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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민언론 민들레(Dentdelion)

11월 안보위기에 입 벌린 두개의 '싱크홀'

by gino's 2022. 11. 28.

http://www.mindlenews.com/news/articleView.html?idxno=120

한국형MD 자랑하기 전에 북한 순항미사일 추적 시스템 부터 갖춰야
울릉도 공습경보에서 드러난 혼란상은 국민안전 시스템 의 근본적 허점

최대 규모의 한·미 연합공중훈련(비질런트 스톰) 기간 북한의 최대 규모 미사일 집중발사로 촉발된 11월 초 안보 위기는 두 개의 '싱크홀'을 노출시켰다. 군당국의 '안보 싱크홀'과 행정당국의 '안전 싱크홀'이 적나라하게 드러났기에 지나간 일이라고 제켜둘 사안이 아니다. 무엇보다 하나하나 국가 안위와 국민 안전을 파멸적으로 위협할 수 있는 사안이기 때문이다. 또 우리 군당국 및 행정당국이 '습관적으로' 보여온 행태를 본다면 언제라도 되풀이될 수 있기도 하다. 

한미 연합공중훈련 비질런트 스톰에 참가한 미국 공군의 B-1B 전략폭격기(가운데)와 F-16 전투기, 한국 공군 F-35 전투기들이  지난 11월5일 비행하고 있다. 연합뉴스 

 

안보 싱크홀, 울산은 안전한가

한미는 10월 31일부터 11월 5일까지 비질런트 스톰 합훈을 하면서 전략폭격기 B-1B와 최첨단 전투기 F-35A, F-35B, F-16 등 240여대의 군항기를 한반도 상공에 띄웠다. 북한은 11월 2일부터 5일까지 나흘 동안 초대형 방사포탄 4발을 포함해 총 38발의 미사일과 장거리 방사포탄 46발을 발사했다. 4일에는 각종 전투기 500대를 총출동시켜 전개했다.(북한군 총참모부 발표) 

한미와 북한 당국은 거의 하루 단위로 훈련 및 군사적 시위 내용을 공개하고 입장을 발표했지만 주안점이 달랐다. 우리측 발표는 지난 2일 북한이 원산에서 발사한 단거리탄도미사일(SRBM) 1발이 동해 북방한계선(NLL)을 넘어 속초 동방 57㎞·울릉 서북방 167㎞ 해역에 떨어졌다는 데 방점을 찍었다. 

북한군 총참모부의 발표 중에서는 같은 날 울산 인근 80㎞의 공해상에 전략순항미사일 2발을 쏘았다는 내용이 주목을 받았다. 북측은 좌표(위도 35°29′51.6″,경도 130°19′39.6″)까지 공개해 신빙성을 높였다. 이는 우리측 발표에 없었던 내용으로 즉각 주목을 받았다. 

진실공방으로도 이어졌다. 일각에선 한미 당국이 파악하지 못했건, 탐지하고도 은폐했을 것이라는 주장이 제기됐다. 우리 합동참모본부(합참)은 "한미 감시 정찰 자산의 탐지 및 분석 결과 북한의 주장은 사실과 다르다"라면서 "울산 앞바다에 낙탄한 북한 순항미사일은 없다"고 단언했다. 

무엇보다 북측의 발표를 100% 신뢰할 수 없다. 북측은 핵실험 및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시험발사 등에서 늘 한걸음 더 진전된 결과를 발표해왔기 때문이다. 이번에도 북측은 4일 전투기 500대를 출격시켰다고 발표했지만, 비행항적이 180회 정도로 실제로 수십대 정도만 출격했다는 우리 군의 분석이 설득력을 얻는다. 총참모부의 발표가 대내 선전용일 가능성이 농후한데다 자칫 한미 동맹 및 남측 정부에 대한 불신을 높여 남남갈등을 유발하려는 의도가 있을 가능성도 높다. 하지만 문제는 보다 근본적인 데 있다. 

북한 군이 비질런트 스톰에 대응해 지난 11월2일부터 나흘 동안 벌인 대남 군사작전의 일환으로 발사했다고 조선중앙통신이 보도한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발사장면. 연합뉴스 

 

우리측이 구축중인 한국형 미사일방어체계(KAMD)는 북측의 탄도미사일에 대비하기 위해 설계된 체계다. KAMD는 북한 미사일을 군사위성과 조기경보 레이다, 이지스함 레이다로 탐지·추적·조준·요격하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순항미사일은 특히 목표물을 향해 하강하다가 다시 상승하는 풀업(Pull Up)기능으로 KAMD의 2단계, 즉 추적을 어렵게 할 수있다. 

국방은 과학이다. 군당국이 아무리 미국 항공모함이나 B-1B 폭격기와 같은 미국 전략자산의 전개를 강조해도, 순항미사일 대비책이 없다는 사실이 달라지지는 않는다. 군당국이 북한 탄도미사일의 경우 최고 고도, 비행시간 등을 상세히 밝히는 반면에 순항미사일에 대해서는 별다른 정보를 공개하지 못하는 것도 그때문이다. 이번에 북한 순항미사일 대책이 새삼 주목을 받은 더 중요한 이유는 '울산' 근해이기 때문이다. 울산은 단순히 국내 최대 산업도시 만이 아니다. 신고리 원전 3~6호기가 가동중이거나 가동될 지역이다. 물론 북측이 선전책의 일환으로 '울산'을 강조했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하지만 1%의 위협에도 대비하는 게 국방이다. 

우리 군당국에 대한 신뢰 역시 그리 높은 건 아니다. 지난 10월 4일 북측 중거리탄도미사일(IRBM) 발사에 대응한다며 발사한 현무-2C 미사일 1발이 동해 방향이 아닌, 후방으로 날아가 우리 군부대에 추락하는 등 잦은 미사일 오발과 사고로 신뢰를 떨어뜨리고 있다. 기본적 미사일 발사도 제대로 하지 못하면서 천문학적인 예산이 투입되고 있는 KAMD를 믿으라고 말하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북한의 울산 앞바다 낙탄 주장을 둘러싼 공허한 진실공방에 앞서 기존 KAMD를 총체적으로 점검 비어 있는 '안보 싱크홀'부터 메우는 게 우선일게다. 

안전 싱크홀, 공무원이 먼저 대피한 울릉도 공습경보

지난 2일 북한이 발사한 SRBM이 당초 울릉도 방향으로 향하는 것으로 탐지돼 벌어진 공습경보는 언제든지 되풀이 될 수 있는 국민안전 싱크홀을 극명하게 보여주었다. 공습경보에 뒤이은 행정당국의 대처 및 뒤늦게 주민들에게 대피 공지를 한 점, 주민들이 대피소를 몰라 우왕좌왕한 점 등 유사시에 대비한 안전 대책이 총체적으로 부실함을 보여주었다.

남한권 울릉군수(가운데)와 국민의 힘 김병욱 국회의원(경북 포항 남구 울릉)  및 울릉군청 관계자들이 11월 3일 울릉군청 앞에서 전날 북한의 동해 탄도미사일 발사를 규탄하고 있다. 하지만 정작 공습경보가 발령됐을 때 주민들에게 충분히 경보를 보내고 대피를 안내해야 했을 공무원들이 먼저 대피해 혼란상을 보였다. 남 군수는 특히 군장성 출신으로 평소 안보를 강조했지만, 주민들이 우왕좌왕할 때 그의 존재는 없었다. 연합뉴스

 

중앙민방위경보통제센터가 공습경보를 발령한 것은 이날 오전 8시55분쯤.공습경보는 북한의 장거리 미사일 발사 직후인 2016년 2월 7일 서해 백령도와 대청도에 내려진 뒤 처음이었다. 

한국일보 보도에 따르면 울릉군이 2분 정도 공습경보 사이렌을 울린 뒤 처음 한 행동은 자신들부터 대피하는 것이었다. 울릉군은 행정안전부로부터 연락을 받은 뒤 실제상황임을 알게됐다. 그리곤 9시5분 주민들에 앞서 공무원들에게 대피를 지시했다. 내부 통신망 온나라 메신저로 "공습경보 발령. 전직원 지하 대피. 실제상황. 즉시 대피 바람"이라는 쪽지를 발송했다. 군청은 14분 뒤인 9시 19분쯤에나 '울릉알리미'를 통해 주민들에게 대피를 공지했다. 당초 사이렌 소리만 들은 주민들은 상황 파악을 하느라 분주했고, 대피 권고 이후에는 대피소가 어딘지 몰라 우왕좌왕했다. 결과적으로 국가 차원에서 마련한 경보 및 대피안내 시스템을 공무원들만 활용한 꼴이다. 

안보와 안전은 1%의 가능성에도 대비하는 게 원칙이다. 자칫 1%가 국가와 국민의 파멸적인 피해로 이어질 수있어서다. 북한의 핵실험 및 미사일 발사에도 태연하게 일상을 이어가는 우리와 달리 과도하다 싶을 정도로 안전 대비를 하는 일본과 대비되는 지점이다. 일본은 지난 3일 북한이 발사한 ICBM이 일본 열도 상공을 통과할 것으로 예상, 미야기현과 야마카타현, 니가타현 등 3곳에 J-얼랏(ALERT) 을 통해 긴급대피 경보를 발령했다가 취소했다. J-얼랏은 지난달에도 일부 지역에 발동됐는데 당시엔 실제로 북한 미사일이 일본 상공을 지났다. 

일본은 2017년 한반도 전쟁 위기 당시에도 여러차례 J-얼랏을 발동했고, 이를 계기로 대피소를 추가 마련하는 등 대책에 전념했다. "미국·북한 간 전쟁 가능성이 25%(존 브레넌 전 CIA 국장)"라는 분석이 나오면서 알래스카주는 30년 만에 핵공격 대피훈련을 했고, 하와이에서는 '북한 미사일 공격' 경보의 오작동으로 주 전체가 소동을 빚었다. 

당시 한번도 경보발동 및 비상대피 훈련을 하지 않은 우리나라와 전혀 다른 위기 인식이었다. 뉴욕타임스는 북한이 휴전선에 배치한 장사정포의 사거리 안에 놓인 서울에는 3300개의 대피소가, 경기도에는 3700개의 대피소가 있지만 주민 대부분이 대피소 위치 및 어느 대피소로 피해야 하는지 모른다는 게 문제라고 지적한 바 있다. 

일본 도쿄의 한 주민이 11월 3일 북한의 탄도미사일이 발사된 뒤 J-얼랏 경보방송 시스템에 따라 뜬 경보를 바라보고 있다.  도쿄/교도연합뉴스

 

허술한 시스템을 방치할 경우 울릉도 해프닝은 비극이 될 수 있다. 정부(한덕수 총리)도 이를 인정하고 대책 마련을 지시했지만, 시스템을 구축·실험·훈련하려면 장기적인 노력이 필요할 것이다. 

국내 지하도와 아파트 등 대형건물 지하주차장 등을 감안하면 현재 우리나라에는 대피소 숫자 자체가 부족하지는 않은 것으로 평가된다. 공허한 호언장담보다는 유사시에 대비한 안전시설 확보 및 경보-대피안내 시스템을 정비하는 게 더욱 중요할 것이다. '이태원 참사'에서 드러났듯이 국민 안전에 관한 한, 지나친 것이 모자란 것보다 낫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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