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여성이 밭에 물을 대고 있다. 유엔 식량농업기구(FAO)·세계식량계획(WFP)의 올해 ‘북한 식량안보 평가’ 보고서 표지 사진.

 

‘배고픈 아이는 정치를 모른다(A hungry child knows no politics).’ 로널드 레이건 전 미국 대통령이 남긴 이 한마디는 인도적 지원, 특히 식량위기에 처한 나라에 지원을 해야 한다는 명제가 됐다. 또 하나의 황금률은 정치적 사안과 인도적 사안의 분리다. 레이건이 누구인가. 소련을 ‘악의 제국’이라고 했던 인물이다. 그런 그가 냉전의 정점에서 ‘악의 제국’이 후원하는 공산주의 독재자 멩기스투가 통치하던 에티오피아에 식량지원을 결정하면서 위와 같은 명언을 남겼다. 하지만 레이건의 한마디에는 생략된 뒷문장이 있을 법하다. ‘배부른 어른은 정치를 너무 잘 안다(A fat grown-up knows too much politics)’가 아닐까 싶다. 지난 5월3일 유엔 식량농업기구(FAO)와 세계식량계획(WFP)이 ‘북한의 식량안보 평가’ 보고서를 발표한 뒤 한국 사회에서 벌어지는 당위와 담론을 지켜보면서 뇌리를 떠나지 않는 단어가 ‘정치’다. 


■ 어른들의 담론- ① 통계의 문제

 

그동안 한반도 남쪽에서 ‘배고프지 않은 어른들’이 나눈 논의 결과를 요약하면 이렇다. 우선 북한이 과연 식량이 부족하냐는 점이 가장 큰 관심이었다. FAO·WFP 보고서의 정확성이 도마에 올랐다. 보고서는 북한의 지난해 곡물 생산량을 껍질 포함한 조곡 기준으로 490만t, 알곡 기준으로는 417만t으로 추정했다. 북한의 올해(2018년 11월~2019년 10월) 식량 수요량을 576만t으로 설정하고, 159만t이 부족하다고 밝혔다. 북한 당국의 수입량 20만t과 국제기구 지원 2만1200t을 포함해도 136만t이 부족하다. FAO·WFP는 북한 인구의 40%인 1010만명이 식량부족 위기에 처해 있다고 진단했다.

 

국제기구 통계는 우선 15도 이상 경사지의 수확량(최소 20만t)과 개인 소토지(텃밭·7만t) 및 밀수 물량이 빠졌다. 식량 수요 추정의 기준인 인구수가 실제보다 최소 70만명 정도 부풀려졌다는 분석도 있다.(김병연 서울대 교수). 북한 중앙통계국의 자료를 기반으로 작성한 국제기구 보고서가 왜곡됐을 가능성을 지적한 것이다. 북한의 중앙 및 지방당국은 물론 국제기구들도 식량 생산량을 가급적 낮게 보고해온 게 사실이다. 

 

FAO는 2010년 전까지 북한의 주식 중 하나인 감자를 통계에 포함시키지 않았다. 이후 포함시켰지만 단위면적당 생산량을 비현실적으로 낮게 책정했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FAO 생산연감(Production Yearbook)에 따르면 1997년 북한의 단위면적(㏊)당 감자 생산량을 11t으로 추정했지만, 2010년 이후에는 3~4t으로 잡고 있다.(김영훈·임수경 '북한의 농업·식량 관련 통계', 농촌경제연구원, 2014).

 

유엔 식량농업기구와 세계식량계획 현장조사팀이 지난 4월 북한 황해남도 신천군의 식량배급소를 둘러보고 있다.

 

기구 존립의 목적을 강화하기 위한 국제기구의 정치가 작동하기 때문이다. 북한이 지난 2월 유엔에서 국제사회의 긴급한 지원을 요구하며 밝힌 올해 식량부족분 50만3000t과도 편차가 크다. 통계는 들쭉날쭉일지언정 가뭄과 이상고온, 홍수 등의 영향으로 2년째 북한의 작황이 좋지 않았다는 점에서는 이견이 적었다. 북측이 예년 수준(20만~30만t)으로 식량을 수입한다면 식량부족량은 20만~30만t으로 좁혀진다. 

 

북한 장마당 쌀값을 보름 단위로 공개하는 데일리NK에 따르면 5월28일 현재 평양의 쌀값은 1㎏당 4300원(시장 환율 1달러당 8025원 기준)이다. 이는 지난해 12월의 5000원에 비해 외려 700원 내려갔다. 전문가들은 장마당 쌀값 내림세는 공급량이 늘었다기보다 구매력 저하로 수요가 줄은 탓이라고 해석한다. 북한 주민들은 가장 비싼 북한산 쌀 대신 중국산 쌀을 사거나, 쌀이 아닌 옥수수나 감자로 대체하는 방식으로 식량을 해결하기 때문이다. 인도주의적 우려는 옥수수나 감자마저 넉넉히 장만할 수 없는 취약계층에 집중된다. 

 

취약계층의 식량난은 올해만의 문제가 아니다. 평년 수준이었던 2016년 이후 작황이 나빠지고 있다. 식량이 부족하면 노동력이 떨어지고, 떨어진 노동력은 더욱 식량부족을 심화시켜 만성적인 영양결핍으로 귀결된다. 빈곤지수와 불평등지수가 합해지면 치명적인 칵테일이 된다. 특히 취약계층 아이와 산모에게 주는 타격은 심각하다. WFP가 139만t의 식량 긴급지원을 호소하면서도 곡물을 지원하지 않고 5세 미만 영유아와 산모들에게 영양강화 비스킷과 슈퍼 시리얼만 제공하는 까닭이다. 1990년대 중반부터 지원 활동을 해온 국제 구호단체들은 일반적인 식량지원 대신 취약계층 지원에 집중하고 있다. 컨선월드와이드는 취약계층 텃밭농사(house farming)에 종자·비료·물을 공급하는 사업에 주력하고 있다. 강원도와 양강도, 황해북도는 구릉지에 밭이 많아 가뭄 피해가 큰 취약지역이다. 

 

유엔 식량농업기구와 세계식량계획 현장조사팀이 지난 4월 북한 황해북도 봉산군의 집단농장에서 북측 관계자들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 어른들의 담론- ② 남과 북의 정치


김성 유엔 주재 북한대사는 지난 2월20일(현지시간) 유엔에 전달한 메모에서 “지난해 식량 생산이 2017년에 비해 50만3000t이 줄었다”면서 “노동자 가족 1인당 배급량을 550g에서 300g으로 줄일 수밖에 없었다”고 보고했다. 300g이면 햇반 1개 분량이다. 스테판 두자릭 유엔 대변인은 다음날 공식 브리핑에서 이를 확인하면서 “지난해 작황에 따른 북한의 식량부족분이 140만t에 달한다”면서 시급하게 협의를 개시할 것이라고 밝혔다. 남과 북의 정치가 시작된 것은 바로 이 지점이었다. 김 대사는 “유엔 제재 탓에 필요한 농자재 공급이 안된 것이 (생산량 감소의) 또 다른 주요 원인”이라면서 제재의 악영향을 강조했다. 일주일 뒤인 2월28일 베트남 하노이에서 열린 2차 북·미 정상회담에서 리용호 북한 외무상이 ‘민생에 관련된 제재’의 해제를 요구한 것과 일맥상통한다. 민생 관련 제재 완화 요구의 명분 쌓기용이었다고 해석할 여지를 준다.

 

북한이 유엔에서 식량부족분을 공개한 뒤 정작 한국 정부는 별 관심을 보이지 않았다. 지난해 11월 농촌진흥청이 북한의 곡물 생산 예상량을 공식 발표했을 때도 반응이 없었다. 농진청이 북한의 식량 생산량을 455만t으로 예상하면서 전년 대비 3.4%만 줄었다고 발표해서였을까. 그러던 정부가 석 달 뒤 갑자기 대북 식량지원의 필요성을 강조하면서 WFP와 유니세프에 800만달러를 지원할 방침을 밝혔다. 그나마 북한의 핵실험과 탄도미사일 발사가 이어지던 2017년 9월21일에 발표했던 공여 규모였다. 정부는 “정치적 사안은 인도적 지원과 무관하다”면서 지원 방침을 밝혔다. 그렇다면 800만달러는 왜 지금까지 국제기구에 전달되지 않고 있다가 다시 거론됐을까. 작년엔 세 차례의 남북정상회담이 열리면서 평화 분위기가 한층 고조됐었다. 북이 원하고, 남이 결정하면 지원하기 쉬웠다는 말이다. 북측 취약계층의 인도적 재앙은 그때도 진행되고 있었다. 

 

북한의 아이들1.    협동농장에서 재배하는 야채는 쌀과 옥수수, 콩, 감자 등 단순한 식단에 변화를 주고 있다. 특히 고아원 아이들이 채소를 섭취하게 된 것이 성과다.  © Thomas Gutschker, Welthungerhilfe.  Concern Worldwide 홈페이지 

 

이해는 한다. 작년엔 남이나 북이나 개성공단과 금강산관광의 재개 등 민족경제의 균형발전을 도모하는 큰 꿈을 꾸었다. 인도적 지원은 뒷전이었다. 웅지를 품는 것은 좋다. 하지만 인도적 지원은 어떤 경우에도 지속돼야 효과도, 명분도 있다. 정치적 문제는 대북, 대미 담판으로 풀어야 한다. 남북관계가 막힐 때마다 지원 카드를 꺼내는 사고는 바람직하지 않을 뿐 아니라 자칫 명분을 흐릴 빌미를 준다. 혹여 하노이 북·미 정상회담이 결렬된 뒤 상황 돌파용으로 인도적 지원을 꺼냈다면, 외교적·전략적 상상력의 빈곤을 보여줄 뿐이다.

 

휴전선 북쪽 동포의 어려움을 도와준다는 정서만으로 접근해서도 곤란하다. 특히 고질적인 문제인 취약계층 지원에는 정치학이 아닌, 과학이 필요하다. 과학적 근거에서 과학적으로 접근해 그 성과를 과학적으로 입증해야 남과 북의 정치에서 자유로울 수 있기 때문이다. 북측의 공식 지원 요청-현장 실사-맞춤형 지원-모니터링-정밀한 평가의 과학적 레짐(regime) 구축을 지원하는 게 가장 중요하다. 어느 과정 하나 빠지면 곤란하다. 당장 어렵다면 과감하게 국제기구에 위임하는 것도 방법이다. 그런 관점에서 800만달러는 새 발의 피에 불과하다. WFP가 지난 2월 집행이사회에서 2019~2021년 3년간 북한 영유아·산모 영양강화 사업에 필요한 재원으로 설정한 금액은 1억6100만달러이다. 국제기구의 부풀리기 관행을 감안하더라도 그 상당 부분을 제공할 재원이 한국에는 넘쳐난다. 박근혜 정부도 WFP와 세계보건기구(WHO)에 1330만달러 지원책을 발표했었다. 유일하게 필요한 정치적 고려는 남측 정부가 요란하고 떠들썩한 지원 관행을 탈피하는 것일 게다. 그냥 조용히 건네면 될 일이다. 아직도 남측에선 인도적 지원의 ‘정치적 효과’를 입에 올리는 분들이 많다.

 

북한의 아이들2.   2018년 8월 방문한 평양 대동강 수산물 식당 1층에서 어른들 손을 잡고 나들이 나온 아이들이 대형 수조 속의 물고기를 구경하다가 깜찍한 포즈를 잡아주었다.       김진호

 

■ 어른들의 담론- ③ 대북 제재의 정치학

정부가 할 일은 또 있다. 인도적 지원은 안보리 제재와 원칙적으로 무관하다. 미국도 거듭 이 부분을 확인한다. 실상은 다르다. 유엔 제재위는 손톱깎이 한 개라도 금속물질이 넘어가는 데 신경을 곤두세운다. 남측이 북측에 식량을 제공하는 것은 문제가 없는데 차량(트럭)은 넘어갈 수가 없는, 기막힌 모순은 이래서 발생한다. 소달구지로 실어 날라야 한다는 말이 된다. 중국에선 열차편으로 운송이 가능하지만 여기에도 함정이 있다. 중국 측에 전달해야 할 식량 구입 및 운송비용 송금이 여의치 않기 때문이다. 5만달러 이상 송금액은 내역을 적어야 한다. 북한 관련 자금이라면, 중국 금융기관들이 혹여 미국이 제3국 금융기관에 가하는 세컨더리 보이콧에 저촉될지 모른다는 걱정에서 몸을 사린다. 남측 지원단체들도 께끄름하다. 

 

물론 가장 아쉬운 것은 북한의 정치다. ‘최고 존엄’이 최우선 순위를 놓은 분야는 예외없이 발전했다. ‘혁명의 수도’ 평양에는 매년 번화한 거리가 일떠섰고, 헐벗은 산에는 나무가 촘촘히 식수되고 있다. 고아원 환경 개선이 우선순위가 되면서 북한의 육아원(취학전)과 애육원(유치원)이 획기적으로 개선됐다고 한다. 당장 서울 한복판에 옮겨놓아도 될 만한 시설을 갖춰놓고 있다는 전언이다. (북한에선 '고아'라는 말을 쓰지 않지만, 교육기관의 이름을 달리한다.) 오히려 제재 탓에 살림이 어려워진 탄광촌 유치원 아이들이 더 열악한 밥을 먹는다. ‘최우선 순위’가 취약계층 생활 개선에 놓인다면 가장 빨리 해결책을 찾게 될 것이다. 그때까지라도 빈틈을 메워주는 것이 남측이 국제사회와 함께해야 할 일이다. 

 

북한 매체들은 남측이 논의하는 인도적 지원을 두고 “민심을 기만하는 행위”(조선의 오늘), “부차적이고 시시껄렁한 인도적 지원”(통일신보)이라고 헐뜯는다. 북에서 이렇게 주장하는 어른들은 쌀 구매력이 충분한 사람들일 게다. 남에서 대북 식량지원 자체를 비난하는 어른들도 배가 고프지 않은 사람들일 게다. 정부가 동기가 어떻든 간에 뒤늦게나마 북한 취약계층에 관심을 둔 것은 그나마 다행이다.  이중, 삼중으로 에둘러싼 어른들의 정치를 걷어내면, 굶주린 아이들의 허기만이 오롯이 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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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gino's 2019.06.01 14:22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김정은 처음 고아원 찾아간 이유
    워싱턴-정영 jungy@rfa.org
    2014-02-05


    북한에 계시는 청취자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북한 선전매체 보도 내용을 다시 한번 되짚어 보는 ‘북한언론 뒤집어보기’ 최민석입니다. 오늘도 정영기자와 함께 합니다.

    최민석: 정영기자, 오늘 다룰 내용은 무엇입니까,

    오늘은 김정은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이 집권 후 처음으로 고아원을 찾아간 이야기를 좀 해보겠습니다. 4일 자 노동신문은 김 제1위원장이 평양시 고아양육시설인 육아원과 애육원을 방문했다고 보도했는데요, 사진도 여러 장 공개되었습니다. 그러면 왜 이 시점에서 김정은이 고아들을 찾아갔는지 알아보겠습니다.

    최민석: 정영기자, 방금 정영기자가 육아원과 애육원을 말했어요. 그런데 고아원과 육아원이 틀립니까, 이게 어떻게 다릅니까,

    정영: 노동신문 사진을 보니까, 애육원과 육아원이라는 말을 썼는데, 북한에서 고아라는 말을 쓰지 않습니다. 왜냐면 고아라는 게 부모를 잃은 아이들을 칭하지 않습니까, 그런데 북한에서는 김일성, 김정일, 김정은을 가리켜 ‘아버지’라고 부르기 때문에 무슨 고아가 있냐는 식이지요.

    북한에서는 수령이 상징적으로 아버지로 되어 있기 때문에 고아라는 말을 잘 쓰지 않습니다.

    최민석: 아, 그렇군요. 그러면 실제로 부모가 없는 아이들을 뭐라고 부릅니까?

    정영: 사람들 사이에서는 부모 잃은 아이들이라고 부르긴 하는데, 딱히 고아라고 부르지는 않습니다.

    최민석: 특별히 지칭되는 말이 없다는 거죠. 김 제1위원장이 고아원을 찾아간 것은 집권 이후 이번이 처음이 아닙니까,

    정영: 김정은 제 1위원장이 집권한 지 3년째 접어들고 있지만, 고아들을 직접 찾아간 것은 이번이 처음입니다.

    최민석: 전번 언젠가는 김정은이 소년 소녀들을 방문한 적이 있지 않습니까, 그게 무슨 방문이었지요?

    정영: 그곳은 묘향산 소년단 야영소인 데요, 거기에 있던 애들이 많이 말라있었습니다. 지금까지 김정은 제1위원장의 행적을 보면 지금까지 특권층을 위한 릉라인민유원지, 문수원, 미림승마구락부 등 놀이터와 위락시설들만 골라 찾아 다녔는데요,

    최민석: 거기에 하나 더 있지요. 마식령 스키장….

    정영: 그렇지요. 김정은이 특권층 놀이시설만 다녀서 ‘서민적인 지도자’와는 거리가 멀다는 지적이 있었는데요, 이번에 고아원을 찾아갔다는 것은 참 이례적입니다.

    최민석: 북한에서 고아를 가리켜 꽃제비라고 하던가요?

    정영: 부모 잃으면 일단 보호자가 없기 때문에 고아가 되는데요, 먹을 것을 찾아 거리나 역전으로 방황하면 이를 또 ‘꽃제비’라고 부릅니다. 북한에서 고아가 대량 생겨나기 시작한 것은 1990년 초반부터였습니다.

    최민석: 90년대 초반이라면 ‘고난의 행군’ 전부터 생겨났다는 건가요?

    정영: 식량배급이 중단되면서 주민들은 생활고에 찌들 리고, 부모를 잃은 고아들이 많이 생겨났습니다. 그때부터 경제난이 심각해졌는데요, 벌써 20년이 지났습니다.

    최민석: 북한의 고아문제는 꽤 일찍 시작됐군요.

    정영: 그때 주민 수백만 명이 굶어 죽으면서 고아들이 많이 생겼습니다. 지금도 고아들 문제가 해결되지 않았는데요, 사실 고아는 김정일 시절에 생겼지만, 그가 애육원과 고아원을 찾아갔다는 보도는 없었습니다. 김정일도 외면했던 시설입니다.

    최민석: 왜 안 찾아 갔습니까?

    정영: 왜냐면 북한은 “세상에 부럼 없이 사는 사회주의 지상낙원인 우리나라에는 고아들이 없다”라고 주장하면서 외부에 꽃제비들을 절대 공개하지 않습니다.

    그러다 보니 부모 잃은 아이들은 감옥이나 다름없는 수용시설에 갇혔다가는 탈출하고, 장마당과 거리를 돌면서 구걸해 먹고 견디다 못해 탈북까지 하는 것입니다.

    최민석: 그러니까, 김정은이 아버지 때 해결하지 못한 고아 문제를 해결해 보겠다고 그나마 고아원을 방문한 것은 다행이라고 보이는데요. 해결될 가능성이 있을까요?

    정영: 김정은은 평양시 육아원의 아기방과 주방 등을 둘러보고, 아이들의 영양 상태가 좋은 것을 보고 만족해했다고 북한 매체가 설명했습니다. 그리고 “올해부터 육아원과 애육원의 아이들에게 물고기를 매일 300g씩 먹이겠다”고 약속했다고 합니다.

    최민석: (한숨 소리……) 예~

    정영: 또, “영양가 높은 곶감을 정상적으로 먹이라”고 지시했다고 합니다.

    최민석: 참, 말이야 뭘 못하겠습니까, 매일 물고기 300g이라고요? 그러면 큰 동태 한 마리쯤 먹인다는 소리인데, 어린이 식사 규정치고는 작지 않은 양입니다. 물론 이 약속을 지키겠습니까?

    정영: 김 제1위원장은 지난 1월 534군부대, 인민군 후방총국 산하 군부대의 새로 건설한 수산물 냉동시설을 찾아가 앞으로 육아원, 애육원, 양로원 등 취약계층에게 물고기를 전문적으로 공급하는 수산사업소를 만들라고 지시한 바 있습니다. 그리고 김정은이 고아들과 취약계층에게 하루에 300g의 물고기를 먹이자면 얼마나 필요한지를 직접 수첩에 계산해봤다고 합니다.

    김정은은 지금 장성택 계열로부터 빼앗은 수산기지를 군대에 넘겨주고 “물고기를 많이 잡으라”고 수산일꾼 열성자 회의까지 열고 고무했습니다. 그런데 전국에 있는 고아원 애육원에 있는 고아들과 노인들에게 먹이라고 했는데, 앞으로 두고 지켜봐야겠지요.

    최민석: 정말 두고 봐야지요. 군대들이 물고기를 잡아서 팔 던 것을 진짜 고아들에게 나눠줄지는 앞으로 봐야겠지요. 참, 김정은이 애육원을 방문한 사진을 보니까, 지난번 소년단 야영소를 방문했을 때와 너무 대조적이지 않습니까, 그때 소년단원들은 너무 여의고 피골이 상접한 게 영양상태가 안 좋았는데요, 여기 사진에는 아이들의 볼에 살이 올라 있고요. 이거 좀 신빙성이 약하지 않습니까,

    정영: 글쎄요. 북한이 대외에 공개하는 사진이기 때문에 진짜 이곳이 애육원 시설인지, 그리고 진짜 고아들인지 조차도 확인할 수 없습니다.

    최민석: 좀 애매모호 합니다. 북한 매체의 사진을 보니까, 김정은과 그의 수행원들은 어린이 방에 구두를 신고 들어가 아이들과 인사를 나누고 있습니다. 이건 좀 예의는 아니지요.

    정영: 원래 북한에서 집안에 손님이 찾아가면 신발을 벗고 들어가는 게 관례이지요.

    최민석: 북한뿐이 아니라 한민족은 다 같지요.

    정영: 혹시 집에 도둑이 들거나, 이사를 가거나 할 때 신발을 신고 들어가는 경우가 있기는 한데, 아이들이 있는 방에 저렇게 어른들이 신발을 신고 망탕 들어가는 것은 관례에 맞지 않지요.

    최민석: 한국 사람의 정서에는 잘 안 맞지요. 그 사진 한 장에 김정은의 진정성이 평가되는군요. 그런데 보여주기 식이라는 게 드러나지 않습니까?

    정영: 김정은이 지금에 와서 고아원을 찾아간 것은 ‘인민의 지도자’라는 이미지 상징 조작을 위해서 찾아갔다고 보는 견해가 많습니다. 왜냐면 최근 북한 내부는 장성택 처형으로 인해서 김정은의 이미지를 몹시 구겼습니다.

    왜냐면 과거 김정은이 인민들과 팔짱을 끼고 웃는 등 친 서민적인 지도자라는 이미지를 보여주려고 했는데, 자기 고모부 장성택을 총살하면서 악인의 인상을 남겼습니다. 그래서 주민들은 김정은의 웃는 얼굴도 저것은 가식이다. 어떻게 자기 고모부를 총살할 수 있는가고 혀를 차고 있습니다.

    최민석: 그렇지요. 천륜을 어겼지요……

    정영: 고아나 여성은 사회적으로 약자가 아닙니까, 그래서 김정은은 고아들을 사랑한다는 이미지를 만들어 장성택 처형으로 구겨진 이미지를 회복해보려는 시도라고 볼 수 있습니다.

    최민석: 그래서 지금까지 했던 것들이 잘 먹히지 않아서 다른 것으로 시도해본다는 거군요. 지금까지 집권해서 특권층의 놀이시설만 찾아 다니다가 이제 와서는 제일 소외계층인 고아들을 찾아갔다는 말이군요. 아버지 대에서 해결하지 못한 고아문제를 김정은 대에는 해결되겠는지 관심이 집중되고 있습니다.

    정영기자, 수고했습니다. 청취자 여러분 다음시간에 또 뵙겠습니다. 안녕히 계십시오.

  2. gino's 2019.06.01 14:26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북한에선 '고아'라는 말을 쓰지 않지만, 교육기관의 이름을 구별한다.육아원은 취학전 고아들을 통칭해서 쓰는 말이고, 애육원은 유치원을 뜻한다. 고아가 아닌 경우에는 유치원이라고 쓴다.

  3. gino's 2019.06.10 12:00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김연철 장관 “남북정상회담 낙관도 비관도 하기 어려운 국면”

     김연철 통일부 장관은 4차 남북정상회담 가능성에 대해 “지금 상황으로서는 낙관도 비관도 하기 어려운 국면”이라고 말했다.
     김 장관은 9일 KBS 일요진단 라이브에 출연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방한 이전에 ‘원포인트’ 남북정상회담이 열리면 최적의 타이밍이 아니냐는 질문에 공감을 표시하면서 이같이 말했다. 그는 최근 청와대와 정부 일각에서 4차 남북정상회담 가능성에 대한 이야기가 나오고 있는 것과 관련해 “무슨 움직임이 있어서, 접촉의 근거를 갖고 얘기한 건 아니다”라며 “지금 상황에서는 그런 낙관을 하기엔 상황이 녹록지는 않다는 부분도 같이 봐줘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김장관은 또 현재 상황은 “조기에 북·미 정상회담을 재개하기 위해서 정부는 최선의 노력을 다해야 하는 시기”라며 문재인 대통령의 남북 정상회담 제안도 북·미 정상회담 조기 재개를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 장관은 북한 식량지원과 관련, “일단은 국제기구를 통한 지원 부분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지원 품목이 쌀이냐 다른 곡물이냐는 질문에 “우리가 남는 쌀이 130만t 정도 된다. 남는 쌀의 창고보관료만 1년에 4800억원 이상을 지출하고 있다”며 “이런 부분을 종합적으로 국민들도 고려해주시면 고맙겠다”는 설명으로 답변을 대신했다.
     김 장관은 이어 최근 처형설이 불거진 김혁철 북한 국무위원회 대미특별대표의 거취가 파악됐느냐는 질문에 “확인할만한 정보를 갖고 있지 않다”고 답했다. 그는 북한의 지난 4월 최고인민회의를 거론하며 “(외교, 대남분야 뿐만이 아니라) 전반적으로, 중간실무자들도 교체가 여전히 진행중인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