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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크라이나, 국면전환 외면하는 미국과 서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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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크라이나 전쟁, 국면 전환 '입구'가 안 보인다 - 세상을 바꾸는 시민언론 민들레

지난 2월 말 러시아군의 침공으로 촉발된 우크라이나 전쟁의 중요한 변곡점이 11월에 찾아올 것으로 예상했다. 미국 중간선거가 끝나고 발리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를 계기로 미·러 정상 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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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간선거 뒤에도 미국 여론은 반 러시아·전쟁 지속
중재 자처한 마크롱, 원전사고 예방으로 의제 제한

지난 2월 말 러시아군의 침공으로 촉발된 우크라이나 전쟁의 중요한 변곡점이 11월에 찾아올 것으로 예상했다. 미국 중간선거가 끝나고 발리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를 계기로 미·러 정상 간 대좌가 성사되면 종전까지는 아니라도 최소한 국면전환 가능성이 엿보였기 때문이다. 그러나 12월에 접어들어서도 타협의 실마리는 보이지 않는다. 


미국과 러시아가 대화의 필요성에 공감한다는 메시지가 꾸준히 나오고 있지만 실현 가능성이 지극히 낮아 보인다. 유럽이 겨울에 돌입하면서 에너지난이 심해지고 있는데다가 우크라이나의 식량수출마저 어려움에 처했다. 전장에서는 우크라이나군이 남부 헤르손(시)과 동부 하르키우를 탈환하면서 기세를 올리는 듯했지만 러시아군의 포격 및 미사일 공격이 이어지면서 국민적 사기가 떨어지고 있다. 조만간 지난 9월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부분동원령 효과가 나타날 가능성을 배제할 수없다.

전장의 안팎을 지배하는 명분은 여전히 영토의 100% 복원과 러시아군의 즉각 철군을 주장하는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의 원칙적 입장이다. 미국과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 회원국 지도자들도 대화냐, 전쟁이냐의 선택을 놓고 젤렌스키 대통령에게 전권을 주고 있다. 결국 세계경제는 물론, 각국 서민층에게 '추운 겨울'을 예고하는 우크라이나 전쟁의 전환점은 겨울의 끝에나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현상유지 예고한 미국 중간선거 결과

11월 8일 미국 중간선거는 당초 예상과 달리 조 바이든 대통령의 민주당이 선방했다. 하원의 주도권을 공화당에 넘겼지만, 상원에선 51 대 49로 안정적인 주도권을 유지했다. 재직중인 대통령 소속 정당이 상·하원의 과반수를 모두 내주는 경우가 많은 미국에선 민주당이 축배를 들만한 결과였다. 선거 전에는 공화당 지지자들을 중심으로 우크라이나 지원에 불만여론이 높았기에 변경을 시도하기 어려웠다. 그러나 선거 결과는 바이든 행정부의 입장이 당분간 바뀌지 않을 것임을 말해준다. 물론 미국 여론에서도 '우크라이나 피로'가 커지고 있다는 증거는 커지고 있다. 

도네츠크 공화국의 마리우폴 외곽의 한 시장에서 지난 10일 주민들이 빵을 팔고 있는 야외 매대 부근에 모여 있다.  전쟁 전 인구가 55만명이었던 마리우폴에는 현재 30만명 정도가 남아 있지만 5000여명이 사망하고 주택의 70%가 파괴됐다. 우크라이나 영토였던 마리우폴은 러시아군과 도네츠크 공화국군이 3달에 걸친 포위공격 끝에 지난 5월 말부터 점령하고 있다.  2022. 12.11 EPA연합뉴스 출처 : 세상을 바꾸는 시민언론 민들레(http://www.mindlenews.com)

시카고 카운셀이 11월 18~20일 실시한 조사에서 응답자의 다수는 우크라이나에 대한 경제적(66%), 군사적 지원(65%)에 찬성했지만, 뉘앙스가 달라졌다. '필요한 기간 만큼' 우크라이나를 지원해야 한다는 응답이 48%로 7월 조사에 비해 10%가 줄었다. '무기한' 지원해야 한다는 답은 40%로 더 낮다. 

러시아군과 우크라이나군의 승세는 백중세(26% 대 26%)로 평가됐고, 미국이 점차적으로 우크라이나 지원을 줄여야 한다는 의견이 10명 중 3명 꼴(29%)로 나왔다. 대 러시아 제재를 지지하는 응답은 75%로 3월(77%) 및 7월(80%) 조사에 비해 큰 변동이 없었다. '우크라이나가 영토 일부를 잃더라도 평화협상에 돌입해야 한다'는 설문항목이 이번엔 제외됐다. 지난 7월 조사에서는 38%였다. 

느긋한 미국, 견고한 명분론

전쟁이 겨울에 접어들었음에도 국면전환의 조짐이 보이지 않는 까닭은 미국 및 서방 지도자들이 모든 결정권을 우크라이나 정부에 맡겨놓고 있기 때문이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12월 1일 정상회담 뒤 발표한 공동성명에 그러한 정신이 담겨 있다. 두 정상은 침공과 우크라이나 영토 병합이 명백하게 국제법을 위반한 것임을 분명히 했다. 또 우크라이나에 대한 정치적, 안보적, 인도주의적, 경제적 지원을 '필요할 때까지' 계속할 것을 다짐했다. 오는 13일 파리에서 우크라이나 지원을 위한 국제회의를 개최한다는 내용도 포함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최근 의회에 380억 달러의 우크라이나 추가 지원예산을 요청했다. 

마크롱 대통령은 공동기자회견에서 "'지속가능한 평화'를 위해서는 우크라이나인들이 협상 착수의 시점과 조건을 결정해야 한다"고 못을 박았다. 바이든은 "이성적으로 끝낼 유일한 길은 푸틴이 우크라이나에서 철군하는 것 이지만, 푸틴이 그럴 것 같지 않다"고 화답했다. 

푸틴과의 대화 가능성이 제시됐지만 실행되기 어려운 조건이 달렸다. 바이든은 "푸틴이 종전을 결정하는 데 관심이 있다면 프랑스와 나토 우방들과 의논한 뒤 푸틴이 무엇을 원하는지 알아보기 위해 기꺼이 마주앉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바이든은 그러나 "푸틴은 종전 생각이 없다"는 말을 세번 반복했다. "마크롱은 푸틴과 대화하더라도 확전 방지와 구체적인 결과 도출을 위한 대화에 그칠 것임을 분명히 했다. 그가 제시한 구체적 의제는 자포리아 원전과 체르노빌 원전의 안전이었다. 마크롱이 밝힌 대화의 목적은 바로 지난 3월부터 독일 비스바덴의 유럽주둔 미군사령부와 러시아 국방관리센터 간에 가설된 핫라인에서 미·러 간 핵심 의제와 일치한다. 미·프 정상은 원전사고 예방과 핵전쟁 발발 억제의 두가지 목적 외엔 푸틴과 대화할 필요가 없다는 입장을 거듭 확인한 셈이다.

올겨울 전쟁의 세가지 시나리오

미국과 나토가 명분론을 벗어나지 못하는 까닭은 무엇보다 젤렌스키가 11월 15일 발리 G20 정상회의에서 비디오 연설로 공표한 '평화의 10대 공식' 때문이다. 평화협정 개시를 위한 10대 조건으로 불러도 무방하다. 그가 매긴 순위대로 나열하면 ①방사능과 핵 안전 ②식량 안보 ③에너지 안보 ④전쟁포로 및 추방자 석방 ⑤유엔 헌장이 보장하는 우크라이나의 영토적 통합성 복원 ⑥러시아군의 전면 철군 ⑦전쟁범죄 처벌 ⑧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생태계 파괴 중단 ⑨새로운 안보 체계 및 우크라이나 안보 보장 ⑩평화협정 체결 등이다. 젤렌스키가 요구한 영토 복원에는 현재 러시아군이 점령하고 있는 돈바스지방 뿐 아니라 2014년 병합한 크림반도(우크라이나명 크름반도)도 포함된다. 전쟁이 러시아군의 완전한 패배로 종식됐을 때나 가능한 조건이 아닐 수 없다. 젤렌스키는 연설에서 어떠한 전제조건도 포기하지 않을 것임을 거듭 강조했다. 

전세는 조만간 어떤 형태로든 전환점에 봉착할 것으로 전망된다. 우크라이나군의 추가 승리 또는 지난 9월 푸틴의 부분동원령으로 보강된 러시아군의 반격, 소강상태의 장기화 등 세가지 시나리오가 거론된다. 미구에 벌어질 평화협상에서 전장의 판세가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푸틴의 전쟁인가, 바이든의 전쟁인가

서방 언론은 우크라이나 전쟁을 '푸틴의 전쟁'이라고 명명하지만 한꺼풀 들어가보면 '바이든의 전쟁'이기도 하다. 미군이 개입하지 않았을 뿐 미국과 서방의 자금과 무기로 치러지는 전쟁이기 때문이다.

 전쟁 종식의 한 축이 바이든이라면 의외의 돌파구가 생길 수도 있다. 그러나 아무리 유럽과 세계가 겨울 난방비와 부족한 식량으로 어려움을 겪더라도 바이든이 전쟁을 중단할 이유는 딱히 보이지 않는다. 반 러시아 정서와 전쟁 지지 분위기가 우세한 미국 여론도 한 몫을 하고 있다. 바이든은 최근 380억 달러의 우크라이나 추가지원 예산을 의회에 요청했다. 

미·프 정상회담에서 미·러 정상회담이 거론됐지만 지금까지 확인된 미국과 서방의 의제는 원전사고로 인한 핵재앙 예방과 러시아의 핵무기 사용 차단, 나토-러시아 간 확전을 막는데 집중돼 있다. 또 지난 9일 미국 여자프로농구 스타플레이어인 브리트니 그라이너에 송환 뒤에도 러시아에 남은 해병대 대령 출신 미국인 폴 웰런의 석방을 위한 미·러 간 정치대화가 남아 있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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