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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틴 '러시아의 조건' 충족할 때까지 우크라전 휴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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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는 우크라이나 전쟁의 당초 목표에서 한치도 움직이지 않았다. 18일 푸틴-트럼프 통화에서 '30일간 전면 휴전' 제안을 완곡하게 거부하고, 우크라 비무장화와 비나치화 등 러시아의 전쟁 명분을 거듭 강조했다. 푸틴 대통령은 전면 휴전 대신 휴전 대상을 우크라 에너지 기반으로 제한하자고 역제안했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왼쪽)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과거 통화 모습을 합성한 사진이다. 두 대통령은 18일 통화를 통해 우크라이나 전쟁 종식 방안과 미러 관계 정상화, 국제 안보 이슈등을 논의했다. 2025.3.18. AFP 연합뉴스

미·러는 또 흑해 상 휴전 이행과 전면 휴전 및 영구적인 평화를 위한 기술적 협상에 즉각 착수하기로 합의했다. 푸틴은 "외국의 군사 및 정보 지원의 완전한 중단이 확전 예방 및 분쟁의 정치적, 외교적 해결을 위한 '핵심 조건'이 돼야 한다"고 강조해 사실상 우크라의 비무장화를 촉구했다. 분쟁 원인 제거와 러시아의 합법적인 안보 이익도 강조했다. 백악관은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의 수정 제안에 대해 아무런 이의도 제기하지 않아 러시아의 요구를 토대로 협상을 진행할 것을 시사했다. 3년 넘게 끈 전쟁의 종식 과정이 미·러 간 강대국 정치로 가닥을 잡는 구조임을 거듭 확인케 한 것. 트럼프는 X계정에 "매우 좋고 생산적이었다"고 밝혔고, 크렘린궁도 긍정적인 평가를 내놓았다.

푸틴은 전면 휴전이 어려운 이유로 1200㎞에 걸친 전선에서 휴전을 이행할 여건이 안 됐다는 기술적인 이유를 앞세웠다. 다만 19일 러-우크라 측이 각각 175명의 전쟁포로를 교환하고, 러시아에서 치료 중인 우크라군 중상자 23명을 귀환시킬 것이라고 약속했다. 영토 문제가 논의됐는지는 백악관과 크렘린궁 모두 밝히지 않았다. 휴전 대상과 관련해 백악관은 '에너지 및 인프라'를, 크렘린궁은 '에너지 인프라'라고 적시해 혼선을 빚었다. 캐롤라인 레빗 백악관 대변인은 17일 브리핑에서 양측 경계 지역의 원전이 포함될 것이라고 밝혀 유럽 최대 원전으로 개전 이후 핵 재앙의 불씨가 남아 있던 자포리자 원전에 대한 러-우의 공격 중단이 포함됨을 시사했다.

우크라와 유럽은 결코 반기기 어려운 결과였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 대통령은 미·러 정상 간 합의에 대해 "세부 사항을 듣기 위해 트럼프 대통령과 대화하기를 원한다"라면서 "러시아와 미국이 각각 무엇을 제안했는지 자세히 안 뒤 우리의 답을 내놓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러시아가 이날 밤 수도 키이우 등지에 드론 공격을 가하자 "러시아의 정교한 야간 공격이 우리 에너지 시스템과 기반시설 및 우크라이나인의 일상을 파괴했다"라면서 "푸틴은 사실상 전면 휴전 제안을 거부했다"고 비난했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 키어 스타머 영국 총리,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앞줄 왼쪽부터)와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유럽연합 집행위원장 등 각국 정상과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유럽 국가들은 2일 영국에서 우크라 문제를 논의하기 위한 긴급 정상회의를 열었다. 나토 회원국인 캐나다의 저스틴 트뤼도 총리(가운데 줄 맨 오른쪽)도 보인다. 유럽 20여개 국 지도자들은 2일 런던 랑카스터 하우스에서 긴급회동 했다. 2025.3.2. [로이터 자료사진] 연합뉴스

그는 텔레그램 게시글에서 "세계는 전쟁을 질질 끌려는 푸틴의 시도를 거부하는 게 옳다"고 적었다. 올라프 숄츠 독일 총리는 이날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과의 공동기자회견에서 "우리의 목표는 우크라의 정의롭고 지속적인 평화"라며 "부분 휴전이 중요한 첫걸음이 될 수 있다"고 환영했다. 그러나 "우크라는 유럽에 의지할 수 있으며, 유럽은 우크라를 포기하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영국 총리실도 "우리는 러시아가 불법적 침공을 다시 감행하지 못하도록 필요한 만큼 우크라와 함께 할 것"을 강조했다.

크렘린궁은 발표문에서 우크라 평화 정착을 위한 트럼프의 노력을 높이 평가하면서도 본격적으로 휴전에 돌입할 의사가 전혀 없음을 확인했다. 푸틴은 트럼프의 '30일 휴전안'에 난색을 보인 이유로 전 전선에서 휴전을 효율적으로 통제하는 기술적인 문제와 함께 합의를 자주 어겨온 우크라 측의 약속 이행에 대한 불신을 내세웠다. 크렘린궁 발표문은 또 우크라군이 러시아 쿠르스크 지방 민간인에게 자행한 야만적인 테러 행위도 강조됐다고 전했다. 민간인 테러는 러시아 측 전쟁 명분의 하나인 우크라의 '비 나치화'와 무관치 않다. 우크라의 중립화-비무장화-탈 나치화는 푸틴이 2022년 2월 24일 대국민연설서 밝힌 '특별군사작전'의 3대 목표다. 

러시아의 '합법적인 안보 이익'은 한 나라의 안보가 다른 나라의 안보를 침해해선 안 된다는 '불가분의 안보' 원칙을 확인한 것으로 종전 뒤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 평화유지군의 우크라 주둔에 대한 반대 의미를 담고 있다. 푸틴은 또 외국의 군사 및 정보 지원(중단)이 확전 예방 및 분쟁의 정치적, 외교적 해결을 위한 '핵심 조건'이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우크라의 '비무장화' 명분을 우회적으로 강조한 것. 우크라 '중립화'는 트럼프 행정부가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 가입이 '비현실적'이라는 입장을 표명한 뒤 협상 중재에 나섰기 때문에 '기정사실'이 된 인상이다. 푸틴은 트럼프의 제안에 대해 일부 양보하는 모양새를 보이면서도 러시아의 '전쟁 명분'에 대해서는 어떠한 입장 변화 의지도 보이지 않았다. 

우크라이나 전쟁은 참호전과 포격전 중심으로 벌어지고 있지만, 핵강국 러시아가 참전하고 있어 확전 가능성이 상존한다.  러시아군 점령지에 있는 우크라이나 자포리자 원전 전경. 2023.3.3  타스 연합뉴스

에너지 인프라에 대한 공격을 30일 간 자제해달라'는 트럼프의 제안에 푸틴은 즉각적으로 러시아군에 명령을 내릴 것이라며 흔쾌히 수락했다. 또 쿠르스크에서 러시아군에 포위된 우크라 병사들을 죽이지 말아 달라는 트럼프의 요구에 대해 푸틴은 "항복한다면 죽지 않고, 러시아법과 국제법에 따라 공정하게 대우받을 것"임을 되풀이 확인했다. 크렘린궁은 흑해 항행의 안전 역시 트럼프의 제안으로 소개하면서 "두 지도자는 이를 이행하기 위해 구체적인 세부사항에 대한 논의를 시작하는 데 합의했다"고 전했다. 백악관은 발표문을 통해 "중동 지역에서 즉각 후속 협상을 시작할 것"이라고 밝혔다. 흑해는 우크라군이 유일하게 우위를 점했던 전장. 전쟁이 교착상태에 빠진 2022년 10월 이후 지상전에선 돌파구를 찾지 못했지만, 흑해 상 러시아 함정에 대해 효과적인 공격을 해왔다.

지난달 12일에 이어 두 번째 이뤄진 트럼프-푸틴의 통화는 결국 우크라 전쟁의 종전 일정을 늘렸다.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의 전투는 계속될 수밖에 없게 됐다. 미국의 안보보장 요구와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 평화유지군 파병을 다짐하는 유럽과의 견해 조정도 지난한 과정을 겪을 것으로 관측된다. 트럼프는 대선 유세 내내 집권 뒤 "24시간 내로 종선시키겠다"고 다짐했지만, 지난 1월 7일 회견에서 해결 기간을 '6개월'로 늘려잡았다.

우크라이나 전쟁 종식을 논의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간 통화 다음 날인 19일 러시아군의 드론 공격으로 화염에 휩싸인 우크라 수니 지방 크라스노필리아 시내. 우크라 소방당국이 제공한 사진이다. 2025.3.19. AP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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