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소비자 분노 당연 20개월 미만 꼭 관철을”
ㆍ진 핼로랜 美소비자연맹 국장
미국산 쇠고기 수입 확대에 대한 한국의 국민적 저항은 미 소비자단체에도 관심의 대상이다. 1990년대 미국산 유전자 조작(GM) 식품에 대한 격렬한 저항에 이어 미국산 먹거리가 해외 소비자로부터 거부된 대표적 사례이기 때문이다. 진 핼로랜 미 소비자연맹(CU) 식품정책 담당 국장은 14일(현지시간) “미국쇠고기의 광우병 대책은 허술한 상태”라면서 “한국인들이 왜 시위에 나서는지 이해할 만하다”고 말했다.
그는 경향신문과의 인터뷰에서 “한국은 식품 안전을 자유무역협정(FTA)의 이익을 위해 희생하지 말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20개월 미만의 미국산 쇠고기만 수입하고, 20개월 이상 월령의 경우 반드시 광우병 검사를 받도록 요구하라고 권하고 싶다”고 말했다.
-광우병에 대한 우려가 확산되고 있다. 미국산 쇠고기의 안전성을 어떻게 평가하는가.
“무엇보다 광우병 검사 비율이 턱없이 낮다. 1년에 4만마리 정도로 0.1%에도 못 미친다. 여기에 여전히 동물사료를 허용하고 있다. 미 행정부는 내년 4월까지만 허용한다고 발표했지만, 그 기간을 훨씬 넘길 게 분명하다. 2년 전에도 대대적 변화를 약속했지만 여전히 지켜지지 않고 있다.”
-소에게 동물사료를 안 먹이면 안전한가.
“약속대로 한다고 해도 2차 감염 위험은 여전히 남는다. 미국은 쇠고기 부산물을 닭·돼지 사료로 쓰고 다시 닭·돼지 부산물을 소에게 먹인다. 다른 나라에서는 법으로 금지하는 것이다. 특히 닭은 식습관이 청결하지 않아 감염 우려가 높은 가축이다. 미국은 닭 도축장 바닥의 쓰레기를 모아 소에게 먹이는 셈이다. 쇠고기 업계의 반대로 근절되지 않고 있다. 영국은 광우병 발생 뒤 소의 부산물로 만든 사료를 소이게 먹이지 않도록 했지만 광우병 감염 사례가 크게 줄지 않았다. 모든 동물 사료를 소에게 먹이지 않도록 조치를 취한 다음에야 제로에 가깝게 줄었다. 미국은 유럽에서 금지된 호르몬을 사용하고 있기도 하다.”
-한국 내 시위 사태를 어떻게 보나.
“왜 특히 젊은 사람들이 반대하는지 이해할 수 있다. 유럽의 경우 광우병 희생자의 대부분이 30세 이하 젊은이들이었다. 20세 이하도 많았다. 광우병에 감염될 가능성은 매우 낮다. 하지만 일단 걸리면 죽는다. 치사율이 100%다. 다른 질병과 달리 광우병 예방에 극도로 높은 기준을 적용해야 하는 이유다.”
-미국산 식품이 이번처럼 해외에서 큰 저항에 부딪힌 사례가 또 있었나.
“미국산 식품의 안전성이 도마에 오른 건 처음이 아니다. 유럽에서는 미국의 유전자 조작 식품(GM)을 둘러싼 대규모 시위가 있어왔다. 배에 실려있던 GM 식품을 끌어내리기도 했다. 유럽은 그 결과 이제 모든 미국산 GM 식품에 대한 수입을 금지하고 있다. 일부 수입하는 것도 반드시 레이블을 붙이기 때문에 소비자들이 외면한다. 미국 식품산업계는 외국 소비자들이 거부하면 어떻게 대처해야 할지 전혀 이해하지 못한 채 (그대로 수입하라고) 밀어붙이기만 한다.”
-한국 소비자에게 권하고 싶은 게 있다면.
“ ‘20개월 미만’ 미국산 쇠고기만 수입하라고 권하고 싶다. 그 이상 월령은 광우병 검사를 거친 경우에만 받아들여야 한다. 미국 역시 일본처럼 도축되는 모든 소에 대해 광우병 검사를 해야 한다. 한국은 물론 어떤 나라도 교역의 이익을 위해 식품안전을 희생하지 말아야 한다. 식품안전은 절대적인 기준이 돼야 한다.”
◇미국 소비자연맹(CU)=1936년 시민단체로 출범한 CU는 회원 700만명을 둔 미국 내 최대 소비자단체다. 소비자 권익 보호와 함께 식품 및 의약품 안전에 각별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CU가 펴내는 월간 ‘컨슈머스 리포트’의 정기 구독자도 400만명에 달한다.
<워싱턴 | 김진호특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