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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반도, 오늘

트럼프 외교안보팀이 만지작거리고 있는 미국의 대북제한적군사행동 옵션

by gino's 2018. 2. 4.

북한 평양의 김일성광장에서 지난해 4월15일 태양절(김일성생일)을 맞아 벌어진 열병식에 등장한 북한의 탄도미사일들. 북한이 평창 동계올림픽 개막 하루 전인 2월8일 대규모 건군절 열병식을 준비하고 있어 긴장이 고조되고 있다. 평양 | AP연합뉴스

조지 W 부시 행정부의 매파가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 기준에선 비둘기파가 된 것일까. 주한 미국대사로 내정돼 한국 정부의 아그레망(임명동의)까지 받은 빅터 차 조지타운대 교수가 ‘석연찮은 이유’로 낙마했다는 소식이 지난달 30일(현지시간) 전해지면서 미국발 불안요소가 새삼 부각되고 있다. 차 교수는 이날자 워싱턴포스트 기고문에서 자신이 트럼프 행정부의 대북 제한적 군사행동(코피 작전·Operation Bloody Nose)에 반대했다는 사실을 밝혔다. 이는 역으로 트럼프 행정부 내에서 대북 군사행동을 주장하는 목소리가 건재함을 확인시켜준다. 오는 9일 평창 ‘평화올림픽’의 개막을 기다리고 있는 한반도에 평지풍파를 일으킬 만한 사안이다. 물론 월스트리트저널을 비롯한 미국 언론이 트럼프 행정부 관계자들의 말을 인용해 “차 교수의 낙마가 (코피 작전에 대한) 이견 때문만은 아니다”라고 전하는 만큼, 낙마 사유를 속단하기는 어렵다. 하지만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북한의 평창 동계올림픽 참가를 계기로 벌어진 남북대화에 100% 지지를 표명한 뒤에도 대북 제한적 군사행동설 및 이에 대한 우려가 끊이지 않고 있는 상황을 되짚어 볼 필요는 있다. 또 같은 날 트럼프 대통령이 상·하원 합동회의에서 한 첫 국정연설에서 드러난 대북관 역시 톺아봐야 한다. 

■‘코피 전략’ 만지작거리고 있는 트럼프 행정부 

‘코피 전략’이 트럼프 행정부가 지난해 북한의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시험발사 및 6차 핵실험을 목도하면서 마련한 대북 옵션의 하나인 것은 분명하다. 문제는 옵션으로만 남아 있는지, 실행이 임박했는지 여부다. 미국 상원 군사위원회(위원장 존 매케인)가 개최한 최근 두 차례의 청문회에서는 코피 전략을 비롯한 대북 예방전쟁에 대한 경고와 우려가 쏟아졌다. 트럼프 행정부 내에서 코피 전략이 실효성 있는 선택지로 꼽히고 있음을 말해주는 방증이다. 하지만 부시 행정부 당시 백악관 국가안보회의 아시아국장을 지내면서 대표적인 매파로 분류됐던 차 교수와 마찬가지로 전직 외교안보 당국자들은 압도적으로 북한을 상대로 한 예방적 군사행동에 반대하고 있다.

버락 오바마 행정부에서 국방부 동아·태차관보를 지낸 켈리 맥서멘은 지난달 30일 상원 군사위 청문회에서 대북 예방적 군사행동은 인명피해·경제적 비용·전략적 이해 등 모든 측면에서 유효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북한에 대한 옵션에는 모두 위험이 따르지만, 그중 최악이 전쟁”이라면서 동맹국들에 제공할 확장 억지력을 개선하고 통합적이고 강력한 확산억제조치를 취할 것을 제안했다. 마이클 그린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부소장도 같은 자리에서 “현 (트럼프) 행정부 역시 외교로는 북핵문제를 해결하지 못한다는 점을 알기에 예방전쟁 또는 코피 전략이라는 말이 나오는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그러나 “군사력의 예방적 사용은 북한의 핵·미사일 프로그램의 위험성을 심화시킨다”면서 “예방적 군사행동을 거론하는 것만으로 한·미 간을 이간시켜 한국이 중국에 더 가깝게 가는 역효과를 내고 있다”고 짚었다. 데니스 블레어 전 국가정보국장(DNI)은 천안함 사건과 같은 북한의 도발에 대해 제한적인 대북 보복행동이 필요하다고 강조했지만, 전면전으로 번질 수 있는 선제공격에는 선을 그었다.

■두 차례 상원 군사위 청문회에서 표출된 압도적 반대 의견 


지난달 25일 상원 군사위 청문회에서도 원로들의 우려가 집중 제기됐다. 헨리 키신저 전 국무장관(94)은 트럼프 행정부의 선제타격 가능성과 관련해 “최소한 아시아 국가들의 지지 없이 중국과 러시아 국경지역에서 미국이 (북한과) 일방적인 전쟁을 벌이는 것을 나는 매우 걱정하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키신저는 “지난해 대북 압박 캠페인이 성과를 거두기 시작한 것 같지만 문제의 핵심에서는 어떠한 돌파구도 마련되지 않았다”면서 미·중이 북핵 6자회담을 되살리는 방안을 제안했다. 미·중이 회담을 되살려 한반도의 미래와 관련해 합의를 끌어낼 필요가 있다는 종래의 빅딜설을 우회적으로 언급했다. 조지 슐츠 전 국무장관(97)은 “공허한 위협은 스스로를 망친다”면서 “방아쇠를 당길 자신이 없다면 소총을 겨누지 말라”는 말을 소개했다. 북한이 곧 ICBM으로 미국을 공격할 능력을 확보하더라도 섣불리 레드라인(금지선)을 긋지 말라는 충고였다. 

키신저는 트럼프가 지난해 가을 한국 방문을 앞두고 백악관으로 초빙해 견해를 청했던 인물이다. 그럼에도 트럼프 외교안보팀이 전직 당국자들의 견해와 제안을 얼마나 무겁게 받아들이는지는 분명치 않다. 다만 의회를 중심으로 코피 전략에 대한 우려가 강하게 제기된다면 마냥 이를 무시하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관측된다. 또 트럼프 행정부에는 제임스 매티스 국방장관과 렉스 틸러슨 국무장관 등 아직까지 외교적 해법이 가능하다는 소신을 피력하는 구성원들도 있다. 트럼프 행정부가 코피 전략을 계속 흘림으로써 북한의 태도 변화를 기대하는 ‘광인전략(Mad Man Theory)’으로 활용하고 있을지도 모른다는 희망적 생각도 갖게 된다. 어떤 경우에도 코피 전략의 현실화는 북한의 추가 도발과 맞물려 있다. 위기지수를 낮추는 노력이 필요함을 웅변한다. 

■트럼프 국정연설에서 북핵문제 해결 언급 없이 대북 도덕적, 상징적 비난만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달 30일 워싱턴의 연방의사당에서 첫 국정연설을 하던 도중 만면에 웃음을 짓고 있다.  워싱턴 | EPA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달 30일 워싱턴의 연방의사당에서 첫 국정연설을 하던 도중 만면에 웃음을 짓고 있다. 워싱턴 | EPA연합뉴스 

빅터 차 교수의 주한대사 낙마 소식이 전해진 몇 시간 뒤 있었던 트럼프의 첫 국정연설에서는 북한을 도덕적, 상징적으로 비난하는 흐름이 뚜렷했다. 트럼프는 지난해 9월19일 유엔총회 연설에서 했던 ‘북한의 완전한 파괴’와 같이 대북 선제공격을 암시하는 말은 하지 않았다. 하지만 유엔 연설과 지난해 11월8일 국회 연설과 달리 비핵화와 관련, 북한의 올바른 선택을 권하는 대목이 없어졌다. 이번엔 북한에 1년여 억류됐다가 귀환 며칠 뒤에 숨진 미국 대학생 오토 웜비어의 부모와 꽃제비 출신 탈북민 지성호씨를 초청, 북한 당국의 잔인함을 부각시켰다. 트럼프는 유엔 연설과 국회 연설에서도 북한 핵문제보다 북한 정권에 대한 비난을 앞세웠다. 북핵문제의 해결을 추구하는 실용적 접근이 아닌, 북한 자체를 비난하는 도덕적 접근을 하고 있는 것이다.

지난해 11월20일에는 김정남 독극물 암살 등을 빌미로 9년 만에 북한을 테러지원국으로 재지정했다. 북한에 대해 ‘사악한 정권’이나 ‘테러국가’ 이미지를 되풀이 강조하는 것은 그다지 반갑지 않은 징조다. 부시 대통령은 2002년 국정연설에서 북한, 이란과 함께 ‘악의 축’ 국가로 비난한 이라크를 다음해 봄 침공했다. 

■테러지원국 지정 이후 북한 비난은 대북 군사행동의 준비일 수도

트럼프 행정부가 북한을 사악한 정권이라고 비난하는 것은 단순한 비난에 그치지 않고, 대북 군사행동의 길을 트기 위한 포석이라는 해석도 가능하다. 렉스 틸러슨 국무장관은 “테러지원국 재지정에 따른 대북 추가 제재는 상징적인 조치이며 실질 효과는 제한적일 것”이라고 말한 바 있다. 하지만 제재 문제에 그치지 않는다. 미국은 2001년 9·11테러 이후 테러지원국가에 대한 대통령의 전쟁권한을 대폭 확대해 놓았기 때문이다. 9·11테러 직후 1주일 만에 상·하원의 만장일치에 가까운 찬성과 대통령 서명까지 끝내 제정된 ‘반테러 무력사용권한(AUMF)’은 미국 대통령에게 군사행동을 취할 권한을 부여했다. 종전의 전쟁권한법(War Power Act)에 의해 의회가 갖고 있던 전쟁수행권한을 대통령에게 준 것이다. 당초 9·11테러를 계기로 미국을 공격하는 국제테러의 국가·조직·사람에 대해 대통령이 모든 필요하고 적절한 무력을 사용하도록 허용한 법이지만, 이후 많은 군사행동에 이용됐다. 아프가니스탄과 이라크 침공은 물론 예멘, 케냐, 에티오피아, 이라크, 소말리아 등에서 취한 군사행동에도 활용됐다. 지난해 일부 하원의원들이 대통령의 무력사용권한을 제한하기 위해 개정안을 마련했지만 통과시키지 못했다.

■긴장 완화 없이 ‘올림픽 휴전기간’을 지내면 북핵위기 악화 불가피

북한은 평창 올림픽 개회식 하루 전인 2월8일을 건군절로 지정, 최대 5만여명이 참가하는 대규모 열병식을 준비하고 있다. ICBM이나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의 과시가 예상된다. 미국은 코피 전략을 만지작거리는 한편 한국전쟁 참전 16개국 및 일본 외교장관 회의에서 해상 차단을 강조하고, 대북 추가 독자제재를 단행했다. 평창은 막도 올리지 않았건만 기싸움을 시작한 형국이다. 한·미 양국은 평창 동계올림픽에 이어 3월 패럴림픽이 끝나면 미뤄두었던 올해 키리졸브 합훈을 시작할 예정이다. 유엔 총회가 선포한 올림픽 휴전기간(2월2일~3월25일)을 준수한다면 3월 말로 예상된다. 그때까지 핵문제 해결을 의제로 한 대화의 동력을 마련하지 못하면 한반도는 다시 지난해의 위기국면으로 돌아간다. 대기권 재진입에 견딜 능력을 확인하기 위한 북한의 ICBM 시험발사도 당겨질 것이다.

로널드 레이건 행정부가 1988년 12월 ‘서울 올림픽 기간 동안 도발을 하지 않은’ 북한과 사상 첫 공식 대화를 가졌던 것과 같은 극적인 전환은 최소한 아직 일어나지 않고 있다. 다만 미국 국무부는 지난달 31일 “북한의 2월8일 열병식이 일어나지 않기를 바란다”면서 자제를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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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news.khan.co.kr/kh_news/khan_art_view.html?artid=201802021701005&code=970201&sat=on&sat_menu=A074#csidx64bf1ec5049c3ff95e6790f0f26073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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