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싱턴리포트 김진호 특파원
뉴올리언스는 축제를 준비하고 있었다. 지난주 찾은 미 루이지애나주 뉴올리언스는 2월 초 사육제(Mardi Gras)를 앞둔 설렘이 찬바람이 감도는 거리 곳곳에서 묻어났다. 허리케인 카트리나가 할퀴고 지나간 지 2년 반, 루이지애나 주 당국은 해안선을 복원하는 사업에 명운을 걸고 있었다. 루이지애나주가 뉴올리언스를 포함하는 동남부 해안선에 관심을 갖게 된 것은 물론 삶터를 파괴한 자연의 응징을 겪은 뒤 끝이다.
뉴올리언스는 강의 선물이다. 수천년 동안 미시시피가 대륙을 훑어 날라온 퇴적물이 마련했다. 20세기 초엽까지만해도 울창한 사이프러스 숲이 들어선 목본 늪지대(Swamp)와 갈대 숲이 우거진 초본 늪지대(marsh)가 어우러져 이국적인 풍경을 이뤘다고 한다. 해안선이 변하기 시작한 것은 2차 세계대전 직후다. 석유 및 가스업계의 로비가 미 건설공병단을 움직여 물길을 냈다. 텍사스주 브라운스빌에서 플로리다주 캐러벨까지 해안선 늪지대를 베어 1700㎞의 걸프해안선간수로(GIWW)를 건설했다. 중간쯤을 흐르는 미시시피강과 함께 ‘뒤짚어진 T자(字)형 수로’로 불렸다. 하지만 정작 뒤짚힌 것은 자연이었다. 소금물의 유입으로 사이프러스는 죽기 시작했다. 그나마 침식작용으로 늪지대 자체가 소멸돼갔다.
업계의 탐욕은 또 다른 공사를 벌이게 했다. 1965년 완공된 미시시피강 출구운하(MRGO)는 미시시피강과 뉴올리언스 항구간의 운항거리를 단축하기 위해 건설됐다. 문제는 이 운하가 바닷물을 내륙으로 불러들이는 고속도로가 됐다는 점이다. 건설 당시 198m에 불과했던 운하의 폭은 최대 1219m로 넓어졌다. 그만큼 늪지대가 사라졌다. 허리케인의 완충역할을 하던 늪지대의 소실로 풍랑의 높이는 20~40% 강해졌다는 게 전문가들의 진단이다.
루이지애나 주정부는 지난해 해안선 말 복구 구상을 발표했다. 소금물로 침식된 늪지대에 미시시피강물을 흘려 복원하겠다는 계획이다. 하지만 바닷물을 막기 위해 또 다른 제방들을 쌓겠다는 사업계획을 함께 갖고 있다. 토목사업이 재해를 낳고, 그 재해를 막기 위해 또 다른 토목사업을 벌여야 하는 악순환을 예고하는 대목이다. 새로운 제방은 그나마 바다로부터 유입되던 토사를 막아 늪지대의 소실을 가속화할 것이라는 게 과학적 예측이다. 수상한 복구계획이 꾸며지는 동안에도 뉴올리언스의 늪지대는 매년 24평방마일이 사라지고 있다. 45분에 1개꼴로 미식축구 구장이 없어지는 셈이다.
토목공사도 하기 나름이다. 인간은 뜻하는 바 있어 자연에 손을 대지만 자연은 무심코 제 갈 길을 간다. 이명박 당선인이 대선 승리 이후 달려간 대상이 환경전문가도 토목전문가도 아닌 건설업계였다는 사실이 한반도 대운하 논의에 불길한 그림자를 드리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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