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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대의 시사만화가 '장도리'가 포착한 내란수괴 '최후의 격노'

시민언론 민들레(Dentdelion)

by gino's 2025. 4. 3. 10: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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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업대 앞에 앉은 '장도리' 박순찬 화백. 2025.3.30. 시민언론 민들레

"비극적 현실을 바꾸기 위해서는 현실을 부정하는 것이 아니라 현실을 면밀히 관찰하는 것에서 시작해야 한다. 한국 사회의 어둡고 추한 면을 들춰내 보여준 것이 윤석열의 역사적 임무라면 임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구시대 잔재를 떨쳐내고 진정한 민주공화국을 건설하는 것은 시민의 몫이다."

시사만화가 박순찬은 흔들리는 시대의 표정을 기록한다. 대통령 윤석열의 12.3 비상계엄이 선포 이후 헌정 위기 기간이 길어지면서 그의 붓 터치에 갈수록 힘이 실린다. 박순찬은 그러나 큰 목소리로 말하지 않는다. 현실의 긍정과 부정 가운데 하나를 골라 당위로 강요하지도 않는다. 조용히 눌러앉아 관찰하고 그 결과를 화폭에 꾹꾹 담아낼 뿐이다. 한 컷, 한 컷이 모여 시대의 단막극이 되고, 다시 책으로 묶여서 연대기가 된다.

 

박순찬 <내란 본색>

박순찬 화백이 관찰의 결과물을 한 권의 카툰집 <내란 본색>을 세상에 내놓았다. 첫 문단은 '작가의 말'의 일부. 비아북이 펴낸 책은 두 편의 장도리 연속극(최후의 격노, 왕짜의 게임)과 주제별로 세 장(대파총선, 거부의 시대, 계엄령)의 만평 묶음, 특별부록(내란의 부역자들)으로 구성됐다. '장도리'는 그가 경향신문에 26년 동안 재직하며 게재했던 4컷 만화의 타이틀이자, 그의 예명이다. '갓도리' 팬덤(Fandom)의 출발점이 됐고 '윤도리(윤석열)' '간도리(안철수)'로 변주됐다.

비상계엄 다음 날(12.4.)부터 지난 2월 10일까지를 기록한 비상계엄 선포 다음 날(12.4.)부터 지난 2월 10일까지를 기록한 '최후의 격노'는 무고한 사람들을 매달았던 나무에 매달린 벌거벗은 '내란수괴'의 독백을 전한다. "말 안 듣는 것들 다 쓸어버리고 (김)정은 부럽지 않은 K-킹이 되려 했던 각별한 작전의 실패"를 한탄한다. 곧바로 "하지만 내가 누구냐. 조선 제일의 뒤통수치기 달인이 아닌가. 반드시 재기할 것"이라고 다짐한다.

벌어질 일을 이미 예상했던 걸까. 다음 네 컷의 만화에서 내란수괴는 나뭇가지에 앉아 까마귀들이 물어오는 안줏거리를 구워 먹으며 호기 있게 술잔을 들고 있다. "반격의 시간이 다가오고 있다"는 그의 선언에 똘마니들(한덕수, 권성동)이 경례하면서 "멸공"을 외친다.

결국 멧돼지처럼 통나무에 거꾸로 매달려 영어의 몸이 된 우두머리는 좌절하기는커녕 득의양양하다. "해장에 딱인 김치콩나물국만 주고 술을 주지 않는다"고 투정을 하다가도 "책임지고 구해드리겠다"는 부정선거 전도사(황교안)의 맹세에 흐뭇해한다. '왕짜의 게임(2023.10.25.~2024.4.18.)은 총선 전날까지 갖가지 퇴행의 장면들을 27개의 4단 컷 속에 잡아 가두었다. 역순으로 기록한 만큼 거꾸로 읽어도 무방하겠다.

박순찬 '허접몽.' 2024.12.5. 시민언론 민들레
박순찬 '반국가세력과의 전쟁.' 2024.8.20. '내란 본색' 171쪽,

2023년 10월 강서구청장 선거에서부터 총선 다음날인 작년 4월 19일까지를 담은 만평 제1장 '대파총선'은 대한민국의 거대한 퇴행의 시간을 그렸다. 컷과 컷 사이에 드러난 장면들이 울리고, 웃기다가 한숨을 쉬게 하더니, 어느새 거뜬히 일어나게 한다. 4.18총선에서 드러난 민심의 준엄한 심판에 등 돌리고 "나의 국정운영은 무조건 옳다"고 중얼대는 우두머리의 낯익은 뒷모습으로 끝난다. 제2장 '거부의 시대'는 총선 뒤에도 마이웨이를 고함치며 폐쇄회로 속으로 걸어 들어간 내란수괴의 여정을 담았다. 퇴행이 주춤하기는커녕 가속도 페달을 밟았다. 채상병 특검과 이태원 참사 특별법, 김건희 특검이 줄줄이 거부되면서 박순찬 만평에는 불길이 자주 등장한다.

계란말이를 포식한 권력의 애완견도 막간 출연한다. 해외연수 증원 선물을 받은 그들의 행복은 국민의 불행이었다. 광복절에 즈음해서는 "조선인은 몽둥이로 맞아야 발전한다"라며 폭압을 자행했던 이승만, 박정희의 과거와 "불법파업엔 손배폭탄이 특효약"이라는 김문수 고용노동부 장관의 현재가 한 컷에 공존한다.

박순찬 '명태 게이트.' 2024.9.30. 시민언론 민들레

대선후보 윤석열이 손바닥에 새겼던 '왕(王)' 자는 박순찬의 손끝에서 한 획이 빠진 '삼(三)' 자로 바뀌었다. "3년만 버티자"는 왕의 주문은, 그대로 국민의 탄식이 된다. 광복절 경축사에서 반국가세력과의 전쟁을 선포한 헐렁바지는 드디어 8월 20일 만평에서 탄창을 두르고 유탄발사기를 틀어쥐고 진격을 명령한다. 예고였을 뿐이다. 가을 찬바람에 돌연 불어온 '명태균 태풍'은 장님무사가 총을 뽑는 결정적 계기가 된다. 21세기 대한민국 한복판에 기어코 친위쿠데타를 재연한 12.3 계엄은 여전히 진행 중이다. 언젠가 박순찬의 또 다른 카툰집으로 되돌아봐야 할 현재사다.

<시민언론 민들레> 창간호부터 '박순찬의 만화시사'를 게재하고 있는 그는 '평면'에서 탈출한 지 오래다. 블로그 장도리 사이트와 유튜브 채널 '장도리 TV'에서 한 컷 만평과 네 컷 만화, 음성을 입힌 연속극 등 다양한 형식 실험을 하고 있다. 생각할 수 없는 장면이 거의 매일 되풀이되면 자칫 둔해지기 십상이다. 카툰집 <내란 본색>은 굳은살을 파고들어 이것이 꿈도, 만화도 아닌 살아 있는 역사임을 거듭 깨닫게 한다. '장도리 사이트'에서 집필의 동력을 희망이라고 털어놓은 그의 말로 서평을 닫는다.

"현실의 풍경은 여유로운 감상을 허용하지 않습니다. 부조리하고 비상식적인 일들이 우리를 지치게 합니다. 그럼에도 우리가 현실에 관심을 두고 바라보는 것은 우리 스스로 더 나은 곳으로 만들 수 있다는 희망이 있기 때문일 것입니다. 그 희망을 담기 위해 노력하겠습니다."

박순찬 '최후의 격노' 2024.12. '내란 본색' 8쪽
박순찬 '국격.' 2025.1.13. 시민언론 민들레
박순찬 '지금 한남에선.' 2025.1.14. 장도리 사이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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