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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크라이나 전쟁 , 무기의 정치학 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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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의 비호 아래 우크라이나에서 독립한 도네츠크 공화국의 수도 도네츠크에서 지난 10월 16일 한 소방관이 6발의 155mm 포탄으로 발생한 화재를 진압하고 있다. 우크라이나 전쟁이 포격전 중심으로 펼쳐지면서 우크라이나에 무기를 제공해온 미국과 러시아가 모두 155mm 포탄 부족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2022.10.16  AP연합뉴스 출처 : 세상을 바꾸는 시민언론 민들레(http://www.mindlenews.com)


한국이 간접적이나마 우크라이나 전쟁에 연루된다면, 한반도 정세에 새로운 악재로 작용할 수밖에 없다. 윤석열 정부가 최근 미국의 우크라이나 지원을 돕기 위해 155㎜ 포탄 10만발을 대미 수출키로 한 사실을 확인했기에 하는 말이다. 

국방부는 지난 11월 11일 이와 같은 내용의 미국 월스트리트 저널 보도를 확인하면서 다만 "미국을 (포탄의)최종 사용자로 한다는 전제 하에 협의가 진행중"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윤석열 대통령이 발힌 바)우크라이나에 살상무기를 지원하지 않겠다는 정부 방침에는 변함이 없다"고 강조했다. 

국방부의 설명은 한국산 포탄이 우크라이나에 직접 전달되는 것이 아니라는 단순 논리에 토대를 두고 있다. 미국이 비축한 포탄을 우크라이나에 전달하고 그 빈 분량을 한국산 포탄이 메운다는 설명이다.

그러나 이는 러시아 입장에선 '눈가리고 아웅하는' 식의 궤변으로 읽힐 공산이 크다. 한국이 (대미)수출을 하지 않으면, 전달되지 않았을 포탄이 결국 우크라이나에 전달되는 것이기 때문이다. 

한국→미국→우크라이나, 155㎜ 포탄의 루트

주한미군은 이미 11월 초 이달 초 비축 포탄의 일부를 한국에서 우크라이나로 선적했음이 확인됐다. 미군 비축 포탄일지라도 출발지는 한국이다. 아이작 테일러 주한미군 대변인은 월스트리트 저널에 "(포탄 선적이)우리의 작전과 동맹국 한국을 지키기 위한 강철같은 약속을 이행하기 위한 능력에 전혀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이는 미국 입장일 뿐이다. 우리 국방당국도 포탄 수출이 한미의 방위능력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하지만 한국의 간접적인 전쟁 연루가 한반도 정세에 미치는 영향력은 포탄 수급의 문제를 훨씬 넘어선다.  

미군 병사들이 우크라이나에 제공할 155mm 포탄을 점검하고 있다.  연합뉴스



우선 러시아가 한국에 가할 보복조치를 살펴보아야 한다. 북·러가 군사협력을 한다면, 한미 역시 "문제 없다"면서 여유를 부릴 입장이 아니다. 군사 역량을 늘려야 대처가 가능한 일이기 때문이다. 

상대는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의 러시아다. 푸틴 대통령은 지난 10월 27일 모스크바에서 열린 한 회의에서 "한국이 우크라이나에 무기·탄약을 제공할 경우 한·러 관계는 파멸될 것"이라고 공개 경고한 바 있다. 동시에 "러시아가 북한과 이와 같은 방향으로 협력을 재개한다면 한국은 어떻게 반응할 것인가"라고 되물었다. 사실상 러시아가 북한과 무기 지원을 포함한 군사협력을 하겠다는 예고였다. 

전장의 포탄에는 국적이 없다. 국방부의 설명과 달리 한국이 수출한 포탄이 그대로 우크라이나에 전달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없다. 

국방부의 설명대로 통상 무기 수출계약에는 수입국을 최종사용자로 한다는 '제3국 이전 금지' 조항을 단서로 붙인다. 수출국이 원치 않는 분쟁에 휩싸일 경우를 방지하기 위해서다. 수입국이 위반할 경우 이에 대한 패널티를 포함해야 완성되는 조항이다. 

그러나 미국이 위반한다고 해도 한미동맹에 묶인 한국이 실제 제동을 걸고나설 가능성은 거의 없다. 

우크라이나 전쟁에는 미국과 러시아의 정보역량이 총동원되고 있다. 한미 간 포탄 거래 움직임이 러시아 정부망에 포착됐다면, 미국이 주장한 북한 포탄의 러시아 전달 역시 미구에 실체가 드러날 가능성이 높다. 

북한→중동→우크라이나, 북한 포탄의 루트?

존 커비 미국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대변인은 지난 11월 2일 "북한이 러시아에 상당한 양의 포탄을 은닉, 제공했다는 정보를 받고 있다"면서 "중동 또는 북아프리카 국가로 보내는 방식으로 실제 목적지를 숨겼다"고 밝힌 바 있다. 커비 대변인은 "북한 포탄이 실제로 러시아에 전달되는 지 지켜볼 것"이라고 말해 이미 무기 수출이 진행중임을 시사했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10월 27일 모스크바에서 열린 발다이 회의에서 연설을 하고 있다. 푸틴 대통령은 이 자리에서 "한국이 우크라이나에 무기나 포탄을 제공할 경우 한-러 관계가 파탄날 것"이라고 경고했다.  2022.10.28   AFP연합뉴스


한국 포탄이 우크라이나로 가는 미국 포탄을 대신하는 것과 구조가 비슷하다. 경유국을 거쳐 러시아에 전달될 포탄이 북한산이라는 점이 다를 뿐이다. 남북한이 각각 우크라이나 전쟁에 포탄을 제공한다는 정보에 부인부터 하고 나선 것도 구조가 같다. 남은 10월 28일 윤석열 대통령이 직접 나서 "살상 무기나 이런 것을 (우크라이나에) 공급한 사실이 없다"고 부인했고, 북은 국방성 군사대외사무국 부국장이 나섰다. 7일 조선중앙통신 담화 형식으로 "러시아와 무기거래를 한적이 없고, 앞으로도 그럴 계획이 없다"며 부인했다. 

전쟁이 장기화하면서 포격전을 중심으로 진행됨에 따라 러시아와 우크라이나는 모두 포탄 확보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우크라이나에 포탄을 제공해온 미국도 비축량이 8월부터 위험 수준으로 떨어졌다고 한다. 155㎜ 포탄 10만발은 격렬한 전투가 벌어졌을 경우 최소 수주 간 사용할 수 있는 분량이다. 전쟁의 향방을 가를 결정적인 요소가 되기에 충분하다. 북한이 러시아에 제공할 것으로 알려진 포탄의 규모는 아직 밝혀지지 않았다. 

우크라이나 전쟁은 우리의 전쟁이 아니다. 

1월 초 비질런트 스톰과 북하의 미사일 집중발사가 보여주듯이 한미와 북한은 군사적으로 강 대 강 대치를 계속하고 있다. 포탄의 대미 수출은 기왕에 악화된 한반도 정세에 러시아를 끌어들이는 격이다. 

우크라이나 전쟁은 단순히 영토쟁탈전이 아니다. 미국과 러시아가 기존 세계질서의 유지 또는 변화를 놓고 맞붙은 지구 차원의 대회전이다. 세계 최대 중무장 국가인 미국과 러시아가 모두 포탄 창고가 비어간다는 말은 역설적으로 우크라이나 전쟁이 막바지로 치닫고 있거나, 변곡점이 임박했음을 방증하는 것이기도 하다.

남과 북의 '포탄 개입'은 각각 섶을 지고 막바지 전쟁판에 뛰어드는 격이 다. 그 결과 한반도의 군사적 긴장은 더욱 높아질 수밖에 없다. 미국의 정보가 맞는다면, 한국군 포탄과 북한군 포탄이 우크라이나에서 상대방을 향해 퍼부어지는 사태가 올 수도 있다. 

출처 : 세상을 바꾸는 시민언론 민들레(http://www.mindle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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