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카우트 운동 세계 기구(WOSM)가 결국 새만금 잼버리 조직위원회에 대회 조기 종료 및 대안 모색을 권고했다. 새만금 행사장을 포기하고 다른 장소로 옮겨 잼버리 활동을 계속할 수 있도록 한국 정부에 경비 및 인력, 장비 지원도 요구했다.
WOSM은 4일 밤 11시(한국시각 5일 오전 6시)에 발표한 성명에서 "우리는 오늘 주최 측에 당초 일정(1~12일)보다 빨리 행사를 끝내고 대안을 고려할 것을 요청했다"면서 "참가자들이 고국으로 돌아가기까지 이들을 지원할 것도 요청했다"고 밝혔다. 스위스 제네바에 본부를 둔 WOSM은 "주최 측은 추가 지원을 투입, 폭염으로 초래된 문제들을 해결하는 등 할 수 있는 모든 조치를 취하면서 행사를 강행하기로 결정했다"면서 "우리는 주최 측과 한국 정부가 추가적인 재원 및 인력을 투입해 참가자들의 건강과 안전을 최 우선순위로 두겠다는 약속을 계속 존중한다"면서 이같이 밝혔다. 참가자들에게 다른 장소에서 다른 프로그램을 소화할 것과 이에 따르는 추가경비 및 인력, 장비 지원을 한국 정부에 요청한 것이다.
이날 전라북도에 따르면 새만금 야영장에는 코로나19도 확산하고 있다. 지난달 29일부터 4일까지 모두 70명이 확진을 받아 이중 64명이 생활시설에 입소했고, 5명은 귀가했다. 이 중 65명이 외국인 참가자다.
WOSM는 4일 오전 11시에도 성명을 발표, "지난 며칠 동안 극심한 더위와 습기가 행사에 참여한 젊은이와 자원봉사자들에 도전을 제기했다"라면서 "주최 측은 모든 참가자의 건강과 안전 및 평안을 보장하기 위해 WOSM 및 한국 정부와 함께 노력해왔다"면서 그늘막과 물, 에어컨, 의료시설이나 구급차 확충 및 교통수단 확보 노력을 언급했다. 그러나 불볕더위가 초래한 온열 피해와 높은 습도, 부족한 샤워 시설과 화장실 등 기본적인 준비 부실 탓에 참가자들의 건강과 위생을 담보할 수 없다는 판단에 이 같은 결정을 내렸다. 이에 따라 다른 나라 스카우트들도 영국 분견대의 전례를 좇아 제3의 장소로 이동해 12일까지 다른 잼버리 체험을 할 가능성이 커졌다. 각국 참가자들의 새만금 탈출은 이미 본격화되고 있다.
'미국 보이스카우트'의 루 폴슨 운영위원장은 5일 연합뉴스에 "날씨 때문에 떠난다. 우리는 (평택의 미군기지) 캠프 험프리스로 돌아가 11일까지 머물 예정"이라고 확인했다. 폴슨 위원장은 "청소년 대원들과 부모, 자원봉사자들에게 이러한 상황을 알리는 이메일을 보냈다"면서 "야영장의 역량을 고려했을 때 청소년들을 제대로 돌보기 위해 내린 결정"이라고 말했다. 미국 분견대는 행사 시작 전에도 새만금 야영장에 장마로 인한 물웅덩이가 있는 등 캠핑을 할 상황이 아니라는 판단에 캠프 험프리스에서 첫 이틀을 보낸 뒤 행사에 참여했다.
문제는 휴가철에 갑자기 4만여 명의 참가자들을 수용할 숙박시설 및 활동공간을 마련하는 게 녹록지 않다는 점이다. 새로운 프로그램 마련은 더욱 녹록지 않다. 연합뉴스에 따르면 주한 벨기에 대사관이 인천에 있는 대형 시설에 자국 스카우트 대원들을 수용할 수 있는지 문의하고 있다. WOSM의 성명은 대회 주최 측과 한국 정부에 이에 따른 재정적 지원과 활동프로그램 제공을 요구했다.
스카우트 운동의 모토는 '생존을 위해 준비하라(Be Prepared, for Life)'이다. 늦게라도 아이들이 더 나은 환경에서 잼버리 활동을 계속하게 된 것은 천만다행이다.
그러나 새만금 세계 스카우트 잼버리 행사가 결국 파행으로 치닫는 것은 경제효과를 강조하며 대회 유치에만 급급했던 대한민국의 '거대한 실패'가 아닐 수 없다. 세계 스카우트 운동은 공공행사가 아니다. 각국 스카우트 대원의 부모들이 적지 않은 참가비와 여행비용을 들여 참가하는 민간 행사이다. 영국 참가자의 부모는 새만금 행사 참가에 5000파운드(831만 원) 이상 소요됐다고 밝힌 바 있다.
WOSM의 성명은 외교적으로 표현했지만, 한국 정부를 상대로 사실상 클레임(손해배상)을 요구한 것이다. 잘못된 글로벌 행사 유치에 따라 톡톡히 벌금을 내게 된 꼴이다. 여기에 금전적으로 계산하기 어려운 막대한 국가 브랜드 손실이 불가피해졌다.
윤석열 대통령이 뒤늦게 공언한 에어컨 버스와 냉동 탑차의 '무한대 제공' 약속이 부메랑이 되어 국민 혈세를 무한대로 투입해야 하는 처지가 된 것이다. 한덕수 국무총리는 4일 임시국무회의를 주재하면서 잼버리 대회 지원을 위해 69억 원의 정부 예비비 집행 안을 의결했다. 이는 새만금 행사 자체의 취소나 각국 스카우트들의 제3의 장소 이동 등이 포함되지 않은 것으로 그 몇 배에 달하는 정부 예산의 추가 배정이 불가피해졌다.
행사에 참여한 14~18세 청소년들은 기존 프로그램 중 6일로 예정된 케이팝(K-pop) 공연을 기다려왔던 만큼 대형 스타디움을 비롯한 다른 장소를 물색하는 것도 필요해 보인다. 기상청에 따르면 이날 잼버리 행사가 열리는 전라북도 지역은 낮 최고기온이 36℃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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