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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들레(Dentdelion)

북한 미사일과 이태원 참사가 무슨 상관인가

by gino's 2022. 11. 28.

http://www.mindlenews.com/news/articleView.html?idxno=105

속 빈 호언장담이 안보위기 부추긴다

지난 11월2일과 3일 잇따른 북한의 미사일 집중발사 이후 합동참모본부의 발표와 일부 언론의 보도는 북한 미사일발사의 위험성을 최대한 강조했다.

안보 위기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군통수권자인 대통령의 일거수 일투족이다. 윤석열 대통령은 강경분위기를 주도했다. 지난 2일 국가안보보장회의(NSC)에서 "북한의 도발이 분명한 대가를 치르도록 엄정한 대응을 신속히 취할 것"을 지시했고, 군은 뒤이어 전투기를 띄워 NLL 북쪽 해역에 공대지 미사일을 발사해 '그대로 갚아줬다(조선일보).' 하지만 대통령이 주문한 '엄정한 대응' 수준에는 미치지 못했다. 

이명박·박근혜 정부도 군사적 긴장이 높아질 때마다 '원점 타격'을 강조했지만 단 한차례도 실행된 적이 없다. 오히려 "북한이 도발할 경우 공격 원점은 물룬 지원세력과 지휘세력까지 타격하겠다"는 식의 호언장담으로 안보불안을 부추겼을 뿐이다. 

엄밀히 말하면 북한 미사일의 NLL 월선은 천안함 폭침 직후인 2015년 5월 이명박 대통령이 대국민담화에서 "즉각 자위권을 발동하겠다"고 공연했던 경우에 해당되지 않는다. 이 대통령은 원점 타격을 공언하면서도 "북한이 우리 영해·영공·영토를 무력 침범할 경우"로 제한했다. 그마저 6개월 뒤 북한의 연평도 포격 시 빈말이 됐다.

북한한계선(NLL) 남쪽 해역을 침범했다는 합참의 발표 역시 과잉공급, 과소비됐다. 일반 국민이 듣기엔 북한 미사일이 영해에 떨어진 것과 같은 인상을 주었다. 국제적인 반향을 얻지도 못했다.

합참의 브리핑 이후 ‘분단 이후 처음으로(중앙)’ ‘6·25전쟁 이후 처음(조선)’으로 동해 NLL을 넘었다는 해석이 다음날인 3일자 신문 헤드라인을 장식한 까닭이다. 윤석열 대통령이 주재한 국가안보보장회의(NSC)가 앞장섰다. NSC 참석자들은 북한 미사일의 동해 NLL 침범 사실을 거론하며 ‘우리 영해 인근에 낙탄된 유례 없는 군사적 도발’이라고 규정했다. 영해 침범이라면 명백한 도발이지만, 어찌됐건 공해상에 떨어졌다면 군 차원에서 조용히 대응했어도 부족하지 않았을 것이다.

방미중인 이종섭 국방부 장관이 2일(현지시간) 워싱턴의 미국 외교협회(CFR) 간담회에서 ‘한반도 정세 및 우리 국방정책 방향’을 주제로 기조연설을 하고 있다.  국방부 홈페이지


더구나 NLL은 군사분계선(MDL)처럼 남북간에 합의되거나, 국제법적으로 인정된 경계가 아니다. 뉴욕타임스와 워싱턴포스트, CNN 방송 등 미국 언론은 북한의 NLL 침범 사실에 크게 주목하지 않았다. CNN은 한국 합참의 브리핑 내용을 전하면서도 NLL이 '북한이 인정하지 않는 사실상(de facto)의 경계'라고 설명했다. 

NSC는 또 미사일 발사가 '이태원 참사' 뒤 국가 애도기간 중 감행됐다는 점을 지적하면서 "인륜과 인도주의에 반하는 북한 정권의 모습을 여실히 보여주는 것"이라고 개탄했다. 이는 이태원에 쏠린 여론을 전환하려는 의도를 내놓고 드러낸 것으로 읽힌다. 군사훈련과 애도는 전혀 연결되지 않는 분야다. 역으로 국민적 애도 분위기에서도 비질런트 스톰이 계속되면서 수백대의 최신예 전투기가 한반도 상공을 날아다니는 것을 비난하는 목소리가 없는 까닭이다. 군사위기를 국내정치적 용도로 활용했다는 의혹을 던지는 대목이다. 

북한의 잇딴 미사일 발사는 사상 최대 규모인데다 그중 한 발은 사상 처음으로 울릉도를 향하다가 속초 근해에 떨어졌다. 하지만 10월31일부터 당초 일정을 하루 늘려 11월5일까지 이뤄지는 한·미 공군의 연합훈련 '비질런트 스톰' 역시 사상 최대 규모이다. 심각한 안보위기가 아닐 수 없다.  

연합뉴스 

 

안보의 진정한 목표는 어떤 경우에도 국민이 차분하게 생업과 일상에 충실할 수 있도록 환경을 조성하는 것일게다. 군과 대통령실이 앞장서 위기를 과장, 국민적 불안을 짙게 하는 것은 이에 역행한다. 윤 대통령이 NSC에서 강조한 바, '북한의 고강도 추가도발'이 실제로 임박했다면 군과 정부는 정교한 대비에 나서는 게 우선이다. 

사상 초유의 북한의 미사일 집중 발사 사태는 부분적으로 한·미 공군의 비질런트 스톰에 대한 대응이다. 북한의 박정천 노동당 중앙위 비서는 1일 담화를 통해 한·미가 자신들에 대한 무력사용을 기도한다면 '특수한 무력수단(핵무기)'를 동원해 "사상 가장 끔찍한 대가를 치르게 하겠다"고 공언했다. 펜타곤은 이에 지역안보를 깨는 행위라는 비난에 그쳤지만, 방미중인 이종섭 국방부 장관은 "비질런트 스톰을 5일까지 하루 연장하키로 한 것은 내가 미국에 제안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미 공군의 연합공중훈련 '비질런트 스톰'이 진행되던 전자전기 EA-18 그라울러가 11월 4일 경기도 평택시 주한 미공군 오산기지에 착륙하고 있다. 2022.11.14 연합뉴스


 

박정천 비서는 이에 3일 다시 담화를 내고 훈련 연장 결정에 대해 "현 상황을 통제불능의 국면으로 떠밀고 있다"면서 밤사이 미사일 3발을 추가발사했다. 합훈을 하루 연장하는 게 "군이 무언가 하고 있다"는 인상을 줄 수는 있다. 하지만, 실제로 현 군사위기를 해소하는 데 어떤 도움을 주는지는 미지수다. 강 대 강으로 위기를 고조시키는 순환구조를 악화시켰을 뿐이다.  

대통령 지지율이 주요국 지도자 가운데 가장 낮은데다가 이태원 희생자의 대부분이 청년들이라는 점, 경찰 수뇌부와 행안부 등의 기본적인 국민보호 의무 방기로 인해 비난여론이 높아가고 있다. 외신 일각에서 정권의 위기 가능성을 제기하는 배경이다. 이런 와중에 터진 북한 미사일 집중발사로 국면전환을 하고 싶은 유혹이 들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행여 국내정치적으로 이용했다면 윤 대통령이 NSC에서 지시한 바, '우리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지키는' 노력에 정확히 반대되는 행동이 아닐 수 없다. 이러한 의혹이 그야말로 의혹에 그치기를 바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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