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바나 외국인 전용병원 르포…혁명·의료관광이 공존하는 쿠바
25일 오후(현지시간) 쿠바의 수도 아바나 플라야 지역의 시라 가르시아 중앙병원. 외관상으론 여느 병원과 다름없었다. 하지만 접수창구에선 스페인어와 영어가 섞여 들렸다. 아바나 유일의 외국인 전용병원인 이곳은 사전 예약 없이 진료가 가능하다. 실제로 낮 12시30분쯤 전문의 진료를 신청하자 1시간30분쯤 뒤에 예약을 받아줬다. 인근 시메크 병원에서는 내·외국인 환자를 같이 받는다.
미국 영화감독 마이클 무어의 영화 ‘시코(Sicko·환자)’로 새삼 주목을 받고 있는 쿠바 의료서비스의 현장인 동시에 쿠바의 어제와 내일이 섞여 있는 곳이다. 당연히 ‘혁명’과 ‘시장’이 공존하는 공간이기도 하다.
진료의 경우 내용에 따라 다르지만 통상 40CUC(약 48달러)의 비용을 지출해야 한다. 평균 월급이 15달러 안팎인 쿠바 기준에서는 비싸다. 그래도 수천만원의 목돈이 없으면 간단한 수술조차 엄두를 낼 수 없는 미국에 비하면 천국이다. 힐러리 클린턴과 버락 오바마 상원의원 등 미 민주당 대선주자들이 제1공약으로 내세우는 미국의 꿈이니까.
자본주의 국가에서나 볼 수 있는 ‘원스톱(One-Stop) 서비스’가 이뤄진다. 쿠바 여행사인 ‘쿠바나칸’이 의료 여행객을 호객해 데려온다. 치료도 받고 카리브해의 휴양지에서 쉬고 가는 ‘의료 관광’ 상품이다. 중남미는 물론 캐나다, 스페인, 이탈리아 등에서 찾아오는 환자들을 맞기 위해 39개의 병실을 구비해 놓았다.
복도에서 만난 에르네스토(60)는 “병원측은 환자들의 추가치료 및 수술 등을 위해 비자 연장 서비스를 제공하며 추가부담 없이 항공권 일정도 바꿔준다”고 말했다.
새로운 변화의 길을 모색하고 있는 쿠바의 미래는 과연 어디에 있을까. 일부 전문가들은 카리브해 최고의 관광 인프라와 멕시코만의 석유 개발에서 찾고 있다. 하지만 시라 가르시아는 쿠바의 미래가 ‘사람’에 있음을 말해준다.
쿠바 정부의 통계에 따르면 2006년 전체 상품·서비스 수출액(상품·서비스) 97억달러 가운데 72억8300만달러가 서비스 교역에서 나왔다. 의료 인력과 교사 등 고급 인력을 낙후국에 보내 주로 현물을 받아오는 교역이 상품수출(24억4800만달러)을 크게 앞선다. 사람이 최대 외화가득원인 셈이다.
쿠바의 모순은 시라 가르시아에서도 엿보였다. 깨끗한 시설과 친절한 서비스에도 불구하고 화장실에는 신문지를 찢어 만든 휴지가 있었다. 혁명은 사람을 키웠지만, 자본의 외면을 받았다. 쿠바가 사람과 자본이 어우러지는 변화를 일궈낼지 궁금해진다.
〈 아바나 | 김진호특파원 〉
입력 : 2008-02-27 02:17:09
ㅣ수정 : 2008-02-27 02:17: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