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 선거 유세 주제의 하나는 '뒤로 돌아가지 않겠다(We're not going back)'라는 다짐이다. 그런데 경제에 관한 한 뒤로 돌아가고 싶어 하는 유권자들에게 무엇이라고 말할지 궁금하다. 특히 식료품값과 집값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시절 덜 비싸지 않았나?"
"부통령으로 불법 이민자들의 출신 지역인 중앙아메리카 국가의 이민 동기를 없애라는 임무를 맡았었다. 그런데 불법적으로 (멕시코) 국경을 넘은 이민자들의 숫자가 기록적으로 많아졌다. 망명 신청 폐지 결정을 하는 데 왜 3년 반이나 기다렸나?"
"몇 가지 현안에 대해 당신 입장이 바뀐 것을 유권자들이 어떻게 봐야 하나? (상원의원 시절인) 2019년 (환경에 악영향을 미치는) 셰일가스 수압파쇄공법(fracking)을 반대했었는데 지금은 찬성한다. 지금 당신이 앞으로 나아가자며 하는 약속을 유권자들이 믿을 수 있겠나?"
"외교정책 문제를 말해보자. 바이든 대통령은 당신과 함께 가자 전쟁을 끝내는 데 실패했다. 당신이 통수권자가 되면 다르게 할 것인가?"
답변보다 돋보인 질문
답변보다 정곡을 찌른 질문이 돋보인 인터뷰였다. CNN 앵커 데이나 배시는 29일 대면 인터뷰에서 송곳 같은 질문으로 민주당 대선후보인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과 러닝메이트 팀 월즈를 파고들었다. 답변은 대체로 장황했다. 비판을 정면으로 반박하거나, 자신의 주장을 조리 있게 설명하지 못했다. 조 바이든 대통령이 지난 6월 타임지 인터뷰에서 공격적인 질문에 정색하고 대응하며 자신의 주장을 당당하게 펼쳤던 것과 대비됐다. 모두에 소개한 4개의 질문은 최대 현안인 생활경제와 불법 이민, 환경공약 번복을 비롯한 말 바뀜, 가자 전쟁에 관한 질문이었다. 해리스-월즈 팀이 지난 7월 21일 조 바이든 대통령이 전격 사퇴한 뒤 언론과 처음 한 인터뷰였다.
"당선된다면 대통령 취임 첫날 무엇을 할 것인가"라는 첫 질문에 대한 답변부터 다소 맥이 빠졌다. 해리스는 "최우선 순위는 중산층을 지지하고 강화하는 것"이라는 모범답안을 내놓았다. 그러면서 자신이 지난 22일 후보 수락 연설에서 강조한 '기회경제' 설명을 되풀이했다. 4개 질문을 중심으로 인터뷰를 톺아보자.
식료품 값과 주택 가격 등 생활물가를 낮추겠다는 건 해리스의 핵심 공약이기도 하다. 해리스는 바이든-해리스 행정부가 취임하던 2021년 1월, 코로나19 대확산이 정점이었음을 상기시켰다. 하루에 수백 명이 사망하고, 1000만 명 넘게 실업자가 됐으며, 경제가 망가졌었다면서 "대부분 도널드 트럼프가 위기관리를 잘못했기 때문"이었다고 꼬집었다. 바이든 행정부의 우선순위는 '미국을 구조하는 것'이었다면서 이제는 물가상승률을 3% 아래로 묶음으로서 전 세계 다른 부자나라들보다 더 빨리 회복하고 있음을 강조했다. 그러나 여전히 식료품 값이 너무 비싼 현실을 인정했다.
"뒤로 안 돌아간다고? 트럼프 시대 생활비 더 저렴"
"집권 3년 반 동안 왜 해결하지 못하고 왜 지금 하겠다고 하는가?"는 반문에 "경제를 회복시켜야 했고, 그걸 해냈다"고 주장했다. 인슐린 값의 한도를 한 달 35달러로 묶은 것을 비롯해 노년층의 한 해 약값 지출 한도를 2000달러로 제한했음을 강조했다. 양육비 세금 감면을 가정당 6000달러로 제공할 것이라는 공약도 소개했다.
해리스의 가장 아픈 곳이자, 트럼프가 집중적으로 공격하고 있는 국경 안정과 불법 이민 문제에 대해서는 질문을 우회하며 '트럼프 탓'으로 돌렸다. 불법 이민자들의 출신 국가들에 대한 미국 재계의 투자를 역사적으로 늘려 해당 지역에서 오는 이민자들의 수를 줄였다고 말했다. 이어 국경안전요원을 1500명 늘려 경비를 강화하려던 법안을 추진했지만, "법안을 저지하라"는 트럼프의 명령에 공화당 의원들이 따른 탓에 좌절됐음을 지적했다.
2020년 대선을 앞두고 민주당 예비후보로 경선에 뛰어들었던 2019년과 비교해서 지금 입장이 바뀐 이슈들에 대한 해명도 설득력이 떨어졌다. 먼저 2019년 상원에서 '국경 문제를 비범죄적인 차원에서 접근해야 한다'는 데 동의했던 것에 대해 자신이 국경을 끼고 있는 캘리포니아주 법무장관을 두 번이나 하면서 총기·마약·인신 매매를 하던 초국경 범죄조직과 싸웠던 경력을 강조했다.
셰일가스 수압파쇄공법을 반대했다가 찬성으로 돌아선 것에 대해서는 "기후 위기가 실제적이고 긴박한 문제이기 때문에 '녹색 뉴딜(Green New Deal)' 정책을 위해 노력해 왔다"라면서 말이 바뀐 것에 대한 해명을 우회했다. "나의 정책적 관점과 결정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나의 가치가 바뀌지 않았다'라는 것"이라고 거듭 강조하며 인플레이션감축법(IRA) 법안 통과를 환기시켰다. 수압파쇄 공법은 경합주 중 하나인 펜실베이니아주에서 최대 현안이다.
"부통령 3년 반 동안 뭐 했나?"
가자 전쟁의 참상에도 불구하고 이스라엘에 계속 무기를 지원할 것이냐는 질문에 이스라엘의 자위권-인질 석방이 선결된 뒤에나 팔레스타인 주민들의 안전과 자결권, 존엄을 챙기겠다는 종전 입장을 반복했다. 1200명 인질의 안전을 우선하면서 인간으로서의 존엄은커녕 어린아이를 포함해 4만 명이 이스라엘군의 무자비한 공격에 사망한 현실에서 눈을 돌렸다. '닥치고 이스라엘 지지'는 트럼프의 정책과 100% 일치한다.
해리스는 당선되면 '공화당원을 장관으로 기용할 것이냐'는 질문에 "그럴 생각이지만 아직 선거가 68일이나 남은 만큼 나중에 할 일을 미리 말하지 않겠다"고 답했다. 해리스는 아직 트럼프와 한 번도 대면해 본 적이 없다. 자신의 '흑인 정체성'에 대한 트럼프의 문제 제기에 대해서는 "(그의) 똑같은 낡은 수법이다. 제발 다음 질문으로 넘어가자(웃음)"라며 일축했다.
짓궂은 질문도 있었다. 바이든이 사퇴 결정을 알려왔을 때 "바이든이 당신을 대선후보로 곧장 인정했는가, 아니면 당신이 요청했는가?"라는 것이었다. "가족들과 식탁에 앉아 있다가 바이든이 전화를 걸어 사퇴 결심을 전했다"라는 싱거운 답변에 배시는 "그래서 당신이 먼저 대선후보 지명을 요구했느냐?"고 재차 물었다. 해리스는 "그는 나를 지지한다는 점에서 매우 분명했다"라고만 답하고 넘어갔다.
월즈 부통령 후보 거짓말도 호된 검증
인터뷰를 진행한 배시는 "지난 10년의 페이지를 넘기겠다"라는 해리스의 말끝에 "그 10년에 바이든-해리스 행정부의 3년 반도 포함되지 않느냐"고 지적했다. 해리스는 "(트럼프가 기세를 올리던) 10년 전쯤을 말한 것"이라면서 "많은 미국민은 지도자의 힘이 누군가를 때려서 주저앉히는 게 아니라, 들어 올리는 데서 나온다고 믿을 거로 생각한다"라고 되받았다.
배시는 부통령 후보인 팀 월즈 미네소타주 주지사에 대해서도 "(24년) 군복무 중 전투에 참여했느냐"고 질문, "학교 총격 사건에 대해 말하려던 걸 잘못 말했다"는 해명을 끌어냈다. 인공수정(I.V.F)을 한 것처럼 말한 점, 2006년 하원의원 출마 당시 1995년에 음주 및 난폭운전으로 체포됐던 경력을 속인 점에 대한 추궁도 이어졌다.
27분 동안 해리스-월즈 팀을 사정없이 몰아세웠던 배시는 전당대회에서 있었던 두 개의 감동적인 장면을 언급하면서 화기애애한 분위기에서 인터뷰를 끝내는 수완을 발휘했다. 월즈가 연설할 때 아들이 "저게 우리 아빠다"라며 자랑스러워했던 장면과 해리스의 어린 조카 손녀가 환호했던 장면이다. 두 장면의 사진은 인터넷에서 급속히 퍼지고 있다. 첫 인터뷰는 다소 싱거웠다. 바이든-해리스 행정부의 성과를 구체적으로 강조하되 곤란한 질문엔 두루뭉술하게 대처하는 게 해리스의 습관 또는 전략으로 읽혔다. 트럼프를 공격하는 데는 시종 진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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