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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란 공격 받은 이스라엘, 왜 국제적으로 고립되나

시민언론 민들레(Dentdelion)

by gino's 2024. 4. 15. 12: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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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란이 13일 이스라엘 전역의 군사기지를 겨냥해 300여 개의 무인기와 미사일을 날렸다. 이스라엘에 대한 직접적인 이란의 공격은 사상 처음이다. 이스라엘군은 99%가 이스라엘 영토 밖에서 요격됐다면서 피해가 가볍다고 밝혔다. 미국은 지중해에 배치한 해·공군력을 동원해 이란 미사일과 무인기를 요격하는 한편, 이스라엘에 대한 철통같은 방위 공약을 확인했다.

14일 새벽 AFP TV가 예루살렘 상공에서 촬영한 사진. 이스라엘군 방공망이 이란의 발사체를 요격하고 있다. 이스라엘은 이날 현재 피해 사진을 공개하지 않고 있다. 2024.4.14. AFP 연합뉴스

이란의 이스라엘 공격 뒤 미국을 비롯한 국제사회가 보인 신속한 대응은 익숙한 장면을 재연했다. 해변 별장에서 쉬고 있던 조 바이든 미 대통령은 곧바로 백악관에 복귀, 국가안보회의(NSC)를 소집하는 한편, 주요 7개국(G7) 정상들과 화상회의를 열겠다고 밝혔다. 유엔 안보리도 이스라엘의 요청에 따라 14일 긴급회의를 연다.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을 비롯해 각국 지도자들은 이란의 공격을 비판하고 양측 모두에 자제를 당부했다.

가벼운 피해, 무거운 대응?

이스라엘 당국자들을 접촉한 뉴욕타임스에 따르면 이란은 무인기 185기와 지대지 미사일 11기, 순항미사일 36기 등 300기 이상의 발사체를 동원했다. 다니엘 하가리 이스라엘군 대변인은 이란의 지대지 탄도미사일 수십 발을 국경을 넘기 전에 격추했다면서 아이언돔(방공체계)이 놓친 미사일 몇 발이 떨어져 소녀 1명이 다치고 남부 군기지가 가벼운 피해를 보았다고 밝혔다.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는 "누구든 우리를 해치면, 우리도 그들을 해칠 것"이라면서 단호한 대응에 나설 것을 다짐했다.

달력을 12일 전으로 넘기면 이란의 이번 공격의 목적은 쉽게 설명된다. 이란은 지난 1일 이스라엘이 이란의 '영토'에 가한 공격에 대한 보복을 공공연하게 경고해 왔기 때문이다. 이날 시리아 다마스쿠스 주재 이란 영사관이 폭격받아 이란 혁명수비대 쿠드스군 고위 지휘관 2명이 희생됐다. 이스라엘이 입은 피해보다 큰 피해를 입혔다. 이란은 공격의 배후로 이스라엘을 지목해 왔다. 해외 주재 공관은 자국 영토로 간주된다. 미국은 당시 이란 영사관 공격에 아무런 관련이 없다는 설명에 급급했을 뿐, 적극적인 개입을 하지 않았었다. 이란의 공격 뒤 나오는 요란한 반응은 전형적인 이중잣대다. 

시리아 근로자들이 지난 1일 공습으로 처첨하게 파괴된 시리아 다마쿠스크의 이란 영사관 잔해를 중장비를 동원해 치우고 있다.  2024.4.2. AFP 연합뉴스

이번 공격의 특징은 이스라엘과 미국이 익히 예견했던 것이라는 점이다. 월스트리트저널을 비롯한 각국 언론은 이미 11일 이스라엘이 '48시간 내 이란의 직접 공격'을 예측하고 대비 태세를 강화하고 있다고 전했다. 바이든도 13일 성명을 내고 이란과 예멘, 시리아, 이라크의 시아파 무장 정파의 공격을 규탄하면서도 "지난주 자신의 명령에 따라 지역에 배치된 미 공군 전투기와 탄도미사일 방어용 구축함들 덕에 이스라엘이 거의 모든 드론과 미사일을 격추하도록 도울 수 있었다"고 밝혔다. 최소한 미국과 이란 간에 간접대화가 있었음을 시사하는 대목이다. 이란이 오만을 통해 미국에 제한된 공격 방침을 통보하고, 개입하지 말 것을 요구했다는 로이터통신의 11일 보도가 이를 뒷받침한다.

이란 영사관 폭격때 침묵했던 국제사회 이중잣대

통신은 이란 측 소식통의 말을 인용해 이란이 긴장을 고조시키지 않는 방식으로 대응할 것이라는 입장을 미국에 전달했다면서 이같이 전했다. 지난 7일 오만을 방문한 호세인 아미르압둘라히안 이란 외교장관이 이스라엘을 통제된 방식으로 공격하면, 미국이 개입하지 않을 것이라는 보장을 요구했다는 것이다. 통신은 그러나 미국이 오만을 통해 이러한 요구를 거부했다고 전했다. 바이든이 그다음에 취한 것은 지중해 미군을 추가 배치 하라는 지시였다.

 

이란 최고 지도자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가 3일 주시리아 영사관 폭격 뒤 테헤란 정부 청사에서 대책을 논의하고 있다. 하메네이는 이스라엘에 대한 보복을 다짐했다. 2024.4.3. AFP 연합뉴스

실제로 이란 외교부는 공격 뒤 성명에서 "이스라엘 공격은 지역 및 국제 평화와 안보를 향한 이란의 책임감 있는 접근방식을 보여주는 방어적 조치"라고 주장했다. 주유엔 이란 대표부는 14일 "이번 공격은 다마스쿠스 영사관 공격과 관련, 유엔 헌장 51조에 따른 합법적인 방어작전이었다"라면서 "미국은 이란과 이스라엘 간 분쟁에 끼어들지 말아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대표부는 X계정을 통해 "이 문제는 (이번 공격으로) 결론이 난 것으로 간주할 수 있다"라면서 "그러나 이스라엘 정권이 또 다른 실수를 범한다면 이란의 대응은 더 가혹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또 "이는 이란과 이스라엘 깡패 정권과의 분쟁인 만큼 미국은 멀리 떨어져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문제는 10.7 하마스 기습공격 이후 국제사회의 제동에도 아랑곳없이 가자지구 공격을 중단하지 않고 있는 이스라엘의 향후 행보다. 중동 사태의 향방을 가늠할 두 가지 변수는 이스라엘의 보복 공격 여부와 가자지구 사태의 상황이다. 이스라엘이 보복을 다짐하고 있지만, 미국과 G7, 안보리는 모두 확전에 반대할 것이 분명하다. 중국과 러시아도 사태 확산에 우려를 표명했다.

가자지구 민간인 학살극은 계속

그러나 이번 사태의 직접적인 원인이 된 가자지구 민간인 학살 사태에 대해서는 전망이 밝지 않다. 이스라엘은 라마단 기간에 즉각 휴전을 결의한 안보리 결의 2728호를 무시해 왔다. 바이든은 이날 네타냐후 총리와의 통화에서 이스라엘의 승리를 축하하면서도 미국은 이란을 겨냥한 공격에 어떠한 참여도, 지원도 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고 CNN이 전했다. 네타냐후는 그러나 "이해했다"고 짤막하게 답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스라엘 공군의 F-16 전투기가 이란이 발사한 무인기 및 미사일 요격 임무를 마치고 기지에 귀환하고 있다. 14일 이스라엘군이 배포한 사진이다. 2024.4.14. 로이터 연합뉴스

두 번째는 가자지구 사태다. 이란 외교부는 성명에서 "(이스라엘) 점령군은 팔레스타인 주민들에 대해 무자비한 제노사이드를 계속하는 한편, 주변국에 군사적 공격을 되풀이하면서 지역 안팎에 화염을 일으키고 있다"고 비난했다. 이스라엘 총리실은 14일 "총력을 다해 가자지구에서 목표를 달성할 것"이라면서 전날 하마스가 제안한 휴전안을 공개 거부했다. 성명은 "가자지구의 하마스 지도자 야히아 신와르가 합의를 원치 않으며 이란과의 긴장을 이용하고 분쟁의 확대를 가져오려 한다는 것을 보여준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 중국 외교부의 입장은 국제사회 대다수 국가의 생각을 대변한 것으로 보인다.

마오닝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14일 정례브리핑에서 현 상황에 깊은 우려를 표하고 관련 당사국들이 자제해 확전을 막기를 촉구했다. 이번 사태는 가자 분쟁의 여파로 발생한 사건이라면서 안보리 결의 2728호에 따른 즉각적인 휴전 이행을 미뤄선 안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중동 분쟁의 악화와 이에 따라 원유 수급 차질 및 세계 경제에 악재가 될 것이 우려된다. 모든 불안의 출발점은 네타냐후 내각의 비타협적인 성향이다.

트럼프 다시 장광설

선거판의 정치인은 만사를 표에 연결시킨다. 중동 사태가 11월 미국 대선에도 적잖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사태가 길어질수록 중동 분쟁의 승자는 바이든이 될 가능성이 크다.

유엔 안보리의 라마단 기간 즉각 휴전 결의에도 불구하고 이스라엘의 가자지구 공격은 계속되고 있다. 팔레스타인 피난민들이 일부 집에 돌아오고 있던 12일 가자지구 칸유니스 시내에서 이스라엘군의 공습으로 파괴된 견물에서 검은 연기가 치솟고 있다. 2024.4.12. UPI 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은 이날 펜실베이니아주 유세에서 "이란이 이스라엘을 공격한 것은 바이든의 나약함 때문"이라면서 "우리가 집권했다면 일어나지 않았을 일"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중동 문제에 관해 트럼프가 1기 행정부에서 보여준 정책은 '닥치고 친네타냐후'였다. 네타냐후 정부에 적극 협력해 미국 대사관을 텔아비브에서 예루살렘으로 옮기고, 골란고원도 이스라엘 영토라고 선언했던 그다. 트럼프는 지난 3월 25일 자 이스라엘 보수 언론 하이욤 인터뷰에서도 "바이든은 멍청한 인물"이라면서 자신이 집권했으면 하마스의 기습공격이 일어나지 않았을 것이라고 자신했다. 이스라엘에 "전쟁을 끝내라"고 권고하면서도 잘못은 가자지구 공격이 아니라, 폐허 사진을 이스라엘 국방부가 공개한 게 실수라고 말한 바 있다. 트럼프가 권좌에 있었다면 역으로 네타냐후 내각을 적극 지원할 가능성이 높다. 

트럼프의 말은 앞뒤가 맞지 않는 억지일 뿐이다. 앞으로도 어떤 말이라도 표가 된다면 서슴지 않고 내놓을 게 분명하다. 그러나 지정학적 분쟁의 전문가는 트럼프가 아닌, 바이든이다. 바이든의 상대적으로 안정된 위기관리 능력이 더 중도층 유권자들에게 다가갈 것으로 예상된다. 우크라이나 전쟁을 방관하고 대만 전쟁 위기를 고조시키는 등 상황을 악화시켰지만, 최소한 중동 문제에서만큼은 트럼프에 비해 균형을 잡고 있기 때문이다. 트럼프는 재임 중 지정학적 분쟁에 거의 개입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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