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이나 전쟁 덕분에 무기 시장점유율을 획기적으로 늘린 나라는 한국과 프랑스로 드러났다. 스웨덴 스톡홀름 국제평화연구소(SIPRI)가 13일 발표한 '세계 무기 이전 동향'에 따르면 두 나라는 최근 5년(2018~2022) 무기 수출이 획기적으로 늘거나 시장점유율을 높였다.
한국 무기 수출 세계 9위·수입 7위
이 기간 한국의 무기 수출은 직전 5년(2013~2017)에 비해 74%가 늘어 세계 방산 시장 점유율을 1.3%에서 2.4%로 늘렸다. 점유율 기준 세계 9위다. 한국의 시장점유율은 2019년 10위가 된 뒤 2020년 9위, 2021년 8위를 기록했다. 프랑스 방산업계는 이 기간에 직전 5년(2013~2017)에 비해 무기 수출을 44% 늘렸고 이는 러시아(-31%)와 중국(-23%), 독일(-35%) 등의 무기 수출액이 대폭 준 것과 대비됐다.
무기 수출 부동의 1위인 미국은 같은 기간 수출을 14% 늘렸다. 최근 5년 무기 수출 5대국의 시장점유율은 미국(33%)과 러시아(16%) 프랑스(11%) 중국(5.2%) 독일(4.2%) 순이었다. 이들 국가가 전 세계 무기 수출의 76%를 점했다. SIPRI는 최종 인도분을 기준으로 동향을 파악한다.
SIPRI가 집계한 무기 이전 동향은 2022년 초 발발한 우크라이나 전쟁에 큰 영향을 받았다. 한국과 프랑스가 반사이익을 톡톡히 보게 된 계기다. 한국은 특히 폴란드에 다연장로켓 천무와 K2 전차, K9자주포, FA-50 훈련기 등을 공급해 사상 처음으로 지난해 수출액이 173억 달러(약 22조 4000억 원)를 기록했다. 전년의 72억 5000만 달러(약 9조 4000억 원)에 비해 140%가 늘었다. 그런데도 무기 수출국 순위가 오히려 지난해 8위에서 9위로 내려간 것은 그만큼 전 세계 무기 교역 총량이 늘었음을 말해준다.
무기 수입 5대국은 인도(11%) 사우디아라비아(9.6%) 카타르(6.4%) 호주(4.7%) 중국(4.6%)이었다. 이집트(4.5%)에 이어 세계 7위를 기록한 한국은 무기 수입에서도 2배 가까이 증가세를 보였다. 최근 5년 3.7%로 직전 5년의 2.2%에 비해 1.5% 늘었다.
프랑스는 세계 2위 무기 수출국인 러시아가 전쟁에 필요한 무기·포탄을 우선 공급하면서 시장점유율이 줄어든 틈새를 메운 것으로 성격이 다르다. 실제로 프랑스산 무기는 우크라이나 전쟁 관련국이 아닌, 인도와 아시아·대양주 및 중동국가들에 건네졌다.
미·러·프·중·독 세계 무기시장 76% 점유
한국 방산업계가 세계의 주목을 받는 것은 우크라이나 반짝 특수 덕에 무기 수출이 늘어난 것에 그치지 않고, 정부 차원에서 노골적인 수출 드라이브를 걸고 있기 때문이다. 윤석열 정부는 임기 내인 2027년까지 세계 4위 무기 수출국이 된다는 목표를 제시하고 공격적인 마케팅을 벌이고 있다.
이종섭 국방부 장관은 지난 1월 11일 새해 업무보고에서 지난해 638억 원이었던 방산 수출지원 예산을 올해 813억 원으로 늘리고 △방위산업발전협의회 확대 운영 △권역별 수출전략 수립과 잠재적 수출국·수출 품목 발굴을 통한 기업별 맞춤형 정보 제공 △방산 전시회 계기 우리 무기체계 홍보 강화, 방산 협력 추진을 주요 과제로 설정했다. 이 장관은 지난 2월 바르샤바를 방문, K9자주포의 현지 생산을 위한 컨소시엄 합의서에 서명했다.
한국은 무기 수출에서 제3자 이전(TPT)을 금지하고 최종 사용자(end-user)를 수입국으로 한정하는 통제를 해왔다. 특히 무기·탄약 완성품의 우크라이나 이전을 금지하는 방침을 고수해왔다. 러시아의 반발 또는 북한과의 방위 협력으로 역풍을 야기할 수 있기 때문이다.
방사청은 그러나 폴란드에 수출한 K9자주포의 차체(섀시)와 영국, 프랑스, 폴란드 부품을 조립한 크랩 자주포의 우크라이나 수출 면허를 인가한 것으로 드러났다. 로이터 통신이 지난 9일 보도한 내용이다. 한국이 완성품은 아니지만, 국산 무기 부품의 우크라이나 이전을 허용한 것이 확인된 것은 처음이다. 뉴욕타임스도 지난 5일 전쟁을 계기로 한국 방산업계가 호황을 맞고 있다고 전하면서 "한국은 전쟁 이후 무기 생산설비를 발 빠르게 확충하고 있는 몇 안 되는 나라"라고 평가했다.
각국 주목받는 노골적 무기수출 드라이브
한국이 수출하는 무기는 미국과 러시아, 프랑스와 같은 고부가가치(high-end) 상품이 아니다. FA-50 훈련기와 함정 등을 제외하면 가격 기준 중·저 수준의 재래식 무기가 많다. 100% 국산 무기 중 K9자주포와 155㎜ 포탄은 재래식 전쟁 양상을 보이는 우크라이나에서 가장 절실한 품목이다. 무기 선도국들이 고부가가치 무기 생산에 주력하면서 생산설비를 대폭 줄였던 품목들이다. 미국은 지난해 8월 155㎜ 포탄 비축량이 위험 수준으로 떨어지자 10만 발을 한국에서 수입한 뒤 자체 비축분을 우크라이나에 지원했다.
한국은 우크라이나 전쟁의 당사국 또는 지원국인 러시아와 미국 사이에서 위태로운 균형을 유지하면서 무기 수출 확대를 도모하고 있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지난해 10월 모스크바 발다이 회의에서 "한국이 우크라이나에 무기나 포탄을 제공한다면 러·한 관계가 파탄이 날 것"이라면서 북한과의 군사협력 강화를 검토할 수 있다고 경고한 근거다. 올해 들어서는 지난 1월 서울을 방문한 옌스 스톨텐베르그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 사무총장과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무기 지원을 공개적으로 요구했다. 서방의 압력이 계속되는 것은 전쟁이 참호전과 포격전 양상을 보이면서 각국의 생산력이 수요를 따라가지 못하기 때문이다.
미 155㎜ 포탄 확보에만 5년 필요
지난 8일 워싱턴포스트에 따르면 미국은 이미 생산능력에 과부하가 걸린 상태다. 미국의 155㎜ 포탄의 한 달 평균 생산량은 전쟁 전 1만 4000발에서 현재 3만 발로 늘었지만, 9만 발까지 늘릴 계획이다. 그러나 한해 24만 발을 생산해도 비축량을 100% 회복하는 데 최소 5년이 걸릴 것으로 예상된다. 우크라이나에 긴요한 무기의 미국 내 한달 생산능력과 비축량 회복기간은 재블린 대탱크 미사일 2400발/4년, HIMARS 72개/2.5년, 스팅어 방공미사일 350발/6.5년에 달한다. 생산 설비를 늘려도 비축량 회복에 필요한 기간이다.
각국의 생산능력 확충에 많은 시간이 걸리는 만큼 전쟁이 더 길어지면 한국에 대한 미국과 서방의 무기 지원 요청은 더 많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이 경우 한국 정부가 기존 수출통제방침을 언제까지 유지할지 미지수다. 한국 방산업체들은 생산설비를 늘리는 한편, 한국군에 공급할 무기·탄약의 교체 시기를 조정하는 방식으로 대외 납품 기한을 지키고 있다. 이 역시 장기화한다면, 한국군의 무기공급 시스템에 영향을 줄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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