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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7이 7국 동색(同色)이라면, '브릭스'는 5국 3색(三色)

시민언론 민들레(Dentdelion)

by gino's 2023. 8. 26. 18: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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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릭스는 다양한 나라들의 그룹이다. 각각 견해는 달라도 더 나은 세상을 향한 비전을 공유하는 나라 간의 동등한 파트너십이다." (시릴 라마포사 남아공 대통령 폐막 기자회견)

23일 남아공 요하네스버그 산톤 컨벤션센터에서 열린 브릭스 정상회에 모인 각국 지도자들. 왼쪽부터 루이스 이냐시오 룰라 다 실바 브라질 대통령,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시릴 라마포사 남아공 대통령,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교장관. 2023.8.23. 로이터 연합뉴스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가 미국 주도 세계질서를 따르는 동색(同色)이라면, 지난 24일 남아공 요하네스버그에서 폐막한 제15차 브릭스(BRICS) 정상회의는 삼색(三色)이었다.

러시아·중국이 예상대로 반서방 진영의 결속을 도모했다면, 브라질·인도는 중도를 지켰다. 남아공은 아프리카의 맹주로 브릭스의 미래를 대표했다. 세 가지 입장이 조화를 이루며 회의를 주도했다. 각국 정상은 회의 결과로 통합적 다극화(Inclusive Multilateralism)의 정신을 담은 '요하네스버그 II 선언'을 채택했다.

최대 안건은 회원국 확대 문제와 달러화 패권에 도전할 공통화폐의 채택 여부였다. 두 가지 의제 모두 브라질·인도의 실용주의가 중심을 잡으면서 현실적인 결론을 도출했다. 아르헨티나(중남미)와 이집트·에티오피아·사우디 아라비아·이란·아랍 에미리트(아프리카·중동) 등 6개국의 가입이 확정됐다. 공통화폐 논의 대신, 현재 20%에 못 미치는 브릭스은행(NDM)의 회원국 화폐 대출 비중을 30%로 끌어올리기로 했다. 기존의 대중국 위안화 대출에 이어 남아공 랜드화, 브라질 헤알화, 인도 루피화 대출을 실행한다는 말이다. 

브릭스 확대, 러·중 vs 브라질·인도 이견 타협

의장국인 남아공 국제관계협력부(외교부)가 밝힌 브릭스 가입 희망국은 정상회의 전 모두 22개국이었지만 이 중 6개국만 가입이 확정됐다. 비공식적으로 가입에 관심을 보인 국가는 40여 개국에 달한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정상회의 연설에서 "어떠한 저항이 있더라도 브릭스는 계속 성장할 것"이라며 "가급적 더 많은 국가들을 브릭스 가족으로 받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디커플링(탈동조화)건, 디리스킹(탈위험화)이건 서방의 압력을 받고 있는 중국과, 우크라이나 전쟁을 진행 중인 러시아는 모두 브릭스가 대안의 국제질서를 제시하는 그룹이 되길 기대했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24일 남아공 요하네스버그 산톤 컨벤션센터에서 열린 브릭스 정상회의에서 화상연설을 하고 있다. 푸틴 대통령은 국제형사재판소(ICC)의 기소 탓에 세르게이 라브로프 외교장관을 대신 참가케 했다. 2023.8.24. UPI 연합뉴스

그러나 루이스 이냐시오 룰라 다 실바 브라질 대통령은 "일정 수준의 공약을 가입 희망국들로부터 받지 않으면, 브릭스가 바벨탑이 될 것"이라며 엄격한 기준을 제안했다.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도 신중한 입장을 유지해왔다. 러·중이 기준을 낮추고, 브라질·인도가 타협함으로써 6개국의 신규 가입을 확정했다. 브라질·인도는 다만 브릭스 확대가 반서방 블록을 구축하는 건 아니라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요하네스버그 II 선언'은 "브릭스 가입을 희망한 글로벌 사우스(아시아·아프리카·라틴아메리카 개도국) 국가들의 관심에 감사한다"면서 "회원국들은 브릭스 확대의 원칙과 표준 및 기준에 공감대를 이뤘다"고 적시했다. 또 '브릭스 파트너 국가 모델'을 개발, 내년 10월 러시아 카잔에서 열리는 제16차 정상회의까지 해당 국가 리스트를 작성하기로 했다. 신규 가입이 확정된 6개국의 회원국 지위는 년 1월 1일부터 발효된다. 기존 브라질·러시아·인도·중국·남아공 국명의 조합인 '브릭스'를 어떻게 변경할지는 선언문에 담지 않았다.

"브릭스 은행의 DNA는 달러화"

브릭스 확대와 함께 중국과 러시아가 공조를 편 분야는 달러화 패권에 대한 도전이었다. 시 주석은 지난해 12월 사우디아라비아를 방문해 원유·가스 결제에 위안화를 사용하기로 합의했다. 이 결정은 원유 결제를 달러화로만 한다는 '페트로 달러' 원칙을 흔든 합의로 평가됐다. 지난 3월 보아오 포럼에서는 브라질과 양국 교역을 위안화와 브라질 헤알화로 하고, 달러화 기반의 국제은행간통신협회(SWIFT) 결제망 대신 위안화 기반의 중국은행간결제시스템(CIPS)을 이용하기로 했다. 같은 달 21일 모스크바 러·중 정상회담에서 양국은 루블화·위안화 교역을 결정했다.

루이스 이냐시오 룰라 다 실바 브라질 대통령이 24일 요하네스버그 산톤 컨벤션센터에서 열린 브릭스 정상회의 중 기자회견에 참가해 질문을 듣고 있다. 2023.8.24. TASS 연합뉴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도 23일 브릭스 정상회의 화상연설에서 "브릭스는 역내 경제를 달러화로부터 디커플링하기 위해 역내 협력을 늘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중국과 러시아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달러화 패권은 여전히 견고하다.

국제통화기금(IMF)에 따르면 올해 1분기 각국의 외환보유액 중 달러화 비중은 59.02%에 달했지만, 위안화는 2.58%에 그쳤다. 유로화(19.77%)와 엔화(5.47%), 파운드 스털링화(4.85%)에도 뒤처졌다. 되레 캐나다 달러화(2.43%)와 비슷한 수준이었다. 또 사우디와 브라질 등 대부분의 국가는 교역 대금으로 받은 위안화를 곧바로 달러화로 바꿔 보유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브릭스 정상회의에서는 이에 따라 공통화폐는 거론조차 하지 않은 채 교역에서 역내 화폐의 사용 비중을 30%까지 끌어올리는 방식으로 달러화 비중을 낮추기로 했다. 다만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각국 통화의 가치에 대비한 달러화 가치가 20년 만에 최고 수준으로 오르고, 이에 따라 달러화 부채 이자율이 오르면서 개도국 부담이 늘어난 데 대한 문제의식이 공유됐다.

안토니오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이 24일 남아공 요하네스버그에서 열린 브릭스-아프리카 확대회의 및 브릭스 플러스 세션에 참석하고 있다. 2023.8.24. TASS 연합뉴스

세계 인구의 42%인 브릭스는 세계 경제의 25%를 점유하고 있다. 블룸버그통신은 지난 4월 브릭스는 2028년 세계 경제 점유율을 35%로 올려 G7(29.9%)을 추월할 것으로 전망했다. 그러나 달러화 패권이 흔들릴 조짐은 적은 것으로 관측된다.

레슬리 마스돌그프 브릭스 신개발은행(NDB) 최고재무책임자(CFO)는 러시아 리아 노보스티 통신에 교역에서 회원국 화폐의 사용비율을 30%로 올리더라도 "신개발은행의 DNA는 달러화"라고 못 박았다. 2015년 창설된 NDB는 회원국 및 개도국 인프라 건설과 지속가능한 개발 프로젝트를 지원하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일명 '브릭스 은행'으로 불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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