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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여적

림진강

by gino's 2013. 2. 11.

‘림진강 맑은 물~은

흘러흘러 내~리~고

뭇새들 자유로~이

넘나들며 날건~만

내 고향 남쪽 땅

가곺아도 못~가니

림진강 흐름아

원한 싣고 흐르느냐….’ 


그리움은 쌍방향으로 흐른다. 나는 그를, 그는 나를 그리워한다. 이곳에선 저곳을 바라보고, 저곳에선 이곳을 향해 목을 길게 뺀다. 일본 영화 <박치기>의 주제곡으로 쓰여 국내에도 널리 알려진 북한 노래 ‘림진강’ 1절에는 남쪽 고향을 향한 사무치는 마음이 담겨 있다. 2절은 체제 선전으로 얼룩졌다.



쌍방향으로 흐르던 실향과 이산의 아픔은 임진강에서 만난다. 올해도 설을 맞아 임진각 망배단에서는 실향민들의 합동 차례가 있었다. 숭조(崇祖)와 사향(思鄕)이라는 펼침막의 4글자가 북녘 고향을 향한 그리움과 피붙이에 대한 애틋함을 담고 있다. 제사상 위에는 재이북부조신위(在以北父祖神位)라고 쓰인 대형 위패가 생소하다. 이곳과 저곳 사이에 놓여 있는 것이 자유의 다리건만, 진정한 자유는 실향과 이산의 아픔이 없는 곳에나 깃들 것이다. 



남북 모두 ‘설’이라는 전통의 명절 이름을 되찾아 휴일로 지정한 것은 1989년부터다. 남쪽에서는 식품산업 덕인지, 탓인지 방앗간에서 갓 뽑아온 가래떡을 썰어 끓인 떡국을 구경한 지 오래다. 북에서는 장국에 가래떡을 썰어 넣거나 온면을 만들어 먹는다고 한다. 남에서는 차량으로 이동하는 데 더 많은 시간을 쓰면서 설 문화가 변질됐다면 북에서는 정치화됐다. 김일성 주석과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동상이나 대형 모자이크를 찾아 경의를 표하는 것이 설 풍경의 하나라고 한다. 하지만 설을 어떻게 보내든지 그 한편에서 개인사의 아픔을 핥아야 하는 것이 이산가족들이다. 



정부 이산가족정보통합시스템에 따르면 상봉 신청을 한 이산가족 12만8787명 중 생존자는 현재 7만4844명이고 평균연령은 77.89세라고 한다. 지난해 설 즈음에 비해 4000여명이 유명을 달리했다. 이산가족들은 정치적 상황에 예민하다. 북한의 장거리 로켓 발사에 이은 유엔 안보리의 대북 제재 결의 2087호 채택, 북한의 3차 핵실험 등 남과 북 사이에 정치적·군사적 긴장이 높아질수록 가슴이 더욱 타들어간다. 지난 5년간 고작 두 차례 상봉이 있었다. 가뭄에 콩 나듯이 설을 계기로 이뤄졌던 상봉 행사가 없어진 지는 오래다. 이산가족들에겐 몸도 마음도 더욱 시린 설이었지 않나 싶다.



임진강 너머로 북한군 초소가 보인다. (경향신문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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