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성서 푸대접 받은 南대표
“정치는 당국자들끼리 알아서 하라고 하고 우린 경제에만 전념합시다.”
북한 주동찬 중앙특구지도총국장이 15일 개성공단 리빙아트 공장 준공식에서 한 말이다. 그러나 이날 그가 보여준 행태는 전혀 ‘경제적’이지 않았다. 특히 처음 ‘방북’한 정동영 통일부 장관을 시종 무시, 주변의 눈살을 찌푸리게 했다.
이상 조짐은 이날 오전 북측 출입사무소(CIQ)를 지날 때부터 감지됐다. 당초 15분에 통과할 예정이었지만 북측은 특별한 설명없이 남측 방문단 380여명을 1시간 가까이 차에 묶어 놓았다.
임시 천막에 마련된 간담회장에서 정장관 등 남측 대표들을 마중한 북측 인사는 덜렁 주총국장과 수행원 2명뿐이었다.
그나마 주총국장은 정장관 옆에 앉아 시종 싸늘한 반응을 보였다. 분위기를 풀어보려고 열린우리당 배기선 의원과 김희선 의원, 도올 김용옥씨 등이 연신 덕담을 건네도 “올해내 15개 기업이 모두 완성됐어야 했다”고 불만을 표하면서 고개를 외로 꼬았다.
곧이어 열린 준공식에서는 준비한 축사를 황급히 읽어내려간 뒤 다음 순서로 정장관이 연단에 오르자 혼자 자리를 박차고 일어나 식장을 떠났다. 북측의 불만은 주총국장이 거듭 강조했듯이 공단건설이 지지부진하다는 사실이 1차적 원인이 된 것으로 보인다. 여기에 ‘정장관 길들이기’ 또는 당분간 당국간 대화 거부의 의도도 읽혔다.
미답의 길을 가는 남측 중소기업인들의 고민과 망설임, 또 국제 전략물자통제체제로 인한 지연 등 저간의 늦어진 사정은 안중에도 없다는 태도였다. 그저 ‘우리민족끼리’와 ‘민족경제’의 주문만 외우려는 경직된 태도로 잔치 분위기에 찬물을 끼얹었다.
정부 당국자는 “북측의 태도는 전체적으로 침체된 남북관계 분위기를 반영했던 것 같다”면서 “하지만 준공식이 철저히 민간차원의 행사였던 만큼 큰 의미를 둘 필요는 없을 것 같다”고 말했다.
〈김진호기자 jh@kyunghya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