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떨어진 반쪽

‘국정원 과거사’ 7대의혹 조사 의미·파장

by gino's 2012. 2. 23.

‘국정원 과거사’ 7대의혹 조사 의미·파장



‘박정희 시대’가 심판대에 오르게 됐다. 3일 국정원 과거사위의 우선 조사대상으로 선정된 사건 하나 하나가 갖고 있는 폭발성과 민감성을 감안할 때 그 파장이 사회 전반에 불어닥칠 전망이다. 과거사 규명이 바로 ‘현대사 바로쓰기’에 비견되는 배경이다.



‘국정원 과거사건 진실규명을 통한 발전위원회(진실위원회)’가 발표한 우선조사대상 사건 7건 가운데 대한항공 858기 폭파사건(1987년 11월29일)을 제외한 나머지 사건은 박정희 철권통치 18년 동안 발생한 의혹사건들이다. 정경유착 강요(부일장학회 강제헌납)와 언론탄압(경향신문 강제매각), 인권탄압(인혁당·동백림), 납치·살해의혹(김대중 납치·김형욱 실종) 등 박정희 시대의 치부가 고스란히 포함됐다.

정치적 논란을 무릅쓰고 박정권 시절에 벌어진 의혹사건을 5개나 포함시킨 것은 출발부터 정치성을 고려하다보면 진실규명이라는 본래의 취지가 퇴색된다는 판단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

뒤틀린 현대사의 결과로 피해자들보다는 가해자들이 오랜 세월 동안 특권과 재물을 향유해온 상황에서 과거사를 파헤치는 작업이 어느 정도 갈등을 야기하지 않을 수 없다는 현실 인식도 바탕에 깔린 결정이다. 실제로 사건들 하나 하나에는 청산돼야 할 과거사의 ‘원형’들이 담겨 있다.

하지만 벌써부터 한나라당 박근혜 대표 등 야당과 보수세력들은 이번 조사가 야당과 특정세력 죽이기를 위한 정치적 압력이라고 반발하고 있어 향후 조사과정에서도 상당한 진통이 뒤따를 전망이다.

7건 가운데 부일장학회와 경향신문 사건의 경우 산업화, 근대화 과정에서 언론인 및 경제인들을 통제한 군사정권 이후 핵심적이고 최초의 사건이라는 점에서 선정됐다. 동백림 사건은 국제사회에 독재정권의 성격을 이야기해준 대표적인 사건으로, 인혁당·민청학련 사건은 학생들의 우국충정 어린 시위를 반국가범죄로 몰아붙인 20세기 최대의 권력남용사건으로 각각 지목됐다.

김대중 전 대통령 납치 및 살해기도는 중앙정보부라는 공안기관이 앞장서 정적에 대한 탄압을 기도한 사건이라는 점에서 주목을 받았고, 김형욱 실종 사건은 권력의 앞잡이 역할을 했던 권력기관 내부의 알력을 보여준다는 점에서 선정됐다고 한다.

과거사 규명이라는 대장정은 불가피하게 다소의 갈등도 수반할 전망이다. 정치권에는 민청학련 사건의 피해자들은 물론, 당시 공안기관에 관여한 가해자들이 다수 포함돼 있다. 현대사 바로쓰기가 곳곳에서 정치적, 경제적, 사회적 이해 충돌을 부를 수 있는 소지다.

이 때문인지 진실위원회는 “진실을 말할 뿐, 누구도 정죄하고 싶지 않다”고 밝히고 있다. ‘진실위원회’라는 이름대로 ‘진실’을 규명할 뿐이라는 얘기다.

〈김진호기자 jh@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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