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은 늘 ‘그들’ 편이었다. 지난 30일 새벽(현지시간) 레바논 남부 카나 마을을 덮친 이스라엘의 폭격 참상이 속속 전해지면서 세계는 경악하고 있다. 이스라엘의 레바논 공격 19일째 고단한 몸을 뉘었던 레바논 주민들은 ‘지옥불’을 맞았다. 사망자만 50여명. 이중 34명의 어린 영혼이 하늘로 불려갔다. 숨진 아이들 중 15명은 장애우들이었다.
세계의 분노도 이스라엘의 공격을 멈추게 하는 ‘기적’을 행하진 못했다. 이날 유엔 안보리가 긴급 소집됐지만 8개항의 성명은 충격과 슬픔을 표현하고, 통탄하며, 인도적 구호를 촉구하는 맥없는 내용이었을 뿐이다. 이스라엘을 비난하고 즉각적인 공격중단을 해야 한다는 코피 아난 유엔 사무총장의 목소리는 미국의 한마디에 묻혔다.
미국 역시 유감을 표했지만 이스라엘이 추구하는 ‘항구적인 평화’를 위해 ‘즉각적이고 무조건적인 휴전’에 반대했기 때문이다. 안보리 성명은 지체없이 ‘결의안’을 채택하겠다고 강조하는 것으로 끝을 맺었다. 하지만 세계는 알고 있다. 이스라엘은 팔레스타인 난민들의 복귀를 명령한 기왕의 안보리 결의안을 비롯해 국제사회의 비난에도 아랑곳하지 않아도 되는 예외적인 나라라는 것을.
‘전쟁범죄’를 자행한 이스라엘은 카나 마을에 있는 이슬람 저항단체 헤즈볼라의 미사일을 겨냥했다고 주장했다. 이 때문에 앞으로도 공격을 멈출 수가 없다고 강변했다.
카나 마을은 신약성서에서 예수가 결혼식에 참석해 물을 포도주로 바꾸는 첫 기적을 행한 곳. 하지만 이날 카나 주민들이 목도한 것은 평온한 잠자리를 살육장으로 바꿔놓은 야만의 현장이었다. 이스라엘이 구현하려고 하는 ‘항구적인 평화’도, 미국이 중동지역에서 그토록 확산시키려는 ‘자유와 민주주의’도 추악한 맨 얼굴을 드러냈을 뿐이다. 2세에서 12세까지 5남매를 앞세운 레바논 가장은 “신이 단 한명의 아이라도 남겨주었으면…” 하고 울부짖었다고 워싱턴 포스트는 전했다. 하지만 신은 늘 그들 편이었다. 적어도 중동에선. 세계는 살아남은 아이들에게 무엇이 정의인지, 무엇이 민주주의인지, 무엇이 선인지 도대체 어떻게 가르칠 것인가. 〈김진호기자 jh@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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