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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반도, 오늘

남북회담 잘 되는데, 미국의 대북 공격설 왜 끊이지 않나

by gino's 2018. 1. 14.

북한의 평창 동계올림픽 참가 결정으로 평화올림픽의 기대가 높아지고 있다. 서울 중심가에 설치된 평창 올림픽 공식 엔블럼 옆으로 한 시민이 걸어가고 있다.  AP연합뉴스 

 작전명 오페라. 1981년 6월7일 이라크 수도 바그다드 남동쪽 17㎞ 지점에 이스라엘 공군 전투기들이 나타났다. 3대의 F-15A가 엄호하는 가운데 F-16A전투기 1대 폭격에 나섰다. 사담 후세인이 원자로를 들여놓으려던 오시라크 원전 건설현장이었다. 심각한 타격을 입었다. 단 2분 동안의 공습으로 핵개발을 저지한 ‘예방 타격(Preventive Strike)’이었다. 

 작전명 과수원. 2007년 9월6일 자정 즈음 시리아 데이르 에즈 조르 지방의 의문의 시설 알키바르가 폭격으로 파괴됐다. 역시 이스라엘 공군 전투기들이 수행한 공격이었다. 미국도 알고 있었다. 국제에너지기구(IAEA)는 4년 뒤에나 파괴된 알키바르가 핵시설이었다고 공식 발표했다. 북한의 기술지원을 받은 시설로 알려져 각별한 관심을 끌었다. 

 두 번의 예방 타격은 국제법적으로 불법이다. 하지만 소규모, 제한적인 공격으로 핵개발을 저지 또는 상당 기간 연기시킨 성공사례로 꼽힌다. 연초부터 미국이 북한의 특정 목표에 제한해 일회성 소규모 공격을 가하는 군사옵션을 검토하고 있다는 외신 보도가 잇따르고 있다. 이른바 ‘코피 작전(Operation bloody nose)’이다. 일회성 공격으로 상대를 위협해 협상장으로 끌어낸다는 복안이다. 지난해 4월 트럼프 대통령이 명령했던 시리아 공군기지에 대한 함상 토마호크 미사일 포격 역시 시리아 정부가 화학무기 사용이라는 금지선(레드라인)을 넘은 데 대한 코피 작전의 일환으로 꼽힌다. 핵무기를 쥐어본적이 없는 이라크나 시리아와 북한을 비교하는 것은 무리다. 그런데도 트럼프 행정부가 케케묵은 전술을 끌어안고 있다는 것이 사실일까. 그렇다. 

 남북대화를 전격 제안한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의 신년사 이후 한반도 평화에 대한 기대가 높아지고 있다. 북한이 평창 동계올림픽에 선수단·응원단·예술단·참관단·태권도 시범단·기자단 등 수백명을 파견하기로 합의한 지난 9일 판문점 남북 고위급회담 이후 더욱 그렇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10일 문재인 대통령과의 통화에서 “북한이 대화를 원할 경우 적절한 시점과 상황 하에서 미국은 열려 있다”고 밝혔다. 남북대화도 잘 되고, 모처럼 분위기 좋은 상황에서 미국이 대북 군사적 해법을 준비하고 있다는 외신보도가 끊이지 않는 것을 어떻게 해석해야 하나.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이 지난 1일 미상의 장소에서 신년연설을 하고 있다. 김 위원장은 이 자리에서 북한의 정권수립 70주년과 평창 동계올림픽을 모두 ‘민족적 대사’로 표현하면서 “동결상태에 있는 북남관계를 개선하자”고 제안했다. 평양/AP연합뉴스 

■평화는 희망일 뿐, 한반도 현실은 여전히 전쟁과 평화의 두바퀴가 돌린다

 얼핏 어울리지 않는 두 개의 흐름을 한목에 파악하려면 북핵 위기의 현주소를 살펴봐야 한다. 트럼프 대통령이 이례적으로 북한의 평창행과 남북대화를 100%지지하고 나섰지만 위기의 본질은 달라지지 않았다. 북핵 문제는 아직 북한과의 어떤 대화 탁자 위에도 의제로 오르지 않았다. 제임스 매티스 미국 국방장관은 지난 성탄절 직전 “한반도에 (전쟁의)폭풍 구름이 모이고 있다”면서 미군 장병들에게 단호한 자세를 요구했다. 허버트 맥마스터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은 북한이 핵무기로 미국을 공격할 능력을 갖추는 것은 “좌시할 수없는 일”이라고 단언했다. 김 위원장의 신년사 역시 두가지를 모두 담고 있다. 남측에 대화의 올리브가지를 내미는 한편, “미국 본토 전역이 우리(북한)의 핵타격 사정권 안에 있으며, 핵단추가 내 사무실 책상 우에 항상 놓여 있다는 것은 결코 위협이 아닌 현실”이라고 못박았다. 물론 지난 1년 동안 높아지던 한반도의 긴장 상태 속에서 평창올림픽과 남북대화라는, 새로운 움직임을 간과해서는 안된다. 간과는커녕 이를 실마리로 폭넓은 남북대화 및 북·미 대화로 연결시켜 북핵위기를 대화를 통한 해결국면으로 돌려놓아야 한다. 하지만 전쟁과 평화의 두바퀴가 한반도의 운명을 움직이고 있는 현실 역시 잊어서는 안된다.

■‘코피 작전(Operation Bloody Nose)’ 또는 ‘정강이 걷어차기(Kicking in the shin)’

 영국 텔레그라프와 파이낸셜 타임스 등이 보도한 미국의 ‘코피작전’ 검토설은 트럼프 행정부의 외교안보팀이 지난해 초부터 고려해온 대략 20여가지의 군사적 옵션 가운데 하나이다. 가장 약한 옵션으로는 대북 심리전에 그치는 것이고, 대북 사이버 공격은 물론, 트럼프의 방한기간에 미국 항공모함 전단 3개가 한반도 주변 해역에 배치된 것과 같은 전략자산의 전개도 포함된다. 코피 작전은 그중 가장 강도가 높은 옵션으로  꼽힌다. ‘정강이 걷어차기’로도 표현된다. 북한의 미사일 발사장 또는 발사대 위의 미사일, 무기고, 공군기지나 ICBM과 무관한 해군시설 등이 일회성 공격의 과녁이 될 수 있다. 트럼프 정권 인수위팀의 외교안보 고문을 했던 마이클 필스버리 허드슨연구소 중국전략센터장은 최근 경향신문 인터뷰에서 “김정은이 ‘미국의 공격을 받을 수도 있겠구나’라는 생각을 가져야 진지하게 협상에 임할 것”이라면서 제한적 공격의 필요성을 강조한 바 있다. 그는 다만, 중국과 러시아의 불개입 약속과 북한이 미국의 제한적 공격에 반격한다면, 북한 전체가 파괴될 것이라는 경고를 또렷하게 전달해야 한다는 점을 전제조건으로 들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 10일 백악관에서 에르나 솔베르그 노르웨이 총리와 정상회담 뒤 공동기자회견장에서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북한과 미국이 몇가지 문제가 있기는 하지만 좋은 대화가 많이 오가고 있다. 좋은 일이 많이 일어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워싱턴/EPA연합뉴스 

■트럼프가 예상깨고 북한의 평창 참가 100% 지지한 배경

이 옵션의 치명적인 결함은 미국이 실제로 제한적이고 일회성 소규모 공격을 가할 경우 북한이 과연 어떻게 반응할 지 아무도 확신을 갖기 어렵다는 점이다. 북한이 어떤 형태로든지 반격한다면 확전될 공산이 크기 때문이다. 특히 ‘참수작전’이 시도된다면 북한이 핵무기를 포함한 모든 수단을 동원해 반격할 것이 분명하다. 물론 미국이 어떤 무기를 동원할 지는 알 수없다. 다만 “서울에 큰 피해를 주지 않을 군사옵션이 있다”고 밝힌 매티스 장관의 말로 미루어 미국이 전해 새로운 무기 또는 군사적 수단을 보유하고 있음을 짐작케할 뿐이다. 이 옵션은 여전히 옵션으로 남아 있을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지난해 9월3일 북한의 6차 핵실험과 11월29일 ICBM급 화성-15형 시험발사 이후 트럼프 행정부 내에서 대북 공격 옵션이 힘을 잃고 있다는 것이 지배적인 관측이다. 대북 예방 공격을 신봉하는 강경론자인 맥마스터 보좌관 보다는 외교적 해법을 앞세우는 매티스 장관과 렉스 틸러슨 국무장관의 신중론이 우세해지고 있다는 전언이다. 트럼프의 입장이 달라진 것이 이를 짐작케한다. 

■북한이 ICBM ‘마지막 문턱’ 넘기 전에 미국과 한국이 해야할 일

평창 평화올림픽의 가장 큰 장애는 치워졌다. 이제 관건은 ‘평창 이후’다. 조성렬 국가안보전략연구소의 수석 연구위원은 “북한의 정권수립 70돌이 되는 9월 초까지 대화국면을 이어가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김정은의 신년사에서 북의 정권수립 70돌과, 남의 평창 올림픽을 모두 민족적 경사로 축하한 만큼 북한 역시 그러한 의도를 내비쳤다는 분석이다. 이를 위해서는 대북 군사옵션 가운데 미국 전략자산의 한반도 전개를 당분간 유예할 필요가 있다. 한·미 양국은 동계올림픽(2월9~25일), 퍼럴림픽(3월9일~18일) 뒤 한달 정도 지난 4월 중 하순부터 5월 초까지를 키리졸브 훈련기간으로 잠정 결정한 것으로 전해졌다. 문제는 매년 키리졸브 뒤에 실시해온 독수리 훈련이다. 지휘소훈련인 키리졸브와 달리 대규모 기동훈련인 독수리 훈련에는 전략자산이 전개된다. 8월의 을지프리덤가디언(UFG)연습은 모의전쟁연습이지만, 지난해에는 북한의 괌 포위사격 경고가 나오는 가운데 태평양사령관·전략군사령관·미사일방어청장 등 대북 군사작전을 지휘하는 미군 수뇌부 3인이 동시 참관, 위기가 한층 고조됐었다. 무작정 유예하자는 것은 아니다. 그기간에 북핵 문제 해결의 유의미한 첫단추를 꿸 대화탁자를 마련해야 한다. 그 기간을 놓친다면 올해 하반기 한반도 정세는 다시 전쟁위기에 놓여야 하기 때문이다. 시간이 없다. 

북한의 평창 동계올림픽 전격 참가 결정으로 다시 주목받는 북한의 피겨스케이팅 페어종목의 렴대옥(18)-김주식(25)의 경기 장면. 렴-김은 지난해 9월29일 독일 오베르스트도르프에서 끝난 네벨혼 트로피 대회에서 3위로 입상, 올림픽 출전권을  따냈지만 참가 여부가 불투명했었다.   오베르스트도르프/AP연합뉴스 

■미국은 전략자산 전개 유예하고 ‘평창 이후’ 북핵 대화국면 조성할까

북한이 미국 전역을 공격할 ICBM능력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미사일이 궤도권 재진입 시 충격을 견뎌낼 핵탄두를 만드는 작업 만이 문턱으로 남아 있다. 마이크 폼페오 중앙정보국(CIA)국장은 지난 10월 “북한이 마지막 문턱을 넘을지 예측하는 것은 이제 덜 중요하다. 왜냐하면 몇 달 상관이기 때문이다”라고 말한 바 있다. ‘평창 이후’ 북한이 추가 ICBM 시험발사를 통해 마지막 문턱을 넘고나면 상황은 더욱 어려워진다. ‘평창 이후’의 전략과 관련해 로버트 칼린 스탠퍼드 대학 객원연구원과 조엘 위트 존스홉킨스대 한미연구소 선임연구원의 제언이 주목된다. 이들은 로널드 레이건 행정부가 1988년 서울 올림픽을 계기로 소박한 신뢰구축 조치들을 취했던 것을 참고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지난 8일 애틀란틱 기고문에서다. 북한이 1987년 대한항공 폭파테러를 벌였음에도 레이건 행정부는 북한인들의 비공식 미국 방문 장려, 미국 시민의 북한 여행 비용 규제 완화 등의 신뢰조치로 1988년 12월 첫 북·미 공식대화를 가질 수 있었다. ‘올림픽 기간 동안 도발을 하지 않는다면’이라는 전제를 북한이 충족했기 때문이다. 


올해는 어떤 해가 될까. 지난 1일 북한 평양 한복판을 흐르는 대동강변의 김일성 광장에서 주민들이 불꽃놀이를 바라보고 있다.  지난해 북한의 대륙간탄도미사일 시험발사와 6차 핵실험 등을 '경축'하기 위해 김일성 광장에 자주 동원됐던 평양주민들이 모처럼 비정치적인 여유를 만끽하고 있다. AP연합뉴스 


■ 88서울올림픽 뒤 처럼 ‘평창 이후’에도 대화 탁자 마련될까

이들은 트럼프 행정부가 취할 수 있는 소규모 신뢰구축 조치로 전반적인 제재국면에서 대북 인도적 활동을 하고 있는 유엔 및 민간단체들이 처한 어려움을 해결해주고, 뉴욕 주재 북한 외교관들의 활동반경을 넓혀주는 것 등을 제안했다. 동시에 북한에 억류중인 미국인 3명을 주북 스웨덴 외교관들을 통해 간접 면담할 것을 요청할 수 있을 것이라고도 전했다. 당시와 비교해보면 김 위원장의 평창 올림픽 대표단 파견 및 트럼프 대통령의 대화 용의 표명으로 분위기는 마련됐다. 냉전시대 대표적인 매파였던 레이건도 했던 결정을 트럼프가 따라할 지는 두고봐야 한다. 남북한과 미국이 1년 만에 찾아온 기회에 어떤 결과를 만들어낼 지도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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