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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전략핵잠함 켄터키함 입항, 자 이제 대한민국은 더 안전한가

시민언론 민들레(Dentdelion)

by gino's 2023. 7. 20. 10: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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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이 '미제 핵우산'을 빌려 쓰자마자 북은 탄도미사일을 쏘았다. 미국 오하이오급 전략핵잠함(SSBN) 켄터키 함이 18일 저녁 부산항에 입항했다. 자 이제, 대한민국은 더 안전해졌는가.

미국 전략핵잠함(SSBN) 켄터키함이 18일 부산 해군작전기지에 입항하고 있다. 2023.7.19. 미해군 연합뉴스

전대미문의 지정학적 변수

윤석열 대통령은 SSBN 켄터키 함과 함께 서울을 방문한 커트 캠벨 백악관 국가안보회의 인도·태평양 조정관을 옆에 앉혀놓고 "북한이 핵 사용에 대해 엄두를 내지 못하도록 확장억제 실행력을 강화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성주에 배치한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가 방패라면 SSBN은 '창'이다. 북한이 켄터키 함의 한반도 방문을 기다렸다는 듯이 19일 새벽 평양 순안 일대에서 동해상으로 쏜 단거리 탄도미사일(SRBM) 2발도 '창'이다. 창과 창이 만나면, 불꽃이 튄다.

북한 SRBM의 발사 방향은 부산이 아니었다. 하지만 비행거리가 순안~부산 거리(554㎞)와 거의 일치한다. 켄터키 함이 해상으로 모습을 드러내자마자 타격할 능력이 있음을 시위한 셈이다. 미국이 지난 4월 14일 괌에서 한·일 잠수함 사령관을 초청해 내부를 공개하는 등 항로 궤적을 공개해 한반도 출현이 예상됐던 메인 함이 아닌, 켄터키 함으로 배만 바꾸었을 뿐이다.

켄터키함과 SRBM은 모두 창이지만 길이가 다르다. 켄터키 함에 적재된 트라이던트II 미사일 사거리는 1만 1300㎞에 달한다. 긴 창을 쓰려면 적당한 거리를 둬야 한다. 유효 사거리를 확보하려면 과녁으로부터 4000㎞ 정도의 거리를 유지해야 한다. 괌 주변 해역이 적당하다.

미국 전략핵잠함 켄터키 함이 부산에 입항한 뒤 24시간이 지나지 않아 북한이 19일 동해상으로 단거리탄도미사일을 2발 발사했다. 사진은 서울역에서 관련 뉴스를 보고 있는 한 시민. 2023.7.19. AFP 연합뉴스

SSBN에 적재된 트라이던트II 미사일은 모두 20기. 미사일마다 12개의 핵탄두가 있기에 이론상으론 240개의 핵폭탄을 싣고 있다. 괌 해역에서 불시 발사한다면 북한 전역을 공격할 수 있지만, 정작 부산항에서는 위력이 없다. 긴 창을 지근거리에서 쓸 방도가 없기 때문이다.

핵개발 포기한 한국에 준 선물

게다가 SSBN은 위치 자체가 극비다. 모습을 드러내는 순간, 북한은 물론 중국과 러시아의 공격무기에 노출되기 때문이다. 군사적으론 의미가 거의 없는 방문인 셈이다. 그런데 왜 부산항을 방문했을까. 정서적, 정치적 목적으로 밖에는 설명할 길이 없다. 남한 내 독자 핵무기 개발 정서를 다스리고, 한·미가 강력한 핵억제력을 갖고 있음을 보여주기 위해서다. 힘을 보여주려 전개했지만, 대한민국의 안전과는 거리가 멀다. '상징 정치'의 수단으로 전략핵잠함을 활용했을 뿐이다. 정서적, 정치적 목적을 걷어내면 오히려 불안을 증폭시킨다.

한·미는 지난 4월 26일 워싱턴 선언에 SSBN의 조만간 방문(upcoming visit)과 차관보급 핵협의그룹(NCG) 발족을 담았다. 켄터키 함의 출현은 18일 한·미의 NCG 발족과 시기를 맞췄다. 켄터키 함을 부산항에 정박시킨 상태에서 NCG회의를 연 셈이다. 극적 효과를 높이기 위한 고려였다. 국방부 관계자는 지난달 중순 SSBN의 방문과 관련한 시민언론 <민들레>의 질의에 "방문 시기는 미국이 결정할 사안"이라면서 "가장 의미가 부각될 수 있는 시기와 상황에 방문할 것"이라고 말한 바 있다. 미국이 찾아낸 적기가 바로 북한이 지난 12일 성능이 개선된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화성-18형을 발사하고, NCG 첫 회의가 열리는 시점이었던 것이다.

커트 캠벨 미국 백악관 국가안보회의 인도&middot;태평양 조정관이 18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핵협의그룹(NCG) 첫 회의를 가진 뒤 연 공동기자회견에서 발언하고 있다. 뒤쪽에 김태효 국가안보실 1차장이 보인다. 오른쪽은 카라 아베크롬 NSC 국방&middot;군축 정책 조정관. 2023.7.18. 연합뉴스

미국이 찾아낸 시기는 윤석열 정부에는 망외의 정치적 이득까지 선사했다. '극한 호우'로 수십 명이 죽어가는 상황에 대통령이 순방기간을 2박 3일 늘려 우크라이나를 방문하고 돌아온 뒤 여론이 들끓는 국면을 '미제 핵우산'의 실물로 덮는 효과까지 거뒀기 때문이다. 리투아니아 빌뉴스에서 12일 에코백을 보란듯이 일본 총리부인에게 선물한 뒤 곧바로 명품샵으로 달려간 대통령 부인의 행동도 흐릴 수 있게 됐다. 그날은 하필 북한이 신형 ICBM을 발사한 날이었다.

'극한 호우' 피해 덮을 정치적 호재

그래서인지 켄터키 함의 방문과 NCG 발족의 의미를 한껏 키우고 있다. 김태효 국가안보실 1차장은 용산 대통령실에서 NCG 첫 회의를 가진 뒤 기자회견에서 "한·미가 '일체형 확장억제체제'로 나아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캠벨 조정관은 "NCG는 미국 외교에서 냉전 초기 이후 거의 유례를 찾아보기 어려울 정도로, 그만큼 북핵 위협에 따른 심각한 도전을 인정하고 있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17일 블라디보스토크에 러시아 태평양함대 전함들이 중-러 연합훈련에 참가하기 위해 출항을 기다리고 있다. 2023.7.17. TASS 연합뉴스

차관보급 핵협의그룹(NCG)은 이미 작동하고 있는 차관급 확장억제전략협의체(EDSCG)의 하부조직으로 큰 의미를 두기 어렵다.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의 핵공유그룹(NPG)을 연상시킬 뿐이다. 그러나 켄터키 함 방문은 전대미문의 안보적, 지정학적 의미를 갖는다. 정서적, 정치적 효과 따위를 크게 뛰어넘는 것이다.

전략핵잠함은 미국 핵무기 중에서도 핵심 전략자산이다. 미국이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 회원국들과 구성한 NPG는 비행기에서 떨어뜨리는 B61 중력탄 100개를 갖고 운용한다. 한 척의 SSBN이 보유한 핵탄두 240개의 절반에도 못 미친다. 단숨에 NPG를 뛰어넘는 무력을 시위하는 동시에, 캠벨의 말대로 '냉전 초기 이후 유례가 없는' 위협을 상대방에게 제기한다. 김여정 노동당 중앙위 부부장은 17일 담화에서 "40여 년 만에 처음으로 조선반도 수역에 진입하는 미 전략핵잠수함의 출현"에 대해 "미국은 확장억제체제를 강화할수록 저들이 바라는 회담탁으로부터 우리를 더욱 멀어지게 만들 뿐이라는 것을 알아야 한다"고 말했다. 14일 담화에서는 "미국이 우리를 건드린 대가는 결코 가볍지 않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국방부 발표한 켄터키 함의 방한 시점은 '18일 오후'였다. 주목할 대목은 탐지가 어려운 것으로 알려진 SSBN의 움직임을 북한이 파악하고 있었는지 여부다. 김 부부장이 14일, 17일 담화에서 잇달아 '전략핵잠함의 출현'을 앞당겨 거론한 것은 최소한 낌새를 파악하고 있었음을 말해준다. 북한뿐이 아니다. SSBN의 한반도 출현을 위협으로 인식할 중국과 러시아 역시 강력 반발할 것으로 예상된다. 북·중·러에 위협지수를 높인 결과는 우리에게 다가올 더 큰 위협이다.

전략폭격기 B1-B 재전개. 북한 미사일 발사 대응한 한미 연합공중훈련. [국방부 제공].2023 0220
북한 미사일 발사. [조선중앙TV 화면] 2023 0310 연합뉴스

전략핵잠함은 미국의 전유물이 아니다. 핵무기의 위협을 추적하는 미국 싱크탱크 '핵위협이니셔티브(NTI)'가 지난 3월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중국은 SSBN을 6척 보유하고 있다. 최근 동해에서 독자 훈련 또는 중국과 연합훈련을 늘리고 있는 블라디보스토크의 러시아 태평양함대 역시 갖고 있다. 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은 "미·중 경쟁이 우리 생애에 안 끝날 것"이라고 장담한다. 

여전히 거리 있는 한·미의 위협인식

더 큰 문제는 정부가 강조하는 '일체형 확장억제 체제'에도 불구하고 한·미 역시 위협 인식이 다르다는 점이다. 주한미군을 관장하는 미국 인도·태평양사령부는 북한의 18일 SRBM 발사 뒤 성명에서 "한국과 일본에 대한 미국의 방위 약속은 철통같다"라면서도 "이번 발사가 미국 영토와 미국민, 동맹에 직접적인 해가 된다고 판단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한국민에는 위협이지만, 미국민에는 위협이 아님을 드러낸 것이다.

NIE 표지. 공개는 6월 22일 했지만, 기밀 해제 결정은 6월 15일에 이뤄졌다.

지난달 22일 발표된 미국 국가정보국(DNI)의 '2030년까지 북한의 핵무기 사용 시나리오' 정보평가(NIE)에서 "북한이 한·일 등 주변국에 강압 목적으로 핵무기를 사용할 가능성이 아주 높다"고 진단했다. 미국과 북한 모두 상대방에 대해 핵무기를 사용할 가능성은 극히 적은 것으로 평가했다. 미국은 북핵으로부터 안전하겠지만 한·일은 그 위협에 앞으로도 상시 노출될 것임을 지적한 것이다. '북한의 핵무기 실험 및 미사일 시험발사→한·미 합동훈련 및 전략자산 전개'가 그동안 계속돼온 한반도 위기 고조의 공식이었다. 이제 차원이 달라졌다. 핵무기 투발수단뿐 아니라 실전용 핵탄두 240개로 무장한 SSBN이 가세했기 때문이다. 전대미문의 위기가 높아지고 있지만, 맞대결식 무력시위에 다른 해결방안을 모색하는 노력은 없는 상태. 대한민국이 앞으로도 오랫동안 이고 살아야 할 무거운 현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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