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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민언론 민들레(Dentdelion)

빈 살만이 쥔 양날의 칼, 시험대 오른 윤석열정부 협상력

by gino's 2022. 11. 29.
올해 37세의 무함마드 빈 살만 사우디 왕세자 겸 총리는 비판적 언론인을 터키에서 암살한 배후로 지목된다. 또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의 압력에도 불구하고 원유 증산을 하지 않는 등 녹록지 않은 스타일이다. 사진은 지난 10월 26일 제다에서 열린 국정자문회의(슈라위원회)에 참석한 빈 살만 왕세자. AFP연합뉴스

 

687조 네옴시티 건설에 더 참여할 것인가, 2030 부산세계박람회를 유치할 것인가. 11월17일 방한한 무함마드 빈살만(MBS) 사우디 아라비아 왕세자 겸 총리(37)를 맞을 윤석열 정부가 직면할 딜레마다. 과연 두마리 토끼를 쫓을 수 있을 것인가. 

아시아 순방중인 빈 살만 왕세자는 15~16일 인도네시아 발리에서 열린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에 참석한 뒤 한국 방문에 나설 것으로 알려졌었다. 그러나 방한 하루전인 16일 오후 9시 현재까지 방한일정이 확정 발표되지 않았다. 국제적으로 국가원수의 방문대상국에서 전날까지 발표를 미루는 사례는 없다. 봉건왕조의 절대군주라서 그럴까. 외교적 프로토콜을 무시한 채, 철저히 베일 속에서 움직이는 빈 살만의 스타일이 새삼 부각됐다. 

빈 살만의 방한은 국가원수 자격의 공식 방문이다. 그는 지난 9월27일 살만 국왕이 단행한 개각에서 총리로 임명됐다. 2019년에 이어 3년 만의 방한이다. 

 

가장 민감한 반응을 보이는 분야는 건설업계다. 사우디가 5000억달러(약 687조원)의 천문학적인 예산을 들여 추진하고 있는 네옴시티 건설 사업을 수주한 현대건설과 삼성물산 등의 주가가 꿈틀거렸다. 방한 전망이 엇갈리면서 등락을 반복했다. 2030년 완공을 목표로 사우디 북부 홍해변에 들어설 네옴시티는 경기도 2배 면적(2만6500km)²첨단도시다. 산업·주거·관광특구가 포함돼 2030년까지 4~5단계 순차 발주가 예정됐다.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은 반 살만의 방한에 앞두고 가장 발빠른 행보를 보였다. 지난 11월 4~9일 네옴시티 건설사업 수주단을 이끌고 사우디를 찾아 사전 정지작업에 나섰다. 네옴시티 건설현장을 방문해 먼저 진출한 우리 근로자들을 격려했다. 

앞서 지난 1일 국내 건설인 50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서울 강남에서 열린 올해 '해외건설·플랜트의 날' 기념식에 참석, 민·관 합동 '원팀 코리아'를 구성해 사업 발굴 단계부터 준공까지 기업이 필요로 하는 외교를 전방위 지원하겠다"고 기염을 토했다. 2027년까지 해외건설 연 500억달러 수주와 세계 4대 해외건설 강국 진입을 목표로 '해외건설 3.0시대'를 선언하기도 했다.  

사우디를 방문한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가운데)이 지난 11월 6일 사우디 리야드 크라운 플라자RDC 호텔에서 연 '한-사우디 혁신 로드쇼'를 마친 뒤 살레 알 자세르 사우디 교통물류부 장관과 함께 현지 언론 인터뷰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그러나 국내 일각에선 빈 살만의 방한 소식이 그다지 반갑지 않다. 사우디 정부가 추진하는 또 다른 프로젝트에서 한국과 입장이 엇갈리기 때문이다.  국내에선 빈 살만이 한국에 돈 보따리를 풀어놓을 것을 기대하지만, 정작 그는 3년 전 방한 당시  역으로 한국이 돈 보따리를 풀 것을 촉구했다. 한국 기업들이 그동안 사우디에서 많은 돈을 벌어갔으니, 이젠 사우디에 투자할 때라는 논리였다. 

원 장관이 네옴시티 사업에 '적극적인 외교'를 다짐한 1일 박진 외교부 장관은 2030 부산세계박람회(World Expo) 유치교섭 점검회의를 열어 또다른 외교를 다짐했다.유치 참여기관 간 유기적 협업방안과 향후 교섭계획을 논의하는 자리였다. 박 장관은 "박람회 개최지 선정 최종 투표까지 1년여의 시간이 남은 만큼 지역별·국가별 맞춤형 전략과 다양한 상황별 시나리오를 마련해 철저히 준비해 나갈 것"을 당부했다.

부산세계박람회 유치교섭 활동은 윤석열 정부가 문재인 정부로부터 이어받은 사실상 유일한 과제다. 

문재인 정부는 1년 동안 정부 국제행사심사위원회에서 타당성을 검토한 뒤 2019년 박람회 유치를 국가사업으로 확정했다. 부산세계박람회는 6개월 동안 160개국 5000만 명의 부산 방문을 기대하고 있다. 생산유발 효과는 약 43조원, 부가가치 유발 효과는 18조원로 예상된다. 약 50 만 개의 일자리 창출 기대도 있다. 

박진 장관은 이미 지난 6월 외교부 안에 상황실을 설치하는 한편, 국토부와 마찬가지로 '민·관 코리아 원팀'을 구성해 총력 외교를 펼치겠다고 강조하고 있다. 박람회 유치의 주무부처는 이창양 장관의 산업통상자원부이다. 외교부는 일종의 하청 업무를 수행중이다. 

부산세계박람회 유치를 위해 총력외교를 펼치고 있는 박진 외교부 장관이 지난 11월 7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외교통일위원회 전체회의에서 법안 제안 설명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부처마다 국익을 위해 적극적으로 나서는 것은 반길 일이다. 문제는 국토부의 원팀과 외교부의 원팀이 사우디와 관련해 극명하게 입장이 갈린다는 점이다. 사우디 정부는 국가 차원에서 추진하는 '비전 2030'의 일환으로 리야드 박람회 유치에 총력전을 펼치고 있다. 국제박람회기구(BIE)가 주관하는 박람회는 부산과 리야드 외에 이탈리아 로마와 우크라이나 오뎃사가 뛰어들었지만 사실상 부산·리야드·로마의 3파전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정부 안에서 각각 다른 꿈을 꾸고 있는 한국과 달리 사우디는 빈 살만을 총사령탑으로 네옴시티 건설과 리야드 박람회를 동시에 추진하고 있다. 그의 방한 자체가 이와 무관할 수 없다. 네옴시티 건설사업 발주의 칼자루를 쥐고 있는 빈 살만이 리야다의 박람회 유치를 위해 은밀한 압력을 넣을 가능성이 짙기 때문이다. 

공교롭게 세계박람회 개최와 네옴시티 완공 목표연도는 모두 2030년이다. 모두 '미래'를 강조하고 있기도 하다. 부산박람회는 '더 나은 미래로의 항해'를 주제로 유치 노력을 기울이고 있고, 희랍어와 아랍어의 합성어인 네옴은 '새로운 미래'를 뜻한다. 

사우디는 그야말로 하나의 팀에, 하나의 사령관이 지휘하지만 윤석열 정부에는 아직 사령관이 안보인다. 부처마다 각기 다른 목표를 향해 뛰고 있는 형국이다. 막대한 국익이 걸린 네옴시티와 부산박람회라는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으면 좋겠지만 그럴 가능성은 극히 희박하다.

국제무대에서 '자유 찬가'를 부르는 것은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니다. 진정한 국익외교의 성적은 서로 이익이 상충할 때 얼마나 설득, 조정, 타협하는 능력을 발휘하느냐에 따라 평가된다.  빈 살만과 마주앉을 윤석열 대통령의 협상력이 궁금해진다. 

국제박람회기구(BIE)가 트위터 계정에서 소개한 2030세계박람회 유치 희망 도시들.

출처 : 세상을 바꾸는 시민언론 민들레(http://www.mindle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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