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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웅산 수치, '수 엄마(Mother Suu)'의 꿈

칼럼/여적

by gino's 2013. 1. 31. 14: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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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처의 얼굴은 나라마다 다르지만 남성적인 이미지가 많다. 버마 불상은 다르다. 가느다란 눈매의 이국적인 얼굴이 새겨진 한국 불상과 달리 버마 불상은 눈망울이 크다. 갸름한 윤곽의 소녀 얼굴이다. 연전에 방문한 양곤 시내 쉐다곤 파고다. 대리석 바닥을 맨발로 걷다가 각각 저마다의 불상 앞에서 두손을 모아 기원하는 사람들로 붐볐다. 그들을 굽어보는 불상들은 어김없이 소녀의 얼굴이었다.


                    양곤의 쉐다곤 파고다에서 볼 수 있는 버마 불상. 서양인들은 버마 불상을 소녀같다(girlish)하다고 표현한다.


1988년 모친의 병간호를 위해 일시 귀국했던 수치가 버마 민주화운동의 핵으로 떠오른 것은 단순히 그가 ‘장군의 딸’이기 때문이 아니다. 그에게 정치는 명문가의 패밀리 비즈니스가 아니다. 특정 지역민, 소수 기득권층의 권익을 대표해서도 아니다. 노동 현실의 개선을 위해 다리품을 팔았고 소수민족의 권리를 옹호하기 위해 총칼 앞에 섰다. 두려움이 지배하는 독재의 땅에서도 용기를 품은 수많은 사람들을 위로하고 격려했던 따사로움이 그를 국민의 희망으로 만들었을 것이다.

1960년대까지만 해도 태국 방콕을 가기 위해서는 버마 양곤 공항을 경유해야 하는 경우가 많았다고 한다. 버마가 더 발전한 나라였기 때문이다. 영국식 교육제도를 받아들인 양곤대학은 아시아에서 손꼽히는 명문대학이었다. 하지만 50년 독재는 버마 국민을 국제사회가 돌봐주어야 할 대상으로 전락시켰다.


             평창 동계 스페셜올림픽에 참가한 지적장애인 선수를 격려하는 수치 여사. 꾸미지 않은 모성이 드러나는 시선이다.


“나의 꿈은 단순합니다. 내 나라가 더 나은 세계를 위해 뭔가 공헌할 수 있게 되기를, 또 내 나라 국민에게 그런 능력을 발휘할 기회를 주고 싶습니다.” 엊그제 용평돔에서 열린 평창 동계 스페셜올림픽 개막식 연설에서 수치가 밝힌 꿈이다. 버마는 불행히도 아직 민주국가가 아니다. 수치의 표현을 빌리자면 ‘사회적 장애’ ‘정치적 장애’에서 온전히 벗어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여전히 군부 대표가 의석의 4분의 1을 차지하는 군사국가이다.  


버마 사람들은 수치를 엄마(Mother Suu)라고 부른다. 버마 불상의 여성성과 무관치 않다는 생각이다. 특히 군사독재에 박해받고 해외를 떠도는 버마 디아스포라들에게 수치의 존재는 더욱 절실할 수밖에 없다. 67세의 나이에도 그는 영원한 소녀이자 엄마이며 구원의 희망이 아닌가 싶다. 수치가 염원의 대상에서 뛰쳐나와 현실정치에서 민주화를 구현할 수 있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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