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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반도, 오늘

북핵, 윌리엄 페리의 말에 귀를 기울인다. 고민의 깊이가 달라졌다

by gino's 2017. 12. 17.

윌리엄 페리 전 미국 국방장관이 2013년 4월17일 재향군인들에게 소프트웨어 교육을 제공하는 미국 캘리포니아주 팔로알토의 한 기업에서 당시 애슈턴 카터 국방 차관의 말을 경청하고 있다. 로이터 통신이 최근 다시 내보낸 자료사진이다. 워싱턴/로이터연합뉴스

강단에 선 80대 노교수는 파워포인트에 능했다. 사진은 물론 동영상까지 삽입된 강연 주제는 ‘전쟁과 음악’이었던 걸로 기억한다. 9년쯤 됐을까. 미국 워싱턴의 아메리칸대학 강의실에서였다. 히틀러와 스탈린을 비롯한 20세기 전쟁의 주역들이 어떻게 음악을 도구로 국민을 동원했는지 잔잔하게 들려주었다. 음악과 동영상이 함께 제시됐다. 수천만명이 죽어간 세계대전을 음악의 잣대로 바라보는 시각이 신선했다. 강연이 끝난 뒤 강단으로 달려가 몇가지 질문을 던졌지만 미소만 돌아왔다. 대신 함께 사진을 찍으면서 손을 살포시 잡아주었다. 따뜻했다. 그 멋진 강연을 듣고도 북핵 문제에 관한 코멘트를 받으려 했던 동아시아 분단국 특파원의 허기가 눈녹듯 사라졌다. 윌리엄 J 페리 전 국방장관(90)과의 첫 만남이었다. 페리는 북한과의 관계에서도 음악의 현장에 함께 했다. 2008년 2월 로린 마젤이 지휘한 뉴욕필하모닉이 평양에서 연주한 ‘아리랑’을 현장에서 들었다. 

렉스 틸러슨 미국 국무장관이 지난 12일(현지시간) 북한과 아무런 전제조건 없는 대화를 제의했다. 하지만 몇시간 뒤 백악관은 틸러슨 장관의 제안과 거리를 두었다. 새라 허커비 샌더스 백악관 대변인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북한에 대한 입장은 바뀌지 않았다”면서 틸러슨의 제안을 원점으로 돌려놓았다. 로이터통신은 다음날 백악관 관계자의 말을 인용해 “지금은 북한과 대화할 시점이 분명히 아니다”라고 못 박았다. 지난 10월 틸러슨이 기울인 북한과의 대화 노력을 트럼프 대통령이 “시간 낭비”라고 일축한 데 이어 노출된 불협화음이다. 일부 미국 언론의 분석대로 행정부 내에서 틸러슨은 대화를 강조하고, 허버트 맥매스터 국가안보보좌관은 경제적·군사적 압박을 가하는 역할 분담일 수도 있다. 미국이 북한을 들었다 놓았다 한다는 해석이다. 하지만 현실에선 북한이 세계를 들었다 놓았다 하고 있다. 이제는 정말 아닌 것 같다. 잔뜩 기대했다가 좌절하고, 다시 기회를 엿보는 패턴은 더 이상 유효하지도 바람직하지도 않다. 해결과는 더욱 거리가 멀다. 지난 20여년을 돌아봐도 때로 구름 사이에 빛나는 은빛 라인이 잠깐 잠깐 보였지만 결국 먹구름이 덮였다. 더구나 북한은 이제 핵무기와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획득의 문턱을 거의 넘었다. 열등한 무력을 가진 나라가 ‘억지력(deterence)’을 확보한 것이다.

1994년 4월20일 한국을 방문한 윌리엄 페리 미국 국방장관이 이병태 국방장관과 대화를 나누고 있다. 페리는 5년 뒤 북핵문제의 단계적 해법으로 작성한 ‘페리 보고서’가 한국 및 일본과 3자간에 공동작업결과라고 밝힌 바 있다. 김대중 정부의 햇볕정책과 북한의 생존전략을 절충한 것이었다. 페리는 그러나 지금은 과거의 해법이 더이상 유효하지 않다고 강조하고 있다.<br />경향신문 자료사진

1994년 4월20일 한국을 방문한 윌리엄 페리 미국 국방장관이 이병태 국방장관과 대화를 나누고 있다. 페리는 5년 뒤 북핵문제의 단계적 해법으로 작성한 ‘페리 보고서’가 한국 및 일본과 3자간에 공동작업결과라고 밝힌 바 있다. 김대중 정부의 햇볕정책과 북한의 생존전략을 절충한 것이었다. 페리는 그러나 지금은 과거의 해법이 더이상 유효하지 않다고 강조하고 있다. 경향신문 자료사진 

틸러슨의 제안을 북한이 곧바로 받아들여 내일 당장 대화탁자가 마련된다고 해도 현실은 쉽게 바뀌지 않는다. 바뀔 것이라고 기대하는 것 자체가 희망적 사고다. 최악의 경우 한반도발 핵전쟁을 우려하는 경고음도 끊이지 않는다. 이제 정말 무엇을 해야 하는가. 페리 전 장관의 말에 새삼 귀를 기울이게 되는 까닭이다. 

페리가 국내 언론의 주목을 새삼 받은 것은 지난주였다. 미국군축협회(ACA)가 지난 5일 워싱턴에서 북핵 위기의 외교적 해법을 향한 전망과 진로를 주제로 연 언론설명회에서 나온 페리의 연설 한 대목을 일부 국내 언론이 잘못 전하면서 나왔다. 미국이 냉전시절 독일에 핵무기를 배치한 것도 군사적으론 필요하지 않았다는 말 끝에 “한국과 일본이 핵무장을 하는 것보다는 (그나마) 미국 핵탄두를 배치하는 게 낫다”고 말한 것이 ‘페리가 한·일 양국의 독자적 핵무장을 지지한다’는 식으로 와전됐다. ACA 홈페이지에 올려놓은 언론설명회의 대화록에는 페리의 연설과 이를 토대로 한 전문가들의 토론 및 질의응답이 있다. 북한의 거친 입과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거친 입이 부딪쳐 그 어느 때보다 긴장이 고조된 한 해였다. 숱한 대북 전문가들의 생각을 뒤졌지만 무엇 하나 시원하게 가슴을 뚫어주는 직관이 없었다. 많은 경우 ‘머리’가 없거나 ‘용기’가 없었다. 달라진 안보환경에서 어떻게 돌파구를 마련할지 신선한 아이디어를 제공하지 못하면서 남 탓을 하기에 급급했다. 이명박, 박근혜에서부터 조지 W 부시와 버락 오바마에 이르기까지 과오를 비난하는 데는 열을 냈지만, 길을 제시하는 사람은 드물었다. 달라진 안보환경을 인정하는 용기도 찾아보기 힘들었다. 대화를 해야 한다면서 대화에서 무엇을 내놓고, 무엇을 포기할지에 대해서는 몸을 사렸다. 그 숱한 말의 성찬에 신물이 난 상태여서 페리의 청음(淸音)이 더욱 맑게 다가왔다. 

렉스 틸러슨 미국 국무장관이 지난 12일 워싱턴의 애틀랜틴 카운실에서 열린 세미나장에서 연설을 하고 있다. 틸러슨 장관은 이자리에서 북한과 조건없는 대화를 제안했지만, 백악관이 곧바로 번복했다. 로이터연합뉴스

렉스 틸러슨 미국 국무장관이 지난 12일 워싱턴의 애틀랜틴 카운실에서 열린 세미나장에서 연설을 하고 있다. 틸러슨 장관은 이자리에서 북한과 조건없는 대화를 제안했지만, 백악관이 곧바로 번복했다. 로이터연합뉴스

페리는 여느 대북 전문가들처럼 당위와 담론에 매몰되지 않았다. 목소리를 높이지도, 누군가를 탓하는 데 시간을 낭비하지도 않았다. 현 상황에서 갈 수 있는 길을 차분하고도 논리정연하게 제시할 뿐이었다. 미국 국방장관으로, 다시 대북정책조정관으로 북핵 문제에 천착했던 그가 ACA 설명회에서 내놓은 생각을 소개한다. 이날 연설에서도 페리는 자신의 생각을 지배하는 내비게이션은 스스로 1999년 ‘페리 보고서’에 썼던 한 문장이라고 밝혔다. “우리가 바라는 대로가 아닌, 있는 그대로의 북한과 상대해야 한다.” 

페리는 1994년 제네바 합의에서부터 페리 프로세스 구두 합의, 6자회담에 이어 지난해 자신이 제안했던 외교적 해법을 포함해 지금까지 북핵 문제를 해결하거나, 위기지수를 낮출 네 번의 기회가 모두 사라졌다는 현실인식에서 출발했다. 그가 진단한 ‘있는 그대로의 북한’의 현주소는 끔찍하다. 북한은 20~25기의 핵탄두를 갖고 있고, 그중 일부는 수소폭탄이다. 200여기의 미사일 중 일부는 중거리미사일이다. 고농축우라늄(HEU) 기술도 빠르게 구축하고 있다. “이제는 아무리 탁월하고 성공적인 외교로도 북한이 핵무기를 포기하게 할 수 있다고, 협상에 대한 열망이 있더라도 성공할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북한은 우리가 무엇을 제공하고 무엇을 제안하든 ICBM을 실전에 배치할 때까지 시험발사를 멈추지 않을 것이며, 몇년 내 수소폭탄을 포함한 핵무기를 미국은 물론 전 세계로 실어나를 능력을 갖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이날 페리의 발언은 부정적인 현실을 인정한 바탕에서 긍정적인 면을 살려가자는 순서로 진행됐다. 그가 보기에 ‘약간이나마 좋은 소식’은 “북한이 무자비하고 무모한 정권이긴 하지만 자살 정권은 아니다”라는 점이다. “북한은 (그들이 먼저) 도발당하지 않는 한 핵무기를 사용하지 않을 것”이라는 말이다. 그럼에도 핵무기는 매우, 매우 위험하기에 북한발, 또는 미국발 핵전쟁으로 치달을 가능성은 엄존한다. 트럼프의 자극적인 언사는 정확하게 미국이 피해야만 할 상황, 즉 북한을 도발하는 것이다.

북한이 지난 11월29일 모처에서 시험발사한 대륙간탄도로켓 화성-15형. AP연합뉴스

북한이 지난 11월29일 모처에서 시험발사한 대륙간탄도로켓 화성-15형. AP연합뉴스

그가 보는 최악의 시나리오는 이렇다. 북한은 핵전쟁의 억지력으로 핵무기를 손에 쥐었지만, 억지력으로만 핵무기를 활용하지는 않을 것이다. 아무것도 없는 상태에서도 특히 남한을 상대로 숱한 도발을 해온 북한이다. 핵무기는 그들로 하여금 더욱 무모한 도발을 하도록 힘을 실어줄 것이 분명하다. 한반도에서 핵전쟁은 곧바로 일어나지 않는다. 하지만 북한의 전례 없는 무모한 도발이 미국으로 하여금 재래식 무력으로 응답하게 할 조건을 조성할 수 있다. “미국은 지금 재래식 무력 사용안이 책상 위에 있다고 말한다. (실행한다면) 북한은 남한에 대해 재래식 보복을 할 것이고 이는 더 큰 전쟁으로 확산돼 결국 핵전쟁에 이른다”는 논리적 추론이다. “북한과의 전면전은 중국과 러시아가 참전하지 않는다는 최상의 가정에서도 1차 세계대전이나 2차 세계대전의 사상자를 낳을 것”이라는 게 수학 박사 출신으로 20년간 무기(전자기파와 스텔스비행기) 개발에 종사했던 페리의 추산이다.

페리는 그럼에도 창조적이고 진지한 외교의 필요성을 강조한다. 그 외교의 목표는 북한의 핵포기가 아니다. “외교는 여전히 중요하지만, 그 목표는 실수로 핵전쟁에 이를 가능성을 낮추는 데 둬야 한다”고 충고한다. 흥미로운 것은 페리가 제시한 외교 수순이다. 북한이 아닌, 한국과 일본을 최우선 외교 대상으로 지목했다. 그다음이 중국이고, 북한은 나중이다. 

(페리가 미국 외교의 수순으로 제시한 것을 우리에게 적용한다면, 위기지수를 낮출 우리의 외교는 어느 나라부터 상대해야 할까. 페리는 설득할 수 있는 상대를 먼저 선택했다. 이 기준을 적용하면, 우리가 가장 먼저 회담 탁자에 마주앉아야 할 상대는 최소한 북한이나 중국이 아니다.)

북한 평양 대동강변의 김일성광장에서 지난 12월1일 화성-15형 미사일의 시험발사 성공을 축하하는 집회에 수만명이 모여 있다.  AP연합뉴스

북한 평양 대동강변의 김일성광장에서 지난 12월1일 화성-15형 미사일의 시험발사 성공을 축하하는 집회에 수만명이 모여 있다. AP연합뉴스

서울과 도쿄 일대에는 각각 2000만명이 살고 있다. 냉전시절 독일인이 그랬듯이 한국인과 일본인들은 “미국이 도쿄나 서울을 지키기 위해 뉴욕이나 워싱턴을 희생할 용의가 있겠는가”라는 질문을 던지고 있을 것이다. 바로 이러한 우려를 불식시키고 미국이 동맹국들에 확고한 확장억지력을 제공할 것이라는 믿음을 주는 것이 페리가 권고한 외교의 출발점이다. 일부 국내 언론의 오역 소동은 이 대목에서 나왔다. 페리는 “한국과 일본이 독자적인 핵무장에 나선다면 장기적으로 매우 심각한 결과를 초래할 것이기에 한·일이 미국의 확장억지력에 확신을 갖게 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전에 “미국은 스스로의 레토릭을 차분하고 신중하게 해야 한다”. 그 다음은 중국과의 외교다.

역대 미국 행정부가 북핵 문제를 중국에 아웃소싱하려 했던 것과는 사뭇 성격이 다르다. 중국에 해결을 맡기는 게 아니라 중국과 함께 해야 한다는 복안이다. “북한의 최우선적 목표인 안보 보장을 다뤄야 하며, 미국과 중국이 함께 보장을 해야 한다”고 말한 까닭이다. “북한에서 체결하게 될 어떠한 합의안에도 미국은 물론 한·일 두 동맹국과 중국이 부서(副署)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한·일을 상대로 한 외교가 단기적인 외교라면, 북한의 안보 위협을 덜어줄 중국과의 외교는 장기적으로 진행돼야 한다.” 왜냐면, “무엇보다 북한의 핵무기가 덜 위험하게 할 방안을 찾고, 사용되지 않도록 한 뒤에나 (비로소) 북핵이 더 악화되지 않고 결국 후진을 하도록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중국과의 예비접촉에선 “미국은 북한의 공격으로부터 남한을 보호하기 위해서 주한미군을 두고 있는 것이다. 그러한 위협이 사라진다면 더이상 주둔시킬 필요가 없다”는 점을 분명히 해야 한다. 

(틸러슨 장관도 지난 12일 연설에서 “유사시 미군이 휴전선을 넘어가더라도 반드시 남한으로 복귀하겠다고 중국에 약속했다”고 밝혔다. 이는 지난 8월13일 틸러슨이 제임스 매티스 국방장관과 함께 ‘전략적 책임’ 정책을 발표하면서 “주한미군은 비무장지대를 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던 것과 뉘앙스가 다르다. 그만큼 미국과 중국이 현상황을 당시 보다 더 심각하게 보고 협의를 심화하고 있다는 방증이다.)

페리는 결코 ‘대화를 위한 대화’를 강조하는 유약한 평화주의자가 아니다. 현실주의자에 가깝다. 북한 문제에서도 힘을 동원한 강압외교(coercive diplomacy)를 신봉한다. 1994년 북핵 위기 당시 페리는 재래식 탄두를 적재한 크루즈 미사일로 영변 핵시설을 공격하는 외과수술식 타격안을 자신의 탁자위에 놓고 있었다. 그 뿐이 아니었다. 남한 정부에는 주한미군을 3만여명 증원할 것을, 일본 정부에는 주일 미공군기지를 사용할 것을 요청했다. 그는 ACA 설명회에서도 “우리가 북한을 공격할 계획을 하고 있는 것은 중요하지 않다. 우리가 그걸 계획하고 있다고 북한이 믿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점 트럼프의 ‘최대의 압박’과 겹치는 대목이다. 1990년대 ‘동결 대 동결’ 주장에 대한 질문에 페리는 “우리가 지금 처럼 군사적 상황에 직면하고 있는 한, 북한에 대한 우리의 군사적 능력을 낮추는 것을 말해선 안된다. 어떤 경우라도 군사력을 강화해야 한다”고 단언했다. 하지만 미국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사드)의 남한 배치와 일본 해역의 이지스 시스템에는 반대했다. 어떠한 미사일방어(MD)도 적의 집중공격의 대상이 되는데다가 북한의 가짜 핵탄두(decoy)에 무력하기 때문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 12월13일 백악관에서 연방 상·하원의 공화당 의원들이 감세안 단일안을 만든 것을 치하하고 있다. EPA연합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 12월13일 백악관에서 연방 상·하원의 공화당 의원들이 감세안 단일안을 만든 것을 치하하고 있다. EPA연합

페리는 사드를 둘러싼 희망적 가정도 경계했다. “북한이 열화우라늄(수소)폭탄을 만들 수 있을 정도로 충분히 정교하다면, 가짜 핵탄두를 만들기에 충분한 정교함을 갖고 있다고 보기 때문”이다. 페리는 “대규모 미군 지상군을 배치하는 것은 어렵겠지만, 공중 및 해상 전력에서 (방위력 증대를 위해)할 수 있는 방법이 많이 있다”고 말했다. “북핵 문제의 해법으로 외교는 (군사적)억지력 보다 훨씬 바람직하다. 하지만 미국의 외교는 지금까지 실패했기에 억지력을 포기할 수 없다”고도 설명했다. “대북 공격능력을 증가하는 것 보다는 대북 방어능력을 향상시켜야 한다. 다만 비교적 덜 도발적인 방법으로 해야 하며 그럴 기술적인 방법들이 있다”는 판단이다. 

북핵 문제에 관한 한, 이제는 닭의 목을 비틀어도 새벽이 오지 않는다. 따뜻한 남쪽 지방에서 꽃망울이 몇개 터졌다고 봄이 오지도 않는다. 그런 시절은 끝났다는 게 페리의 진단이다. 한반도 평화를 향한 여정은 기나긴 밤과 기나긴 겨울을 지나야 한다. 그 과정에 반드시 하지 말아야 할 것이 한 가지 있다면 바로 희망적 사고일 게다. 댓바람에 평양으로 달려가는 것도 아닐 게다. 희망적 사고는 결코 희망을 구현하지 못한다. 동토에 씨를 뿌리기 위해서는 우선 언 땅에 삽을 댈 각오가 필요하다. 북핵 위기 속에 일희일비하기 보다는 페리의 직관에 기대어 길을 모색할 것을 제안한다.

페리는 펜실베이니아주립대에서 수학박사 학위를 받았다. 1946년부터 사병으로 2년, 학사장교로 5년을 군복무한 뒤에는 국방과학자로 20년 일했다. 전자기시스템을 연구하고 스텔스 비행기 개발에 기여했다. 기술자문역으로 펜타곤에 들어가 연구 및 엔지니어링 담당 차관을 지냈다. 그가 북핵문제에 관여하게 된 것은 1차 북핵위기가 고조되던 1994년 2월 제19대 국방장관에 취임하고나서부터다. 3년 뒤 스탠퍼드 대학의 강단으로 돌아간 페리는 1999년 빌 클린턴 행정부에 의해 대북정책조정관으로 임명돼 다시 해결사의 소임을 맡았다.



원문보기:
http://news.khan.co.kr/kh_news/khan_art_view.html?artid=201712150800001&code=970100#csidx59ac7a289f69fe7bc099d55337d08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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