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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스카우트 잼버리 중단 권고, 대한민국의 '거대한 실패'

시민언론 민들레(Dentdelion)

by gino's 2023. 8. 5. 23: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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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카우트 운동 세계 기구(WOSM)가 결국 새만금 잼버리 조직위원회에 대회 조기 종료 및 대안 모색을 권고했다. 새만금 행사장을 포기하고 다른 장소로 옮겨 잼버리 활동을 계속할 수 있도록 한국 정부에 경비 및 인력, 장비 지원도 요구했다.

WOSM은 4일 밤 11시(한국시각 5일 오전 6시)에 발표한 성명에서 "우리는 오늘 주최 측에 당초 일정(1~12일)보다 빨리 행사를 끝내고 대안을 고려할 것을 요청했다"면서 "참가자들이 고국으로 돌아가기까지 이들을 지원할 것도 요청했다"고 밝혔다. 스위스 제네바에 본부를 둔 WOSM은 "주최 측은 추가 지원을 투입, 폭염으로 초래된 문제들을 해결하는 등 할 수 있는 모든 조치를 취하면서 행사를 강행하기로 결정했다"면서 "우리는 주최 측과 한국 정부가 추가적인 재원 및 인력을 투입해 참가자들의 건강과 안전을 최 우선순위로 두겠다는 약속을 계속 존중한다"면서 이같이 밝혔다. 참가자들에게 다른 장소에서 다른 프로그램을 소화할 것과 이에 따르는 추가경비 및 인력, 장비 지원을 한국 정부에 요청한 것이다.

이날 전라북도에 따르면 새만금 야영장에는 코로나19도 확산하고 있다. 지난달 29일부터 4일까지 모두 70명이 확진을 받아 이중 64명이 생활시설에 입소했고, 5명은 귀가했다. 이 중 65명이 외국인 참가자다.

한덕수 국무총리가 4일 전북 안금 새만금 세계스카우트잼버리 대회장 프레스룸에서 정부 입장을 발표하고 있다. 이상민 행정안전부장관(왼쪽)과 박보균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이 뒤에 있다. 2023.8.4. 연합뉴스

WOSM는 4일 오전 11시에도 성명을 발표, "지난 며칠 동안 극심한 더위와 습기가 행사에 참여한 젊은이와 자원봉사자들에 도전을 제기했다"라면서 "주최 측은 모든 참가자의 건강과 안전 및 평안을 보장하기 위해 WOSM 및 한국 정부와 함께 노력해왔다"면서 그늘막과 물, 에어컨, 의료시설이나 구급차 확충 및 교통수단 확보 노력을 언급했다. 그러나 불볕더위가 초래한 온열 피해와 높은 습도, 부족한 샤워 시설과 화장실 등 기본적인 준비 부실 탓에 참가자들의 건강과 위생을 담보할 수 없다는 판단에 이 같은 결정을 내렸다. 이에 따라 다른 나라 스카우트들도 영국 분견대의 전례를 좇아 제3의 장소로 이동해 12일까지 다른 잼버리 체험을 할 가능성이 커졌다. 각국 참가자들의 새만금 탈출은 이미 본격화되고 있다.

'미국 보이스카우트'의 루 폴슨 운영위원장은 5일 연합뉴스에 "날씨 때문에 떠난다. 우리는 (평택의 미군기지) 캠프 험프리스로 돌아가 11일까지 머물 예정"이라고 확인했다. 폴슨 위원장은 "청소년 대원들과 부모, 자원봉사자들에게 이러한 상황을 알리는 이메일을 보냈다"면서 "야영장의 역량을 고려했을 때 청소년들을 제대로 돌보기 위해 내린 결정"이라고 말했다. 미국 분견대는 행사 시작 전에도 새만금 야영장에 장마로 인한 물웅덩이가 있는 등 캠핑을 할 상황이 아니라는 판단에 캠프 험프리스에서 첫 이틀을 보낸 뒤 행사에 참여했다.

새만금 세계스카우트잼버리 행사가 열리는 전북 부안군 야영장 내에 쓰레기와 재활용품이 가득차 있다. 2023.8.4. 연합뉴스

문제는 휴가철에 갑자기 4만여 명의 참가자들을 수용할 숙박시설 및 활동공간을 마련하는 게 녹록지 않다는 점이다. 새로운 프로그램 마련은 더욱 녹록지 않다. 연합뉴스에 따르면 주한 벨기에 대사관이 인천에 있는 대형 시설에 자국 스카우트 대원들을 수용할 수 있는지 문의하고 있다. WOSM의 성명은 대회 주최 측과 한국 정부에 이에 따른 재정적 지원과 활동프로그램 제공을 요구했다.

스카우트 운동의 모토는 '생존을 위해 준비하라(Be Prepared, for Life)'이다. 늦게라도 아이들이 더 나은 환경에서 잼버리 활동을 계속하게 된 것은 천만다행이다.

그러나 새만금 세계 스카우트 잼버리 행사가 결국 파행으로 치닫는 것은 경제효과를 강조하며 대회 유치에만 급급했던 대한민국의 '거대한 실패'가 아닐 수 없다. 세계 스카우트 운동은 공공행사가 아니다. 각국 스카우트 대원의 부모들이 적지 않은 참가비와 여행비용을 들여 참가하는 민간 행사이다. 영국 참가자의 부모는 새만금 행사 참가에 5000파운드(831만 원) 이상 소요됐다고 밝힌 바 있다.

새만금 잼버리 대회 델타구역에서 한 스카우트 대원이 더위를 식히고 있다. 2023.8.3. 연합뉴스

WOSM의 성명은 외교적으로 표현했지만, 한국 정부를 상대로 사실상 클레임(손해배상)을 요구한 것이다. 잘못된 글로벌 행사 유치에 따라 톡톡히 벌금을 내게 된 꼴이다. 여기에 금전적으로 계산하기 어려운 막대한 국가 브랜드 손실이 불가피해졌다.

윤석열 대통령이 뒤늦게 공언한 에어컨 버스와 냉동 탑차의 '무한대 제공' 약속이 부메랑이 되어 국민 혈세를 무한대로 투입해야 하는 처지가 된 것이다. 한덕수 국무총리는 4일 임시국무회의를 주재하면서 잼버리 대회 지원을 위해 69억 원의 정부 예비비 집행 안을 의결했다. 이는 새만금 행사 자체의 취소나 각국 스카우트들의 제3의 장소 이동 등이 포함되지 않은 것으로 그 몇 배에 달하는 정부 예산의 추가 배정이 불가피해졌다.

행사에 참여한 14~18세 청소년들은 기존 프로그램 중 6일로 예정된 케이팝(K-pop) 공연을 기다려왔던 만큼 대형 스타디움을 비롯한 다른 장소를 물색하는 것도 필요해 보인다. 기상청에 따르면 이날 잼버리 행사가 열리는 전라북도 지역은 낮 최고기온이 36℃이다.

'잼버리 운동 세계 기구(WOSM)'이 4일 밤 누리집을 통해 대회 조기중단 및 대안 모색을 한국 정부에 요청했다는 내용의 성명서. 2023.8.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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