금 야영장에서는 다른 나라 스카우트들도 들썩이는 것으로 전해졌다.
새만금 현장에 파견된 영국 스카우트 협회(UK 스카우트) 측은 전날까지만 해도 텔레그래프 신문에 "안전 문제는 해결됐다"라면서 오는 12일까지 예정된 행사를 강행할 의사를 내비쳤다. 그러나 아이들을 한국에 보낸 부모들의 우려와 질타가 쏟아지면서 결국 철수 결정을 내렸다. UK 스카우트의 새만금 현장 홍보 담당 사이먼 카터는 "이곳이 위험하다고 생각했으면 아이들을 데려오지 않았을 것이다. 덥지만 영국에서 여름 캠핑을 하는 것과 다른 것도 마찬가지다. 하지만 그게 문화적 경험의 일부"라고 주장했었다. 영국 외교부 대변인은 "상황을 면밀히 지켜보고 있다. 영사관 직원들이 현장에 배치돼 지원하고 있고 영국 스카우트와 한국 당국자들과 정기적으로 교신하며 영국인 참가자들의 안전을 확인하고 있다"고 밝혔다.
새만금에 보낸 딸이 전한 현장 상황을 전해들은 한 영국인 부모는 "행사장이 끔찍하다(dreadful)고 한다. 여행비만 5000파운드(831만원)가 더 들었지만 행사가 엉망으로 조직됐고 아주 참담한 수준"이라면서 3일자 가디언 신문에 불만을 토로했다. 영국인 마크 파리스는 지난달 31일 새만금 야영장에 도착한 아들이 텐트가 물에 잠긴 현장 사진을 자신의 트위터 계정에 올리면서 "걱정하는 부모의 한 사람으로 플랜B(대안)가 무엇이냐"고 묻는 등 BK 스카우트 측에 대책 마련을 촉구했었다.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 2일 개영식 축사에서 '스카우트 선배'임을 밝히면서 "1907년 영국에서 20명의 대원으로 시작한 스카우트가 100여 년 동안 전 세계 수억 명의 청소년들의 독립감과 책임감 등을 길러주었다"고 말했다. 바로 그 원조 스카우트인 영국 분견대가 가장 먼저 행사를 포기한 것은 스카우트 100년사에 유례를 찾기 어려운 상황임을 말해준다.
이기순 여성가족부 차관을 비롯한 대회 관계자들은 영국 스카우트 협회의 철수 결정 소식이 공개된 뒤에도 "아직 확인중이라 (철수 여부를) 모르겠다"고 말했다고 연합뉴스가 전했다. 조직위 관계자는 기자들의 질문에 "그렇게 많은 인원이 (야영장을) 나가는 데 모를리가 없다"고 말해 최악의 상황에도 갈피를 잡지 못하는 모습을 보였다.
한덕수 국무총리는 이날 잼버리 브리핑 장을 찾아 "지금부터 (전라북도가 아닌) 대한민국 중앙정부가 전면에 나서 마지막 한 사람의 참가자가 새만금을 떠날 때까지 안전관리와 원활한 대회 진행을 책임지겠다"고 말했다.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도 "지금까지 취합된 부족한 점들이 크게 30가지 정도 였는 데 모두 해결됐거나 해결 중"이라며 현실과 동떨어진 진단을 내놓았다. 이태원 참사에 이어 대한민국 정부의 한심한 안전의식을 세계에 확인시킨 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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