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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쿠시마 오염수 방류, '신뢰의 문제'로 접근하는 러시아

시민언론 민들레(Dentdelion)

by gino's 2023. 7. 11. 10: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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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쿠시마 핵오염수의 해양 방류를 둘러싼 문제 제기는 라파엘 그로시 국제원자력기구(IAEA) 사무총장의 말대로 "(처리)기술의 문제이자, 과학의 문제"다. 국내에서는 진영 또는 정치 문제가 되고 있다. 향후 수세대에 걸쳐 인간과 환경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정확히 분석되지 않은 문제를 정치 논리로 접근하는 것은 모두에게 재앙이 될 수 있다. 시시비비를 제쳐놓고 댓바람에 "당신 나이가 몇이냐?"는 말로 초점 이동을 하는 저잣거리의 싸움으로 전락한 꼴이다.

10일 도쿄의 일본 총리 관저 앞에서 오염수 해양 방류를 반대하는 일본 주민들이 시위를 벌이고 있다.  2023.7.10. AFP 연합뉴스

2011년 3월 11일 동일본 대지진 당시 발생한 후쿠시마 제1 원전 1~3호기 사고는 도쿄전력(TEPCO)이라는 영리기업의 진실 은폐에서 비롯됐다. 원전 건설 당시부터 사고 및 사고 이후 대책에서 수없이 노출된 문제다. 지진과 쓰나미가 원인의 한 축이었다면, 원자력 안전 규정을 지키지 않으면서도 이를 은폐해온 도쿄전력의 불투명한 업무 관행이 재앙의 또 다른 축이었다. 이는 사고 이후에도 달라지지 않았다.

러시아 정부는 일본의 핵오염수 해양 방류 결정을 지지한 국제원자력기구(IAEA)의 포괄적인 보고서 발표 뒤에도 관련 정보를 최대한 투명하게 공개한 상태에서 다른 옵션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러시아는 특히 후쿠시마 제1 원전의 운영사인 도쿄전력(TEPCO)이 오래전부터 자행해온 진실 은폐 전력을 지적하면서 '신뢰의 문제'를 집중 부각했다.

마리아 자하로바 러시아 외교부 대변인은 지난 6일 정례브리핑에서 "투명·공개·진실의 원칙에 입각한 정확한 정보가 먼저 제공돼야 한다"면서 이 같은 입장을 밝혔다. 지난 4일 IAEA가 포괄적 보고서를 제출한 뒤 첫 브리핑이었다.

마리아 자하로바 러시아 외교부 대변인. 러시아 외교부 홈페이지

러시아 정부의 입장은 도쿄전력이 처음부터 핵오염수 해양 방류라는 단 한 가지 옵션 만 검토하도록 IAEA의 활동을 제한한 것이 문제라는 의식에서 출발한다. "태평양은 일본의 하수구가 아니다"라는 중국 외교부의 입장과 같은 맥락에서 IAEA 보고서가 방류 결정의 정당성을 주지 않을뿐더러 도덕적 책임과 국제법적 의무를 면제시켜주지도 않는다는 말이다.

자하로바는 "일본이 핵오염수의 해양 방류가 가장 안전한 옵션이라면서 후쿠시마 원전의 정상 가동 당시 방출했던 오염수의 방사성 핵종(radionuclide) 수준을 넘지 않는다고 주장하지만, 원자력 안전 분야에서 그동안 일본이 보여온 행동을 검토해 볼 때 불행히도 그 주장을 신뢰할 수 없다"고 단언했다. 그러면서 후쿠시마 제1 원전의 운영사인 도쿄전력이 정보를 은닉하거나, 거짓 정보를 내놓았다가 적발됐던 전력이 있음을 강조했다. 동시에 일본이 사고 이후 IAEA는 물론 국제사회에 제출한 '정보의 질'과 관련해 많은 문제 제기가 있었음을 지적했다.

실제로 도쿄전력은 사고 9년 전인 2002년 원전의 안전과 관련된 거짓된 자료를 최소 15년 동안 일본 정부에 제공해온 것으로 밝혀졌다. 2007년에는 도쿄전력이 운영하는 가시와자키-카리와 원전에서 지진 관련 사고 당시에도 당국에 사고 보고를 제때 하지 않음으로써 재앙을 방지할 기회를 놓쳤다. 자하로바가 지난 6월 7일 브리핑에서 소개한 내용이다.

시국기도회에 참석한 수녀와 신도, 도민들이 ‘해양투기 결사반대’ 등의 팻말을 들고 구호를 외치고 있다. © 이봉수

자하로바는 "우리는 일본 정부가 투명·공개·진실에 근거해 자신들의 활동에 관한 정보를 IAEA 및 일부 특정국뿐 아니라, 동아시아 지역을 비롯한 지역 국가들에도 제공하도록 중국과 함께 요구할 것"이라고 다짐했다. 그는 특히 오염수가 방출될 (일본 내) 지역에서 방사성 모니터링과 오염수 샘플 수집의 중요성을 강조하면서 "일본이 이를 막지 않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러시아는 중국과 함께 오염수 방류와 관련해 일본 정부에 두 차례 질의서를 보냈다. 자하로바는 "몇몇 질문에 관해서는 답변을 받았지만, 일부는 설명 대신 신경질적인 반응만 받았다"고 전했다. 이어 일본 정부의 불투명한 태도야말로 러시아와 중국이 각각 자국민을 위해 일본에 질문을 던지는 이유를 정당화한다"면서 "일본 정부는 자국민의 이익을 위해서라도 질의에 공개 답변을 내놓는 게 논리적일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우리는 (피해 발생 전에) 일본을 앞당겨 비난하려는 게 아니다"라면서 "그러나 도쿄전략이 더 투명성을 발휘해 자신들의 활동 전반에 대한 정보를 제공하기를 촉구한다"고 강조했다.

서귀포시 성산읍 365식자재마트 소금 진열대에서 천일염은 자취를 감췄다. © 이봉수

러시아 정부는 가와무라 다카시 도쿄전력 회장이 처음 핵오염수의 해양 방류 방침을 시사한 2017년 7월 성명서 발표 때부터 일관된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 같은 달 17일 브리핑에서 자하로바는 "수십만t의 오염수를 대량 방류하면 태평양 환경과 어장에 심각한 피해를 입힐 수 있다"면서 "일본 정부는 해양 방류를 금지하고, 오염수를 안전하게 처리할 방법을 찾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만일 일본이 그러한 기술을 갖고 있지 않다면, 국제사회가 도와줄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가와무라 회장은 당시 "원자력발전을 버리면 일본 경제가 쇠퇴한다"면서 "도쿄전력의 (해양 방류) 판단은 이미 끝났다"고 잘라 말했었다. 영리를 추구하는 기업체 회장의 예언이 6년 뒤 태평양 연안 국가 주민 모두를 불확실성의 위기로 몰아넣는 일본 정부의 결정으로 구현된 셈이다. 그 외주를 받은 IAEA가 지난 4일 일본 정부에 전한 게 '다핵종 처리설비(ALPS) 처리수의 안전에 관한 포괄적 보고서'였다. ALPS(Advanced Liquid Processing System)를 '다핵종 처리설비'가 아닌, '다핵종 제거설비'로 번역한 것 자체가 의도적 오역이자, 왜곡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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